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시장 재편, 해운운임에 영향 끼칠까
해운의 새 시대, 현대상선과 SM상선 등 국내 원양선사의 청사진은
글. 임예리 기자
3대 해운동맹, 해운시장 재편하다
이달(지난 4월), 글로벌 해운 시장에 ‘2M’,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오션(OCEAN)’, 3개의 해운동맹 체제가 출범했다. 2M에는 세계 1위 선사 머스크라인(덴마크)과 2위 MSC(스위스)가 가입돼 있다. 여기에 현대상선이 2M과 전략적 협력(Strategic Cooperation)을 맺음으로써 ‘2M+H’ 체제가 구축됐다.
한편 디 얼라이언스에는 독일의 하팍로이드, 일본의 NYK·MOL·케이라인, 대만의 양밍이 속해 있으며, ‘오션’에는 프랑스의 CMA CGM, 중국의 코스코, 홍콩의 OOCL, 대만의 에버그린이 가입돼 있다.
국제 운송주선업체 플렉스포트(Flexport)에 따르면, 2M은 600만 TEU의 물량을 취급하는데 이는 전 세계 컨테이너 시장의 선복량 중 29.5%에 해당하는 양이다.(현대상선 선복량 제외) 여기에 작년부터 계획된 머스크의 함부르크수드(Hamburg Sud) 인수가 이뤄지면 2M의 시장 점유율은 33.4%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오션도 2M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오션의 선복량은 550만 TEU로, 시장점유율은 26%이다. 한편 디 얼라이언스의 시장점유율은 16%로 3개 동맹 가운데 가장 낮다.(2017년 4월 기준)
▲ 3대 해운동맹 서비스 개요
현재 3개 해운동맹은 전 세계 컨테이너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향후 세계 해운 시장이 이 3개 해운동맹을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 선복량이 많은 해운동맹이 모든 지역에서 주요 노선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플렉스포트는 2M의 영업력이 약한 지역으로 인도를 꼽기도 했다.(출처: 플렉스포트, 올해 1월 수치를 재구성)
해상운송 운임 변할까
이러한 상황에서, 해상운송의 운임 가격이 변동할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세계경기 침체와 무역 둔화로 해운 시장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낮아진 해상운임으로 인해 2016년, 세계 1위 머스크라인조차 3억 9,600만 달러(한화 약 4,3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영석 계명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은 현재의 해운 시장을 ‘파멸적 전쟁’에 비유하며 “국가가 해운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인식해 그로부터 도움을 받은 기업만이 이 전쟁에서 살아남았는데, 이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적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변화할 조짐이 보인다. 우선 선사 간의 인수합병과 선박의 대형화로 인해 시장 주체의 덩치가 커지고 있다. 또한 대형 해운동맹의 출현으로 선사 운영의 효율화를 이루고 선사 간 정보 교환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해운 물량까지 늘어나면 해상운송의 운임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한때 290까지 떨어졌던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올해 들어 상승세를 보이며 현재(2017년 4월 기준)는 1,100포인트를 돌파했다. 반면 세계 컨테이너 시황을 반영하는 지표 중 하나인 CCFI(중국발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2016년 이후 상승 곡선을 그리다, 올해는 다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1~2년 내에 컨테이너의 시황 역시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해운동맹 출범 이후 선사들은 단기적으로 물량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 학장은 “몇 년간 지속됐던 해운경기 침체 속에서 살아남은 선사들이 3개 해운동맹을 중심으로 한 데 모였다”며 “새로 출범하는 해운동맹 모두 ‘적자만은 면하자’는 기조 아래 협력할 것”이라 밝혔다. 그는 “그간 적자를 면치 못했던 선사들이 해운동맹 재편과 글로벌 운임 상승을 발판 삼아 흑자 전환을 위한 운임 상승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원양원사의 청사진은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떻게 될까. 한진해운이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된 뒤, 한국에는 현대상선과 SM상선만이 유일한 국적 원양선사로 남게 됐다.
SM상선은 한진해운의 아시아·미주 노선과 광양·경인 터미널, 그리고 한진해운의 인력을 인수해 설립됐다. SM상선은 2018년까지 21척으로 선대 규모를 확장하고 12개 노선을 구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SM상선의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우선 현재 SM상선의 선대 규모가 자사 보유 6척, 용선 6척으로 비교적 작은 편이며, SM그룹의 사업구조 역시 벌크 위주에서 SM상선이 설립됨에 따라 지난달에야 처음으로 컨테이너선의 운항이 이뤄진 상황이다. 전 세계 해운 시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 해운동맹 없이 독자적으로 해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점도 취약한 부분으로 거론된다.
▲ 해운선사 선복량 순위(3월 26일 기준) (단위: TEU) *괄호 안은 시장 점유율(출처: 알파라이너)
한편 또 다른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은 현재 미국 롱비치·시애틀 터널(TTI) 지분 20%를 확보했고, 한진퍼시픽(도쿄터미널/카오슝터미널) 지분 100%를 확보했다. 또한 4월 중 인수협상이 완료될 예정인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을 포함해, 국내외 5곳의 터미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미널을 확보하면 하역비용을 낮출 수 있다.
또한 현대상선은 지난 2월 신용등급이 ‘D’에서 ‘BB’ 등급으로 상승했으며, 최근 한국선박해양을 통해 영구전환사채(CB) 발행 및 유상증자, 선박매각 등으로 8,500억 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현대상선은 국내 유일의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라는 점을 인정받아 국가의 정책적 지원 및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최대 주주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현대상선의 재무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현대상선의 미래 역시 마냥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전 세계 해운시장의 장기불황, 자산매각의 여파, 공격적인 영업에 따른 운임 영향으로 당분간 적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컨테이너 영업은 화주를 정해놓고 배를 만드는 것과 달리 영업망을 먼저 구축하고 화주를 모으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초기 자본금이 비교적 많이 투입된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사업구조를 컨테이너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선대 확장보다는 해운동맹 네트워크를 이용해 영업망을 넓혀갈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현대상선은 지난 3월 2M과의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상선과 2M은 미주 서안 항로에서는 선복교환의 형태로, 미주 동안·북구주·지중해 항로는 선복매입의 형태로 향후 3년간 협력할 방침이다.
‘2M+H’ 구축을 통해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과거 현대상선이 해운동맹 ‘G6’에 속해있을 때보다 약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현재 현대상선의 주력 항로인 미주 서안 항로의 선복량은 50%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물론 현대상선이 정식 해운동맹 가입이 아니라, 2M과의 ‘협의’에 그쳤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반적으로 해운동맹에 가입하면 ‘선복공유’라는 가장 높은 형태의 협력이 이뤄진다. 선복공유는 다른 해운선사의 배를 자신의 배처럼 운용하는 것, 즉 하나의 노선에 여러 해운사의 선박을 편성하는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2M과 ‘선복매입(타 해운선사의 선복을 매입하는 것)’ 및 ‘선복교환(선복을 해운선사끼리 교환하는 것)’ 형태의 협력을 맺는 선에 그쳤다. 한종길 성결대학교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선복공유가 배제된 것은 아쉽지만, 향후 글로벌 해운시장의 긍정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살아남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3년 뒤에는 정식 회원사로 해운동맹에 가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상선은 지난 2월 한국의 근해선사인 장금상선, 흥아해운과 ‘HMM+K2 컨소시엄’ 본계약을 체결하며, 한국-베트남/태국, 한국-일본 등 아주역내 지선망을 추가 확보했다. 남재일 현대상선 컨테이너운항 본부장은 “이제까지 자사 영업망의 40%가 미주항로였는데, K2와의 협력으로 인해 4월 이후에는 아주 항로 역시 미주만큼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상선이 가진 선박은 총 69척으로서 그중 사선은 24척(한국선박해양이 일부 매입), 용선이 45척이다.(2016년 12월 기준) 현대상선은 반선(선주에게 배를 돌려주는 것)과 폐선될 중소형 컨테이너 약 5척을 대체할 컨테이너를 국내 조선소에서 추가 수주할 예정이며, 이외에도 3~5척의 초대형 유조선도 발주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작년 12월 단기적인 선대개편 및 터미널 인수를 통해 원가절감 등 수입구조를 개선했으며, 2018년 이후부터는 사업 확장 및 경쟁력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작년 10월 선박 연료의 황산화물 배출량 상한선 비율을 현행 3.5%에서 0.5%로 대폭 줄이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신규 선박뿐 아니라 중고 선박에도 적용되는 엄격한 규제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의 친환경 선박 관리가 원가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남 본부장은 “운임의 1~2불 차이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중요한 것은 선박 고정비를 낮추는 것”이라며 “현대상선은 한국선박해양과 성사된 계약을 통해 선박을 재용선(Sale and Lease Back)함으로써 컨테이너 선박 비용 구조를 효율화했다”고 전했다. 그는 “여기에 선박에 대한 데일리 모니터링 등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진행해 부가적인 운임상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향후 운항경쟁력, 영업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 본부장은 앞으로 2~3년 안에 선사 간 M&A가 마무리되고 시장이 재편되어 운임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진행되는 선사들의 몸집 불리기가 마무리되면 해운시장 진입장벽이 높아질 것이고, 운임도 이에 따라 상승해, 영업이익 역시 5~6% 대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