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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계열화 vs 수평통합] UPS와 페덱스가 들어선 갈림길

by 김지훈 기자

2017년 02월 10일

- 빠른 성장을 통한 M&A, 페덱스의 수평통합

- 장기적 기술투자, UPS의 수직계열화

- 융합과 파괴의 시대에 맞선 물류업계의 전략은 무엇?

 

UPS의 ‘수직계열화’, 페덱스의 ‘수평통합’ 전략이 맞붙었다. UPS는 신기술 개발 및 투자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으며, 페덱스는 물류업체 M&A를 통해 기존 사업 규모를 확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UPS의 수직계열화란 서비스 확장에 필요한 기술력을 투자를 통해 확보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CB인사이츠의 보도에 따르면 UPS는 2012년부터 라스트마일(Last-mile), 헬스로지스틱스(Health logistics), 드론(Drones), 이커머스(E-commerce), 운송(Trucking) 등에 총 23건의 기술 투자를 체결했다.

 

UPS 관계자는 “1997년부터 전략적 사업기금(SEF, Strategic Enterprise Fund)을 당사 내부 벤처캐피털 그룹으로 설립하여, UPS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및 비즈니스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며 “향후 UPS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 및 기업 투자를 통해 글로벌 무역망을 활성화시킬 것”이라 밝혔다.

 

페덱스의 수평통합이란 동종 물류업체를 M&A하는 방식으로 ‘기존 시장’을 확장시키는 것을 말한다. 실제 페덱스는 최근 5년간 3자물류(3PL, Third-Party Logistics), 창고(Warehousing), 이커머스 분야의 전통 물류업체들을 인수해왔다.

 

페덱스 관계자는 “인프라(글로벌 네트워크) 확장과 서비스(전자상거래, 헬스케어) 역량강화, 두 가지 관점에서 기업을 인수해온 것”이라며 “항공특송은 일종의 망(網) 산업이어서, 우선 강력하고 방대한 네트워크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기에 차별화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 밝혔다.

 

페덱스 : 빠른 성장은 단연 M&A

 

국내 복수 물류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에 따르면 UPS는 기술 투자를 통한 ‘장기적인 시너지’를, 페덱스는 물량(인프라)과 화주(서비스 역량) 확보를 통한 ‘빠른 성장’을 우선시하는 모습이다.

 

신광섭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동종업체를 인수하는 페덱스의 ‘수평통합’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단연 유리할 것”이라며 “피인수업체가 보유한 화주 영업망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으며, 동시에 기술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국내 물류업계에 종사중인 양호진(가명) 과장도 “원론적인 얘기지만, 기본적으로 물량이 많을수록 기술투자 대비 회수이익이 크다”며 가세했다.

 

그는 또한 1월 31일 UPS의 주가가 2년 만에 최대폭으로 폭락한 것을 예로 들면서 “신기술이 투입되어 단가의 변화가 생기는 것보다는 물량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주장했다. 물류는 기본적으로 단가가 정해져 있으며 아무리 스마트하게 한다 해도 고정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UPS : 장기적 우위 점할까

 

수직화 중심의 전략을 취한 UPS의 주가 폭락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해석 또한 존재한다. UPS의 투자는 내후년은 되어야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이다.

 

미국 비즈니스 전문지 마켓워치(Market Watch)는 주가 폭락의 원인으로 급격히 성장하는 이커머스 부문의 수익대비 비용이 큰 점이 아직 문제(e-commerce surge is still causing problems)라 보도했다. 특히, 라스트마일 네트워크 구축에 투입되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투자 자본을 지출했으니 단기적으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며, “단순하게 주가가 떨어진 것을 전략 실패로 해석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UPS와 같은 물류거인이 기본적인 분석도 안 해보고 투자를 했을 리가 없다는 의견이다.

 

그는 또한 “페덱스가 취하는 M&A 전략의 가장 큰 한계는 조직문화나 프로세스가 결합되며 발생할 수도 있는 내부충돌”이라며 “피인수업체들의 조건들과 이후 결과를 봐야겠지만, 결과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안날 수도 있고 오히려 고객 이탈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나로 이어지는 갈림길, ‘융합과 파괴’

 

두 기업의 전략은 이론적으로는 서로 상반된다. 하지만 UPS와 페덱스의 공통점이자 현재 물류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융합’이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으로, 오프라인은 온라인으로 발을 넓히며 비즈니스 모델이 융합되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IT 기반의 아마존과 같은 기업이 새로운 물류체계를 구축하고 물류시장을 헤집어놓으니, UPS와 페덱스와 같은 전통적인 물류업체들은 수동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형세”라며 “전통적인 물류업체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구축해야만 살아남는 경쟁 구도를 강제 받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새로운 네트워크 구축에 드는 비용은 물류거인들이 계속해서 적자를 면치 못하게 할 만큼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UPS의 경우 2016년에 3조 원, 2017년에 4조 원 이상의 추가투자가 필요할 것”이라 밝혔다.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결국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필요할 것이라는 문제의식도 제기된다. 융합을 위한 ‘창조적 파괴’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99달러를 내면 연간 회원권이 부여되는 아마존의 프라임 모델과 같이, 물류를 활용한 수익모델이 달라지고 있다”며 “새롭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온디맨드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추가적으로 지출하는 투자비용을 감당하려면 그에 따른 재편 과정이 필연적으로 다가올 것”이라 지적했다.

 

각자의 장단점을 가지고 상반되는 전략을 선택한 UPS와 페덱스. 두 개의 갈림길은 서비스 다양화와 고객 확보라는 하나의 길로 이어지고 있다. 융합의 시대, 창조적 파괴를 거행하고 살아남는 자는 누구일까.



김지훈 기자

CLO 옆동네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인권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왠지모를 까리한 느낌을 받아 CLO에 불쑥 합류했는데, 합류 첫달 까대기 현장에 보내더군요.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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