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달나라에 가지만 고양이를 만들지는 못한다” 독일의 시인 라이너 쿤체(Rainer Kunze)가 쓴 동화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쿤체는 인간이 추구하는 과학기술의 두 분야, 즉 우주 탐구와 생명의 생성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고양이를 만들지 못한다는 동화 속 말을 반박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물리학자 슈뢰딩거(Schrödinger)입니다. 슈뢰딩거가 만든 고양이는 지금도 우리 머릿속에 종종 출몰합니다. 1935년, 슈뢰딩거는 고양이를 상자 속에 가두었습니다. 고양이 바로 옆에는 방사성 원자 하나가 들어있는 기계장치가 망치에 연결돼 있습니다. 이 망치는 독가스가 담긴 유리상자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한 시간 안에 기계장치 속 방사성 원자가 붕괴하여 용기를 깨뜨릴 확률은 정확히 50%입니다. 한 시간 뒤에 이 고양이는 살아 있을까요, 죽었을까요?
▲ 슈뢰딩거의 고양이 설명도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신비로운 비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고양이는 ‘불사의 생명’을 타고 났습니다. 하지만 고양이의 생명은 이중의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우선 이 녀석은 영생 동안 무쇠로 만들어진 상자 안에서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많은 물리학자들이 자신의 이론이 세계를 올바르게 기술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때마다 이 상자를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민정웅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고양이를 두고 이렇게 평합니다.
“슈뢰딩거가 현실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한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던진다. 미래는 예측의 대상이 아니라 관측의 대상이라는 거다. 그리고 관측을 하기 위해서는 관점이 필요하다. 물류의 미래를 관측하기 위해서도 관점이 필요하다. 사실 이미 많은 관점이 존재한다. 마이클 포터 교수의 가치 사슬(Value Chain) 모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 기업의 내부활동에 초점을 맞춘 이 이론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기업과, 이종산업 간의 풍부한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질 새로운 부가가치에 집중하기로 하고, 그것을 설명하는 모델로서 Value Web을 제안한다. Value Web의 관점을 토대로 물류와 유통산업의 미래를 ‘해석’하기 위해, 다시 우리는 ‘로지스틱스 에코 체인(Logistics Eco-Chain)’ 모델을 소개한다” - 민정웅, 로지스타포캐스트2018 中 -
민 교수의 설명대로 ‘미래가 예측의 대상이 아닌 관측의 대상’이라면 우리가 제대로 된 관측을 하기 위해 무엇보다 ‘관점’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관점을 얻을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해 관점을 찾는 방법론으로 ‘정보의 수집’이 있습니다. 왜 정보의 수집이냐면, 유통과 물류뿐 아니라 제조와 IT시장까지 모두 자신들의 경계를 지워가며 ‘에코체인모델(Eco-Chain Model)’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을 둘러싼 돈의 흐름(Investment), 산업의 흐름(Industry), 고객의 흐름(Consumer)은 마치 하나처럼 맞물리며 새롭고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고, 이 가운데 유통과 물류에선 퍼스트마일(해운·항공·포워딩), 리테일, 풀필먼트, 라스트마일(택배·퀵서비스) 사업자들이 서로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이 이러한 유통·물류 시장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유통과 물류, 제조, IT까지 다양한 산업이 마치 하나처럼 엮여있는 공급망 물류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물류와 이종산업을 아우르는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통찰(정보)을 취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가 헷갈려? 정보를 모아라
아마존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는 정보 수집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발(發) 이커머스 혁신이 1999년부터 20년 가까이 진행 중입니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 자체가 낯설었던 20세기 후반, 8평 남짓의 지하창고에서 시작된 아마존의 도전은 수많은 시도와 도전을 바탕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이 과정에서 수많은 업체를 인수·합병(M&A)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쏟아내면서 끊임없이 몸집을 불려왔습니다. 그러는 동안 미국의 경쟁자들은 물론 전 세계의 유통업체와 소비자들은 아마존의 성장을 넋 놓고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든 걸까요. 김시우 ECM특허법인 대표변리사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물류의 미래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빅데이터와 같은 신기술이 변화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해야 할까. 다행히 좋은 단서가 있다. 바로 아마존이 출원ㆍ등록한 특허들이다. 저수조저장시설을 활용한 풀필먼트센터나 이동식 센터, 집단 UAV가 대표적이다.
물론 아마존이 출원ㆍ등록한 모든 특허가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마존의 특허를 분석함으로써 그들의 청사진을, 나아가 미래의 모습을 어렴풋이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아마존이 출원ㆍ등록한 1,700여 건의 특허 가운데 물류 관련 특허는 400건 이상 된다. 그 400여 건의 특허 중 유의미한 것들을 추리고 주제별로 묶어 분석해본다. 여기에 미래 물류 향방의 실마리가 숨어 있다.” ”- 김시우, 로지스타포캐스트2018 中 -
아마존이 출원한 특허에서 그 단서를 찾아봅시다.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아마존이 출원·등록한 1,700여 건의 특허 가운데 물류와 관련된 특허는 4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것을 정리하면 풀필먼트센터, 로보틱스, UAV(Unmanned Aerial Vehicle), 라스트마일 물류, 온라인 커머스 등의 주제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는 풀필먼트센터에서 로보틱스 기술을 거쳐, UAV를 통해 상품이 라스트마일로 배송되는 과정과 맥을 같이 합니다. 아마존이 수많은 혁신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존이 플랫폼을 통해 현재를 철저히 분석하고 미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보를 쌓아왔기 때문입니다.
즉, 아마존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통념’에 반(反)하더라도 발생 가능한 미래 상황에 대해 고찰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은 운명의 갈림길에서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우선 ‘미래 경영환경 예측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합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충분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앞선 사례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장서를 보유한 미국 의회 도서관이 200년에 걸쳐 수집한 자료보다 더욱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15분 만에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관점의 부재는 몰락의 지름길
하지만 정보가 이미 충분하다면 우리는 그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두 번째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발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수단, 즉 관점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 말입니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그룹인 AT커니가 S&P 500대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사의 이사회가 ‘미래 전략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리스크를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대답한 최고 경영진은 5명 중 1명에 불과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정보의 부족’보다는 ‘필요한 정보를 수집·가공해서 조기경보를 해줄 수 있는 경영 도구의 부재’를 꼽은 응답자가 훨씬 많았습니다.
결국 관점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미래를 보는 체계적인 틀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각 기업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도 정보를 선별하고 적절한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풀필먼트의 부상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박찬대 두손컴퍼니 대표의 의견입니다.
“창고 혁신의 핵심은 ‘재고의 데이터화’이다. 재고를 무게나 비용(원가)과 같이 물리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넘어서, 하나의 데이터로 해석하고 그것을 운영하는 수많은 알고리즘과 운영방식을 도입했기에 이러한 혁신 BM(비즈니스모델)들이 태동할 수 있었다. 미래 풀필먼트 서비스의 핵심은 ‘데이터’가 될 것이며, 데이터를 연결시키는 기술인 ‘블록체인’, ‘머신러닝’, ‘빅데이터 분석’ 기술 등이 각광 받게 될 것이다. 또한 창고관리가 메인업무였던 풀필먼트 서비스 역시 ‘역물류’, ‘라스트마일물류’, ‘크로스보더 B2C물류’와 협업이 가속화되면서 점차 ‘플랫폼화’되는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풀필먼트’야말로 미래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열쇠라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 박찬재, 로지스타포캐스트2018 中 -
최근 유통·물류시장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풀필먼트(Fulfillment)’입니다. 풀필먼트 서비스는 고객의 ‘주문을 이행(Fulfill)한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제3자 물류서비스(3PL)와 개념이 비슷할지 모르나, 풀필먼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행’, 즉 배송 이전 단계인 ‘제품의 데이터화’와 ‘운영 알고리즘’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3PL과 차이가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께서는 ‘빠르고 저렴한’ 게 중요한 물류시장에 왜 고도화된 데이터 사이언스와 알고리즘이 필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택배, 결제, 인터넷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한국에서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대형 이커머스의 출현이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요. 혁신적인 모델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창고’의 혁신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두 간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제와 라스트마일 사이에 있는 창고의 영역에서 혁신이 일어나야만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창고 혁신의 핵심은 ‘재고의 데이터화’입니다. 재고를 무게나 비용(원가)과 같이 물리적으로만 해석할 게 아니라 하나의 데이터로서 파악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많은 알고리즘과 운영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것이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애플보다 더 혁신적인 기업으로 언급되는 온라인 안경점 ‘와비파커’의 성공도 이를 증명하는 증거입니다. 역물류(반품/맞교환)가 발생하면, 그것이 라스트마일에서 회수되는 동안 재고 정보가 부유(Float)합니다. 택배사의 정보는 운송정보를 포함하고 있지만, 제품정보까지 연결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반품작업이 완료되는 시점까지의 데이터 관리 가능 여부가 매우 중요한 것으로 떠오릅니다.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고객이 주문을 했는데 막상 재고가 없거나, 반대로 재고가 있는데도 온라인에는 매진으로 표기돼 고객이 주문을 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합니다. 기회비용입니다. 요컨대 와비파커의 성공은 와비파커가 트라이온 및 반품을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역량으로 삼고, 백오피스단에서 재고 데이터를 매우 치열하게 관리한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이질적인 것의 결합이 만드는 혁신
관점의 중요성이 이러하다면, 지금부터는 어떤 관점을 가지고 다가올 미래를 관찰해야 할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이질적인 것들이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블록체인(Blockchain)을 소개합니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참여자들에게 거래 기록을 분산 저장하는 분산원장 기술로서, 거래의 신뢰성과 안정성이 높을 뿐 아니라 제3의 중개자 없이 거래 참여자만으로 투명한 거래가 가능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 유령 같은 첨단기술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얽혀있고 수많은 서류가 오가는 물류산업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김종승 SK텔레콤 IoT신규사업기획팀장의 의견입니다.
“콜드체인 시장에서 블록체인은 세 가지 관점에서 적용될 수 있다. 첫째, 투명성 확보의 관점이다. 블록체인은 사물인터넷과 결합해 전체 물류 프로세스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신선식품의 원산지 정보, 배치 번호, 공장 및 가공 데이터, 유통 기한, 보관 온도, 운송 세부 사항을 포함한 일련의 디지털 정보는 블록체인 서버에 보관되고 식품 인도 각 과정의 단계마다 업데이트된다. 즉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원산지에서부터 유통 매장의 선반, 그리고 최종소비자의 식탁에 이르기까지 신선식품 이동 전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 모든 기록은 블록체인에 저장되기 때문에 식품 사기나 조작 행위는 차단되고 신선식품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는 향상된다. 또한 공급자와 감독 기관은 유통 환경, 건강, 안전, 노동 기준에 대한 준수 여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고, 사고 발생 시 원인 규명과 피해 보상 및 보험 지급에도 블록체인에 저장된 데이터가 활용될 수 있다.” - 김종승, 로지스타포캐스트2018 中 -
이렇듯 블록체인은 거래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거쳐야 했던 여러 단계의 업무를 단순화하고, 이에 따라 업무 처리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으며, 중개자 없이도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공급사슬의 전통적인 형태를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유통·물류 시장에서 SCM에서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블록체인의 적용을 시도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겠지요.
물류 프로세스를 살펴보면, 화물이 해상운송을 통해 화주로부터 고객에게 도착하기까지는 많은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즉 물류 처리 과정에는 송·수화주, 포워더, 선사, 운송사, 통관사, 은행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선하증권(Bill of Landing: B/L), 신용장(Letter of Credit: L/C), 화물인도 지시서(Delivery of Order: D/O) 등의 서류들이 유통되는데 여전히 원본(Paper)은 국제우편을 통해 전달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또한 물류 정보가 디지털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운송 단계별 화물 상태를 확인할 수 없고, 이로 인해 화물의 파손이나 손실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쉽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계약을 보증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게 마련이죠. 이 때문에 블록체인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로 업무 단계가 복잡하고 위·변조 가능성이 있는 물류의 거래 구조에 저비용으로 투명성과 신뢰성을 보장하는 솔루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니까 블록체인은 엄청나게 다양하고 불균질한 정보를 투명하게 수집하여 거래 당사자에게 안전하게 공유합니다. 정보는 무한대로 생성될 수 있고 자유자재로 뒤섞일 수도 있습니다. 정보는 눈에 보이지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습니다.(가상성을 갖습니다.) 처리와 저장 비용은 물론 복제나 이동에 드는 비용도 0에 수렴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수많은 정보가 만들어지고 서로 결합하면 그 가치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여기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가상성을 갖는 IT기술과 물리적인 다른 기술간의 결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력에서 빗겨나갈 수 없는 물류산업에서도 역시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 등 이질적인 기술이 결합하며 전과는 ‘싹이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가 태동하고 있습니다.
시장을 읽는 힘, 일상 속 단서들
미래를 관찰하기 위한 또 다른 관점은 변화의 속도가 범위가 예측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콜드체인의 사례를 들어봅시다. 전 세계적으로 콜드체인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릅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마켓앤드마켓(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2020년에는 그 규모가 2,713억 달러(약 30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작년부터 신선식품 배송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는데, 이 때문에 물류업체들은 또 한 번의 차별화를 위한 신(新)성장동력으로 신선식품을 선택하고 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우정 신세계그룹 이커머스총괄 부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신선식품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신선품을 구매하는 고객은 주기적이고 반복적으로 제품을 구매한다는 특성을 갖는다. 또한 신선식품은 고객이 다른 상품을 추가 주문하도록 유인할 확률도 높다. 결국 온라인 유통업체 입장에서 신선식품 분야는 놓치고 싶지 않은 시장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여타 카테고리에 비해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의 규모가 아직까지 작은 이유는 신선식품의 소비가 일반 상품에 비해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에서 옷을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옷의 경우 같은 상품이라면 상품별로 품질 차이가 크지 않다. 기껏해야 실밥 정리 등 마감이 잘 되었는가 정도다. 하지만 신선식품은 다르다. 저녁밥상에 오를 배추 하나를 고르더라도 우리는 신선한 배추를 찾기 위해 매의 눈으로 상품을 관찰한다. 그러니까 그간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의 저변 확대가 어려웠던 이유는 고객들이 과일이나 정육, 채소 등의 신선식품을 눈으로 직접 보고 구매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 최우정, 로지스타포캐스트2018 中 -
잠깐 미국으로 가보겠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주목 받는 인스타카트(Instacart)라는 업체는 신선식품 구매대행 배달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서, 올해 3월 34억 달러(약 3조 8,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2014년 말 기업가치를 약 20억 원으로 평가 받았으니 그 성장세가 매우 매섭다 할 만합니다.
현재 인스타카트는 홀푸드(Whole Foods), 코스트코(Costco) 등 미국 대형마트 및 할인마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습니다. 기존의 마트 배달서비스와는 달리 특정 마트에 국한하지 않고, 소비자가 원하는 마트에서 원하는 물건을 대신 배달해주는 인스타카트는 신선식품 배송에 공유경제의 개념을 도입한 ‘공유물류’의 형태로 운영되며 신선식품 쇼핑 업계의 우버라고도 불리고 있기도 하지요.
유통기업이나 물류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아마존 역시 신선식품 배송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아마존은 미국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 홀푸드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는데, 인수 금액이 아마존 인수합병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인 137억 달러(약 15조 5,000억 원)에 이릅니다. 이 정도 사례면 신선식품 시장의 성장이 콜드체인에게 던지는 의미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인스타카트와 아마존은 신선식품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증명하는 좋은 사례들입니다. 온라인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식품은 매장에서 꼭 확인하고 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는 가운데, 신선식품 시장에서의 파괴적 혁신이 마치 ‘날아드는 미사일 공격’처럼 전통적인 유통시장 전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변화의 속도와 방향은 더욱 예측하기 힘들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미래의 유통·물류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좀 더 완벽한 전략 반응을 수립할 수 있도록 파괴의 방향과 속도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방안이 수립돼야 합니다. 미사일이 곧장 자사를 향해 날아올지, 스쳐 지나갈지, 자사를 완전히 지나칠지 판단할 줄 알아야 합니다.
2018년, 많은 기업이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같은 신세에 놓여있습니다. 모두 ‘불사의 생명’을 얻고자 하나 동시에 이중의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명심해야 할 것은 과학자인 슈뢰딩거가 현실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한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우리에게 준 교훈처럼, 미래는 예측의 대상이 아니라 관측의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을 위해,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변화’는 있지만 ‘변함’은 없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