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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진행되는 화물운송시장, ‘정년연장’보다 중요한 것들

by 임예리 기자

2019년 09월 20일

고령화 심화되는 화물운송 시장, 연령별로 업무 형태 또한 차이 보여

정년연장? 운전자 고령화? 과연 '나이'만이 운전 위험요소일까

20~30대 청년 운전자가 없다, 화물운송시장이 가진 장벽은 무엇인가

 

글. 임예리 기자

 

 

지난 6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년 연장’과 관련한 논의의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이는 정년이 없는 화물차운송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화물차 운전기사의 평균연령 54세. 높은 시장진입 비용 대비 낮은 수익성,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청년층 신규 인력의 유입은 점점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함께 화물운송시장에서 ‘운전자 고령화’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피해에 대한 우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정말 나이만이 화물차 교통사고의 원인일까?

 

정년연장 논의 본격화, 운송시장선 ‘50대’가 대세

 

한국의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며 경제성장률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했다. 지난달 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TV 프로그램에서 공개적으로 “정년 연장 관련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며, 논의가 마무리되면 정부 입장을 제시할 것”이라 밝혔다. 앞서 올해 2월엔 육체노동자의 ‘노동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노동가동연한: 노동을 종사해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령의 상한. 각종 사고로 사망하거나 영구적인 장애를 입었을 경우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중요 척도가 된다.

 

물론 정년연장에 따른 청년 고용 감소, 기업 부담 증가 등의 문제가 우려되는 만큼 단기간 내 정년이 65세로 연장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역시 해당 사항을 중장기과제로 인식해 ‘속도조절’에 나섰다. 7월 발표 예정인 ‘인구정책 범정부 테스크포스(TF)’ 1차 논의 결과가 나온 이후에 정년연장에 대한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하반기에 진행될 2차 논의에서 단계적 정년연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년연장 논의가 촉발된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있다. 그리고 고령화 추세는 도로 위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통상 고령 운전자로 간주되는 만 65세 미만 운전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인데,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70세 이상이 소유한 자동차(등록 기준)는 138만6222대로 지난 2012년(76만1070명)에 비해 1.8배 이상 증가했다.

 

화물차운송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화물차 운전자의 평균연령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사업용 화물차 운전기사의 평균연령은 54세로 나타났다(2017년 기준). 같은 기간 상용근로자*의 평균연령이 41.6세인 것에 비해 비교적 높은 수치다. 화물차 운전기사의 평균 연령이 높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20~30대 젊은 연령층의 유입 자체가 적고, 신규인력이 유입되더라도 대부분 중·장년층이기 때문이다.

*상용근로자: 안정적으로 고용되어 있는 근로자. 통계청 기준 1년 이상, 고용노동부 기준 3개월 중 45일 이상 고용계약기간을 맺은 근로자를 말한다. 해당 평균연령은 고용부 기준.

 

▲ 사업용 화물차 운전자 연령 추이(출처: 한국교통연구원)

 

실제 현장에서도 현재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화물차 운전기사의 나이대를 50대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화물운송 배차 업무 12년 경력의 한 업계 관계자는 “얼핏 생각하면 화물차 운전기사 중엔 체력적으로 유리한 20~30대가 많을 것 같지만, 막상 현장에선 해당 나이대의 사람들 중엔 운송에 대한 경력이 짧고 큰 차를 운전하는 요령이 부족해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6개월~1년 만에 그만두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이에 반해 40~50대는 이미 사회 경험과 운전 노하우가 있고,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화물운송 업계에선 일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이해하고 있어 일에 대한 욕심도 많고 업무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화물차 운전기사 중엔 퇴직이나 정년퇴직을 한 이후에 혹은 다른 사업을 하다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화물운송업에 진입한 사례도 종종 만날 수 있다. 시장의 신규인력 연령대가 높은 특성은 택시운수업과 비슷한 모습이다. 우리 사회에서 운전은 소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여겨졌고, 힘들지만 면허증만 있으면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일정 기간 사회생활을 마친 40~50대의 사람들이 진입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 중·장년층에게 화물차 운송은 소위 ‘마지막으로 하는 사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로 화물차 운전 17년 경력의 유우석 씨는 “40대에 처음 화물차 운전기사로 전직을 결심했을 당시, 사회 전반적으로 화물운송업이 몸은 힘들지만 벌이는 좋은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나 역시 다른 일을 하다가 정년이 지난 나이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화물운송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비슷한 듯 다른 세대별 작업 형태

 

승용차 운전보다 더 많은 주의력이 필요한 화물운송 업무에 있어 체력이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것은 업계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 배경 아래 화물차 운송 업무는 세대별로 조금씩 다른 모습이다. 장거리 운전일수록 체력 소모가 크기에 서울-부산과 같이 도를 넘나드는 장거리 운행에는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비율이 높고, 시내에서 당일에 이루어지는 단거리 운송은 비교적 나이가 많은 운전기사들이 선호한 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내 화물차 운전기사의 일평균 근로시간은 13시간으로 비교적 긴 편이다(2018년 말 기준). 이 시간은 순수하게 ‘운전대를 잡고 있는’ 시간을 가리키지만은 않는다. 땅이 좁은 우리나라 특성 상 한 번의 운송에 8시간, 10시간 내내 운전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목적지에 간 이후 다시 출발지로 돌아올 때에 공차로 인한 손해를 피하기 위해 화물을 싣게 되면서 돌아오는 주문을 기다리는 대기시간과 추가 근로시간이 더해져 일일 근로시간이 증가하게 된다.

▲ 일반화물운송업 차주의 운행시간 및 운행 외 시간(출처: 한국교통연구원 화물운송시장정보센터)

 

이에 대해 20년 경력의 화물차 운전기사 송용진 씨는 “보통 기사들은 차에서 대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 온전히 피로를 풀 수 있는 환경이라 말하기 어렵고, 운행 횟수가 늘어날수록 작업 피로는 쌓이게 된다”며 “사람은 나이가 먹을수록 피로 누적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에 화물차 기사들은 나이가 들면 단거리 운송 시장으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화주나 운송사는 화물차주의 나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얼핏 생각하면 체력적인 우위를 가진 젊은 층의 기사를 항상 선호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배차 요원은 상황에 따라 체력보다 경력을 가진 운전기사를 우대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복수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동 업계 관계자는 “가령 5톤 미만의 작은 화물차가 투입되는 운송에서 ‘수작업’이라 불리는 화물 상하차 작업이 필요할 때가 있다. 보통 화물차 운전기사가 수행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택배보다 무거운 화물을 옮겨야 할 때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기에 오히려 거친 근무 환경에선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기사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나이만이 위험 요인일까

 

최근 몇 년간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비중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2월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65세 이상 전체 운전자 가운데 75세 이상 운전자의 사고 비중은 32.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도로교통법 등의 개정을 통해 노인 운전자에 대한 운전 교육 이수를 의무화하고 면허 반납을 유도하는 등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정책이 도입되고 있다.

▲ 지방자치 단체 역시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예방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올해 1월부터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해 면허가 실효된 서울거주 70세 이상 운전자에게 10만 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운전’이 핵심인 화물운송업에서도 해당 논의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특히 개인사업자의 비율이 높은 화물운송 특성 상 은퇴 시기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므로 고령 화물운전기사의 사고 증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지금 당장은 화물차 운전기사의 고령화에만 주목하기보다 열악한 근무환경, 화물차 운전기사의 낮은 수익 구조와 업무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성 등도 교통사고와 연결 지어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가령 지난 3월 발표된 한국도로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대형 인명피해 우려가 높은 화물차 사고의 80%가 졸음운전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경력 10년차의 한 배차 관리자는 “과적이나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의 직접적 분명 차주에게 있지만, 화물차 시장의 구조적인 환경이 차주가 사고를 낼 수밖에 없는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가는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과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과적 화물은 차량 제동 시스템에 무리를 준다. 화물차의 최대 시속이 90km로 맞춰 설계됐다고 해도 차체가 큰 화물차의 특성 상 핸들 조작이 주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과적까지 더해지면 급제동을 하거나 핸들을 조금만 과하게 돌려도 차가 뒤집어지는 등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간선 택배나 수출입 화물과 같이 도착 시간을 정확하게 맞춰야 하는 화물이라면 휴식 없이 달려야 하고, 그로 인한 피로도 누적으로 인해 사고 확률은 높아진다.

 

실제로 교통연구원이 발표한 ‘2017 화물운송동향’에 따르면, 2017년도 기준 일반화물차주의 월평균 총 운송수입(총 매출액)은 평균 879만 원으로 전년대비 소폭 하락했으며, 화물차주의 운송수입은 카고형 차량 운전자를 제외한 전 차종에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경력의 화물차주는 “경기불황과 운송료가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화물차와 번호판 프리미엄까지 지불해 화물운송 시장에 뛰어든 운전자는 소위 ‘한 푼이 아쉬운’ 처지이기에 더 많은 주문을 무리하게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은 먼 얘기? 청년 기사가 없다

 

정년연장과 관련된 우려로 항상 언급되는 이야기가 바로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이다. 정년이 늦춰지는 시간만큼 청년의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것처럼, 화물운송시장에선 신규 유입되는 20~30대의 비율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도 청년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젊은 층의 유입을 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비교적 높은 시장진입 비용이 거론된다. 2017년 기준 일반화물차주가 일시불로 차량을 구매하는 경우 평균 선급금(차량구입금액)은 6692만 원으로, 신차는 1억833만 원, 중고차는 5263만 원이었다.* 여기에 영업용 번호판 프리미엄 가격은 2000~3000만 원을 호가하고 있어 자본력이 비교적 약한 젊은 층은 대출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기도 한다. 기본적인 신용만 갖추고 있다면 내 사업에 도전할 수 있지만, 자기 자본 비율이 너무 낮은 상태로 진입하기엔 대출금 상환이라는 벽에 부딪히고, 무리한 주문 수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교통연구원

 

이 외에 열악한 근무환경 대비 낮은 수익성도 청년층이 화물운송업을 기피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차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데 비해 벌어들이는 소득이 많지는 않다”며 “낮은 청년 유입에 앞서 근본적으로 지금의 운송료가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전 사회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전했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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