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이종훈의 혁신이야기] 애플과 넷플릭스, 스퀘어는 왜 '혁신기업'이라 불릴까

by 이종훈

2018년 05월 27일

이종훈의 혁신 이야기① 공룡을 혁신 기업으로 만든 가치

패스트컴퍼니 <2018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보는 새로운 혁신 가치

새로움과 생산성 아닌 '사회적 가치'가 지속적 혁신 요소로 대두

글. 이종훈 국민대학교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

 

Idea in Brief

혁신이란 무엇인가? 최근 패스트컴퍼니는 2018년 가장 혁신적인 기업(The World's Most Innovative Companies)을 선정하여 발표하였다. 애플, 넷플릭스, 아마존과 같은 익숙한 IT기업의 이름이 순위권에 올랐으며, 파타고니아, CVS헬스, 워싱턴포스트와 같이 제조, 미디어, 유통기업들의 이름도 보인다. 재밌는 것은 패스트컴퍼니가 꼽은 혁신기업들의 업력이 소수 스타트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20년 이상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역동적인 청년기를 한참 지난 이들은 어떻게 가장 혁신적인 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까. 이들의 활동을 통하여 저마다 다른 ‘혁신’의 정의를 조금은 새롭게 해석해보고자 한다.

 

진부한 문장으로 시작하겠습니다. ‘혁신’이란 무엇일까요? 물론 제가 주제넘게 혁신의 정의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과연 ‘혁신’이란 여러분에게 무엇인가요?

 

‘혁신’은 많은 사람에게 피곤하고, 진부한 존재이기도 하며, 가끔은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기업가들은 자신들이 ‘혁신적인 기업’이라 평가받고자 갈구합니다. 현대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혁신’의 의미는 20세기 초 슘페터가 ‘창조적 파괴’의 핵심으로 주창한 이래로 지금까지 꽤 오랫동안 너무나 빈번히 사용되고 있는 키워드입니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21세기에 들어서도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그 관심도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존재가 바로 '혁신'입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혁신에 대한 개념이 경영환경을 벗어나 정치권과 같이 다양한 영역에서도 빈번히 사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중요성과 오랜 관심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혁신은 학자들마다, 그리고 같은 조직에서도 경영자, 관리자를 비롯하여 일반 근로자들까지 모두에게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마치 ‘꿈’이란 단어처럼 말이죠. 단순히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혁신은 우리 각자에게 [  ?  ]이기 때문에, '혁신'은 다른 그 무엇으로도 대체되지 못하나 봅니다.

 

이번 달부터 <혁신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 연재는 필자와 CLO의 시각에서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다뤄 독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필요한 혁신의 의미와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소박한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혁신을 전공하고 이에 대한 강의와 연구를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이기에, 연재를 핑계로 공부에 깊이를 더하고자 하는 욕심도 있습니다. 앞으로 <혁신이야기> 시간을 통하여 여러분만의 [  ?  ]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주제에 대한 연재나 강좌들은 으레 ‘정의’와 ‘개념’에 대한 논의로 그 처음을 장식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정의와 개념 문제를 뒤로, 또는 마지막으로 미뤄두고자 합니다. 대신 이 첫 번째 시간에서는 현 시점에서 가장 혁신적이라 평가받는 글로벌 기업들의 최근 경영 활동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가장 혁신적이라 평가받는 기업들에는 분명 어떤 공통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것과 같은 시도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를 통하여 우리 세대가 바라보는 혁신의 일부를 살펴볼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마침 매년 가장 혁신적인 기업의 순위를 정해 발표하고 있는 미디어가 있습니다.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입니다. 이 매체는 올해도 어김없이 혁신 기업들의 순위를 발표했는데요. 이들 중 최상위 7개 기업만 꼽아 살펴봤습니다. 어떻게 그들은 ‘혁신 기업’이라 평가받을 수 있었을까요?

“지금 내 눈앞에 미래가 다가왔다”

 

애플(Apple)은 2010년 아이패드(iPad) 이후로 큰 히트작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2017년의 성과는 주목할 만합니다.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AirPod)을 전 세계로 퍼뜨렸고, 애플워치3(Apple Watch3)를 베스트셀러로 만들었습니다. 아이폰X에 대한 우려 또한 날려버렸지요. 애플은 책상 위부터 손목까지 지구 최강의 컴퓨팅 디바이스 제조사가 됐다고 평가 받습니다.

 

물론 최근 제품들이 창조적이지 못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러나 애플의 창조는 아주 깊은 곳에 스며들어 있다 생각합니다. 애플은 여타 컴퓨팅 디바이스 제조업체와 달리 자신만의 칩을 별도로 만들어 쓰는 유일한 업체입니다. 또한 아이폰의 배터리 절약을 위한 AI 기술을 적용하면서, 인공지능 분야까지 의미 있는 진출을 했지요. 케어킷(Care Kit)이라는 환자정보 관리플랫폼을 통해 기존 고객을 넘어 의료 분야까지 확장한 것도 볼만 합니다.

 

“가장 작은 스크린으로 세계를 지배하다!”

 

190개국, 1억 1,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미디어 기업 넷플릭스(Netflix)는 스트리밍 비디오 시장을 장악했지만, 그것에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기존 대형매체와는 달리 틈새시장을 겨냥하여 모든 고객에게 그들이 다른 곳에서 누릴 수 없는 것들을 효과적으로 제공했습니다.

 

넷플릭스는 2016년 축적된 데이터와 기발함을 내세운 인터페이스를 내놓았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영상을 우연히 마주치는 것처럼 노출시키는 방식입니다. 2017년에는 인터넷 품질이 좋지 않고 모바일 환경을 선호하는 지역 고객을 위한 경험에 충실한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자체 콘텐츠 제작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넷플릭스는 2011년 이래 하우스오브카드(House of Cards)와 같은 자체 콘텐츠를 제작, 성공시켰습니다. 2018년에는 헐리우드 스튜디오의 출시작을 합친 것보다 많은 80개의 장편 영화를 제작, 발표한다고 합니다.

 

“은행의 혜택을 넓히다”

 

스퀘어(Square)는 중소기업에 적합한 결제 단말기를 개발한 업체입니다. 투박하고 값비싼 POS 솔루션이 지배하는 결제 산업에 ‘단순함’이라는 가치를 제공했지요. 이제는 170억 달러 가치의 주류기업이 된 스퀘어는 상점 대출을 제공하는 스퀘어 캐피탈(Square Capital)과 소비자용 모바일 지갑 캐시앱(Cash App)을 출시하여 금융과 편의 서비스를 연계하고 있습니다.

 

“콘텐츠가 왕이다”

 

텐센트(Tencent)의 위챗(WeChat)은 중국의 모든 스마트폰보다 많은 10억 개의 활성 계정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위챗은 단순 소셜 플랫폼을 넘어, 위챗 안에서 택시를 부르고, 식당을 검색, 예약하고, 단순결제는 물론 팁까지 지불할 수 있습니다.

 

텐센트는 기존 수익모델에서 벗어나 엄청난 유저를 기반으로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산업입니다. 텐센트는 2017년 1천만 권의 책을 제공하는 사업을 별도 IPO시켰으며, 이를 기반으로 영화와 TV 시리즈를 위챗으로 공급하고자 합니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큰 비디오게임 기업인 위챗은 이제 비디오게임을 TV화하고 있습니다. 음악 분야에서도 주요 공급사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중국 음악인들의 저작권 보호를 도와주면서 착실히 음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생활영역을 넘어선 존재로”

 

아마존(Amazon)은 이미 생활영역의 거의 모든 것을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이커머스, 고객 서비스, 물류(재고관리 및 배송) 제국을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AWS(Amazon Web Service)는 어느덧 전 세계 클라우드 기반(Cloud-based) 서비스의 최강자가 됐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마존은 가전 시장에서도 꽤 잘 나갑니다. 이미 여러 전자제품과 자동차에 알렉사(Alexa)의 AI를 심었습니다. 2017년 헐리우드에선 TV시리즈물로 골든글로브상을 2개나 가져갔는데, 그걸 만든 것도 아마존입니다.

 

생활 전 영역에 입김을 뻗친 아마존이지만, 새로운 영역에 대한 확장은 멈추지 않습니다. 프라임나우(Prime Now)로 2시간 내 배송의 끝판왕을 노리고 있으며, 드론을 활용한 최초의 이커머스 기업이 되기 위해 프라임에어(Prime Air)를 만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마존은 오프라인 사업에 진출하여 자신이 사라지게 했던 서점을 13개까지 확대하였으며, 2017년도에는 고급 슈퍼마켓체인 홀푸드(Whole Food)를 인수했습니다. 2018년 초에는 최초의 무인 식품매장인 아마존고(Amazon Go)를 오픈했지요.

 

“사회적 임무와 회사의 성장”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아웃도어 브랜드로 꼽힙니다. 파타고니아는 자신의 유명세를 환경이슈, 기후변화, 풀뿌리 비영리조직,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기술에 투자하고, 또 그 활동을 적극 알리고 있습니다. 일례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기념물과 공유지를 파괴한 것에 항의하는 캠페인을 벌이며 백악관과 직접적인 대결을 벌였습니다.

 

“약국 진열대를 깨끗하게!”

 

CVS헬스는 2014년 디지털혁신연구소(Digital Innovation Lab)를 만들어 헬스케어를 위한 스마트 디바이스와 앱을 출시했습니다. 주변 경쟁업체들이 문을 닫은 시기,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 추가 서비스로 고객 기반을 확대한 것입니다. CVS헬스는 애플워치(Apple Watch)에 적용되는 앱을 통하여 스캔한 처방전에 의해 복용시간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특히 매장 식품을 모두 건강에 좋은 유기농 제품들로 대체하였으며, 담배 취급을 중지하고 금연 보조 제품을 강화하였습니다. CVS헬스는 청력 및 시력 보정 서비스를 제공하며, IBM과 협력하여 왓슨(Watson)의 AI 시스템을 사용해 개입이 필요한 위험 고객군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소매 매출액 증가보다는 환자편에 서서 더 싼 대체재를 권하며, 사회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는 화학제품 취급을 금지했습니다. 이를 통하여 CVS헬스는 기존 성장세를 넘어서는 매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간결한 정리입니다. 여러분은 2018년 가장 혁신적인 기업들에서 어떤 모습을 보았나요? 제가 본 혁신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첫째, 고객이 필요한 부분을 광범위하게 제공하여(Extensive Coverage) 다른 환경에 대한 필요성을 차단했습니다.
 
둘째, 주력 분야의 영역 장악에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영역의 고객군을 확보했습니다.(Ceaseless Stretching Out)
 
셋째, 기업들이 진정성을 갖고 펼친 사회적 혜택(Social Benefit)을 고려한 경영 활동은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인정받았습니다.

 

혁신 이론에 따르면 기업의 내적 혁신은 ‘제품 혁신’, ‘프로세스 혁신’, ‘전략적 혁신’ 순으로 차원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혁신기업들은 제품과 프로세스 혁신을 기반으로 장악한 시장경쟁력을 바탕으로 신시장 진출, 사회적 가치 강화와 같은 가장 고차원의 ‘전략적 혁신’을 꾀하고 있는 기업인 것입니다.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인 ‘파타고니아’나 ‘CVS헬스’가 높은 혁신 점수를 받았다는 점은 현재 우리 세대가 기대하는 혁신이 전통적인 생산성(Productivity)과 새로움(Newness)의 강화에만 머무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패스트컴퍼니가 꼽은 혁신기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하나 있으니 기업들의 ‘업력’입니다. 2009년 설립한 기업인 스퀘어를 제외하고는 설립 이후 평균 업력 20년 이상의 기업들입니다. 심지어 워싱턴포스트는 130년도 더 지난 기업입니다.

 

이런 고대 공룡들을 활발하게 살아 움직이도록 하는 힘은 무엇일까요? 이들의 혁신에 다양한 배경이 있겠으나 필자는 그 힘의 원동력으로 ‘사내 기업가정신(Corporate Entrepreneurship)’을 꼽겠습니다. 혁신의 힌트는 바로 이 ‘기업가정신’에 있지 않을까요? 다음 시간에는 이들의 혁신으로 이끈 ‘사내 기업가정신’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계속>



이종훈

국민대학교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에서 전임교수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롯데액셀러레이터의 투자본부장을 맡고 있다. 기술경영학(MOT)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벤처기업 CFO로도 활동했다. 벤처기업 투자활동과 더불어 스타트업의 혁신, 액셀러레이팅, 벤처투자에 대한 연구 및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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