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민정웅의 미친SCM] 아마존고가 만드는 ‘데이터 옴니채널’

by 민정웅

2017년 02월 20일

뜨거운 감자, 아마존 무인매장 '아마존GO'

"물류'만'을 위한 기술은 없지만 물류가 활용하지 못할 기술도 없다"
 

글. 민정웅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

 

Idea in Brief


2016년 12월 5일, 아마존이 무인매장 ‘아마존고(GO)’의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업계의 숱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에 아마존고가 강조한 ‘머신러닝’, ‘인공지능’ 기술 이면에는 아마존고가 추구하는 ‘데이터 옴니채널’ 전략이 숨어있다. 기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모았던 아마존이 이제 오프라인 데이터까지 흡수하고자 기지개를 편 것이다. 컴퓨터비전, 센서퓨전, 딥러닝 등, 물류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 기술들이 어떻게 아마존의 물류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물류를 위한 기술은 없지만, 역설적으로 물류를 위해 적용하지 못할 기술도 없다.

 

그냥 걸어 나가기(Just Walk Out)

 

한 젊은 남성이 흥겹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매장으로 힘차게 걸어 들어갑니다. 매대에서 물건을 집어든 그는 곧바로 매장을 빠져나갑니다. 알파고와 포케몬고에 이어, 2016년 ‘고(GO)열풍’의 종결자 아마존고의 동영상이 지난해 12월 5일 공개됐습니다. 이름하여 ‘그냥 걸어나가는 기술(Just Walk Out Technology)’입니다. 계산대 앞에서 지루하게 기다릴 필요 없이, 말 그대로 매장에 들어가 상품을 집어 들고 매장을 ‘그냥 걸어 나가면(Just Walk Out)’ 결제까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그런 기술입니다.

 

아마존고의 소개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2013년 12월 택배에 드론을 활용할 것 이라는 소식이 공개됐을 때만큼이나 다양한 목소리와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혁신적 기술을 찬양하는 용비어천가는 물론, 첨단 기술로 인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비관적 정감록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생각의 중심에 자리한 ‘기술’을 피상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아마존고를 두 가지 관점에서 조금 더 깊이 바라보고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옴니채널(Omni-Channel)’과 ‘빅데이터(Big Data)’를 활용한 데이터 플랫폼 전략이 바로 그것입니다.

 

옴니채널, 유통의 본질을 흔들다

 

유통산업이 소비자에게 제공해주는 본질적 기능과 가치는 유통업이 태동하고 나서 지난 100여 년간 별다른 변화가 없었습니다.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Inspiration), 이 방법을 구현하는 제품 혹은 서비스에 대한 상세한 정보(Information)를 전달하며, 이들 재화를 소비자의 손에 물리적으로 인도하는(Supply) 유통산업의 본질은 저렴한 가격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더해 지금껏 이 시장을 지배해온 유효한 전략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과 모바일의 등장으로 이러한 본질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제품에 대한 영감과 정보 제공의 통로가 오프라인 채널에서 온라인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공간으로 소비자의 눈과 귀가 옮겨가면서, 아마존의 FBA(Fulfillment By Amazon; 아마존의 물류시스템을 셀러가 빌려 사용하는 것)와 같은 제품 공급방식의 새로운 돌연변이가 등장하며 유통 채널의 다변화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구매 행위가 오프라인으로 한정됐던 싱글채널에서 온라인과 모바일을 활용한 멀티채널로 확대되었고, 이러한 독립적 채널들 간의 마중물을 놓은 교차채널의 시대를 넘어 지금은 옴니채널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습니다.

 

옴니채널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과 정의가 가능하겠지만, 서비스 제공주체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역량은 ‘유통채널의 플랫폼화를 통해 소비자에게 단절없는 경험(Seamless Experience)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단절없는 경험이란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소비자가 구매하는 경로의 인지를 애매하게 만들어 물 흐르듯 부드러운 구매 프로세스를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즉, 채널의 존재감 자체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옴니채널 전략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 의해 맨 처음 구사되었습니다. 오프라인 채널을 보유한 기업들이 온라인 유통업체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오프라인 채널에 온라인과 모바일 채널을 더해 전체 유통채널을 확장한 것입니다. 서로 다른 채널을 연계하여 온라인 유통업체의 침범에 대항하고자 함이었지요.

 

사실 우리가 오프라인 유통업체라고 부르는 곳 중, 순수한 의미의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그리고 모바일로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오프라인 업체의 전략적 선택에 대해 온라인 혹은 모바일 유통업체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는 너무나도 분명해 보입니다. 바로 오프라인 채널을 추가로 확보하여 옴니채널 전략으로 맞불을 놓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아마존에서 이미 시작되어 왔습니다.

 

온라인 공룡 아마존의 오프라인화

 

‘책’과 ‘시애틀’, 이 두 단어는 아마존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아마존의 온라인 도서 판매가 처음 시작된 곳이 바로 시애틀이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지금도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대부분의 신규 서비스에 대한 파일럿 테스트 역시 시애틀에서 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첫 오프라인 서점인 아마존북스(Amazon Books)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2015년 11월, 아마존은 시애틀에 위치한 유니버시티빌리지(University Village)에 오프라인(Brick-and-Mortar) 기반의 서점 아마존북스 제 1호점을 오픈하였습니다. 아마존은 ‘아마존닷컴의 물리적 확장(Physical Extension of Amazon.com)’이라는 슬로건 아래 2016년 12월 기준 시애틀, 샌디에고, 포틀랜드에 아마존북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7년 상반기에는 일리노이와 메사추세츠에 각각 4호점과 5호점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아마존북스

사진= 유니버시티빌리지의 아마존북스 매장

 

사실 아마존은 오프라인 서점을 개장하기 2년 전인 2013년 11월, 샌프란스시코에 ‘아마존 팝업매장(Amazon Pop-up Store)’을 오픈함으로써 이미 옴니채널 전략을 구현한 바 있습니다. 팝업매장은 기존의 대형 쇼핑몰에 입점하여 운영하는 작은 부스 형태의 매장을 말합니다. 아마존은 이곳에서 ‘아마존에코’, ‘파이어TV’, ‘파이어 태블릿’, ‘아마존대시’, ‘킨들’ 등 아마존의 다양한 IT제품을 판매했습니다. 애플스토어의 지니어스바(Genius Bar)처럼 이들 제품에 대한 전문가 상담과 테스트는 물론, 직접적인 판매까지 이루어졌습니다. 2016년 12월 기준 아마존은 미국 내 32개 쇼핑몰에서 팝업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100여개의 매장을 추가 오픈할 계획입니다.

아마존 팝업스토어

아마존 팝업매장(사진= 아마존닷컴)

 

아마존고가 만드는 ‘옴니채널’

 

아마존북스나 팝업매장에 대해 앞서 언급한 내용만 보면, 아마존이 옴니채널이 아니라 단순한 멀티채널 혹은 교차채널 정도의 외형적 확장을 꾀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내부를 조금 더 꼼꼼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아마존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단절없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채널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프라임 회원을 우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가령 아마존북스는 프라임 멤버십 가입자에게는 온라인과 동일한 가격폭의 할인을 제공하지만, 비회원에게는 도서에 인쇄된 소비자 가격대로 책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온오프라인과 가릴 것 없이 프라임 회원에게는 동일한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가격정책 이슈는 ‘문제 해결’이 아닌 ‘실행’의 문제이기에, 적용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온오프라인에 동일한 가격정책을 적용한다는 최고경영자의 의사 결정만 이루어진다면, 그것을 그대로 실행하는 것으로 상황이 종료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걸쳐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일까요? 오프라인에는 아마존 웹페이지의 ‘원클릭(1-Click)’ 기능처럼 손쉽게 제품을 선택하고 신속, 간편하게 결제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이 부재하다는 것 아닐까요?

 

이러한 문제인식에서 아마존고는 탄생했습니다. 아마존고는 온라인 쇼핑카트에 제품을 담고 결제를 한 후 물건을 배송 받듯이, 물건을 들고 ‘그냥 걸어 나오면’ 가상의 쇼핑카트에 제품이 담기면서 바로 결제로 이어지는 방식입니다.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과 마찬가지고 쉽고 간편한 구매행위가 이루어집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아마존은 ‘줄설 필요 없는 결제(No Checkout Line)’를 강조하며 부르짖고 있는 것입니다.

 

특허로 바라보는 아마존고

 

아마존은 소비자에게 단절없는 일관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옴니채널의 명제를 그들 스스로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하고 싶어 합니다. 즉, 아마존은 온라인 채널에서 쿠키(Cookies)와 같은 기술 활용을 통해 얻는 고객의 상세정보를, 오프라인 채널에서도 동일한 수준으로 얻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존은 계산대가 필요 없는 매장에 가장 직관적으로 적용 가능할 것 같은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가 아닌, 새로운 기술의 조합을 아마존고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아마존고에 활용된 그냥 걸어 나가는 기술(Just Walk Out Technology)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실체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가 없습니다. 다만 서비스 소개 동영상에 따르면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센서퓨전(Sensor Fusion), 딥러닝(Deep Learning)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들 모두는 무인자동차에서 활용되는 기반 기술과 동일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긱와이어(GeekWire) 등 미국 매체는 아마존고의 핵심 아이디어를 포함하고 있는 아마존의 특허(US20150012396)를 소개하고 있습니다.(2015년 1월에 제출하였으며, 현재 심사 진행 중) 이 특허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마존 특허문서

사진= 아마존고의 핵심 아이디어가 포함된 아마존 특허문서

 

먼저 계산대를 필요 없게 하는 기술의 핵심 아이디어는 신뢰도 점수(Confidence Score)를 통한 제품 판별입니다. 소비자가 매대에서 선택한 제품을 자동으로 결제하기 위해서는 선택한 제품이 어떤 제품인지를 정확히 판단해야하는데, 이 판단을 위해 확률적 개념의 신뢰도 점수를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아마존은 신뢰도 점수의 계산을 위해서 매장에 설치된 카메라를 중심으로(Computer Vision), 다양한 종류의 센서를 통해 소비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링하고(Sensor Fusion), 수집된 데이터를 인공지능 기반의 알고리즘(Deep Learning)으로 분석합니다.

 

카메라가 수집한 이미지는 가장 기초적인 데이터입니다. 여기에 더해 카메라는 소비자의 동선을 따라 은밀하게 그들의 움직임을 추적하며, 특히 그들의 손을 주목합니다. 소비자의 피부색까지 구분하는 이 카메라는, 소비자의 손이 집어드는 제품을 촬영하고 이미지를 분석하여 1차적으로 제품을 판별합니다. 하지만 이미지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100% 확실하게 그 제품을 판별할 수 없기에,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추가적인 데이터를 다양한 센서로부터 수집합니다.

 

앞서 언급한 특허에는 매장 곳곳에 설치되어 음성을 인식할 수 있는 마이크, 매대에 설치된 중량 센서와 압력 센서들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매장 진입 시 사용자가 입력한 개인 정보를 통해 과거의 구매 이력 데이터 또한 파악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학습하여 신뢰도 점수를 계산해내는 것입니다.

 

아마존고의 데이터 플랫폼 시나리오

 

아마존고 기술적 메커니즘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매장에 들어가며 스캐닝한 QR코드를 통해 시스템은 이미 방문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 방문자가 물을 사기 위해 생수 매대 근처로 이동하면, 터벅거리는 방문자의 발걸음 소리에 반응한 마이크가 주변의 카메라를 움직이게 하고, 그 카메라는 방문자의 손을 면밀히 추적합니다.

 

이윽고 방문자의 손이 500ml 생수병에 닿는 순간, 카메라는 촬영된 제품 이미지 분석해 그 제품의 종류와 브랜드 등을 1차로 판별합니다. 그 생수병을 매대에서 들어 올리는 시점에는 매대에 부착된 무게 센서와 압력 센서가 줄어든 무게와 압력의 변화를 파악하여 그것이 특정 브랜드의 500ml 생수병일 것이라는 확신을 높여줍니다.

 

시스템이 방문자가 집은 생수병을 술이나 간장과 혼동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아마존고는 방문자가 그가 방문한 오전 시간에 술을 구매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엊그제 2L짜리 간장을 구매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 테니까요. 아마존고는 이러한 모든 데이터를 종합하여 방문자가 집어든 물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99점의 신뢰도 점수를 부여하고, 이를 가상 쇼핑카트에 담을 것입니다.

 

왜 RFID가 아닌가, 오프라인 데이터를 위하여!

 

여기서 많은 분들이 아마존고에 RFID와 관련된 기술이 사용될 것이라고 추측하겠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특허 문서상에서는 RFID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그러나 문서를 잘 살펴보면 “RFID를 사용한다”가 아니라, 센서 퓨전에 활용되는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중 하나로 “RFID기술 같은 것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서술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아마존고에 RFID가 활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필자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2가지 사실에 근거합니다. 첫째, 만일 RFID기술을 사용한다면 이렇듯 정교하고 복잡한 무인자동차 기반 기술을 활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리더기를 통과하는 순간, 제품 관련 정보가 바로 확인되기 때문이죠. 물론 RFID기술을 보완하기 위한 데이터가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확실한 것은 무인자동차에 쓰이는 이미지 분석이나 AI, 각종 첨단 센서 기술까지는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수집되는 데이터의 깊이와 관련 있습니다. RFID가 일종의 스냅샷 같은 정적인 데이터를 제공해 준다면, 비전이나 센서 기술들은 마치 동영상 같은 동적인 데이터를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점은 아마존고를 그들의 옴니채널 전략과 연계하여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비자에게 단절없는 일관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옴니채널의 명제를 아마존은 또한 그들 스스로에게도 적용하고 싶어 합니다. 온라인 채널의 절대 강자인 아마존은, 가상세상 속 소비자의 모든 행동을 그들의 AWS(Amazon Web Service) 속에서 추적하고 있습니다. 스냅샷이 아닌 동영상처럼, ‘어떤 제품을 주로 살펴보고 있는지,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지, 그리고 어떤 제품을 구매하려다가 포기하였는지’까지도 말이죠.

 

아마존은 오프라인에서도 이러한 세부적인 고객 데이터를 갖길 원합니다. RFID로는 절대로 확인 할 수 없는 그 데이터를, 바로 카메라와 센서 기술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입니다. 아마존고의 소개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소비자가 선택했다가 다시 내려놓는 제품까지도 가상의 쇼핑카트에 그대로 기록됩니다. 아마존에코에 탑재된 음성인식 기술까지 적용된다면, 아마도 제품 앞에서 불평을 쏟아내고 있는 배우자의 음성도 제품의 평가를 위한 데이터로 수집되고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100만 명의 고객 데이터보다, 고객 한 사람의 100만 가지 데이터를 더 중요시하는 아마존의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양적인 빅데이터가 아닌, 질적인 빅데이터를 통한 데이터 플랫폼 구축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류를 위한 기술은 없다, 그러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할리우드의 악동이라 불리는 코엔 형제가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영화에는 우연히 돈가방을 얻은 카우보이와 그를 추격하는 살인마, 이들이 남겨놓은 흔적을 쫒으며 사건의 퍼즐을 맞추는 늙은 보안관 톰 벨이 등장합니다. 영화의 제목은 온갖 풍파를 겪은 노인조차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은 알 수 없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세상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갑자기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까닭은, 아마존고를 분석하면서 ‘물류를 위한 기술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마존고에 사용되는 다양한 요소기술들 중 그 어떤 것도 물류만을 위해 개발된 것은 없습니다. 컴퓨터 이미지 기술이 그러하고, 센서 퓨전 기술이 그러하며, 딥러닝이나 인공지능 기술이 그러합니다.

 

하지만 아마존은 이 다양한 기술들을 물류와 유통영역에 접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습니다. 아마존이 취득한 특허에서도 이러한 노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령 2012년 취득한 ‘Position-based Item Identification in a Materials Handling Facility(US 8,175,925)’에서는 창고에 적치된 제품의 상대적 위치 차이를 카메라로 분석하여 입출고된 제품의 종류와 수량을 판별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Method and System for Inventory Verification(US 8,438,084)’이란 특허는 제품에 붙여진 라벨이나 상표 등의 텍스트 이미지를 분석하여 제품을 확인하고, 촬영된 이미지의 시계열 분석을 통해 제품의 재고정보를 분석하고 검증합니다. ‘Sensing Conveyor for Object Characteristic Determination(US 9,399,557)’ 특허는 물류센터 내에서 박스의 개봉 없이 제품의 중량과 중량분포를 센서가 감지하여 박스 내 제품을 확인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류를 위해 쓰이지 못할 기술도 없다

 

물류를 위한 기술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되짚어 생각해보면, 물류를 위해 쓰이지 못할 기술도 없습니다. 아마존처럼 말이죠. 어쩌면 그동안 물류가 산업의 변방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수동적인 대응에 급급해왔던 원인이, 물류를 위한 기술은 없다고 스스로 단정 지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말하듯, 잔혹한 투쟁이 일상처럼 벌어지는 이 세상에서 온정주의로 안정이 주는 달콤함에 찌들어있기만 하는 그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습니다. 아마존고가 보여주는 아마존의 나라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우리들 모두는 ‘늙음’보다 ‘낡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늙음이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지만, 낡음은 거슬러야만 하는 혁신의 순리이기 때문입니다.



민정웅

필자는 현재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및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으로 정석물류통상연구원 부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역-저서로는 ‘미친 SCM이 성공한다(2014, 영진닷컴)’, ‘물류학원론’, ‘공급사슬물류관리’, ‘물류기술과 보안의 이해’등이 있다. IT 및 Operation 컨설턴트로 활동했던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공급사슬관리, 물류정보시스템, 물류보안, SCM과 소셜네트워크 등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