시리즈의 끝에서.. 위대한 혁신은 결국 소비자로부터
친환경도 세대차 느끼는 시대 도래할 것, 위대한 혁신 필요해
언택트 비즈니스, 성공하려면 고객 '자존감'에 배팅하라
글. 이강대 연세대학교 과학기술대학 교수
새벽배송과 친환경박스에 관한 세 편의 글이 연재가 되면서, 몇몇 이커머스 기업과 박스 공급업체와 미팅을 할 기회가 있었다. 몇 차례의 미팅을 통해 필자가 받은 인상은 2020년 현재, 이커머스와 박스 업체는 코비드19가 가져온 변화와 IT 발전으로 변해가는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은 미팅에서 부족했던 이야기를 보충하면서 시작해본다. 첫 번째 글이었던 <코로나19 이후, 새벽배송시장의 합종연횡: 박스와 데이터 전쟁의 서막>에서 언급했던 이종 간의 합종은 언론을 통해 물류의 기능(풀필먼트 외)별로 확인되었고, 동종 간의 연횡도 머지않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배송박스에 관한 이커머스와 포장업체의 생각은 여전히 기존 시장의 프레임에 속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할 수 있는 발전적 모습 중 하나는 공유경제의 일환으로 풀링이 아닌 다른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연관기업들에게 어쩌면 기회가 될 지도 모르겠고, 또 어떤 면에서는 위기가 될 지도 모른다. 단순 협력(MOU 외) 그 이상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에 와있다는 생각이다.
서로가 입을 모아 데이터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는 여전히 내 일이 아닌, 누군가의 일이다. 따라서 데이터 비즈의 선발기업은 데이터만으로도 기존 시장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수익원을 갖게 될 것이란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 데이터를 보유하는 기업이 이해관계로 얽힌 생태계의 승자로 자리 매김할 것이다.
두 번째 글이었던 <새벽배송: 데이터는 배송박스를 타고 언택트와 친환경 비즈로>에서 박스가 데이터를 생산하는 매개체이고 친환경 비즈를 만들 수 있는 도구임을 언급하였다. 해당 주제는 환경부의 제품 포장관련 입법예고와 맞물려 있으나 주요 논지에는 차이가 있다. 그것은 친환경포장을 구현하는 방법으로, 포장기법이나 소재보다 박스의 반복 재사용에 가중치를 둔다는 점이다.
친환경이란 공공의 목적을 위해 공공섹터의 역할(법과 제도 외)과 민간섹터의 역할이 있다. 이들 중 기업은 친환경 이미지를 만드는 마케팅에서 새로운 수익원이 되는 친환경활동을 찾아야 한다. 이 활동은 기존의 아웃소싱을 통한 박스 풀링보다 오히려 B2C 데이터 서비스정책에 방점을 둔다. 친환경 문제는 공공 입장, 기업 입장, 그리고 소비자 입장으로 서로 대별시켜 이해할 수 있다. 이 글은 박스를 기업 입장과 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본 글이었다.
세 번째 글이었던 <새벽배송: 친환경박스, 네가 거기서 왜 나와?>에서 새로운 비즈모델로서 X박스를 언급하였다. 이 비즈 구현을 위해서는 X박스(NFC, 전자송장 외), 오프라인 인프라(배송, 회수시스템 외), 오프라인 IT 인프라(오퍼레이션 센터 외), 소비자 정보서비스(모바일 서비스 외) 인프라를 언급하였다.
이커머스 기업은 친환경포장 정책으로 여러 가지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첫째, 자연으로부터 얻는 소재를 이용한 친환경포장소재와 마케팅전략, 둘째, 주요 상품별 박싱에 대한 박싱 공유인프라 구축 전략, 셋째, X박스 임대나 포장비용의 외부화 전략 등이다. 첫 번째 글에서 언급했듯이 친환경경영 전략으로 많은 아이디어들이 다뤄질 수 있고, 실제로 기업정책으로 집행될 수 있다. 다만 환경문제는 각 세대별로 그 의식정도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50대 이상 소비자, 30/40대 소비자, 10/20대 소비자 간의 환경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없을까? 이 인식의 차이는 단순 친환경 마케팅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 한다는 뜻이다. 이상의 세 편의 글과 기업 대표님들과 미팅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는 한 가지였다. 그것은 이커머스 기업이든 박스 기업이든, 공공의 목적을 위한 친환경포장은 단순 마케팅이나, 주문생산이나, 규제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위대한 혁신’이 필요한 까닭이다.
친환경 관련 기후환경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고, 법과 제도는 당근과 채찍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소비 가치 중심에 ‘친환경 가치 소비’를 가져오고 있다. 환경을 위한 위대한 혁신의 중심에는 소비자가 있고, 기업이 있고, 공공 정책의 역할이 서로 맞닿아 있다.
언택트 비즈, 고객의 '자존감'에 배팅하라
세 번째 글에서 언급한 고객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과 X박스에 관한 이야기로 글을 이어가 보자. 새벽배송 기업이 언택트 비즈를 위해 원하는 배송 시간과 장소를 고객에게 묻는다면 과연 “알아서 주세요”라고 할까? 아니면 “언제 어디에 전달해 주세요”라고 할까? 만약 “알아서 주세요”라고 한다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고, 구체적인 의사를 표현했다면 고객이 전달해준 메모가 의미 있는 서비스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 남겨진 고객의 메모가 언택트 비즈의 시작점이다.
▲ 소비자들은 친환경을 목표로 하는 기업과 가치를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소비를 원하고 있다.
언택트 비즈는 시간차이다. 물건을 가져다 놓는 시간과 고객이 제품을 가져가는 시간차 서비스이다. 언택트 비즈의 핵심은 고객의 자존감에 배팅하는 것이다. 언택트 장소가 아파트 우편함 같은 택배함이든, 지하철 유휴공간이든, 드론이든, 그 방법은 헤아릴 수 없이 테이블에 올라오고 있고, 각 방면의 시도가 있지만 넘어야할 허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제약요건 중에는 사회적 합의가 있고, 자본투입, 이종이나 동종간의 컨소시움, 참여형태, 역할조율 등이 남아 있다.
그러나 고객은 이런 복잡한 것에 관심이 없다. 고객은 자신이 지불한 돈으로 제품만 사고 싶어 하는 것만은 아니다. 자신을 대접해주는 서비스에 더 관심이 있다. 주문한 제품의 신선함(신선식품, 저온유통식품의 경우), 박스의 세련미, 회사로부터 존중과 배려를 받고 있다는 느낌, 작은 구매활동이지만 스스로 환경보호에 일조한다는 참여감, 여기에 구매에 따라 리워드가 주어지고, 결제수수료 일부를 되돌려 받고, 해당 회사와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 이런 사소한 것들에 오히려 더 관심이 있지는 않을까?
친환경과 수익창출, 한꺼번에 잡을 전략
또 X박스를 통해 이커머스는 기존의 포장비용을 제로화하는 게 불가능할까? 박스기업은 단가경쟁이 아닌 데이터비즈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는 없을까? 예로 X박스 기업이 오프라인에 박스회수와 세척 및 유지보수 인프라가 있고, 배송/회수 정보를 앱을 통해 박스의 위치, 고객정보 생성/해지를 위한 오퍼레이션 센터가 있고, X박스(전자송장 탑재된, NFC 인식 안테나가 장착된, 전자송장과 안테나 전파 사이의 간섭현상이 해결된)가 있다면, 이커머스 기업은 이 기업에 박스서비스 일체를 외부화할 수 없을까?
혹은, X박스 기업은 박스임대료, 결제수수료, 모바일 서비스로 수익을 내는 플랫폼을 가질 순 없을까? 이런 기업이 개발비가 높은 X박스를 시장에 무료로 제공한다면 또 어떨까? 왜냐하면 이러한 플랫폼의 주요 캐시카우는 임대료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기업은 X박스 서비스를 내부에 둘 수 있고, 또는 외부에 둘 수 있는 기회도 더불어 갖게 된다. 분명한 것은 위와 같은 박스 서비스는 친환경활동과 수익창출(비용절감)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구의 기후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친환경물류의 ‘위대한 혁신’은 ‘박스’와 ‘회수’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한다. 지금까지 이번 시리즈와 함께해주신 모든 독자님께 깊은 감사를 올린다.
저자는 한양대 공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는 2010년 3월부터 연세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물류관련 논문63편과 지적재산권 13개 중 6건의 기술이전 경험이 있는 교수다. 교통물류계획(2005)외5종의 저역서가 있으며, 알버트 넬슨 평생공로상(2018)을 수상한 바 있다. JAT(Journal of Advanced Transportation) Lead Guest Editor를 맡은 바 있으며, 물류/공급망의 정보공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