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위기의 해운, 원인은 가까이 있다

by 신태섭

2017년 03월 27일

선박

 

글. 신태섭 트레드링스 CMO

 

해운의 비극, 출처는 어디

 

해운업이 장기간에 걸쳐 어려운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 원인을 구구절절 말하는 것은 입만 아픈 일일 것입니다. ‘수요 대비 공급 과잉으로 인한 운임 하락’과 ‘선사의 비용구조 개선 소홀로 인한 경쟁력 하락’ 등의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학계와 산업에서 지적돼 왔고, 그 대안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잘 지적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남과 나를 다른 기준에서 바라보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다음의 대화는 필자가 현대상선에서 재직하던 당시 회의 중에 나왔던 실제 대화 내용입니다.

 

“작년 대비 철도 비용은 왜 감소하지 않았지? 또 바지선 비용은 왜 감소하지 않았지?” 회사 내에서 비용 절감에 관한 이슈는 흔한 것이었기에, 이와 같은 대화가 흘러나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화의 본론은 그 다음에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왜 선박 운임은 항상 제자리이거나 내려가기만 하는 거야? 모든 물가가, 모든 가격이 다 오르는데 왜 우리 매출인 운임은 그렇지 않은 거냐고?”

해상운임추이

▲ 지난 수년간 해상운임은 지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견해차가 만드는 비극, 너 자신을 알라

 

그렇습니다. 결국 물류서비스는 다른 누군가의 비용입니다. 위 대화에서 알 수 있듯, 선사 역시 철도, 트럭, 바지선을 이용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화주가 해운운임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선사 입장에서 철도, 트럭, 바지선 이용료가 모두 비용인 것처럼, 화주에게 있어 선사 역시 비용 가운데 하나일 뿐인데도 말입니다.

 

우리는 남을 볼 때와 자신을 볼 때 서로 다른 기준을 가져다 댑니다. 남의 허물은 크게 보면서 자신의 허물은 사소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사와 화주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사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과 다른 운송주체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온도차가 큽니다. 자신의 허물은 보지 못하고 남의 허물만 확대해석할 때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가령 선사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선사는 스스로의 체질을 개선해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대신 비용절감에 국한된 단편적인 대안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반대로 화주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화주 역시 선사와 마찬가지로 모든 물류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선사와 비슷한 운송서비스(육상이나 항공 등)를 제공하는 기업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요율을 얻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합니다. 결국 선사가 다른 운송서비스 주체에 밀려 화주의 선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요컨대 해운업이 처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편적인 비용 절감이 아니라, 자신을 냉철히 분석한 뒤에 행해지는 체질 개선, 그리고 이를 통한 경쟁력 강화입니다. 현재 해운업계에서 보편적으로 행해지는 ‘가격비교 방식의 무조건적인 원가(비용)절감’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고착화되면 결국 운송비 급등이라는 예측하지 못한 위험으로 돌아와 기업 경영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합니다. 한진해운 사태처럼 말입니다.

 

여기저기서 물류업계가 ‘어렵다’, ‘위기다’라는 말이 들려옵니다. 그 위기의 최전방에는 ‘해운산업’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떤 기업이더라도, 어떤 선사라도 쇄신하지 않으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냉정하게 자신이 처한 현 상황을 돌아보고 분명한 계획과 전략을 수립하여 나아가길 간절히 기대해봅니다.



신태섭

현대상선, 다음커뮤니케이션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물류 플랫폼 스타트업 트레드링스에서 CMO 를 맡고 있습니다. 수출입 기업의 물류도우미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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