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서치 업체 MGI, '자동화 시대 노동력의 전환' 출간
예상보다 빨리 다가온 자동화. '정부', '기업', '노동자' 모두 대비해야
글. 신준혁 기자
Idea in Brief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일자리의 패러다임은 변한다. 종전 사람이 했던 일을 기술이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일자리의 상당수는 사라진다. 그리고 기술이 만든 새로운 환경 속에서 또 다른 일자리가 탄생한다. 일자리의 대전환이다. 대전환의 과정은 녹녹치 않다.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사람들이 분개하면서 거리로 나선다. 과거 2차 산업혁명 시기 기계를 파괴했던 영국의 방직 노동자들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이들을 생각해야 한다. 이와 함께 결국 기계는 파괴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인류 문명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일자리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킨다. 2차 산업혁명을 촉발한 증기기관의 발명은 기계를 활용한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같은 시기 숙련 방직공들을 중심으로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던 것을 생각해보자.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기계를 파괴함으로 기술에 저항했다. 하지만 결국 기계는 파괴되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 그리고 일자리
4차 산업혁명은 자동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토교통부의 2018 업무보고에 따르면 ‘자율주행차’와 ‘드론’,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 물류센터’ 등이 주요 키워드로 명기돼있다.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화물운송기사와 택시기사, 대리기사는 일자리를 잃는다. 스마트 물류센터가 확산되면, 물류센터를 가득 메운 작업인력들이 사라진다.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드(MGI)*는 지난해 46개국, 800개 직업, 200개 업무를 분석한 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자동화로 인해 세계 근로자의 30%인 약 8억 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 기계작동, ▲ 조립공정, ▲ 운전기사, ▲ 장비운전자와 같은 단순·반복 관련 직업의 경우 약 80%가 자동화된다. 여기에는 운송, 물류센터 등 물류현장의 노동자들이 포함돼 있다.
먼 미래의 전망이 아니다. 이미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지난 수십년 간 도입된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는 로봇 한 대당 평균 5.6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등록된 가동 중인 산업용 로봇은 150~175만 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전미경제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대입할 경우 이미 840~98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추산 가능하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의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2016)’에 따르면 2020년까지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국의 일자리는 38% 감소한다. 맥킨지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경우 2030년까지 약 25%의 업무가 자동화된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무인화
무인기술은 이미 눈앞에 와있다. 그리고 기술은 빠르게 ‘사람’을 대체하고 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아마존은 지난해 12월 무인매장 ‘아마존고(Amazon Go)’를 대중에 선보였다. 인공지능, 카메라 센서, 사물인터넷과 같은 기술 접목을 통해 고객이 매장에 들어오고 상품을 고르고 계산하고 나갈 때까지 모든 과정에서 ‘사람’의 개입을 없앴다. 아마존고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를 통해 “정확한 수를 밝힐 순 없지만 매장 관리자, 주류 판매원 등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만 매장에 둘 것”이라 밝혔다.
▲ 미국 시애틀의 아마존고 매장
고속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톨게이트 수납원’ 또한 곧 사라진다. 한국 정부는 2020년까지 현재 시범운영하고 있는 ‘스마트톨링 시스템’을 전국 345개 톨게이트로 확대, 도입한다. ‘스마트톨링 시스템’이란 달리는 차량의 번호판을 무선통신기술과 영상인식 기술로 파악해 고속도로 통행요금을 자동 징수하는 기술이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스마트톨링 시스템 전환 후에도 상당수 인력이 필요하며, 휴게소 개편으로 2,500개의 일자리가 신규 발생할 전망”이라며 “그 사이 기존 톨게이트 수납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일자리 대전환, 그리고 숙제
물론 기술은 일자리를 줄이기만 하지 않는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한다. 앞서 세계경제포럼은 2020년까지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했지만, 그와 함께 새로운 직업 200만 개가 탄생한다고 밝혔다. 맥킨지 또한 2030년까지 수백만 개의 새로운 직업이 만들어지고, IT 분야와 관련된 약 2,000~5,00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근로자수의 3~14%에 해당하는 7,500만~3억 7,500만 명은 자동화의 여파로 새로운 직업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노동자가 새로운 직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기는 어렵다. 이에 맥킨지는 ‘지속적인 투자’와 ‘새로운 교육 모델 수립’, ‘일자리 전환 대비책’, ‘소득 지원’, ‘공공·민간부문 간 협업’ 등을 포함한 마셜플랜과 같은 정책을 펴야한다고 제안한다. 새롭게 탄생할 일자리를 예상하고 성공적인 일자리 전환과 안착을 위한 정부의 정책 지원과 기업의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이 보편화되면 일자리가 급속도로 줄고, 인류 문명에 위협을 줄 것”이라며 “선제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도 “인간 노동력을 대체할 로봇에 세금을 매기고, 일자리를 잃은 인간을 재교육하여 새로운 일자리에 배치할 수 있도록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