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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시급제' 시행, 물류현장에 사람이 사라진다

by 김철민 편집장

2017년 11월 20일

"인건비 올리면 인원수 줄이고" 혁신의 행간에 숨겨진 의미들

 

한달전, 본지가 주최한 <CLO캠퍼스 청춘물류캠프>가 예비 물류인들의 성원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날 무대에 선 입사 3년차 미만의 젊은 연사들의 공통된 발언은 “물류현장 가봤더니 실망스러웠다. 허구한 날 까대기나 하고. 내가 이러려고 물류에 뛰어 들었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는 무용담 비슷한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물류 현장이라는 곳은 직접 흟어보기 전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이 많습니다. 교수님도 전공서적에도 현장에 대해서는 잘 말하지 않죠(말을 아끼는건가).

 

반대로 최근 우리가 매스컴을 통해 접하는 물류의 모습은 어떤가요. SF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비밀스런 공간에 최첨단 시스템과 로봇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기술에게 불가능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머지않아 로봇이 현장의 모든 인력을 몰아낼 것 같은 불길한 분위기도 엄습합니다. 실제로 일본 기업 히타치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사이보그’ 물류센터 조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고, 아마존은 로봇이 하기에는 까다로운 피킹 작업의 혁신을 위해 ‘넥스트 키바’로 학습하는 피킹 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로 무장된 물류 현장을 바라 본 언론의 시선에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게 마련입니다. 어디 기사에서뿐인가요. 방송에서도 ‘달인’이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물류업처럼 힘들고 먼지 마시는 일이,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방증이겠지요. 그리고 실제 이러한 산업현장은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해외로 이전했거나 자동화했거나. 혹은 문을 닫았거나.

 

그러나 우리는 글과 방송의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행간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물류산업에서 인공지능이 개척하지 못한 영역이 70% 이상입니다. 실제 물류현장은 사람의 까대기로 돌아간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생활의 달인>과 각종 언론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물류의 어두운 그림자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세상을 통째로 바꿀 것처럼 칭송 받는 물류 혁신은 이들에게는 먼 세상 이야기일뿐입니다.

 

물류센터에서 수년간 일한 누군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물류센터에서 숙련도는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회사에게 현장 작업자는 필요할 때 충원하고, 필요 없으면 잘라내는 존재다. 업무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는 현장에서 흩어진다. 그 아이디어를 수행하는 데 돈이 드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위 사진은 동 내용과 연관성이 없음.

 

해사고를 나와 선원생활을 했다는 누군가도 “승선 후 받은 계약서는 구두로 합의한 내용과 달라져 있었다. 월급이 구두계약보다 줄었을 뿐 아니라 근무시간도 처음 계약과 달라진다. 심지어 배에서 내리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푸념을 합니다.

 

20년간 퀵 일을 해오다 이제 사장님이 된 누군가도 “이 나라는 배달에 미친 나라입니다. 2차선 도로만 하더라도 수많은 오토바이가 매일 다니고 있다. 그중에는 반바지에 슬리퍼만 신고 운전하는 10대도 있다. 이륜차 화물운송을 국가가 나서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기형적인 이곳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목에 핏대를 세웁니다.

 

물류의 현실이라는 게 이처럼 녹록치 않습니다. 물류는 어디에든 있다지만 모든 물류가 대접받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은 방송의 뒷자락으로 기사의 행간으로 숨어버린지 오랩니다. 그래서 저와 후배들은 그런 이들의 그림자를 뒤쫓고 있습니다. (아마도 긴 여정이 될것 같습니다)

 

완전무결한 지하철 퀵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작은 보폭을 느리게 움직이는 실버 퀵 할아버지의 하루를 따라가 보았고, 파주의 택배 대리점에서 빠르고 효율적인 배송을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어가는 택배기사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충무로 인쇄골목에서 시끄러운 기계 옆을 지키고 있는 수십 년 경력의 기장들과 자신만의 노하우로 인쇄소와 원자재, 후가공 업체를 잇는 용달차를 지켜봤습니다. 이 모든 것들의 교집합에 사람이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국내 물류시장의 수익구조를 뒤흔들 '최저시급제' 등 노동법 개정이 시행됩니다. 사업계획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의 머리가 지끈지끈해 보입니다. 대형 유통업체의 물류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한 중소업체의 대표는 “이러다 모두 망한다.”며 화주사에게 인건비 상승분에 대한 보조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화주사 왈 “현장에 열명 투입할 걸 일곱명으로 줄이면 비용충당 안되겠냐” 였답니다.    

 

시나 소설에서 행간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행간이 있기에 행이 더 큰 의미를 갖게 됩니다. 물류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주들은 우리는 종종 보이지 않는 것들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실수를 되풀이 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김철민 편집장

Beyond me(dia), Beyond logistics
김철민의 SCL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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