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충무로 人쇄골목 파헤치기

by 양석훈 기자

2017년 11월 10일

충무로, 인쇄골목

 

글. 양석훈 기자

 

‘청춘물류캠프’ 준비로 한창이던 어느 날, 당장 홍보에 쓸 포스터와 리플렛이 필요했다. 포탈에 포스터와 리플렛을 검색해 여러 인쇄소 온라인몰을 돌아다니다 가장 합리적인 견적을 제시한 곳에 주문을 맡겼다. 다음 날 주문한 포스터와 리플렛을 찾으러 충무로 인쇄골목으로 향했다. 이런저런 일로 충무로에 들락거리긴 했지만 인쇄골목 한복판에 들어간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CLO도 매달 종이로 된 잡지를 만드는 곳 아니던가. 충무로 인쇄골목에 들어서서야 그런 생각이 번뜩 들었다. 잡지 만들기는 CLO의 매우 중요한 이벤트다. 매월 마지막 주만 되면 모두가 잡지 원고 마감을 붙들고 씨름한다. 하지만 우리의 일은 인쇄소에 ‘최종 교정 pdf 파일’을 넘기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 후 한 시름 놓고 기다리다 보면, 잡지는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우리에게 ‘짠하고’ 전달된다. 그래서일까. 잡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잡지가 만들어지는 충무로 인쇄골목은 어떤 곳인지는 생각해본 적 없었다.

 

하지만 충무로 인쇄골목을 몇 발자국 걷다 보니 마음가짐이 조금 바뀌면서, CLO의 잡지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궁금해졌다. 또 충무로 인쇄골목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파헤쳐봤다. 충무로 인쇄골목의 공급사슬과 물류체계에 대하여.

 

클릭 스무 번만 하면 망한다

 

청춘물류캠프 홍보용 포스터와 리플렛의 인쇄를 맡은 동신씨앤피에 취재 요청을 했다. 다행이 수락해주었다. 동신씨앤피의 이명호 대표는 충무로 인쇄골목이 궁금하다는 본 기자를 이끌고 인쇄소 건물 2층의 사무실로 올라갔다.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곳이었다.동신씨앤피, 이명호 대표▲ 동신씨앤피의 이명호 대표

 

이 대표에 따르면, 인쇄소에 주문을 넣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온라인 주문이다. 동신씨앤피 역시 얼마 전부터 온라인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온라인이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주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인쇄소 온라인몰에 접속한 뒤 어떤 종류의 상품(카탈로그, 책자, 리플렛, 포스터 등)을 제작할지 선택하고 규격과 부수, 후가공(코팅, 접지, 오시, 박, 타공 등) 여부 등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견적이 산출되는데, 그 견적이 마음에 들면 주문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러면 사무실에서 그 주문을 접수하고, 웹하드 등을 통해 모든 편집 및 교정 작업이 완료된 데이터를 전달받는다. 사무실은 그 데이터를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인쇄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 출력실에서 인쇄용 판(CTP 판)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준비한다.

 

그런데 이 대표에 따르면, 현재 인쇄소가 온라인 주문에서 남기는 마진은 거의 없다. 수많은 경쟁업체가 즐비해 있는 온라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몇 군데 인쇄소를 알아본 뒤 그 중 가장 합리적인 견적을 제공하는 업체를 고르게 된다. CLO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온라인 홍보에 드는 광고비도 부담이다. 이 대표는 “이 시간(오후 2시)에는 클릭 한 건에 만 4천 원씩이다. 조금 과장해서 클릭 20번만 하면 우리는 쫄딱 망해버린다”며 “그럼에도 우리 입장에서는 포탈마저 없으면 홍보를 하려해도 할 수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싸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변화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진출한 온라인 시장이 아직까지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거다.

 

네트워크가 ‘오다’를 만든다

 

한편 인쇄소에 주문을 넣는 두 번째 방법은 바로 오프라인 주문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온라인 주문이 지금처럼 보편화되기 이전에 대부분은 주문은 오프라인을 통해 이뤄졌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많은 주문이 오프라인을 통해 들어온다.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기 위해서는 인쇄 공정이나 후가공 등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를 가지고 인쇄소를 방문해 샘플 출력을 해보고, 실제 인쇄 주문을 넣는다.

 

앞서 살펴본 대로 온라인에서는 견적을 따져본 뒤 인쇄소를 선정하면 됐다. 포탈에 검색하면 ‘광고비를 많이 낸 업체’ 순으로 쭉 리스트업이 되고, 견적은 클릭 몇 번만으로 자동 산출되며, ‘Alt+tab’을 몇 번 누르면 업체 간 견적 비교도 끝난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좋은 업체가 눈에 쉽게 들어오지도 않거니와 여러 인쇄소의 견적을 한 눈에 비교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오프라인에서의 인쇄소 선정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일까.

 

여러 요인이 있을 테지만, 이 대표에 따르면 오프라인 주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네트워크’다. A라는 회사가 있다고 치자. A는 B인쇄소의 C실장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거래해왔다. 그런데 C실장이 B인쇄소를 그만두고 나와 새로 D인쇄소를 차렸다. A는 이제 어디에 주문을 할까. 당연히 C실장이 새로 차린 D인쇄소다. 이 대표는 충무로 인쇄골목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오다(주문)’가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고 말한다.

 

때문에 충무로 인쇄골목에서는 단지 ‘자본’만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할 수 없다. 아무도 주문을 안 주기 때문이다. 골목가게는 차려 놓으면 누군가 들러 껌도 사고 음료수도 사지만, 충무로 인쇄골목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이미 알음알음 알고 있거나, 오래 전부터 거래를 터 온 사람끼리 거래가 주로 이뤄진다. 이 바닥에서 자본보다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다.

 

흔히 물류를 ‘인류(人流)’라 칭한다. 어디 물류만 그러겠는가. 충무로 인쇄골목이 작동하는 원리도 그러했다. 이 대표는 이런 이유로 새로운 사업자가 충무로 인쇄골목에 진입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말했다.

 

나까마와 모찌꼼? 인쇄 주문만 받고 실제 인쇄 업무는 다른 곳에 맡기는 기획사무실을 일컫는 은어인 ‘나까마’의 탄생 원리도 이러한 충무로의 상황과 연관돼 있다. 본문에서 말했듯, 충무로 인쇄골목에서는 주문이 있어야만 사업을 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인쇄 기계 하나 없이 주문만 받고도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문을 받은 뒤 얼마간의 마진을 떼고 실제 인쇄 작업은 다른 인쇄소에 넘기는 사무실이 생겨난다. 이처럼 인쇄 업무를 중개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버는 사무실을 나까마라 한다. 이곳에서 쓰는 은어 가운데는 ‘모찌꼼’이라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네트워크가 탄탄한 A회사가 파주와 같은 도심 외곽에 천 평짜리 땅을 사 건물을 짓는다고 해보자. A사는 인쇄 기계 하나 가지고 있지만 않지만 건물 바깥에는 자신들의 간판을 내건다. 그리고 건물 안 빈 공간에 인쇄 기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 제본하는 사람, 박하는 사람 등을 불러 채운다. 개별적인 사업자들이 A라는 한 지붕 아래 모이는 것이다. 그러면 A는 규모의 경제를 구축해 종이나 잉크 같은 원자재를 저렴한 가격에 공수하면서, 주문에 대한 수수료와 집세만으로 돈을 벌 수 있다. 이를 업계에서는 모찌꼼(‘다 모여!’)이라고 한다. 모찌꼼은 인쇄 산업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협업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인쇄부터 후가공까지

 

여기까지가 본격적으로 인쇄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과정이다. 자, 온라인 가격비교를 통해서든 네트워크를 통해서든 인쇄 주문이 들어왔다고 가정해 보자. 이제부터 본격적인 인쇄 공정이 시작된다.

 

동신씨앤피는 자체 공장(기계실)을 보유하고 있는 꽤 큰 규모의 인쇄소여서, 인쇄 공정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이 대표에 따르면, 1인기업체(나까마)와 달리 공장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인쇄소의 강점은 첫째, 나라장터 등에서 나오는 큰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라장터는 종종 공장이나 직접생산증명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인쇄소는 주문에 입찰할 수 없도록 자격 제한을 걸어놓는다. 즉, 공장이 없는 1인기업체는 입찰하지 말라는 거다.

 

공장을 직접 보유함으로써 얻는 두 번째 강점은 중간에서 수수료만 떼먹는 1인기업체가 아니라는 공신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끝으로 공장을 직접 보유하고 있으면 품질관리를 직접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인쇄골목에 있는 인쇄소가 대개 영세하기 때문에 큐씨(Quality Control) 담당자를 둘 여력은 안 되지만, 문제가 생기면 클레임이 우리 쪽으로 곧바로 들어오기 때문에 품질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된다”며 “수십 년 경력의 기장들이 기계 옆에 붙어 인쇄물이 잘 나왔는지 확인한 뒤 품질이 수준 미달이면 바로 폐기한다”고 전했다.

 

한편 인쇄 공정의 첫 번째 단계는 인쇄에 사용되는 CTP 판을 만드는 것이다. CTP는 Computer to Plate의 약자로, 데이터를 필름으로 출력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인쇄판(동판)에 출력하는 것을 말한다. CTP 방식은 필름을 활용하는 방식에 비해 작업 시간이 짧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출력실에서 출력된 CTP 판은 기장의 확인을 거친 뒤에 인쇄에 사용된다.

CTP판, CTP 출력기계▲ 기계에서 데이터가 입력된 CTP 판이 출력된다.

 

두 번째 단계로 출력된 CTP 판이 인쇄 기계에 들어간다. 인쇄 기계에는 잉크통이 달려있는데, 이 잉크통에 CTP 판을 넣으면 종이가 여러 잉크통을 순서대로 지나가면서 색깔이 찍힌다. 인쇄에는 기본적으로 4가지 색(CMYK)의 잉크가 사용되며(4도인쇄), 따라서 인쇄 기계에는 보통 4개의 잉크통이 달려있다. 동신씨앤피의 인쇄실에는 두 대의 인쇄 기계가 돌아가고 있었다. 한 대는 4개의 잉크통이 달린 4색기였고, 나머지 한 대는 5개의 잉크통이 달린 5색기였다. 5색기로는 CMYK 이외에 한 가지 색을 별색(금색, 형광색 등)으로 활용해 인쇄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의 인쇄를 옵셋인쇄라고 하는데, CLO에서 매월 만드는 잡지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인쇄된다.

인쇄 공정, 인쇄실, 인쇄기계, 옵셋인쇄▲ 종이가 인쇄 기계를 통해 인쇄돼 나온다.

 

이렇게 인쇄가 끝나면 후가공이 이뤄진다. 인쇄소마다 인쇄까지만 하기도 하고, 후가공 중 일부를 하기도 하는데 동신씨앤피에서는 코팅기가 구비돼 있어 후가공 가운데 코팅 작업까지 직접 수행하고 있었다.

재단기, 코팅기▲ 재단기와 코팅기

 

코팅을 제외한 나머지 후가공은 전문 업체가 맡아 한다. 실제로 동신씨앤피의 바로 옆에는 박을 하는 조그만 사업장이 있었다.

금박, 은박▲ 최근에는 금박이나 은박뿐 아니라, 여러 가지 색으로 박 작업이 이뤄진다. 인쇄로는 나올 수 없는 선명한 색을 박 작업을 통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노하우’가 있는 물류

 

후가공까지 끝나면 마침내 하나의 완성품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처럼 충무로 인쇄골목에서 완성품이 만들어지는 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바퀴 셋 달린 오토바이(삼발이)와 용달차다. 요컨대 충무로 인쇄골목에서 삼발이와 용달차는 지업사를 비롯한 원자재 공급업체와 인쇄소를, 인쇄소와 후가공 업체를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삼발이, 용달▲ 원자재와 인쇄된 종이를 실어 나르는 충무로의 삼발이

 

그러나 충무로 인쇄골목에서는 용달도 아무나 할 수 없다. 그럼 누가 할까. 여기서 다시 한 번 네트워크가 작동한다. 이 대표는 “이 골목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들 가운데 옵셋인쇄에서 디지털인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업무 수요가 줄어 배달 업무를 시작한 경우가 많다”며 “그 사람들은 오래 일한 만큼 이곳 인쇄 공정의 흐름을 잘 알기 때문에 거래처에서배송 업무를 받아 삼발이나 용달을 한다”고 전했다.

 

뒤집어 말하면, 충무로 인쇄골목의 인쇄소는 아무에게나 용달을 맡기지 않는다. 네트워크 안에서 용달 오다를 준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앞서 말했듯, 충무로 인쇄골목에서 용달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곳에서 오래 일한 이들이다. 그들은 충무로 인쇄골목이 돌아가는 생리를 하나부터 열까지 빠삭하게 알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용달차를 몰긴 하지만 용달 업무 이상의 일을 수행할 수 있다. 가령 인쇄소는 바쁠 때 용달차를 모는 사람에게 검수 작업을 부탁하기도 한다. 검수를 한 뒤 이상이 없으면 알아서 납품을 가라는 식이다. 즉, 인쇄소가 네트워크 안에서 오다를 주는 까닭은 그들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기 위함이다.

 

일례로 이 대표는 “인쇄소가 용달이나 삼발이 운전하는 분에게 제본 끝나면 코팅집으로, 코팅 끝나면 금박집으로 가달라고 용달부터 검수까지 일종의 용역을 맡긴다”며 “겨울철에는 기온이 낮아 간혹 잉크가 천천히 마르기도 하는데, 용달하는 분들이 이러한 사실을 다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충무로의 물류를 ‘노하우가 있는 물류’라고 말하는 배경이다.

 

물론 완성품을 고객에게 납품할 때, 가령 CLO 사무실로 완성된 잡지를 배송할 때는 택배나 퀵과 같은 일반 용달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완성품을 만드는 제조 과정에는 아무 용달이나 쓰지 않는다. ‘네트워크’를 활용해 ‘노하우’가 있는 용달을 쓴다.

 

그리고 이처럼 네트워크와 노하우에 기반을 둔 물류체계는, 충무로에 차별성을 부여한다. 충무로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는 삼발이와 용달차는 충무로의 여러 업체를 촘촘히 연결한다. 덕분에 원자재 조달부터, 인쇄를 거쳐, 다양한 후가공에 이르기까지의 섬세한 작업이 중간에 중단되지 않고 신속하게 수행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충무로 인쇄골목이 파주와 같은 거대 출판단지와 비교해 갖는 장점으로 ‘작업의 다양성’과 ‘신속함’을 꼽는다. 코팅하고, 금박·은박 찍고, 형압(型押)으로 누르는 등의 복잡한 과정이 충무로 인쇄골목에서는 매우 빠르게 처리된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충무로 인쇄골목의 차별성은 세세하고 섬세한 작업을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것이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삼발이와 용달차로 대표되는 노하우가 있는 물류이다.

 

충무로는 무엇으로 움직이나

 

여기까지가 주문에서부터 최종 결과물이 고객에게 도달하기까지 충무로 인쇄골목의 공급사슬이다. 본 기자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충무로 인쇄골목은 시스템이나 기계와 같은 차가운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뜨끈한 것에 의해 움직인다.

 

주문은 네트워크(굳이 풀어쓰면 ‘人’맥이다)에 의해 들어오는 경우가 다반사고, 연신 판과 인쇄물을 쏟아내는 기계 옆에는 땀에 전 작업복을 입은 기장들이 있다. 인쇄소와 각 사업장을 잇는 것 역시 최첨단 시스템이 아니라 이 바닥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의 노하우다. 그런 점에서 충무로의 인쇄골목은 아직까지, 긍정적 의미에서건 부정적 의미에서건, 인간적이다.

 

스무 살에 충무로에 들어왔다는 이 대표는 지금 쉰여섯이다. 이곳에서만 36년을 보냈다. 이 대표는 그 동안 충무로도 많이 변했다고 했다. 정부는 사대문 안에서 제조업을 몰아내려 하고, 인쇄산업을 사양산업으로 판단하여 지원도 잘 안 해준다. 심지어 충무로 인쇄거리를 인쇄 문화투어에 활용한단다. 교과서를 컴퓨터로 보고 달력은 핸드폰으로 보는 시대, 종이 신문이 망해가는 시대. 하지만 그럼에도 이 대표는 충무로 인쇄골목의 규모는 조금씩 줄지언정 아주 없어지지는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본 기자 역시 그러길 바란다. 사람이 지워지는 세상 아닌가. 충무로 인쇄골목의 인간적인 정취만큼은 한동안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양석훈 기자

따봉충이 되고자 합니다. 단 하나의 따봉(좋아요)이라도 더 받기 위해 공부합니다. (페북)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