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통해 제고되는 ‘물류 신뢰도’
상용화의 선결과제, 개념증명·시범부터
최근 독일의 종합물류기업 DHL은 아일랜드의 컨설팅 회사 엑센추어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의 공급망 관리(SCM) 보고서’를 발표했다. 두 회사는 블록체인 기술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블록체인이 접목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계획을 소개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문서의 위・변조를 방지하고, 신용장(L/C)이나 선하증권(B/L)에 접목하거나, 유통 이력을 관리하면 효율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또한 보고서는 물적 자원의 흐름을 추적하고 검증하기 위해 ‘블록체인 플랫폼’ 시스템을 개발해야한다고 역설한다.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공급망에서 일어나는 모든 내용을 저장하고 공유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물류의 투명성과 보안이 강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언급했다.
효율성, 신뢰성과 지속 가능성
블록체인 기술이 물류영역에서 효율성을 가져온다는 주장의 핵심은 기존 관행처럼 여겨지던 요식 체계와 문서 업무를 줄일 수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
물류에 블록체인을 적용할 경우 제조부터 고객에게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래내역을 길고 복잡한 문서작업 대신 블록체인 시스템에 기록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재화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과정에서 사실정보가 체계적으로 기록되므로 거래당사자 간 법적 소유권 분쟁이 사라진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이는 곧 물류 신뢰성이 높아지는 것과 연결된다.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얽힌 공급망 특성 상 배송 지연, 상품 추적 등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게 지금의 상황이지만 사실정보를 조작할 수 없는 블록체인이 해답이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말한다.
아울러 블록체인이 지속 가능한 물류 생태계를 만드는 것에도 기여한다는 분석이다. 정보가 공개되는 블록체인 특성상 고객에게 제조와 유통과정을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망을 실사례에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일례로 영국의 디자이너 마틴 자가드는 블록체인 유통망 스타트업 프로버넌스와 협업해 패션산업에서 공급망을 완전 투명화 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했다.
▲ 블록체인을 패션 공급망에 활용한 프로버넌스
프로버넌스의 솔루션은 고객과 유통업자, 각 단계의 거래자가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유지하도록 돕는 데 목적을 뒀다. 회사가 만든 블록체인 기반의 시스템을 적용해 고객이 유통 이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곧 누구나 원자재의 생산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고, 고객이 믿을 수 있는 상품을 통해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유도하게 된다는 장점을 가진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영국의 스타트업 에버렛저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윤리적 거래를 창출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다이아몬드 등 기존에는 비윤리적인 유통과정을 거치던 상품이 윤리적은 방법으로 취득・유통되는지 판별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공급자와 중개인, 구매자 간의 유통 증명서를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만들어 조작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에버렛저의 다이아몬드
블록체인이 가진 잠재성
이와 함께, 보고서는 국제무역을 담당하는 물류산업의 효율성이 높아지면 세계 경제가 동반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국제무역에서 공급망 관리의 장벽이 사라질 경우 세계 총생산(GDP)이 약 5% 증가하고 국제 교역은 15% 상승한다고 전망한 바 있다.
더불어 세계 물동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해상운송 운임도 낮출 수 있다고 역설한다. 기존 해상운송의 정보 교환은 주로 서류를 통해 이뤄져왔다. 때문에 불필요한 서류작업과 승인작업이 높은 해상운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거래에서는 효율성이 증대된다. 이는 곧 비용절감과 연결된다.
실제 머스크와 IBM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들 업체는 글로벌 블록체인 시스템을 개발해 무역 흐름과 ‘단대단(end-to-end) 화물 추적’을 디지털화(化)했다. 이는 곧 수 천만 개가 넘는 선적 관리를 수월하게 만들었고, 출하 지연이나 서류 위조를 방지해 수 조원의 비용을 절감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해상운송에서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선하증권(B/L) 등 문서를 디지털화한 사례도 있다. 해상운송 업체인 짐(ZIM)은 선하증권을 디지털화한 기술을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시범 단계인 짐의 서비스는 비용을 절감하고 오류율을 낮췄다는 업계 내・외부의 평가를 받았다.
엑센추어의 국제물류 컨설팅 담당 아드리안 다이너는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화주, 수탁업체, 운송업체, 주선업체, 항만 당국, 세관, 은행과 보험업체 등 다양한 주체가 수 백 만 달러의 이익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망이 투명해지면
물류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공급망을 투명하게 만드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시도되고 있다. 핵심은 상품의 원자재가 어디서 구해지고, 어떻게 제조되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관리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월마트는 블록체인을 사용해 공급망의 투명성을 높이고 출처를 증명하는 방법을 시도한 기업 중 하나다. 월마트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돼지고기와 멕시코산 망고에 블록체인을 활용한 시스템을 적용해 음식의 배송과정을 투명화하고 신선도를 높이는 성과를 만들었다.
해당 사업 이후 월마트는 중국 내 식품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블록체인식품 안전협회(Blockchain Food Safety Alliance)’를 출범시키고 추적, 배송과 안전성 등을 관리하는 기업과 추가적인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블록체인과 물류의 융합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면서, 물류업계는 효율적이고 가치 있는 다음 단계를 위한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이에 보고서는 정부와 기업이 블록체인 기술의 필요성을 파악하고 상용화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 선결과제로 등장하는 것이 블록체인 개념을 증명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의 개념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이어 증명 단계에서 기업은 블록체인 기술의 세밀한 개념을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시범 단계에서는 작은 규모의 사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한 프로그램을 시험하고 적정 규모의 시범사업 평가도 완료해야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모든 이해관계자가 기술 활용에 동의해야 한다. 이는 곧 물류 블록체인을 위한 성공의 열쇠는 기존의 관습을 허물고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구성원의 협력에 달려있다는 것을 뜻한다.
바이풀 고얄 카네기 멜론 대학 교수는 블록체인이 물류산업, 특히 공급망 관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많은 기업이 블록체인을 통해 효과적인 작업 흐름을 만들고 싶어한다”며 “공급망 관리에서 블록체인 사용은 시작과 동시에 시장을 재편할 정도로 파급력이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