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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창하는 반세계화, 새 ‘리더십’이 필요해

by 임예리 기자

2017년 03월 31일

세계화 외치는 중국, 반세계화로 선회하는 미국·유럽

증대하는 불확실성, 무엇으로 극복하나

반세계화, 지진

 

글. 임예리 기자

 

움츠리던 중국, 세계화를 외치다

 

세계화와 반세계화의 흐름이 충돌하고 있다. 가장 전적인 사례는 지난 1월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것은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기조연설이었다. 중국 국가주석이 처음으로 방문한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뒤 심화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시 주석은 “현재 세계가 맞이한 문제는 세계화로 인한 것이 아니며, 세계화로 인한 필연적인 결과도 아니다”라며 보호무역주의와 반(反)세계화를 비판했다. 특히 시 주석은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보호주의는 자신을 어두운 방에 집어넣는 것과 같고, 이는 폭우를 피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와 동시에 태양과 공기 또한 차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자리에 참여했던 중국 연사들 역시 미국의 무역보복과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마윈(马云)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다보스포럼 특별대담에서 “사실 중국에게 세계화를 알려준 나라는 미국 같은 나라”라며 “이제 중국이 막 WTO에 가입하고 세계화 추세에 합류하는 와중에 미국은 도리어 세계화가 나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 회장은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중국인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미국이 만약 벌어들인 돈을 월가가 아닌 미국 중서부 제조업체에 투자했다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을 것이다. 중국인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은 것이 아니라 경제 구조가 변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완다(万达)그룹의 왕젠린(王健林) 회장 역시 미국에 대한 칼날을 세웠다. 왕 회장은 “최근 미국에서 중국의 대미투자에 대한 심사가 엄격해지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보호주의가 대두되고 있는 것을 증명한다”며 “무역 보호주의는 양측 모두가 패배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 말했다. 그는 덧붙여 “할리우드 영화의 주요 수입원은 중국인데 만약 중국의 투자를 봉쇄한다면, 중국 역시 같은 방법으로 보복할 수밖에 없고 이는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을 대상으로 보복조치를 할 수도 있음를 시사했다.

 

반세계화로 선회한 미국

 

자국 내 경쟁 산업을 보호하는 등의 보호무역을 해왔던 중국이 비교적 낯선 목소리로 ‘세계화’를 외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반대로 한때 세계화를 선봉에서 이끌었던 미국이 반세계화(보호무역주의)로 방향을 선회하게 된 배경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요컨대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진핑 주석과 중국 연사들이 한목소리로 비판한 트럼프에 대해서는 자국 내 평가도 두 쪽으로 나뉜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부터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한 감세, 이민제한, 전통에너지 산업과 금융산업 규제완화 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억만장자 투자가 조지 소로스(George Soros)는 트럼프를 ‘독재자’, ‘사기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트럼프로 인해 시장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시장은 이것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즉각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부양책을 제시했지만,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인다면 오히려 경제성장은 둔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트럼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도 존재한다. 투자은행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CEO는 “우리는 항상 일자리, 의료복지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과 부유층과 저소득층 간의 임금 격차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쁜 공공정책으로 인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왔다”면서 “트럼프의 주위에는 경험이 많고(Experienced), 성공한(Successful)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일선에서 만들어내는 진지한 정책은 미국이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미국인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다이먼 CEO는 지난 1월 18일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정부의 올바른 세금 및 규제개혁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3~4%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향후 감세와 기업 자본의 본국 송환에 기대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더 많은 일자리와 급여인상부터 기업에게 열려있는 현금과 자본시장까지, 모든 것이 잘 될 것(Everything looks to be pretty good)”이라고 밝혔다.

무역제한

쪼개지는 유럽공동체

 

요컨대 미국이 세계화의 기조에서 벗어나 움츠러드는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기인하는 바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은 유럽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의 정치환경 역시 세계화의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까닭이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1월 18일 영국이 유럽연합(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동시에 탈퇴할 것이라는 ‘하드 브렉시트’를 선언했다. 메이 총리는 다보스포럼에서도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옹호하며, 이것이 경제성장과 세계 번영을 가져온다”면서도 “세계화가 가져오는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국가가 있음에도 인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영국의 EU 탈퇴 협상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가운데, 영국의 협상 결과가 향후 EU의 결속력 약화, EU 내 포퓰리즘 정당의 대두, EU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 증대 등으로 이어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올해에는 유럽연합에 속한 네덜란드(2017.3.15., 총선), 프랑스(2017.4~5월, 대선), 독일(2017.8월, 총선) 등에서 선거가 실시된다. 최근 세 나라에서는 공통적으로 반(反)EU·반(反)유로존·반(反)이민을 주장하는 포퓰리즘 정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유로존 탈퇴를 지지하는 오성운동의 지지율이 민주당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어, 향후 EU 내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내 포퓰리즘 정당

 

불확실한 시대, 어떻게 헤쳐갈까

 

세계화와 반세계화의 흐름이 충돌하고, 불확실함이 전 세계를 온통 뒤덮고 있다. 우리는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무엇을 통해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까?

 

반세계화의 문제가 지적됐던 다보스포럼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다보스포럼에서는 보호무역주의 대두,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 등에 대한 대안을 ‘리더십’에서 찾고자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은 2017년 4대 핵심 리더십 과제로 ‘글로벌 경제 활성화’, ‘더욱 포괄적인 시장 기반 시스템 구성’, ‘4차 산업혁명 대비’, ‘국제협력 재강화’ 등을 제시했다. 실제 다보스포럼에서 열린 총 400여 개의 포럼 세션 중, 절반 이상이 ‘사회적 통합’과 ‘인간개발’에 관한 논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다보스포럼은 2017년 4대 핵심 리더십 과제를 완수하는 방안으로 △소비의 형성 △디지털 경제와 사회의 형성 △경제 성장과 사회 통합의 형성 △교육, 성 역할, 직장의 형성 △에너지의 형성 △환경과 천연자원 안보의 형성 △금융과 통화 시스템의 형성 △식량난과 농업의 형성 △건강과 헬스케어의 형성 △정보와 엔터테인먼트의 형성 △국제 무역과 투자의 형성 △장기적 투자, 인프라, 발전의 형성 △이동수단의 형성 △생산의 형성 등 총 14가지의 시스템 이니셔티브(System Initiatives)를 제시했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7년 다보스 포럼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제시된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은 불확실성 증대와 기존 시스템 붕괴 때문에 불안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진솔하게 반응하고, 동시에 공정하며 지속 성장 가능한 대안을 제공하는 데에 책임감을 가진 리더십이다. 이는 결국,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 기술·경제·사회·정치 전반에서 일어나는 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 정책 및 제도를 구축하는데 리더의 역할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같은 보고서는 한국 역시 ‘보호무역주의 확산’, ‘4차 산업혁명 본격화’ 등에 준비하고, ‘국내 경기 안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플랫폼 기반의 신사업이 만들어지는 등 여러 방향에서 산업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대내외 여건 변화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및 투자 성과를 분석하여 미래 성장 동력 산업을 재선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으로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의 품질 조건을 국제적인 요구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를 위해 국내기업은 전문 인력 확보와 수출 유관기관과의 정보 공유 등에 노력을 쏟아야 하고, 동시에 불공정 보호무역 사례는 공식 채널을 통해 이견을 조율·해소해야 한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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