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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우유를 넘어’, 진화 거듭하는 요즘의 정기배송을 만나다

by 임예리 기자

2020년 01월 15일

익숙한 정기배송 서비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로 재주목 받다

정기배송 물류 접목해 시작한 스타트업, 그들의 이유 있는 변화

 

글. 임예리 기자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라 불리는 정기배송 서비스. 우리에게 익숙한 신문배달이나 우유 배달을 생각하면 사실 정기배송 서비스가 마냥 신선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최근 패션부터 밀키트, 유아용품, 도서, 취미까지 ‘개인 맞춤형’ 구독모델이 각광받으며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8년 맥킨지앤컴퍼니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미국의 서브스크립션 시장은 2011년 5700만 달러에서 2016년 26억 달러 규모로 지난 5년 간 100% 이상씩 성장했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정기배송을 활용하는 다양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온라인 도서 플랫폼 ‘플라이북’과 취미생활 플랫폼 ‘하비풀’을 통해 소비자를 중심으로 진화하고, 또 변화하는 정기배송 서비스에 대해 알아본다.

 

습관을 만드는 정기배송, 가치까지 더하다

 

책을 읽고 싶어 무작정 대형 서점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서점 안을 둘러보며 ‘이 많은 책들 중에서 뭘 읽지?’라는 고민을 한 적이 있지 않을까. 한국 도서시장에서 매년 새로 출간되는 책은 대략 6만3000여 종*. 이미 사고 싶은 책이 정해 놓고 서점을 간 경우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겠지만, 너무 많은 책을 둘러보다 보면 결국 종종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아이 쇼핑’에 그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 대한출판문화협회 2018년 출판통계

 

플라이북은 책을 읽고 싶지만 자신과 맞는 취향의 도서를 찾기 어려워하는 등의 이유로 책을 가까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빅데이터 기반의 도서 플랫폼이다. 독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황별, 기분별로 맞춤형 도서를 추천하는 서비스와 함께 책 정기배송 서비스 ‘플라이북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플라이북이 처음부터 책 추천 서비스와 정기 배송 서비스를 기획한 것은 아니었다. 독서 커뮤니티를 운영하다 보니 참여자들로부터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에 대한 문의가 늘어났고, 이후 추천 서비스를 개발하게 됐다는 것이 플라이북 측의 설명이다. 보통 책을 고를 때는 자신의 기분이나 상황에 맞춰 고르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플라이북의 서비스 콘텐츠를 구성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에 따라 현재 플라이북은 고객의 등록한 개인정보(나이, 직업, 기분, 관심사 등) 및 독서취향(선호하는 책의 양, 장르 등)과 플라이북이 보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독자의 상황이나 기분에 맞는 책을 추천한다.

 

‘플라이북 플러스’의 탄생 계기도 이와 비슷하다. 플라이북이 처음부터 도서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아니었다. 플라이북 서비스 초기 고객은 책을 ‘대여’해 받아볼 수 있었다. 고객이 대여를 요청하면 플라이북의 직원이 직접 책을 들고 방문하고, 일주일 정도 뒤에 다시 도서를 회수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도서 대여를 원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요청 지역 역시 다양해지면서 2016년부터 택배를 통해 도서를 보낸 것이 플라이북 플러스의 시작이었다는 설명이다. 2016년 1월 공식적으로 출시한 플라이북 플러스의 서비스 가입자 수는 누적 3만 명 정도이며, 2019년 9월 기준 1000명 이상이 플라이북 플러스를 통해 책을 받아보고 있다.

▲ 플라이북 플러스 서비스

 

플라이북 플러스의 핵심은 고객이 ‘꾸준한’ 독서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 활용되는 방식이 바로 ‘정기배송’이다. 플라이북 플러스의 이용권은 1개월, 3개월, 6개월, 12개월 4가지로 나뉜다. 플라이북 플러스의 기획을 담당하는 황수빈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는 “현재 가장 많이 판매된 것은 3개월 이용권”이라며 “독서 ’습관’을 기르고 싶은 독자들이 주로 정기권을 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외에 음악 스트리밍처럼 자동 결제되는 1개월 이용권 역시 비슷한 이유로 결제율이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재미있는 점은 고객이 책을 받아 보기 전까지 어떤 책이 오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나이대나 직업이 비슷하면 같은 책을 받을 확률이 있지만, 고객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추천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플라이북 플러스는 단순히 책만 배송해주는 것이 아니라 책과 함께 플라이북에서 제작한 북커버와 함께 책을 추천하는 이유가 담긴 엽서, 책을 읽을 때 들으면 좋은 추천음악이나 영화가 적힌 메모장과 함께 간식 등 작은 리워드(상품)도 함께 보내진다. 단순히 상품으로서의 책이 아닌 ‘선물’을 받는 기분을 전달하겠다는 것. 황 디자이너는 “같은 책이지만 기획 의도에 따라 콘셉트가 달라지기도 한다”며 “기획된 콘셉트에 어울리도록 상품을 구성하다 보니 현재까지 포장 기준으로 2000가지의 콘셉트가 탄생했다”고 전했다.

▲ 플라이북 플러스의 포장엔 콘셉트에 따라 다양한 부자재가 투입된다.

 

플라이북 플러스 초기, 내부에서 모든 포장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이 황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하지만 점점 콘셉트가 다양해지고 그에 투입되는 상품이 많아짐에 따라 현재는 물류 협력사를 두고 포장과 배송업무를 진행 중이다. 황 디자이너는 “모든 고객에게 같은 상품이 가는 것이 아니라 받는 사람에 따라 포장해야 하는 책과 구성품이 다르기 때문에 섬세한 관리를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플라이북은 개인의 독서습관에 맞춘 배송 서비스도 도입할 계획이다. 황 디자이너는 “실제로 책 읽는 속도가 느려 두 달에 한 번 책을 받아보고 싶다거나 반대로 한 달에 두 권씩 책을 받아보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며 “시스템 개선 작업을 통해 배송 주기나 배송되는 도서량 면에서 한층 더 개인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기배송에서 즉시배송으로, 하비풀의 이유 있는 변화

 

플라이북의 경우 도서 큐레이션 서비스에 정기배송을 활용한 사례다. 단순히 돈이나 시간을 아끼는 차원이 아니라 구독자의 성향을 고려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함이다. 2016년 설립된 온라인 취미생활 플랫폼 하비풀 역시 약 2년 간 위와 같은 맥락에서 정기배송 서비스를 진행했다. 소비자가 즐기고 싶은 취미를 고르면, 매달 재료와 도구가 담긴 클래스 키트를 받아보고 영상을 통해 취미활동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 하비풀은 현재 마크라메부터 자수, 뜨개질, 가죽공예 등의 취미 클래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비풀이 정기구독 모델을 선택한 것은 기본적으로 정기배송이라는 전달 방식이 ‘취미를 구독한다’라는 하비풀의 브랜드 콘셉트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양순모 하비풀 대표는 “설립 초기에 서비스의 컨셉을 강조함과 동시에 물류 업무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한 달에 한 번 클래스 키트를 보내는 정기구독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취미’라는 행위의 소비 특성을 정기배송으로 대응하는 데에 어려움이 생기기도 했다. 가령 기저귀나 면도기, 생수와 같은 생필품은 소비자의 기호와 관계가 적고 소비 패턴이 비교적 일정해 정기 결제할 확률도 높다. 이에 반해 취미는 개인의 취향이나 선호가 선택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는 행위, 즉 변동(Variation)이 비교적 큰 행위라는 것.

 

이런 취미의 특성을 고려해 하비풀은 정기 결제가 아닌 ‘간편결제’ 방식을 도입해 취미 선택의 자유도를 높였다. 양 대표는 “자신이 원하는 취미를 직접 고르는 경험을 가장 잘 뒷받침해줄 수 있는 결제방식이 간편결제라고 판단했다”며 “같은 맥락에서 내가 선택한 취미를 ‘내가 원하는 때에’ 받아볼 수 있는 즉시배송에 대한 고객 요구가 점차 늘어났고, 이에 즉시배송 시스템을 구축을 기획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물류 방면에서 정기구독이 가진 장점은 수요예측에 유리하다는 점이다. 원자재(취미 제작 재료)와 도구가 함께 배송되는 하비풀의 클래스 키트는 자재 구매부터 재고 관리, 포장 단계에서 일반 이커머스 상품 물류와는 다른 어려움이 존재하기에 수요예측은 더욱 중요해진다. 하비풀 측에 따르면, 현재 클래스 키트에 활용되는 원부자재는 SKU 기준 650여 개 정도다.

▲ 자수, 가죽공예, 수채화 등 취미의 경우 여러 하위 클래스가 있어 필요한 도구가 겹치기도 한다. 하비풀은 고객이 도구를 여러 번 구매할 필요 없도록 기본 도구만이 담긴 ‘스타터키트’를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가령 프랑스자수의 스타터키트엔 수틀, 가위, 핀 쿠션이 포함되어 있다.

 

송민섭 하비풀 물류팀장은 “자사 물류 업무 특성 상, 원자재가 클래스 키트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지의 여부 등 조건에 따라 수요예측에 적용하는 가중치가 달라지는데, 정기 구독의 경우에는 이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 달 주문 물량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즉시배송을 시작하면서부턴 쇼핑몰처럼 수요예측과 재고관리 등 물류 방면에서 이전보다 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해졌다는 것이 송 팀장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점점 더 다양해지는 고객의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하비풀 측은 향후 물류 부문을 완전 내재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가령 현재 클래스 키트의 포장은 임가공 과정과 합포장 과정 두 단계를 거쳐 완료된다. 하나의 클래스 키트에 들어가는 원부자재 중 몇 개의 원부자재를 소포장 하여 파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로 임가공 과정이다. 이후 노인 및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설립된 물류 스타트업 ‘두손컴퍼니’를 통해 최종 키트 조립과 합포장, 배송 업무를 진행한다.

 

여기에 하비풀 측은 고객의 수준에 맞춘 다양한 취미 상품을 론칭하기 시작했다. 하루 만에 완성할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뿐만 아니라 일정 기간을 두고 취미를 즐기는 ‘정규 클래스’, 이후 소비자가 재료만을 가지고 스스로 취미생활을 할 수 있도록 ‘스토어’ 등을 선보이며 고객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이에 따라 앞서 언급된 것처럼 물류 역시 기존의 일반 이커머스 물류의 성격을 띌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양 대표는 “취미라는 행위가 한 번 배우고 난 뒤에 더 어려운 수준의 것을 배우거나 응용하고 싶은 욕구로 이어지는 특성이 있기에 위와 같은 기획이 가능했다”며 “즉시배송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이런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원자재 관리부터 단위별 포장 및 배송 과정까지 한 번에 제어할 수 있도록 물류 시스템을 내재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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