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다가온 크리스마스, 성수기 준비하는 물류 산타들

by 남동현

2017년 12월 23일

세계 최대 규모의 연말 세일 기간을 자랑하는 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물류 산타들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산타

 

글. 남동현 트레드링스 이사

 

필자가 어릴 적, 언제였던가. 크리스마스이브, 자택 거실에 설치된 알록달록 빛을 뽐내는 트리 밑에서 산타 할아버지가 가져다주실 선물을 기다리며 잠들었던 기억이 있다. 필자는 잠이 들면서 ‘산타 할아버지는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전 세계 모든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궁금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산타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이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은 무의미해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많은 선물(상품)을 사고, 실제 상품이 이동한다. 그리고 그것을 준비하고 전달하는 산타클로스의 역할은 ‘물류’가 맡는다.

 

산타클로스에게 크리스마스가 일종의 성수기인 것처럼, 모든 산업에는 계절성(Seasonality)과 성수기(Peak Season)가 존재한다. 일반적인 소매(Retail) 업계에서 이 성수기는 연말이 된다. 혹자는 이 시기를 ‘물류대란기’라 표현하기도 하는데, 성수기는 산업의 성장과 이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기이며, 이 때 물류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짐을 의미한다.

 

폭발하는 연말 물량, 그리고 숙제

 

성수기를 준비하는 물류의 역할에 대해 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알아보겠다. 미국은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부터 새해(New Years Day)까지 연말 휴가시즌(Holiday Season)이 가장 긴 나라이기에 특히나 큰 연말 소비가 발생한다. 그 물량의 배송은 물류업체와 소매업체(Retailer)의 몫이 되며, 성수기를 준비하는 이들의 역할은 성수기가 다가오기 한참 전인 8~10월 사이부터 바쁘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10월 말을 기점으로 연말 소비자의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연히 물건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업체, 물류창고나 배송센터 입장에서 이는 매출 신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재앙이기도 하다. 판매할 물건이 모자라고, 물건의 배송을 수행할 인력과 인프라 리소스가 부족해진다. 물량이 몰려 물류 창고나 통합 센터가 소화할 수 있는 용량(Capacity)을 넘어 설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기간별 거래, 월별 소비, 판매와 물류 업체들의 준비 과정들에 대한 데이터를 통해 더 깊이 알아보자.

 

표1

 

지난해를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은 소비가 발생했던 날은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있는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였다. 추수감사절 바로 다음날에 위치한 블랙프라이데이에는 2016년 모든 연말 소비의 총 9.1%가 발생했다. 크리스마스 2주전 소비를 봤을 때는 모든 연말 소비 중 27.1%를 차지했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연말 평균 419달러를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계 구조조정 전문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에 따르면 올해 전체 연말 소비는 작년보다 약 3.5%에서 4.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유명 카드사, 온라인 쇼핑몰 등은 올해 연말 작년대비 온라인 쇼핑이 18%에서 21%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8월 수입물량 증가의 이유

 

이런 예측은 미국의 2016년 월별 수입 추이를 통해 알 수도 있다. ‘그래프(미국 201년 월별 수입액)’를 보면 1년 중 8월의 수입액이 가장 큰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사실 8월의 수입량 증가는 8월이 아닌 11월의 성수기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한 여름에 홈데포(Home Depot)*에 가서 플라스틱 크리스마스트리를 사거나 베스트 바이(Best Buy)*에 가서 크리스마스 선물용 콘솔 게임기를 사지 않는다. 미국 유통업계에는 보통 10월 말 할로윈 이후부터 이듬해 연초까지 기나긴 세일을 진행한다. 이때 소비자들은 모아둔 돈을 탈탈 털어 소비를 한다. 따라서 11월부터 시작되는 가장 큰 소비 시즌을 위해 유통업체들은 8월부터 상품을 비축(Stock-up)한다. 특히 올해 8월은 컨테이너를 통한 미국의 수입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연말 소비가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 역시 높아졌다.

*미국의 가정용 건축자재 제조 및 판매업체.
*미국 전자제품, 컴퓨터, 오락용 기기 및 소프트웨어 전문 소매업체.

 

표2

 

한편, 재미있는 통계도 있다. 1년 동안 1월부터 9월까지 미국이 수입하는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 1조 2,000억 원 이상의 규모라는 것이다. 대부분 중국산인 플라스틱 크리스마스트리는 약 2,000억 원어치가 매년 수입되고 있다. 올해 8월과 9월에 170만 TEU에 가까운 물량들이 미국으로 수입됐는데, 해당 물량 중 대부분은 LA와 롱비치(Long Beach)로 들어갔다. 이 또한 크리스마스 성수기를 준비하는 모습이라는 해석이다.

 

트럼프의 정책은 연말 성수기에 어떤 영향을 줄까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기업 보호와 자국민의 일자리 보호, 경제 살리기의 일환으로 수많은 기업에게 미국으로 제조시설이나 본사를 옮기도록 권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SNS를 통해 “경제 위기를 벗어나 성장하는 주가와 소비를 추가적으로 진작하기 위해 소득세, 법인세 및 상속세까지 줄이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적절한 재정정책(Fiscal Policy)과 금융정책(Monetary Policy)은 경제 성장에 분명히 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원하는 모든 효과를 일궈내기에 힘든 것도 사실이다. 전 세계 경제가 모두 맞물려 있는 개방 경제(Open Economy) 시대에 유럽과 아시아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들이 아직 미지수라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권력의 소유자인 미국 대통령이 개인적이든 공적이든 현재의 성장 상황을 잘 공유한다면 이번 연말 소비 시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긍정적인 분위기와 실제로 높아진 신뢰도(Credibility)가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성수기 준비하는 소매업체의 자세

 

사실 최근에는 시기가 조금 앞당겨진 9월부터 연말 성수기를 대비한 소매업체들의 프로모션이 시작되는 추세다. 다국적 회계컨설팅업체 PwC의 리포트에 따르면, 전체 소매업체의 59%가 9월에 연말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11월, 크리스마스는 12월에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하는 것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연말 매출 증대를 위한 것이고, 준비 정도에 따라서 연말 성수기의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특히나 최근 수년간 파산하는 오프라인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가장 소비가 많은 연말 시즌의 전략은 더 중요해졌다. 오프라인 소비보다 온라인 소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모바일 쇼핑 시장이 오프라인과 기존 온라인 시장을 따라잡기 시작했는데, 전체 소비자 중 76%가 쇼핑 중 일부를 모바일에서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소매업체와 배송업체가 연말에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미국소매업자연합(National Retail Foundation)은 2015년 말 소매업체들이 연말 휴가 시즌을 준비함에 있어 가장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 1위로 꼽힌 문제는 ‘서툰 재고관리(Poor Inventory Control)’였다. 매장에 늘어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준의 재고를 가지고 있었거나 전체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래프

 

그렇다면 각 업체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고 있을까. 아마존의 경우, 키바(KIVA) 등을 활용한 물류센터 자동화를 통해 이전보다 물류 수행 능력을 높였다. 글로벌 특송사 DHL 역시 파셀 로봇(Parcel Robot)을 통해 DHL 전용 컨테이너 적입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효율을 극대화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류로봇▲ DHL 물류 파셀 로봇(Parcel Robot) (출처: DHL Parcel Robot; Deutsche Post DHL Group)

 

키바 외에도 스위스의 쿠카그룹(KUKA Group)이 론칭한 물류 로봇, 냅(Knapp)의 물류 자동화 로봇 등이 물류 작업에 활용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이마트의 자동화 물류센터가 등장했다. 물론 물류 작업 중에는 아직도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부분이 여전히 있지만, 분명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운송업체에게도 숙제는 있다

 

루돌프의 역할을 맡은 운송업체의 경우는 어떠할까. 연말 시즌은 배송전쟁이 일어나는 시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미국은 특히 연하장과 선물 배송이 많은 나라다. 미국의 미 연방 우체국(USPS)은 연말에 약 155억 개의 물품을 배송한다고 하며 가장 바쁜 날은 12월 21일로 하루에 약 3,000만 개의 물품을 배송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재앙에 가까운 물류대란으로 불릴만한 양이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Barclays)의 라스트마일(Last-mile) 리포트를 살펴보면, 크리스마스 등 연말 성수기에 대한 관리와 예측이 소매업체와 운송사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약 55% 이상의 업체들이 물류 이슈 중 연말 운송·배송 이슈를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다. 실제로 19%의 고객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를 때 배송 역량을 바탕으로 상품 구매 업체를 선정하기도 한다. 크게는 78%의 고객들이 크리스마스 온라인 쇼핑 이슈로 타 업체로 변경한다고 답하였다. 운송사와 배송사들은 가장 큰 이슈로 연말 성수기(Peak Season)의 소화 용량과 통합 시스템(Integrating System)의 부재, 그리고 이에 대한 비용들을 제시하였다.

 

그래프

 

유통공룡에게도 고민은 있다

 

성수기 물류 이슈는 유통공룡으로 꼽히는 업체들에게도 다르지 않게 다가온다. 아마존과 같은 경우 현재는 로봇과 시스템으로 효율화를 실현하고 있지만, 2014년까지만 해도 약속한 크리스마스 배송 기한을 지키지 못해 수백억 달러의 손해를 봐야만 했던 선례가 있다. 총 6억 개 이상의 배송 물량 중 35%가 USPS, 30%가 UPS, 17%가 FedEx 등 3자 물류를 통해 이루어졌고 이에 대한 물류관리가 아마존이 직접 물류를 하는 것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아마존은 지역별로 풀필먼트 센터(Fulfillment Center)를 건설하고 직접 배송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풀필먼트 센터 건설 이외에도 UPS와 페덱스(FedEx), 우버(Uber) 출신 경영진을 섭외하여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했다. 아마존은 작년 물류비용으로 약 115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매출액의 10.8%에 달하는 금액이다. 또한, 기존 3PL 배송업체를 잘라냄으로써 연말 시즌의 소화 용량과 효율성, 가시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연간 11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아마존이 미국 모든 소매업체와 운송사를 대신할 순 없다. 여전히 연말 시즌에 창고나 물류센터는 정신없는 일정을 보낼 것이다. UPS는 여전히 6억 개 이상의 물품들을 처리할 것이고 하루에 3,000만개 이상의 물품을 처리해야 할 날도 있을 것이다. 또한, 모든 소매업체가 아마존처럼 배송 서비스에 수십조 원을 투자하여 직접 상품을 배송할 수도 없다.

 

다만, 다행인 것은 UPS, 페덱스, DHL 등이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시스템 개발과 자동화, 가시성 제공 등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말 시즌을 위해 10만 명에 가까운 계약직을 고용한다. 미리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문한 고객들은 12월 15일에 약 1억 건이 넘는 트래킹 요청(Tracking Request)을 할 전망이다.

 

물류 산타들의 고민... 올해는 어떻게?

 

한편, 업체들은 연말 시즌 준비를 위해 비정규직 인력을 고용하기도 한다. 작년의 경우 미국 소매업체들은 약 74만 명에 달하는 인력을 연말 성수기를 위해 고용했다. 대형 유통 업체인 타깃(Target)은 무려 7만 명이나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고용의 숫자는 올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타깃은 작년보다 약 40% 정도 증가한 10만 명에 가까운 인력을 고용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누군가의 산타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마음에 드는 선물을 고르고, 재고가 없다면 재고가 있는지, 배송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배송은 잘 지켜지는지, 혹시 중간이 사라지거나 파손은 안 되는지 살펴볼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모두의 연말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서 지금도 물류 산타들은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남동현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학부를 맞친 후 IBK투자증권에서 리서치와 IB, 삼일회계법인에서 해외 인프라투자 Advisory 등의 직무를 수행하였고 현재 국제 물류 플랫폼 스타트업인 트레드링스에서 투자와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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