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철민 편집국장
“알리바바(阿里巴巴)는 양쯔강의 악어다. 유럽과 아프리카, 동남아 등 전 세계 어느 강에나 악어가 산다. 전 세계의 수많은 강줄기에서 악어들을 키워내고 싶다.”
알리바바그룹 마윈 회장이 2000년대 초반 중국 이커머스 시장을 놓고 미국 이베이와 타오바오(알리바바의 C2C 사이트)가 치열하게 경쟁할 때 꺼낸 말입니다. 당시 마윈 회장은 ‘이베이는 바다의 상어, 알리바바는 양쯔강의 악어’에 비유하면서 “바다에서는 악어가 상어에 지지만, 강에서는 악어가 이긴다”고 자신감을 표했습니다. 결국 타오바오는 간편결제 수단인 알리페이(Alipay)를 앞세워 이베이에 완승을 했고, 2007년 이베이는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했습니다.
세계 1위를 달리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지 못한 사례는 비단 이베이 뿐만이 아닙니다. 페이스북과 유투브는 2009년 접속을 차단했고, 구글은 2010년 사업을 접었으며, 우버는 올해 중국 내 차량공유 서비스 1위 업체인 디디추싱(滴滴出行)에 합병됐습니다.
얼마 전 로스엔젤레스타임스(LAT)는 ‘미국 1등 기업은 왜 중국에서 통하지 않나’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규제를 통해 자국 기업의 안정적 성장을 일방적으로 돕고 있고, 더불어 중국 소비자들의 국산품 애용 경향 등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입니다. 사실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차량공유 서비스의 경우,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다수 국가에서 불법 논란 중이지만 디디추싱은 상하이 시정부와 업무제휴를 맺는 등 정책 지원에 힘입어 우버와의 경쟁에서 독점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의 다른 견해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중국 시장 진출에 있어 글로벌 전략보다는 현장을 먼저 살필 것을 강조합니다.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의 특성을 이해하기 보다는 글로벌 전략을 앞세우다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들 기업 가운데 중국 현지의 경쟁 업체를 인수하려다 실패한 사례가 많은데, 대부분이 중국의 여론 동향 등을 잘 파악하지 못한 데에서 기인하고 있습니다.
어재혁 CJ로킨(CJ대한통운과 중국 콜드체인기업 룽칭의 합작 물류회사) 수석 부총재는 “중국 기업 인수는 한 번에 직접 인수하려 하기보다는 합작회사 설립이나 금융투자회사를 통한 점진적 지분 확대 등의 대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중국 시장을 개척하는 한국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중국은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입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효과적인 전략을 세우려면 ‘학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변화하는 상황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현장에서 끝없이 학습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습니다. 이번주 차례로 연재되는 <중국 이커머스> 특집기획 을 통해 효율적인 혜안을 찾아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