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도시내 모빌리티는 물론 부가가치까지...
이동의 혁신 만드는 10개 스타트업 한 자리에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동화가 있다. 동화의 주인공은 작은 애벌레다. 세상에 태어나 그저 먹고 자라던 작은 애벌레는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늙은 애벌레를 만난다. 늙은 애벌레는 작은 애벌레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비가 되기 위해선 이렇게 해야만 해요”
늙은 애벌레에게서 나비란 말을 듣자 작은 애벌레는 가슴이 뛰었다. 늙은 애벌레에게 나비가 무엇인지 말해달라고 사정했다. 그러자 늙은 애벌레가 답한다. “그것은 당신이 앞으로 될 그 ‘무엇’이에요”
애벌레는 그 순간 나비가 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애벌레의 모습을 버려야한다. 기존의 모습을 버리고 누에를 뽑아 고치가 되어 기꺼이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야 한다.
스타트업은 「꽃들에게 희망을」에 등장하는 애벌레와 비슷하다. 세상을 변화시킬 작은 생각에 가슴이 뛰어 자신이 가진 것을 버리고 고치가 된다. 그들은 비상하기 위해 나무에 거꾸로 매달리는 것과 같은 고된 길을 기꺼이 간다.
2018년 4월 18일 본지와 국민대학교 창업지원단이 공동주관한 ‘로지스타데모데이’에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고자 하는 10개의 신생기업이 한 자리에 모였다. 배송, 플랫폼, 이커머스, 풀필먼트 등 공급망물류 각 영역에 초점을 맞춘 스타트업의 발표가 이어졌다.
로지스타서밋 데모데이스테이지2018은 총 10개 스타트업이 참석했다. 각 스타트업당 6분간 피칭 이후 심사위원 질의응답이 4분 이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로지스타데모데이2018에는 ‘나우픽’, ‘왕왕’, ‘와이키키소프트’, ‘소다크루’, ‘플리즈’, ‘열두달’, ‘밸류링크유’, ‘레인지인터네셔널’, ‘피키드랍’, ‘코너스’ 등 총 10개 스타트업이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하여 무대에 올랐다. 라스트마일 물류, 해운, 패키징 등 물류에 특화된 서비스는 물론, 이커머스, 풀필먼트, 결제대행, 보안 솔루션 등 이동의 맥락을 지원하는 다양한 기업들이 모였다.
심사위원으로는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공동대표, 김영덕 롯데엑셀러레이터 센터장, 이동철 케이브릿지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VC(Venture Capital)업계 관계자가 참여했으며, 물류업계에서도 김현우 한진 택배기획/운영담당 상무, 김창수 원더스 대표가 참석했다. 원더스는 로지스타데모데이2016 수상기업이기도 하다.
로지스타데모데이 유니콘상을 수상한 소다크루
국경을 넘는 이동, '기술'이 만든다
<로지스 데모데이 수상기업>
1. 소다크루 : 글로벌 송금을 빠르고 저렴하게
소다크루는 글로벌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현재 해외송금의 문제점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소다크루에 따르면 글로벌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사람들은 은행에 줄을 서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후 각 해외 국가로 송금이 끝나는데 또 며칠이 걸린다. 전 세계적으로 은행 송금 수수료는 약 6%에 달한다는 것도 소다크루가 밝힌 시장의 문제점이다.
소다크루는 자체 개발한 솔루션 ‘소다트랜스퍼’를 통해 24시간 웹 및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중은행대비 최대 90% 저렴한 단일 수수료, 평균 12시간 내 해외 계좌 송금 가능한 속도가 장점이다. 소다트랜스퍼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기존 은행을 이용하여 해외 송금하는 것에 비해 ‘시간’과 ‘금전(수수료)’ 양측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다크루가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핵심 기술은 ‘풀링(Pooling)’과 ‘네팅(Netting)’이다. 풀링은 개인의 소액 송금을 모아서 하나로 처리하는 공동구매 방식이다. 네팅은 국가간 송금 금액을 상계하여 처리해 실제 송금이 이뤄지지 않도록 한다.
소다크루는 핀테크 기업이지만, 국가간 돈의 이동에 있어 기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데모데이스테이지2018 유니콘상을 수상했다.
2. 레인지인터네셔널 : 독일과 한국의 다리로
레인지인터네셔널은 해외직구 및 구매대행 서비스로 독일에 법인을 두고 있다. 레인지인터네셔널은 유럽에 직접 진출, 법인을 설립하여 경쟁업체에 비해 서비스 품질을 높였고, 자체 개발한 IT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 물류를 실현시키고자 한다.
한국 소비자에게 있어 독일제품을 현지 이커머스를 통해 구매하는 데에는 많은 문제점이 따른다. 언어의 장벽과 그로 인한 CS에 대한 두려움은 기본이다. 여기에 글로벌 소비자에게 맞춰지지 않은 결제 시스템, 비싼 가격, 불안정한 수급 등이 또 다른 이슈가 된다. 레인지인터네셔널은 독일과 한국 사이의 판매자와 소비자를 이어주기 위해 창업한 업체다.
레인지인터네셔널은 다년간 경험으로 독일 현지 상품소싱부터 항공사 전달 전까지 자체 구축한 공급망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레인지인터네셔널에 따르면 독일업체는 기존 시스템을 바꾸는 것에 보수적이며, 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중소업체와 쉽게 계약을 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레인지인터네셔널은 분유를 주력제품으로 하는 독일 대형 제조업체와 직접 계약을 하는 등 상품 소싱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3. 밸류링크유 : 해운에 숨 불어넣기
밸류링크유는 해운물류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다. 해운물류 생태계를 전반적으로 아우르고자 고객군을 선사와 물류·화주 기업으로 분류해 솔루션을 제공한다. 한국의 해운산업이 쇠락세를 보이는 와중에 실제 선사들이 수익과 물량을 확보하고 물류비용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밸류링크유에 따르면 현재 한국 화주의 90% 이상은 일주일에 1톤의 물량도 수출하지 못하는 소기업이다. 이런 소형화주들은 자체 보유한 물량이 적다보니 해운선사의 영업대상에서 소외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밸류링크유는 소형화주에게 온라인 채널을 통해 서비스 오더를 내려 자율거래가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지원한다. 밸류링크유는 또한 화주기업의 니즈를 파악하여 운임·선복에 그치지 않고 해운물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서비스 오더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빅데이터로 가공하여 제공할 계획이다. 또 수출입 업무 지원을 위해 물류 컨설팅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도시안의 '이동'은 우리에게!
4. 피키드랍 : ‘공유물류’를 글로벌에서 활용한다면
피키드랍은 대중(Crowd)의 이동 경로를 화물 배송 수요와 매칭시키는 공유 플랫폼이다. 피키드랍의 서비스는 대중의 시공간적 유휴자원을 활용한다. 특정 공간으로 이동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이동에 화물을 더해 누구든지 배송인으로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피키드랍의 배송 시스템은 이러하다. 티맵, 아이나비, 카카오맵, 지하철노선도 등 피키드랍의 솔루션이 설치된 앱을 통해 불특정 사용자가 경로를 검색한다. 피키드랍의 솔루션은 해당 경로에 매칭되는 배송요청을 알려준다. 사용자가 배송인으로 등록하고 요청을 수락, 화물을 픽업, 배송하면 수수료를 제외한 배송비가 지급된다.
피키드랍은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가능성을 보고 있다. 공유물류에 대한 법규가 정립되지 않았고, 저단가 물류비가 일반적인 국내와는 다른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은 물류 인프라가 확충돼 있지 않은 국가가 많다. 이런 국가의 경우 공유경제를 활용하여 빈약한 물류 인프라를 대체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피키드랍의 설명이다.
로지스타데모데이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공동대표
5. 플리즈 : ‘결제’가 라스트마일 문제 해결할까
플리즈는 이륜차를 이용한 소형화물 배송 플랫폼이다. 플리즈의 발표에 따르면 라스트마일 물류에서 발생하는 금액은 물류의 총비용 중 약 30%를 차지한다. 이 구간의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플리즈의 복안이다.
플리즈는 골목형 거점 물류를 통해 사륜차 배송보다 빠른 이륜차 배송을 제공한다. 이륜차 배송은 대표적으로 소화물 퀵서비스와 음식배달대행이 있다. 퀵서비스는 주로 낮 물량이 맞고 음식배달은 주로 밤 물량이 많다. 기존 시장의 업체들은 퀵서비스와 배달대행을 따로 운영하기 때문에 물량분배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게 플리즈의 설명이다. 플리즈는 퀵서비스와 배달대행을 같이 함으로서 낮과 밤의 물량분배 효율성이 높였다.
플리즈는 이와 함께 가상계좌를 통해 24시간 은행과 연동한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객이 배달대행료를 계좌에 선충전하고 배송기사는 금액을 포인트로 지급받는 방식이다. 배송기사가 포인트로 받은 배달대행료는 24시간 현금화가 가능하다.
6. 나우픽 : 24시간 온디맨드 물류로
나우픽은 즉시배달 가능한 온라인 쇼핑몰 서비스를 제공한다. 24시간 연중무휴, 주문즉시, 온라인으로 주문하기 어려운 상품도 손쉽게 주문 가능하다는 것을 특징으로 내세운다. 한 개의 상품만 구입하는 고객이더라도 물류비만 부담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한 시간 이내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나우픽은 24시간 온디맨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강남에 소형 온라인 물류센터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을 미리 매입하여 재고를 보유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배송하는 방식이다.
현재 나우픽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편의점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코스트코나 이케아 등 편의점에서는 볼 수 없는 상품구색을 갖춘 것도 특징이다.
7. 코너스 : 이동 아닌 ‘공간’의 활용
코너스는 라스트마일물류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라스트마일을 위한 ‘공간(Storage)’이 존재하는가 하는 고민에서 탄생한 업체다. 코너스는 기존 파주, 광주 등 수도권 외곽에 위치한 물류센터를 도심 내 골목으로 끌어 오고자 한다. 코너스의 도심 물류센터는 ‘최소화’를 지향한다. 소형 창고를 찾고, 동시에 소형에 맞는 자동화 설비를 최소화하여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맞춤형 도심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코너스의 설명이다. 온라인 유통업체에게는 도심형 물류공간을 제공할 수 있으며, 배송 리드타임이 중요한 신선식품 업체에게는 해당 시간을 맞출 수 있는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공급망에 '가치' 불어넣기
8. 와이키키소프트 : 공급망 ‘보안’은 우리에게!
와이키키소프트는 생체정보 기반 인증 솔루션을 개발한 업체다. 와이키키소프트의 솔루션은 기업내 보안이슈로 인해 사용자 인증이 필요한 모든 업무에 적용 가능하다. 스마트밴드를 통해 사용자가 생체 정보를 제공하면 별도의 지문등록이나 출입카드 소지 없이 보안인증이 필요한 장소에 출입이 가능하다.
와이키키소프트의 특장점 중 하나는 특허출원한 자체개발 기술로 ‘저사양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이용한 인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생체정보를 이용하기 때문에 편리와 안전, 인증을 요구한 사람의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와이키키소프트의 발표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 인증 시장은 연평균 66.5%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국내 시장 역시 연평균 19.2%로 성장하고 있으나 국내에 비해 해외 수요가 더 크다. 때문에 와이키키소프트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보안인증 시장을 공략하고자 한다.
9. 열두달 : ‘단체음식’에 초점을 맞춰서
열두달은 단체음식을 배달하는 푸드테크 서비스다. 푸드 스타일링을 통해 포장과 배송에 대한 솔루션 제공에 주력한다.
플리즈에 따르면 단체음식 시장은 일명 ‘법카시장’이라 불린다. 한 번에 많은 수요가 발생하고, 가격단가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단체음식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내가 먹을 음식’이 아니라 ‘남에게 보여줄 음식’이다. 때문에 포장에 중점을 둔 사륜차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이륜차 배송을 했을 때 내용물이 흐트러져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편, 열두달은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취약계층, 새터민 등 가맹점으로 선정하여 푸드 스타일링을 지원하고 있다.
로지스타데모데이 행사에서 발표하는 안형선 왕왕 대표
10. 왕왕 : ‘사회 가치’를 위한 물류
왕왕은 온라인 판매를 위한 3PL 및 창고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안형선 왕왕 대표는 현장 경험을 통해 50대 이상 시니어가 많이 근무하는 열악한 물류 환경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에 기업 주도하에 근무환경을 개선하고자 한 것이 왕왕의 아이디어다.
물론 왕왕은 여타 3PL업체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사업에 대한 왕왕의 비전과 동기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왕왕은 안전한 작업환경을 위해 위험한 현장에는 사람보다는 ‘기계’를 도입, 활용한다. 또 경력단절 여성 채용을 통해 소비자에게는 적절한 가격, 직원에게는 적절한 복지를 제공한다는 게 왕왕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워킹맘, 워킹대디를 위한 직원복지 금액을 책정하기도 했다.
왕왕은 이커머스 스타트업과 크라우드펀딩 업체를 메인 타깃으로 한다. 특히 여성용품이나 위생용품을 판매하는 업체들 사이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왕왕의 설명이다.
고치를 깨고 나비로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고치속 작은 애벌레는 주변이 점점 어두워지자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기나긴 어둠을 거쳐 어느 날 고치에 한 줄기 빛이 비쳤다. 고치를 깨고 나온 작은 애벌레는 직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애벌레의 여정은 험난했고, 포기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결국 나비가 돼 하늘로 날아올랐다.
로지스타데모데이2018에서 자신의 생각과 꿈을 당당하게 말했던 10개의 스타트업이 언젠가 나비가 돼 저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