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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령(限韓令) 있다! 없다?

by 임예리 기자

2017년 03월 07일

한한령(限韓令)은 실재하나, 그렇다면 그 정도는

대중무역

글. 임예리 기자

 

한한령, 엔터와 산업계 강타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을 본격화했다고 한다. 최근 언론은 유커(游客: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텅 빈 명동 거리를 보여주거나, 중국의 무역보복으로 피해를 입은 한국 수출입 기업의 사례를 실어 나른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언론이 상황의 맥락을 정확히 고려하지 않은 채 감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말 한한령(限韓令)은 실재하는 것일까? 있다면 그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16년 7월 8일 한국 정부는 한반도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공식 발표했다. 이에 중국은 즉각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해 7월 24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공식적으로 한반도 사드배치 결정에 항의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이어 9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통화, 올해 1월 야당의원 방중면담을 통해서도 사드배치에 대한 반대의견을 명확히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항의는 단순 ‘항의’에 멈추지 않았다.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추측되는 소위 ‘한한령’ 조치가 시행된 것이다. 한한령으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당한 분야로는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꼽힌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국 연예인의 중국방송 출연과 공연이 줄었으며, 중국 내에 한류 콘텐츠에 대한 억압이 존재한다는 매체 보도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으로 의심되는 정황은 산업계에도 나타났다. 지난해 8월 중국 입국에 필요한 비즈니스용 복수비자 발급이 제한됐다. 올해 초에는 제주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등 한국 국적 항공사에 대해 춘절(春节) 기간 한국행 전세기 취항 불허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드가 배치될 부지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진 롯데그룹의 중국 사업장에 대해서는 중국 당국의 세무조사가 들어오기도 했다. 또한, 중국 현지 롯데마트 점포에 대한 소방 점검이 실시됐고,  총 99개 점포 중 현재까지 39개가 소방 안전 시설 미비를 이유로 영업 정지를 당했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중국 여행규제 쇼키 영향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사드 배치 공론화 이후 제기된 중국 정부의 ‘서비스와 인적교류 압박’은 경제적 대응의 최고 수준에 해당하는 것이며, 비관세장벽 등 추가적인 정책대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중국 수출화주와 물류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물류는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유커를 대상으로 한 동대문 소매 판매가 전체 매출에서 일정 부분 이상을 차지했는데,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유커의 수가 줄면서 매출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통관 지연에 관한 이슈가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출입업자를 위한 물류플랫폼 트레드링스 신태섭 이사는 화장품을 예로 들면서 “수출업자와 수입자가 수입 통관 규정대로 모든 서류를 준비했고, 이미 CFDA(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 위생허가 승인을 받았는데도 통관이 지연되거나 통관 불합격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이로 인해 홍콩으로 수출 루트를 바꾸는 수출업자도 나타나고 있다”며,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수출업자의 인식이 ‘중국 수출은 어렵다’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중국 시장 진출을 고민했던 판매대행 업체 에픽트레이드는 중국 수출을 두고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김태경 에픽트레이드 대표는 “위생허가 등 통관과 관련된 서류를 전부 받아뒀지만, 통관 심사가 엄격해지면서 중국 바이어가 샘플을 받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며, “상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중국 사업 진출이 진척된 상황이고, 특히 B2C 거래에 대한 제약이 심해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문제는 사드뿐인가

 

물론 더 구체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은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우리 무역업체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가 있는 곳에 답이 있다고들 한다. 문제가 사드에만 있다면 답도 거기에서 찾아야 할 텐데, 그게 쉽지가 않다. 정부 차원의 방안이 강구되지 않는다면, 사드 배치와 관련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무역업체는 그저 손을 들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시야를 조금 넓힐 필요가 있다. 설령 문제가 사드 하나뿐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부분을 개선하는 쪽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문제가 사드 하나뿐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대중 무역과 관련해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으며 사드는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 라고 생각하는 편이 우리 무역업체 입장에서는 오히려 희망적이다. 가령 사드 말고도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활개 치는 보호무역주의 기조, 중국 성장률 둔화, 따이공을 통한 비합법적 수출 관행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한한령이 있는가, 없는가 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들을 폭넓게 고민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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