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스무살 한중항로와 늙은 카페리선

by 김철민 편집장

2010년 10월 12일

스무살 한중항로와 늙은 카페리선



[로컬경제] 한·중 뱃길이 열린지 20년이 됐다. 1990년 9월15일, 위동항운 소속 카페리선인 골든브릿지호가 인천항을 떠나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로 향했다. 중국 공산당이 집권한 1949년 이후 끊겼던 서해 뱃길이 41년 만에 부활하는 순간이다. 양국은 1992년에 정식 수교를 맺었다.

카페리는 한·중외교의 산증인으로 양국 해상교역을 선도했다. 올해로 스무살이 된 한중 카페리는 어엿한 성인이 됐고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운항 첫해 9412명이던 여객이 지난해 114만명으로 100배 늘었고, 컨테이너 화물도 248TEU에서 38만TEU로 무려 1500배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카페리업계는 성장통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항로 전면 개방과 저가항공사 출현의 영향이 크다. 카페리업계는 스스로 노후된 선박을 교체하고, 벌크 등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수학여행 등 단체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 개선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이 가운데 가장 시급한 문제가 한중 항로에 투입된 카페리의 노후성이다. 카페리업계는 평균 15년이 넘는 낡은 선박을 교체하기 위한 투자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한중 카페리 시장은 양국 정부의 신규 항로 개설과 선복량 제한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린 게 사실이다. 돈도 많이 벌었으니 선박교체가 무슨 문제냐 싶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녹녹치 않다.

한·중 카페리 항로에 취항하고 있는 선사들은 양국 협의에 따라 한국과 중국의 투자비율이 50대 50인 합작사다. 이런 구조적인 요인으로 금융권에서 선박투자에 대한 금융지원이 어려운 상태다.

고가의 카페리를 선사 자체 보유금으로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카페리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고 카페리선의 선가는 2000만달러 이상이며, 신조선가는 5000만달러를 훌쩍 넘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년 수익이 발생하면 주주배당으로 유보금을 남기지 않던 카페리 업체들도 최근 선박 교체를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업체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노후 선박을 교체하기란 힘에 부치는 양상이다.

한·중 카페리는 양국 간 교역증진과 무역발전을 위해 황해의 파고를 쉴 틈 없이 넘어온 만큼 이미 많이 늙었다.

더 늦기 전에 양국 정부가 선사들이 선박을 교체할 수 있도록 금융 등 다양한 정책지원을 모색해야 한다. 젊어진 카페리가 한중 뱃길 20년을 다시 준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철민 기자 olleh@segye.com


김철민 편집장

Beyond me(dia), Beyond logistics
김철민의 SCL리뷰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