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창고 없는 창고업체(?)가 스스로 '풀필먼트'라 외친 사연

by 엄지용 기자

2017년 03월 28일

마켓플레이스와 라스트마일의 틈에서 발견한 ‘풀필먼트’

클라우드 시스템 통해 창고 없는 물류업 만든다

박스(위 사진은 본 기사의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글. 엄지용 기자

 

여기, 스스로를 ‘풀필먼트(Fulfillment)’ 전문업체라 강조하는 한 기업이 있다. 2014년 8월 신규법인을 설립하고 성장하고 있는 ‘마이창고’다.

 

풀필먼트.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글로벌 쇼핑몰 솔루션업체 쇼피파이(Shopify)에 따르면 풀필먼트란 ‘고객의 주문을 준비하고 전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한편 마이창고는 풀필먼트를 입고(운송 관리, 창고하역), 보관(창고적재·이동, 재고검수, 창고보관), 포장(제품선별, 포장, 출고준비작업), 운송(출고상품분류, 송장작업, 택배출고)을 통합한 작업으로 정의한다. 즉 쇼핑몰 입장에서 풀필먼트란 온라인 판매 이후 택배사 인계까지 수반되는 모든 작업을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풀필먼트 서비스로 아마존의 FBA(Fulfillment By Amazon)가 있다. 아마존과 같은 대형 기업은 풀필먼트 서비스를 자사 역량으로 내재화하고 그것을 해당 서비스가 필요한 온라인 판매자에게 얹어서 판매하는 아웃소싱 비즈니스로 전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소규모 업체가 풀필먼트 역량을 내재화하는 데에는 고민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전문매체 앙트레프레너(Entrepreneur)에 따르면 여유 자금이 없는 온라인 판매자에게 풀필먼트 아웃소싱은 사치다. 아직 고객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초기 쇼핑몰은 스스로 풀필먼트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풀필먼트에 투입하는 시간을 다른 일애 할애하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면 당연히 풀필먼트를 아웃소싱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게 앙트레프레너의 주장이다.

 

마이창고도 같은 주장을 한다. 마이창고의 주요 고객은 ‘온라인 판매자’다. 그 중에서도 포장과 물류발송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여 정작 핵심역량인 ‘판매’에 집중하지 못하는 온라인 판매자가 마이창고의 잠재고객이 된다. 마이창고는 이러한 업체가 ‘판매’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커머스 업체의 상품입고부터 배송(정확하게 이야기하면 ‘택배사 전달’)까지 하나로 묶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자상거래의 틈에서 발견한 ‘풀필먼트’

 

사실 손민재 마이창고 대표가 처음부터 ‘물류사업’을 목표로 마이창고를 설립한 것은 아니었다. 손 대표는 초기 ‘전자상거래’, 그 중에서도 유통·판매가 아닌 ‘인프라’ 시장을 노리고 사업을 준비했다. 당시 전자상거래 인프라 시장은 ‘마켓플레이스’, ‘이커머스 솔루션(쇼핑몰 호스트업체)’, ‘라스트마일 물류업체’가 지배하고 있었다. 마켓플레이스를 대표하는 ‘지마켓’, ‘11번가’, 이커머스 솔루션을 대표하는 ‘카페24’, ‘NHN고도(고도몰)’가 대표적이다. 라스트마일 물류 영역에서도 택배업체가 대규모의 비용을 쏟아 부으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마이창고 풀필먼트

▲ 마이창고가 이야기하는 풀필먼트 서비스

 

그러던 중 손 대표는 한 가지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다. ‘마켓플레이스’와 ‘라스트마일 물류’ 사이 새로운 전자상거래 인프라가 들어설 수 있는 빈 공간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풀필먼트’의 영역이었다.

 

손 대표는 “마이창고의 비즈니스 모델은 4개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클라우드’, ‘풀필먼트’, ‘창고(웨어하우스)’, ‘서비스’가 바로 그것인데, 그 중에서도 마이창고의 핵심은 풀필먼트와 클라우드라는 게 손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공동창업자인 정재혁 이사가 초기 서비스명을 ‘마이풀필먼트’라고 하자고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풀필먼트라는 말은 한글로 번역하기도 어렵고, 국내에 친숙한 단어도 아니어서 결국 ‘마이창고’라는 서비스명을 내세우게 됐다”며 “그렇지만 마이창고 서비스의 핵심은 창고가 아니라 클라우드 시스템이며, 고객 입장에서 볼 때는 풀필먼트가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물류를 위한 시스템의 부재

 

전자상거래는 10여 년 동안 빠르게 발전해왔다. 하지만 아직도 전자상거래 판매자들은 그들의 사무실 한 편에 상품을 쌓아놓고 직접 상품을 포장, 배송한다. 손 대표가 생각하기에 이들은 포장, 배송이 아니라 ‘판매’에 집중해야 했다. 게다가 국내에는 수많은 3PL 물류업체, 창고업체가 존재한다. 손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핑몰 사업자들이 여전히 직접 물류를 하고 있는 이유를 알고 싶었고, 고민했다. 답은 금방 나왔다. ‘시스템’의 부재 때문이었다.

 

물론 국내 창고업체들이 시스템을 전혀 도입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전자상거래에 특화된’ 시스템이 없었을 뿐이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창고업체에게 그런 시스템은 별로 필요가 없었다. 국내 창고업체는 연간 계약을 기반으로 수백 평 이상의 공간을 ‘번들링’해서 고객에게 판매하는 하는 것을 선호한다. 여러 화주의 화물이 들어오면 관리 비효율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창고 서비스를 판매해도 ‘보관’에 니즈를 가진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반면 온라인 판매자의 물류는 다르다. 온라인 판매에서는 매일 판매와 상품 출고가 발생한다. 즉 온라인 판매의 물류는 장기간 ‘보관’이 아니라 ‘출고’의 기능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기존 창고의 운영 방식으로 이렇게 매일 발생하는 온라인 판매자의 다품종소량 주문을 전화, 팩스로 일일이 처리하는 것은 엄청난 번거로움을 동반한다. 온라인 판매자의 물류를 처리하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되는 이유다.

 

손 대표는 “기존 국내 창고업체들이 WMS 시스템을 도입, 활용하고 있지만 WMS 관리 주체가 창고업체가 아닌 화주라는 게 문제”라며 “여러 화주가 존재할 경우 창고업체는 여러 개의 WMS를 동시에 사용해야 하며, 결국 창고 안에서는 여러 시스템을 사용함에 따른 혼선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시스템, 창고 없는 물류업 만들다

 

처음 마이창고는 시스템 외주화를 고민했다. 마이창고 사업의 목표는 시스템 판매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이창고는 그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사양을 가진 시스템을 만들어줄 사업자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결국 마이창고는 시스템을 직접 구축했고, 마침내 2015년 8월 클라우드 시스템 ‘eWMS 1.0’이 탄생했다.

 

마이창고는 여러 WMS를 사용하는 데 따른 창고 관리자와 화주의 혼선을 막기 위해 ‘창고관리자용 시스템’과 ‘화주용 시스템’을 창고업체와 화주에게 각각 공급한다. 창고업체에게 여러 화주를 포괄해서 관리할 수 있는 ‘단일 WMS’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각각의 화주가 시스템에 올린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연동돼 창고업체에게 전달된다. 이를 통해 기존 창고업체가 꺼리던 소규모 화주의 물량을 마치 한 화주의 물량을 관리하듯 처리할 수 있다. 결국 소형 화주는 작은 물량에도 물류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창고업체는 창고 내에 산적한 유휴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 서로 이득이다.

마이창고 WMS▲ 마이창고 화주용 시스템 사용 화면. CLO 또한 마이창고의 고객사 중 하나다.

 

2017년 1월 기준 마이창고는 8개의 창고업체와 협업하고 있다. 최종배송은 택배업체를 통해 아웃소싱한다. 사실상 마이창고가 직접 운영하는 배송차량은 한 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휴한 창고가 몇 개고, 직접 운영하는 배송차량은 몇 대인지는 마이창고에게 중요하지 않다. 마이창고의 핵심은 창고가 아닌 ‘소프트웨어’이며, 오히려 창고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순간 마이창고의 사업은 완성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마이창고의 ‘클라우드 시스템’은 창고 하나 없이 운영할 수 있는 물류업을 완성했다.

 

데이터 연동, 완전한 풀필먼트를 위한 조건

 

마이창고를 이용하는 온라인 판매자는 주문 및 입고 정보를 ‘엑셀’ 파일로 정리하여 마이창고 고객 솔루션에 올린다. 그러면 입고부터 택배업체 전달까지 모든 과정이 시스템을 통해 연동된다. 창고업체는 그렇게 전달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업을 한다. 최종배송은 마이창고가 아닌 택배업체가 담당하지만, 사실상 온라인 판매자는 마이창고를 이용함으로써 ‘온라인 판매’ 이후의 전 과정을 아웃소싱할 수 있게 된다. ‘판매’에만 집중하고 부가적인 업무를 분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 판매자는 박스당 990원(택배비 별도)에 마이창고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매일매일 상품이 판매되고 출고되는 온라인 유통업의 특성을 반영하여 기존 창고업계의 ‘평당 정산’ 방식이 아닌 ‘박스당 정산’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이 마이창고의 설명이다.

 

마이창고는 시스템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가지고 온라인 판매자의 재고관리 리포트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판매와 고객배송의 중간 과정인 ‘창고’에서 사라지는 데이터를 확보하여 데이터가 공급망 전체를 흐르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전자상거래에 특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창고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데이터가 하나의 시스템에서 연동되는 것이 중요하며 그래야만 완전한 풀필먼트가 완성되는 것이다.

마이창고 엑셀▲ 마이창고 화주용 출고작업 엑셀양식. 마이창고를 이용하는 고객사는 고객주문 발생 시 마이창고가 제공한 엑셀 양식에 맞춰 출고 정보를 정리하여 마이창고 시스템에 올려야한다.

 

물론 현단계(2017년 1월 기준)에서 마이창고의 풀필먼트가 완성됐다고 볼 수는 없다. 여러 개의 마켓플레이스에 상품을 판매하는 대부분의 쇼핑몰에게는 수시로 마켓플레이스에서 자사의 주문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이 번거로우며, 그 과정이 마이창고 출고 정보로 연동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쇼핑몰은 매번 주문 정보를 확인해 마이창고가 정한 양식에 따라 엑셀파일을 작성한 뒤 시스템에 올려야 된다.

 

손 대표는 “이는 고객 주문 정보가 저장되는 국내 마켓플레이스와 쇼핑몰 호스트업체가 외부업체와 API 연동을 꺼리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모바일 버전의 마이창고 eWMS 2.0에는 주문수집(Order Gathering) 기능을 추가하여 해당 문제를 풀어나갈 계획”이라 설명했다.

 

창고의 브랜드화를 목표로

 

마이창고에 있어 지난 2016년은 특히 의미 있는 한 해였다. 15년 8월 e-WMS 1.0을 개발한 이후 현재까지 50여 개의 고객사를 확보했고, 지난해에는 총 33만 개(박스 기준 10만 개)의 고객 주문을 처리했다. 냉동창고업체 ‘AJ토탈’ 등과 서비스 제휴를 추진하여 냉장/냉동 물류로 서비스 범위를 확장했으며, 쇼핑몰 관리솔루션업체 ‘플레이오토’와 제휴를 통해 플레이오토의 고객사인 온라인 판매자를 대상으로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기도 했다. 마이창고는 2016년에만 파수닷컴, SV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총 18억 원의 누적투자를 유치했다.

 

마이창고는 2017년을 창고의 ‘브랜드’를 만드는 한 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론칭한 냉장·냉동 물류 서비스 ‘마이창고 프레시’, 4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테스트베드 단계인 커피전문 물류 서비스 ‘마이창고 커피’에 이어 ‘마이창고 동대문’, ‘마이창고 코스메틱’과 같이 특화된 상품을 처리하는 창고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손 대표는 “실상 창고업은 택배업 이상으로 큰 사업인데 국내에 브랜드가 있는 창고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마이창고는 단지 창고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딩을 하는 것이며 그것을 ‘창고’가 아닌 ‘시스템’을 통해 완성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한편 마이창고는 올해까지 고객사를 150개까지 늘리고, 100만 박스 이상 물류대행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엄지용 기자

물류 콘텐츠로 아름답게 돈버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열심히 삽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