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물류는 없다
There is no such a free shipping in economy
글.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Idea in Brief
고객의 배송 서비스 관련 요구사항이 다양해지면서 물류 분야에 대한 인프라 투자와 혁신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속에 물류 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여러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높아지는 고객의 니즈만큼 물류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추가로 받는 것 역시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엔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며, 과거의 모델 역시 유효하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결국 시장을 장악하는 기업은 라스트마일을 장악한 기업이 될 것이다. |
아마존을 필두로 온라인 유통 기업의 급격한 성장세에 대응하기 위해 오프라인 유통 기업의 반격이 시작됐다.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은 옴니채널 유통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소비자가 어디에 있든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넘나들며 하나의 통일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초의 웹브라우저를 만들고 넷스케이프를 공동 창업했던 마크 앤드리슨은 오프라인 유통의 종말을 이야기했다. 오프라인 유통산업은 거대한 유통 매장을 운영하는 고정비와 수요에 동기화되지 못한 채 쌓여있는 재고를 고려할 때 필연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기업들은 옴니채널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유통 채널과 상관없는 그야말로 궁극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옴니채널을 얘기할 때 중요한 것은 데이터 통합을 통한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의 원활한 연결뿐만이 아니다. 재고의 통합 관리 및 효율적 물류 프로세스에 기반한 끊임없는 상품의 흐름이 부각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표준 배송 모드에 더해 익일 배송뿐만 아니라 당일 배송, 1시간 내 배송 등 다양한 물류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에 더해 온라인에서 주문하여 오프라인 매장에서 픽업하는 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옴니채널 유통 혁신의 기저에는 결국 효율적 물류프로세스가 핵심이 되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을 연결하겠다는 목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 서비스에서도 물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단순히 오프라인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으로 연결하는데 그치지 않고 필요한 곳으로, 필요한 시간에 오프라인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이 O2O 서비스와 온디맨드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역량이 되고 있다. 세탁물을 수거하여 세탁한 후 다시 배달하고, 전국 맛집 음식을 새벽에서 저녁까지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에 배달하며, 정기적으로 식품 및 식재료를 가정으로 배달하는 다양한 O2O 서비스가 등장했다. 이러한 서비스는 단순한 택배 서비스를 넘어 서비스 인력에서 제품에 이르는 모든 것을 적절히 이동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이에 따라 유통과 물류의 경계가 사라지고, 모든 비즈니스가 소비자 만족이라는 하나의 목표 앞에 융합되어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결국 옴니채널 유통과 O2O 서비스, 온디맨드 서비스의 급부상은 결국 물류 서비스 역량 강화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는 기업을 꼽으라고 한다면 모든 이들은 아마존을 제일 먼저 생각할 것이다. 아마존은 키바시스템즈(KIVA Systems)를 인수하여 물류창고에 유연한 로봇을 대거 투입하고, 항공운송과 해상운송에 이르는 다양한 운송 서비스를 테스트하며, FBA(Fulfillment By Amazon) 서비스를 넘어 DBA(Delivered By Amazon) 운송 대행 서비스까지 아마존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이제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유통 산업의 혁신의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아마존 물류 서비스의 정점에는 바로 아마존프라임(Amazon Prime)이 있다.
Google it? No, Amazon it!
아마존을 이용하는 고객은 기본적으로 35달러 이상에 대하여 내륙운송(Ground Shipping)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받는다. 연간 99달러를 내고 아마존프라임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의 경우 익일배송(Two-day shipping)이 모두 무료로 제공받으며, 아마존프라임나우(Amazon Prime Now) 서비스가 제공되는 지역의 경우 아마존프라임 서비스 가입자에 한해 2시간 배송(two-hour shipping)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된다.
서비스 지역이 넓어 배송 비용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미국에서 아마존프라임 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얻게 되는 혜택은 매우 크고, 한번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은 지속적으로 아마존에서 물건을 구매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배송 서비스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처럼 아마존을 통해 판매되는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고, 아마존 킨들 이북까지 무료로 대여가 가능하니, 아마존프라임 서비스 고객 입장에서는 배송 서비스 자체를 공짜로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여 온라인에서 가장 저렴한 제품 가격을 보장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아마존 고객은 자연스럽게 아마존 플랫폼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온라인 제품 검색 3개 중 하나는 아마존에서 이루어지는 세상이 도래했다. 구글의 검색 트래픽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 역시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인터넷 시대 초기 “검색해봤어?”라는 말이 “Google it?”이라는 말로 바뀌었던 것처럼 이제 “Google it?”이라는 동사가 “Amazon it?”이라는 표현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아마존프라임 서비스는 고객에게 강력한 잠금(Lock-in) 효과를 발생시킨다. 일단 아마존프라임 이용자는 연회비를 냈기 때문에 다른 곳에 갈 수 없다. 이에 더해 경쟁사 입장에서는 배송 자체에 대한 수수료를 낮출 수밖에 없는 부수적 효과를 가지고 오게 된다. 바야흐로 공짜 물류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미국 유통기업의 아마존화(Amazonization)
아마존의 급성장으로 검색트래픽이 감소하기 시작한 구글 역시 유통 분야에의 진출을 적극 모색하게 된다. 이는 곧 구글익스프레스(Google Express)라는 이름의 서비스로 시장에 출시된다. 구글 입장에서는 아마존과 같은 형태의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한 선택이고, 가장 합리적 선택은 기존에 존재하는 유통 기업들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했다. 구글의 결론은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에 대한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구글익스프레스 서비스의 고객은 해당 플랫폼에 입점한 코스트코(Costco) 등 오프라인 매장의 상품을 검색한 후 결재를 하고, 구글은 이를 픽업하여 고객에게 배송하는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아마존이 아닌 구글에서 검색을 계속할 수 있는 유인책을 제공하고, 상품구매 정보를 구글이 파악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규모 유통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타겟이나 노드스트롬과 같은 오프라인 유통기업들 역시 옴니채널 유통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였다. 이를 통해 재고 정보를 통합하고, 물류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노력을 병행했다. 옴니채널 시대 소비자들은 아마존으로 인해 “물류는 공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경쟁사들 역시 아마존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진짜 물류는 공짜일까?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듯, 당연히 공짜 물류도 없다.
공짜는 없다
서플라이체인다이제스트(Supply Chain Digest)에 따르면 2015년 3분기 아마존의 배송 수수료 수입은 개별 배송 수수료와 프라임 나우 가입비를 모두 합해 약 15억 달러이다. 반면 실제 배송에 들인 비용은 27.2억 달러에 달한다. 즉 아마존은 2015년 3분기에만 배송에서 12.2억 달러의 손해를 본 것이다. 게다가 아마존의 물류센터 운영 및 주문 이행에 필요한 비용은 32.3억 달러에 달해 아마존의 3분기 수익은 7천9백 만 달러로 250억 달러 매출의 0.3%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물론 오랜 기간 적자를 냈던 기업으로, 물류 분야에서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도 적자가 아니라는 점은 오히려 칭찬할 만하다).
구글은 2015년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구글익스프레스 서비스 허브 2곳을 폐쇄하였고, 높아지는 비용에 대응하기 위해 담당자를 교체하고 외부 전문 물류기업에 아웃소싱을 늘리는 등 아마존과 경쟁하기 위해 프로세스 개선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연히 투자비도 증가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타겟(Target)은 옴니채널 서비스 개선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있으나,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 간 불필요한 상품의 이동 및 재고 급증으로 물류 서비스 관리에 곤혹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최근 보도되었다. 유통 산업에서 소비자 만족 분야 최고의 평가를 받는 노드스트롬 역시 옴니채널 및 물류혁신 과정에서 큰 손해를 보고 있는데, WSJ 보도에 따르면 2016년 4분기 온라인 채널인 노드스트롬닷컴(Nordstrom.com)의 매출이 11% 오르고 할인 전문 웹사이트의 매출이 50% 오르는 동안 오프라인 매출은 다소 감소했으며, 매년 3억 달러 이상의 인프라 개선 투자가 필요하여 이익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유통 산업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문을 닫는 O2O 서비스 역시 증가하고 있다. 홈 클리닝 서비스를 제공했던 홈조이(Homejoy)가 문을 닫고, 가정 음식 배달 서비스인 스푼로켓(Spoon Rocket)이 서비스를 중단했으며, 인스타카트(Instacart) 역시 서비스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아마존을 포함한 모든 기업들이 라스트마일 분야에서의 프로세스 혁신 과정에서 낮은 수수료와 높은 비용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역시 공짜 물류란 없었다.
라스트마일, 혈전이 시작됐다
전통적으로 라스트마일 배송 분야는 지역적으로 넓게 분포된 고객, 배송을 원하는 시간대의 다양성 등으로 인하여 효과적인 배송 서비스가 제한적인 분야로 알려져 있다. 라스트마일 물류 서비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한 ‘택배 비즈니스 모델’은 허브 앤 스포크 모델과 밀크런 방식을 적용하여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지만, 최근 요구되는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는 익일 배송에서 당일배송, 2시간 배송과 같이 다양한 서비스 요구사항이 존재하여 기존 택배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인접 지역을 묶고 밀크런 방식으로 배송 경로를 최적화한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배송 요청 시간이 서로 크게 다르고 원하는 서비스 역시 달라 하나의 서비스 모델로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다. 경쟁을 위해 모든 기업들이 소비자를 중심으로 하는 완벽한 온디맨드 서비스 체계 구축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이를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 전쟁은 어떤 결론으로 막을 내리게 될까?
승자의 기로는 물류에서
결국 옴니채널과 O2O, 온디맨드 비즈니스 모델의 승자는 효율적인 물류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기업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일정 수준의 사용자를 확보하면 수익성 확보에 큰 문제가 없었던 순수 온라인 비즈니스와 달리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된 새로운 세상의 비즈니스는 오프라인의 다양한 서비스 요구수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아마존이 이미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들도 이에 길들여지기 시작하면,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오늘도 페덱스(FedEx)는 "아마존이나 우버와의 경쟁은 인프라를 확보한 물류 기업에게 유리하며, 경쟁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페덱스와 같은 전통적 물류 기업들은 자사의 인프라에 최적화되고 표준화된(좋게 말하자면 표준화, 아니라면 획일화) 기본형 서비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새로운 모델로 무장한 기업들은 새로운 구상으로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 하고 있다. 우버는 공유경제형 택시 서비스에 음식배달 서비스인 우버이츠(Uber EATS)를 추가했다. 어차피 길거리에서 고객을 기다리는 수많은 우버 드라이버들이 있다면 이들을 활용하여 음식배달을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우버 드라이버를 기본 서비스로 활용하며 여기에 다양한 온디맨드 배송서비스를 덧붙인다면 혁신적 라스트마일 서비스가 가능할 수도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플렉스(Amazon Flex)라는 서비스를 추가하였다. 우버와 마찬가지로 일반인이 아마존에 등록하여 배송을 대행하게 되는데, 주로 2시간 이내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프라임나우 서비스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은 아마존플렉스 서비스에 더해 프라임에어 서비스(드론 기반 배송 서비스), DBA(Delivered By Amazon) 서비스 등 라스트마일 분야에서 다양한 배송 실험을 차근차근 실행하고 있다.
아직 누구도 해답을 얻지 못했지만, 이렇게 다양한 인프라를 서로 연결하여 통합하고 새롭게 개선하는 작업을 통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물론 여전히 강력한 인프라를 갖춘 페덱스나 UPS에 비해 표준형 배송 서비스(익일, 2일내 등)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가 표준형 배송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G마켓에서 10개의 제품을 구매할 경우 고객은 10개의 제품 각각에 대해 배송비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만약 전체 공급망을 통합한 강력한 유통 플랫폼이 있다면(쿠팡이 그 길을 가려고 하고 있다.) 10개를 하나로 묶어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하였듯이, 공짜 물류 역시 없다는 점은 오히려 라스트마일 물류 서비스를 혁신한 기업이 미래의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얘기해주고 있다.
who? 송상화
대구과학고를 졸업하고, KAIST 산업공학 학사, 석사, 박사를 마쳤다. IBM 기술연구소와 비즈니스컨설팅서비스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다 2006년부터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에서 SCM과 물류 전략 분야 교육 및 연구에 노력하고 있다. 인천대학교 동북아전자물류연구센터 센터장과 홈플러스 그룹 전략자문위원을 역임하였다.
* 해당 기고문은 CLO 통권 70호에 수록된 기사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홈플러스그룹, POSCO, CJ대한통운, 현대엠앤소프트 등 제조, 유통, 물류 분야의 기업들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였고, 삼성전자, LG전자, CJ제일제당, 한국능률협회컨설팅, 한국생산성본부, 국군수송사령부 등과 함께 SCM 및 물류혁신 관련 교육을 진행하였다. Marquis Who's Who, IBC 등 인명사전 등재 및 논문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관심분야는 SCM 최적화, 물류 및 유통 혁신, 위치 기반 서비스 및 네비게이션 최적화 등이 있다.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