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송상화의 물류돋보기] 우버와 애플은 과연 파괴적 혁신 기업일까?

by 송상화

2016년 11월 06일

파괴적 혁신의 창시자 크리스텐슨 교수, 본질을 벗어난 파괴적 혁신 경계

파괴적 혁신과 지속적 혁신의 차이

파괴와 지속은 한끝차, 물류산업의 혁신은 어디에

 

파괴적혁신

 

글.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 편집. 엄지용 기자

 

Idea in Brief

파괴적 혁신이라는 단어는 이제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용어가 됐다. 하지만 파괴적 혁신 이론을 처음 만들었던 크리스텐슨(Christensen) 교수는 파괴적 혁신이라는 용어의 오남용을 걱정하고 있다. 파괴적 혁신, 그리고 지속적 혁신의 개념은 정확하게 무엇일까. 그리고 상황에 따라 전략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이 돼야 할까. 마지막으로 물류산업의 파괴적 혁신은 어디에서 올 것인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스타트업들이 기존 전통적 대기업에 도전장을 내밀어 산업의 근간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기 시작한 이후 우리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라는 말을 지겹도록 듣고 있습니다. “스스로 파괴해서 틀을 깨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파괴적 혁신 기업이 등장했다”, “시장을 파괴하고 새로운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등 파괴적 혁신이라는 말에 피곤함을 느낄 정도로 매일매일 무언가를 ‘파괴하는’ 혁신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아무래도 파괴적 혁신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매우 강렬합니다. 우버(UBER)와 같이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혁신을 이루어내는 기업에 열광하는 이들도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명확하게 드러내기에 파괴적 혁신이라는 말만큼 좋은 단어가 없기에 우리는 일상적으로 ‘파괴적 혁신’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파괴적 혁신은 어디에

 

어찌됐든 경영학계에 등장한지 20년도 채 안되는 용어인 파괴적 혁신. 사실 많은 사람들이 파괴적 혁신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졌지만, 파괴적 혁신이라는 단어를 처음 이론으로 체계화시킨 하버드대학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교수의 존재는 잘 모릅니다. 더욱이 크리스텐슨 교수가 ‘파괴적 혁신의 오남용’에 대한 논문까지 쓸 정도로 그 개념이 원래 본질을 벗어나 버렸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더욱 적지 않을까 싶습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5년 12월호에서 ‘파괴적 혁신이란 무엇인가?(What Is Disruptive Innovation?)’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며 20년 전 처음 발표했던 파괴적 혁신 이론이 단어 그 자체만 심각하게 오남용되며 본질을 벗어나 버린 현실을 지적하였습니다. 크레이텐슨 교수는 더욱이 파괴적 혁신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전문가조차 그 용어를 피상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자신이 원래 주장하고자 했던 본질을 희석시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크리스텐슨 교수는 세간에서 ‘파괴적 혁신’이라는 단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파괴적 혁신 이론이 던지고자 했던 본질적 메시지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할 경우 잘못된 상황에 잘못된 전략을 선택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결국 파괴적 혁신의 본질적 메시지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크리스텐슨 교수가 파괴적 혁신 이론을 처음 내놓은 지 20년만에 새롭게 논문을 작성한 이유입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파괴적 혁신’으로 언급되는 대표적인 기업 사례로 ‘우버’를 언급했습니다. “우버가 과연 파괴적 혁신 기업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신의 파괴적 혁신 이론이 전달하고자 했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주고자 한 것이죠. 

 

그렇다면 과연 우버는 파괴적 혁신 기업일까요? 그리고 물류산업에서 파괴적 혁신은 어디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DHL과 페덱스(FedEx)를 해체하는 스타트업들은 모두 파괴적 혁신 기업일까요? 파괴적 혁신과 기존의 혁신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요? 

 

때로는 전문가조차 파괴적 혁신과 지속적 혁신을 구분하기 힘든 것이 현실인 세상입니다. 앞으로 언급될 내용 또한 이번 기고 하나만으로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때문에 만약 독자들 중 기회가 된다면 크리스텐슨 교수가 HBR에 기고한 원본 논문을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혁신기업은 과연 성공할까

 

파괴적 혁신 이론의 오남용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20년 전 처음 세상에 선을 보인 파괴적 혁신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995년 HBR 1월-2월 합본에 발표되었던 ‘Disruptive Technologies: Catching the Wave(파괴적 기술)’라는 논문은 혁신 이론에 있어 생각의 틀을 완전히 바꿔버린 기념비적 논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크리스텐슨 교수는 그 논문의 내용을 다듬어 ‘The Innovator’s Dilemma(혁신의 딜레마)’라는 책을 발표하게 됩니다.

 

크리스텐슨 교수가 처음 연구를 시작하며 던진 질문은, “과연 열심히 혁신하는 기업은 성공할까?”라는 단순한 질문이었습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더 많은 돈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대기업은 더욱 큰 기업으로 성장하고, 소규모 신생기업에게는 시장이 열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이를 분석하기 위해 HDD(Hard Disk Drive) 산업을 연구하게 됩니다. 교수가 처음 세운 가설은 ‘Technology Mudslide(기술 이류)’ 이론으로, ‘연구개발에 게을리 하는 순간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어 시장에서 탈락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크리스텐슨 교수가 HDD 산업에서 성공한 기업과 실패한 기업들을 조사해 본 결과, 상황에 따라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를 하고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기업들이 의외로 시장에서 밀려나는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히려 현재의 고객에게 집중하던 시장 장악 기업들이 시장을 파고드는 ‘소규모 신생기업’에게 밀려 시장을 뺏기고 있던 것이지요. 

 

지속적 혁신의 이면, 파괴적 혁신

 

그렇다면 연구개발에 열중하고, 현재의 주류 소비자 시장(Mainstream Market)에서의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한 시장 장악 기업들이 왜 신생기업들에게 시장을 내어주고 결국 퇴출하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을까요? 바로 여기에서 파괴적 혁신 이론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가 등장하게 됩니다.

 

파괴적 혁신 이론에 따르면 시장을 장악한 기업들은 그 시장의 주류 고객이 원하는 품질 이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그에 상응하여 가격을 올립니다. 반면 소규모 기업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소외된 일부 고객들의 불만을 받아들인 저렴한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전체 주류 시장이 더 좋은 제품이 아니라 오히려 저렴한 솔루션을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자연스레 관계는 역전되고 이전 시장을 장악했던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크리스텐슨 교수가 연구했던 HDD 산업을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처음 HDD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기업은 12인치 사이즈의 거대 HDD를 시장에 공급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주류 소비자들은 대형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었기에 그들을 공략하기 위한 중요한 품질지표는 ‘투자금액 대비 HDD 용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미니 컴퓨터가 등장하며 컴퓨터 사이즈가 작아지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덩달아 소형 HDD에 대한 수요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기업들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요? 기존 고객들을 지키는데 관심이 많았던 시장장악 기업들 입장에서 새롭게 등장한 소규모 시장은 전혀 흥미롭지 않았습니다. 이미 대다수의 주류 고객들은 HDD 용량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한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었기도 했죠. 그래서인지 시장장악 기업들에게 있어 소형화된 HDD가 가져올 변화는 별 관심없는 남의 일이 됐습니다. 자연히 기존 그들의 품질지표였던 HDD 용량을 희생해가며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동기 부여 또한 받지 못했습니다. VOC(Voice of Customer)를 열심히 해보거나 영업사원들에게 물어보더라도 거의 대부분의 경우 HDD 개발의 목표를 ‘HDD 용량 극대화’로 답변할 것이기에 투자 우선순위에서도 현재의 시스템에서 용량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선택됩니다.

 

이와 같이 기존 시장의 주류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것을 지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환경의 변화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는 시장장악 기업이 지속적 혁신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시장 점유율을 크게 올릴 수 있습니다.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기업도 지속적 혁신을 위한 기술 개발에 노력하여 해당 시장에서의 주류 소비자를 놓고 경쟁하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처음부터 서로를 경계하며 치열하게 싸운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지속적 혁신은 경쟁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고, 어떤 소비자를 놓고 경쟁하는지 또한 명확합니다. 

 

혁신의 딜레마, 혁신기업이 무너지는 이유

 

하지만 대형 컴퓨터가 사라지고 미니컴퓨터가 대세가 되기 시작하면 상황이 바뀌게 됩니다. 이제 주류 소비자들이 원하는 품질지표가 바뀌기 시작합니다. 기존 주류 고객들이 원하던 ‘HDD 용량’에 대한 니즈는 감소하고, 니치 고객들이 원하던 ‘HDD 사이즈’에 대한 니즈는 오히려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미 소형 HDD(여기에서는 8인치) 개발에 노력해 온 신생기업들이 다수의 특허와 표준 시스템을 장악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소형 HDD 시장 안에 한정된 HDD 용량 최대화는 신생기업들이 오히려 기존기업보다 더욱 높은 생산성을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새롭게 등장하는 소규모 시장을 놓친 기존 시장 장악 기업들은 자연히 시장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기존의 주류 소비자들도 미니컴퓨터로 이동하면서 소형 HDD를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텐슨 교수가 HDD 시장을 연구해 본 결과 12인치에서 8인치로, 8인치에서 5.25인치로, 5.25인치에서 3.5인치로 HDD 사이즈가 작아지는 과정에서 기존 시장에 안주한 기업들이 탈락하고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습니다. 이 사례를 바탕으로 크리스텐슨 교수는 파괴적 혁신과 지속적 혁신을 구분하는 새로운 혁신 이론을 발표하게 됩니다. 즉, 주류 소비자 계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귀를 기울일수록 기업은 더 빨리 망한다는 ‘혁신의 딜레마’ 이론이 정립된 것입니다. 이제 HDD 시장은 사라지고, HDD 시장을 장악했던 기업들의 자리에 SSD(Solid State Drive)의 강자인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 기업들이 자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파괴적 혁신의 재정립

 

파괴적 혁신 이론은 새로운 시장이 등장할 때 기존 주류 소비자 시장을 장악한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귀 기울이기 힘들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기존 시장을 장악한 기업 입장에서는 파괴적 혁신 자체를 행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아무리 시장을 장악한 기업에게 “자신을 파괴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된다”고 경고해도 결국 그 기업이 지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열심히 (지속적)혁신에 나서더라도 시장을 지키기 힘든 것입니다. 

 

바로 이 부분이 크리스텐슨 교수가 2015년 겨울 파괴적 혁신에 대한 논문을 다시 발표하게 된 계기가 됩니다.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자신의 이론이 말하고자 했던 바를 명확히 판단하여 올바른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크리스텐슨 교수는 1995년 논문을 재조명한 2015년 논문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을까요?

 

크리스텐슨 교수는 우선 파괴적 혁신은 ‘로우엔드(Low-end, 저품질 제품)’ 또는 ‘뉴마켓(New-market, 신시장)’에서 시작된다고 보았습니다. ‘로우엔드’는 기존 시장과 비교했을 때 품질이 다소 조악한 제품을 의미합니다. ‘뉴마켓’이란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로 주류 소비자 시장은 파괴적 혁신 제품을 전혀 선택하지 않다가, 그 제품이 적정 품질 이상으로 향상된 이후 해당 서비스나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크리스텐슨 교수의 설명을 기반으로 봤을 때 우버의 서비스는 파괴적 혁신일까요, 아니면 지속적 혁신일까요? 크리스텐슨 교수에 따르면 우버는 택시 서비스 시장을 파괴하는 파괴적 혁신이 아닙니다. 우버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기존의 택시 서비스와 전혀 다른 시장이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품질 측면에서 봤을 때도 주류 소비자 시장에 택시가 품질 과다 서비스를 제공하며 로우엔드 서비스가 치고 들어갈 자리가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다는 것이 크리스텐슨 교수의 분석입니다. 

 

실제 우버의 고객은 대부분 택시 서비스를 이미 적극 활용하던 소비자들이었습니다. 결국 우버가 기존 택시 서비스보다 더 높은 품질의 지속적 혁신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지 택시 서비스 자체를 전혀 이용하지 않던 고객을 끌어들인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크리스텐슨 교수 입장에서 우버는 파괴적 혁신을 만든 기업이라기보다 택시 서비스를 높은 품질로 개선한 지속적 혁신 기업이라 본 것이지요.

 

우버가 지속적 혁신 기업이라는 증거는 또 하나 있습니다. 택시 서비스 기업들은 우버의 등장을 처음부터 경계했고, 주류 소비자 시장을 놓고 지속적으로 품질 경쟁을 벌였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HDD 사례처럼 파괴적 혁신이 시장에 들어와서 조금씩 성장하더니 어느새 시장 자체를 바꾸어 놓은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지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의 공존

 

이것은 애플의 아이폰에 혁신이론을 적용할 때 보다 명확하게 설명됩니다. 우리는 흔히 아이폰이 휴대전화 산업을 통째로 바꿔버린 ‘파괴적 혁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크리스텐슨 교수는 아이폰을 파괴적 혁신이라 맹목적으로 말하기에는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고 합니다. 이미 기존에도 윈도우폰이라는 것이 존재했기 때문에 아이폰은 이를 업그레이드했다는 측면에서 파괴적 혁신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이폰은 PC산업 입장에서는 파괴적 혁신이 됩니다. 아이폰 등장 이전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고, 게임을 하고, 서로 대화하는 것은 모두 PC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아이폰 등장 이후 어느새 PC는 사라지고 모든 인터넷과 IT의 중심은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습니다. 즉, 애플은 처음부터 휴대전화 시장을 겨냥하고 시장에 진입한 것이 아니라 PC시장을 겨냥하고 시장에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제품의 개발에서 서비스로의 연결, 생태계 구축까지 철저히 PC시장의 시장 장악 기업들이 놓치고 있던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그런데 PC시장의 기존 강자들은 로우엔드이자 뉴마켓이었던 아이폰을 통한 인터넷 + 응용프로그램 생태계를 무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작은 화면에서 인터넷을 보고 프로그램을 실행하며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그들은 PC 시장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요. 

 

오히려 PC가 아닌 휴대전화 산업에서는 애플의 아이폰을 처음부터 경계하고 이를 철저히 벤치마킹했다는 것이 특이한 점입니다. 휴대전화 산업 입장에서는 지속적 혁신이었던 아이폰이 PC산업에서는 파괴적 혁신이었던 셈이지요. 그리고 파괴적 혁신 이론이 처음부터 얘기했던 것처럼 PC산업의 시장 장악 기업들은 스마트폰이 그리는 포스트PC 시장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결국 무너졌습니다. 아마 PC기업들은 아이폰이 PC산업이 아닌 휴대전화 산업을 파괴하고 있다고 봤을테니까요. 하지만 놀랍게도 아이폰이 파괴한건 핸드폰 산업이 아니라 PC 산업이었죠.

 

물류산업은 지금 혁신하고 있는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가 그냥 쉽게 사용하던 ‘파괴적 혁신’이라는 단어가,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전략적 시사점을 포함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랍지 않으신가요? 그래서 파괴적 혁신은 혁신가의 딜레마가 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눈에 불을 켜고 스스로 파괴하며 혁신을 하려 해도 시장을 이미 장악한 기업이 파괴적 혁신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딜레마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스스로 파괴하는 혁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지속적 혁신이었고, 아무 것도 아니라고 무시했던 다른 산업이 자신의 산업으로 치고 들어오며 시장을 파괴해 버리는 것이지요. 열심히 하면 할수록 더 빨리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골치 아픈 딜레마입니다. 

 

이것은 물류산업에도 커다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류 산업의 Next Big Thing이 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혁신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도 모르던 사이 다른 산업에서 성장한 혁신이 물류 산업의 틀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아마존과 알리바바 같은 유통 기업들, 온라인 물류 플랫폼 기업들, IT기업들이 어떻게 물류시장에 진출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파괴적 혁신의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징후들은 조금씩 눈에 보입니다. 지속적 혁신 기업은 해당 산업을 파괴시키진 못하고 기업의 순위를 조금 바꿀 뿐이지만, 파괴적 혁신 기업은 산업 자체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의 물류산업이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송상화

한국지역난방공사, 홈플러스그룹, POSCO, CJ대한통운, 현대엠앤소프트 등 제조, 유통, 물류 분야의 기업들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였고, 삼성전자, LG전자, CJ제일제당, 한국능률협회컨설팅, 한국생산성본부, 국군수송사령부 등과 함께 SCM 및 물류혁신 관련 교육을 진행하였다. Marquis Who's Who, IBC 등 인명사전 등재 및 논문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관심분야는 SCM 최적화, 물류 및 유통 혁신, 위치 기반 서비스 및 네비게이션 최적화 등이 있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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