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지진으로 본 와인 물류의 비밀 <1>
칠레산 와인 가격이 오를까? 지난 2월 발생한 규모 8.8의 강진으로 칠레가 홍역을 앓고 있다.
이 때문에 와인수입전문가들은 국내에 들어온 칠레산 와인의 재고가 소진되는 5월부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칠레는 전 세계 10위권의 와인 생산국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입된 칠레산 와인은 661만병으로 프랑스산 와인 453만병에 크게 앞섰다.
환율 인상과 더불어 막걸리 열풍은 지난해 국내 와인시장에 영향을 줬다. 업계에 따르면 2008년 3200만병(750㎖ 기준) 수입된 것이 지난해에는 2571만병으로 20%이상 대폭 감소했다.
반면 막걸리의 지난해 소비량은 4억8900만병으로 2008년 1억3700만병에 비해 39.9%나 상승했다.
지진 여파로 국내에서 대중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칠레산 포도주 가격이 올라 와인시장을 더 위축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와인 생산지 70% 피해 = 국내 최대 와인수입국은 칠레다. 이번 강진은 와이너리의 저장소와 관개시설에 상당한 피해를 입힌 것으로 외신들은 전했다.
문제는 지진 피해가 심각한 지역의 70%가 주요 와인 생산지역이라는 점이다. 콜차과, 쿠리코, 마울레, 카차포알밸리 등이 포함돼 있다.
칠레의 전국와인생산자협회인 와인오브칠레의 피해 상황 집계에 따르면 금액으로 3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병으로 계산하면 1억5000만병이 사라진 셈이고 미국 와인 소매가격 기준으로는 피해액이 약 9억75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와인산업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재고량이 와인 값 변동 요인 = 지금까지 국내에 수입된 칠레산 와인 값에 변동은 없다. 그러나 칠레산 포도 값은 이미 크게 올랐다.
실제 일부 산지에서는 포도 값이 20%이상 상승하고 있다. 국내 대형 할인점에서도 칠레산 씨 없는 포도 1팩(900g)이 전년 동기 대비 25% 오른 가격인 7500원 선에 팔리고 있을 정도다.
칠레 와인 전문가들은 지진이 와인 가격이나 공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와인 판매량이 줄었지만 반면에 생산량은 풍부해 와인 재고가 충분하다는 것.
또 이번 지진 피해도 와인 수확시기인 2월 마지막 주를 빗겨갔기 때문에 올해 생산되는 와인에 영향이 없고 다만 저장 중인 와인의 피해가 컸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세계 와인 전문가들은 칠레의 5대 산업 중 하나인 와인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스스로 피해 규모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 물류 알면 가격걱정 '뚝' = 와인의 가격 요소에는 운송방법 등 물류가 중요하다.
수입업계에서는 포도 생산량 보다 환율과 재고, 운송방법이 와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본다.
국내 수입되는 와인은 항공편을 통해 들어 온 와인이 아니라 배를 타고 온다.
국내에 수입되는 와인은 90%가 배로 오고, 10%만 비행기를 탄다.
국내에 잘 알려진 칠레산 '몬테스알파'도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배를 타고 들어온다.
남미 최대 와이너리인 '콘차 이 토로'는 강진의 피해로 부서진 도로·항구를 복구할 때까지 와인 운송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와인 가격의 결정에 와인을 싣고 나르는 물류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
와인수입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 칠레산 와인 재고량이 충분하지만 재고가 바닥날 경우, 항공 등 고가의 운송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국내 반입되는 칠레산 와인 대부분이 저가이기 때문에 이럴 확률은 낮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국내 와인업계는 칠레산 와인이 부족해질 경우 호주·이탈리아산 와인 수입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와인업계 한 전문가는 "칠레 지진으로 국내 와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소비자들의 취향(칠레산 와인 수요)과 함께 운송, 보관 등 물류 환경에 따라 와인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칠레산 와인 가격은 국내 소비량과 더불어 운송, 보관 등 물류가 뒷받침 된다면 큰 변동은 없을 것이란 게 와인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