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촉’ 세운 물류업계
삼성광주전자 합병, 물류사 변경
IT·MRO 등 계열사 움직임 ‘주목’
[로컬경제] 국내 물류업계가 삼성을 향해 귀를 쫑긋 세웠다. 연간 수조원대의 물류비가 발생되는 삼성은 육해공 화물운송시장의 큰 손님이다. 내년 1월 1일부로 삼성전자와 합병하는 삼성광주전자를 시작으로 계열사들의 물류계약 변화가 곳곳서 감지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광주전자는 내달 중 물류협력사인 한솔CSN과 계약을 마무리한다. 계약주체가 삼성전자로 바뀌는 까닭이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물류자회사인 삼성전자로지텍이 업무를 승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지역 화물운송시장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 동안 삼성광주전자에 지입제로 화물차를 공급했던 개인 및 중소업체들의 계약도 변경되기 때문이다. 대형 화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영세화물업체들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광주공장서 생산되는 수출용 전자제품은 하루 평균 40피트 컨테이너 250개, 내수용은 200~300여개로 추정된다. 운송업체 한 관계자는 “다단계구조인 화물운송시장은 재계약 때마다 화주-물류업체-운송협력사로 이어지는 운임인하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룹의 조달청 격인 소모성자재(MRO) 구매대행사인 아이마켓코리아도 내년 상반기 중 물류변화가 예상된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기업공개를 통해 자체 물류센터 확보와 물류시스템 구축에 총 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MRO시장 2위업체로 지난해 매출 1조1812억원을 기록했다. 그 동안 아이마켓코리아는 전문물류기업에 물류를 위탁했다. 그러나 최근 아이마켓코리아는 위탁물류업체에 더 이상의 계약연장이 힘들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업계는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시스템 구축과 창고확보는 자가 물류진출을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조달시장 등 해외 진출로 인한 사업 확장에 따른 물류재정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전체적인 물류업무를 총괄하되 운송은 택배 등 전문기업에 맡기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관련업계는 삼성의 물류체계에 대변화를 예견하는 눈치다. 그 중심에는 삼성SDS가 있다. 올초 삼성SDS에는 대한항공과 범한판토스 등 항공 및 해외물류 전문가들의 이직이 이어졌다.
회사 측은 물류 관련 IT서비스를 고도화하고, 협력사까지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업계는 삼성SDS의 물류업 진출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배경에는 전 삼성전자 물류를 총괄하던 김형태 전무가 삼성SDS로 이직한 것과 중견 물류컨설팅업체의 인수설, 삼성전자로지텍과의 합병설 등이 현장에서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물류기업 한 관계자는 “국내 물류시장이 삼성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구조는 그만큼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라며 "항공화물 포워딩의 경우, 삼성의 협력사가 되느냐, 못되느냐에 따라 시장 순위가 달라질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계열사 간 합병과 인수설 등 SDS의 물류업 진출과 관련한 소문은 루머일 뿐 사실과 다르다”며 “여러 가지의 내용을 미루어 짐작해 과대포장을 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김철민 기자 olle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