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송상화의 물류돋보기]플랫폼의 시대, 아마존과 싸워 이기는 법

by 송상화

2017년 11월 15일

승리

 

글.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 표현은 자신과 상대방을 잘 안면 백 번 싸워도 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고대 중국의 병법서인 손자병법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손자병법은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만 싸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전쟁에서는 전쟁 역량을 쌓는 것만큼이나 전쟁에서 ‘이기는 구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전쟁의 맥락을 이해하고 상황을 판단한 후에 내리는 ‘전략’이 승리의 여부를 결정합니다.(물론 개별 군사의 역량 및 무기 수준도 전쟁의 승패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겠지요.) 전략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는 실행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전쟁의 기본으로 자리 잡은 배경입니다.

 

이는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별 조직 및 인력의 전문성 확보, 제품 개발 경쟁력과 더불어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기업 경영의 핵심 경쟁력인 것입니다.

 

경영전략,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기업 경영에 전략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시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1980년대 초반을 경영 전략의 시발점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1980년대 이전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시기였기 때문에 제품을 ‘제대로’ 생산하기만 하면 모든 제품이 매출로 연결됐습니다. 글로벌 호황의 시대였지요. 하지만 제대로 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어려웠기에 제품 개발 및 생산 능력 자체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었습니다.

 

그러다 1970년대 후반 오일쇼크 이후 불황에 따른 수요 감소는 과잉 재고 문제를 일으켰고, 일본과 같은 신흥 경제 강국의 기업이 훌륭한 제품을 들고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1980년대는 치열한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제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해졌습니다. 남과 다른 무언가가 필요해졌습니다. 바로 이때 경쟁전략의 손자병법이라고 할 만한 책이 등장하게 됩니다.

 

하버드 경영 대학원의 마이클 포터(Michael Eugene Porter) 교수는 1980년 <경쟁전략(Competitive Strategy)>, 1985년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라는 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차별화를 통한 경쟁전략 수립의 중요성에 대한 이론을 정립했습니다. 포터 교수는 저서를 통해 기업이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리고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만 하는 기업에게 경쟁전략 수립은 기업 경영의 나침반이자 등대로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마치 손자병법처럼 말이죠.

 

특히 포터 교수의 경영전략 이론은, 전략의 기본 이론만 배운다면 누구나 경영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기업이 경영전략실을 만들고 탑다운(Top-down) 기반의 경영전략 실행 체계가 구축되는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1980년대 이전 경영전략 수립은 똑똑한 몇몇 비즈니스 리더가 하는 일이었으나, 포터 교수의 이론이 나온 뒤 누구나 체계적으로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포터 교수의 경영전략 이론에는 여러 가지가 포함돼 있습니다만, 가장 널리 활용되는 모델은 산업구조분석(Five Force Model)입니다. 이는 기업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다섯 가지 경쟁요인을 설명하는 이론으로써 전체 모델은 다음과 같이 구성돼 있습니다.

 

구매자의 협상력(Bargaining Power of Customers): 구매자의 수가 적고 규모가 크며, 다른 공급자로의 전환 비용이 낮을 때 구매자의 협상력이 올라가고 경쟁이 치열해집니다. 이기는 경쟁을 위해서는 구매자의 협상력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공급자의 협상력(Bargaining Power of Suppliers): 공급자가 제품 차별화를 하여 구매자가 해당 제품에 종속되거나, 공급자가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을 때 공급자의 협상력이 올라가고 분석 대상 기업의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집니다. 공급자의 협상력이 높아지지 않도록 공급업체를 관리하고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기업간 경쟁 (Industry Rivalry): 동일 산업 내 유사 제품을 만드는 경쟁 기업이 많아질수록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집니다. 경쟁기업보다 탁월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제품, 가격, 품질 등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시장 진입 위협/장벽 (Threat of New Entrants):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들어오는 것이 쉬워질수록 경쟁력 확보가 어렵습니다. 시장 진입 규제가 있거나, 면허가 필요하거나,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경우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집니다.

대체 위협 (Threat of Substitutes): 분석 대상 기업이 속한 산업과 연관되지 않은 다른 산업의 기업이 시장에 들어와 수요를 잠식하게 될 경우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집니다. 지속적으로 타 산업의 영역 확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진입장벽을 만들어야 합니다.

 

포터 교수의 산업구조분석은 시장의 경쟁을 치열하게 만드는 다섯 가지 경쟁 요인을 분명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거나 기존 기업과 경쟁할 때 차별 포인트를 만드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정부 정책과 규제를 적절히 활용하며 수요자 및 공급자의 구성을 최적화함으로써 차별화된 경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론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플랫폼이 지배하는 신제조업의 시대

 

포터 교수의 기념비적인 저술 이후 다양한 경영전략 이론이 등장했고, 1980년대와 1990년대는 경영전략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시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기업의 경영환경이 바뀌었고 경영전략의 중요성은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시장을 압도하는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경영전략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 모델,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한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러한 시대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바로 모든 것이 스마트하게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아마존(Amazon)입니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고객과 연결되고, 프라임 멤버십의 무료 배송으로 물리적으로까지 연결되는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의 등장은 경영전략 이론을 새롭게 뒤집어야 하는 상황을 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아마존과 같은 기업이 등장한 시대에, 차별화 전략을 수립해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가능하긴 할까요. 최근 포터 교수는 이처럼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에서의 경쟁전략에 대한 방향성을 이론으로 제시했습니다.

 

포터 교수는 2015년과 2016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기고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던 단순 제조업의 시대가 가고 제품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신(新)제조업의 시대가 왔다고 설파했습니다.

 

신제조업의 대표 사례로는 미국의 농업 관련 중장비 제조업체인 존 디어(John Deere)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트랙터와 같은 농기계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존 디어와 같은 기술력 있는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경쟁기업이 늘면서 존 디어는 차별화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 차별화의 일환으로 제품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경쟁기업 역시 품질 좋고 저렴한 제품을 만들어냄에 따라 존 디어의 경쟁력 확보는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존 디어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연결된 농기계를 만들어 냈습니다. 농기계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게 됐고, 궁극적으로는 존 디어가 판매한 농기계로부터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지역별 농업 특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분석하여 지역에 따른 수확시기를 알려주거나, 설비 파라미터를 조정하는 것 등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존 디어 농기계가 많이 팔릴수록 연결된 농기계가 늘어나고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됩니다. 이렇게 존 디어는 제조업을 서비스업으로 한 단계 혁신한 뒤, 다시 서비스업을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클라우드에 연결된 농기계로부터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외부 사업자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이를 농기계와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존 디어의 경쟁기업들은 이제 존 디어의 제품을 카피하고 경쟁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존 디어 서비스 플랫폼 전체를 대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링 기업인 GE도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GE의 주력 제품인 발전기나 터빈은 스마트 기능을 탑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서로 연결돼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GE는 이를 활용해 프레딕스(Predix)라는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도입했습니다. 발전기나 항공기 터빈 등에서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프레딕스를 통해 분석한 뒤 최적의 제어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발전기와 터빈으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해당 시스템에 대한 분석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그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플랫폼에 연결된 모든 발전기와 터빈의 파라미터를 동시에 최적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플랫폼에 연결된 발전기와 터빈이 늘어날수록 시너지가 커지는 긍정적인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지요. 이제 경쟁기업은 플랫폼을 이미 구축한 GE와 어려운 경쟁을 치룰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서로 연결된 제품들이 ‘플랫폼화’ 하며 강력한 경쟁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포터 교수는 이러한 연결의 개념을 ‘Smart, Connected Products’라고 정의하고, 그 최종 단계로 플랫폼을 제시했습니다. 아마존과 존 디어, GE 등이 모두 전통적 의미의 유통, 제조 기업에서 연결에 기반을 둔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이제 이들의 경쟁기업들은 각 산업의 선도기업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선도 플랫폼과 경쟁해야 하는 상항이 됐습니다. 포터 교수는 이처럼 연결에 기반을 둔 플랫폼 기업이 갖는 경쟁력을 산업구조분석 모델에 입각해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구매자의 협상력 (Bargaining Power of Customers): 기본적으로 플랫폼 기업은 가격경쟁력을 넘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고객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함으로써 고객에게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 기업은 구매자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공급자의 협상력 (Bargaining Power of Suppliers): 플랫폼 기업은 기본적으로 공급자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기업간 경쟁 (Industry Rivalry): 플랫폼 기업은 자신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수준을 경쟁기업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혁신할 수 있기에 기업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시장 진입 위협/장벽 (Threat of New Entrants): 플랫폼 기업은 진입 장벽을 높게 쌓을 수 있기에 새로운 경쟁자에 대한 걱정이 크지 않습니다.

대체 위협 (Threat of Substitutes): 플랫폼 기업이 구축한 서비스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시장을 지키고, 대체 위협에서도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은 다섯 가지 경쟁우위에서 모두 기존의 제조 및 서비스 전문 기업보다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아마존을 이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아마존을 이길 것인가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포터 교수는 다음과 같은 플랫폼의 한계 역시 지적합니다. 첫째, 플랫폼 기업이 독점적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고객은 과거보다 더 쉽게 경쟁기업으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유사한 수준과 규모의 플랫폼이 경쟁한다면 구매자의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에 가장 핵심적인 부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가 등장할 경우 플랫폼 기업의 공급자에 대한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끝으로, 플랫폼 기업은 연결에 기반을 둔 새로운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함으로써 이종산업에 쉽게 진입할 수 있으나 이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사업영역에서도 다른 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아마존을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산업구조분석을 종합해보면,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아마존과 완전히 똑같은 플랫폼을 아마존과 유사한 규모로 구축하거나, 다른 사업 영역에서 플랫폼을 구축한 뒤 아마존의 영역으로 진입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플랫폼을 이미 구축한 기업에게 다섯 가지 경쟁요인에서 이기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직접 경쟁을 피하고 인근 사업 영역에서 플랫폼을 구축한 뒤 해당 영역으로 진입해야 합니다.

 

아마존은 유통과 물류에서 단단한 플랫폼을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존 디어와 GE 역시 자신의 사업 영역에서 독자적인 플랫폼을 만들어나가는 중입니다. 이들과 상대하려면 자신만의 차별화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합니다. 아니면 플랫폼 기업이 필요로 하는 특정 서비스나 부품을 만드는 데 공을 쏟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다섯 가지 경쟁요인을 분석하고, 연결에 기반을 둔 플랫폼 비즈니스가 가능한 분야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손무의 손자병법처럼 포터 교수의 경영전략 이론 역시 세월을 넘나드는 경영전략의 고전이 될 것이라고 필자가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송상화

한국지역난방공사, 홈플러스그룹, POSCO, CJ대한통운, 현대엠앤소프트 등 제조, 유통, 물류 분야의 기업들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였고, 삼성전자, LG전자, CJ제일제당, 한국능률협회컨설팅, 한국생산성본부, 국군수송사령부 등과 함께 SCM 및 물류혁신 관련 교육을 진행하였다. Marquis Who's Who, IBC 등 인명사전 등재 및 논문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관심분야는 SCM 최적화, 물류 및 유통 혁신, 위치 기반 서비스 및 네비게이션 최적화 등이 있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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