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스퀘어를 통해 배우는 ‘물류 플랫폼’
플랫폼발 물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
Idea in Brief 삼성SDS의 물류 플랫폼 ‘첼로스퀘어’의 성장은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았다. 플랫폼 안에 들어올 물류기업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았으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고객의 니즈가 재발견되기도 했다. 여러 차례 닥친 어려움에 불구하고 현재 첼로스퀘어는 문제점을 개선하면서 차차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첼로스퀘어 론칭 이후 1년이 지난 현재, 그간 첼로스퀘어가 겪은 일들이 물류플랫폼을 운영하거나 진출을 원하는 업체에게 힌트를 줄 수 있지는 않을까. |
글. 민영훈 삼성SDS SL사업부 첼로스퀘어 파트장
지난해 3월 CLO를 통해 ‘물류서비스 플랫폼의 성공요소’라는 글을 기고한지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동안 저는 삼성SDS의 B2B 물류서비스 플랫폼 ‘첼로스퀘어’를 운영했습니다. 비록 짧지만 1년 반 남짓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서비스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첼로스퀘어는 부족한 것은 더 채우고, 필요없는 것은 빼면서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기고를 통해 지금껏 물류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느꼈던 어려움과 경험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아마 현재 B2B물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거나, 관련하여 창업을 계획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첼로스퀘어의 사례가 작게나마 도움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① 고객의 니즈는 본질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먼저 첼로스퀘어의 기획단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물류서비스를 아웃소싱하기 위해 우선 후보업체의 물동실적이나 계획을 살펴봅니다. 이후 일정 기간 입찰(Bidding)을 통해 대개 연간 단위의 물류계약을 체결합니다.
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아웃소싱 역량이나 인력이 부족합니다. 그러다보니 주로 주위에 이미 알고 있던 물류회사나 지인들을 수소문하며 얻게 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물류업체 아웃소싱을 결정합니다. 특별히 입찰이나 계약체결이 없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첼로스퀘어는 초기 이런 중소기업들을 공략하여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중소기업들이 기존보다 더 쉽고 투명하게 경쟁력 있는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찾고자 하는 니즈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첼로스퀘어가 온라인 플랫폼상에 여러 물류회사들의 정보를 모았던 이유이며, 이것은 첼로스퀘어가 생각했던 고객이 원하는 ´본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제 운영 결과 첼로스퀘어의 가설은 처음과 다소 어긋났습니다. 분야별로 고객의 니즈를 한층 더 깊이 파악해보니 중소기업 물류 담당자들, 특히 우리나라의 담당자들에게 ‘물류서비스를 기존보다 쉽게 아웃소싱하고 좀 더 저렴한 운임을 받는 것’이 그들이 원하는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첼로스퀘어는 중소업체가 갖는 ‘경쟁력 있는 운임과 네트워크’에 대한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들은 기존 거래하던 물류업체를 쉽게 바꾸지 않았습니다.
가령 온라인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판매자가 택배업체를 바꾸는 이유는 ‘저가의 운임’이라는 항목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부가 서비스´에 대한 니즈입니다. 최근 몇몇 택배업체가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주는 것과 같은 금융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일례가 됩니다. 고객의 새로운 니즈를 공략하기 위해 ‘금융 서비스’를 물류와 융합시키는 사례 또한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UPS의 캐피탈 서비스, 알리바바의 이크레딧라인(e-Credit Line), 그리고 스타트업 회사인 C2FO와 Taulia 등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때문에 첼로스퀘어 또한 고객이 원하는 부가 서비스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니다. 중소기업과 이커머스 판매자(Seller)를 위해 신용결제를 포함한 온라인 결제(Online Payment)를 구축한 것입니다. 이와 함께 조금 더 확장된 개념인 마이크로 금융(Micro Financing) 서비스를 추가로 준비하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많은 고객은 ‘내 니즈는 이것’이라 이야기해주지 않습니다. 그들 스스로가 못 느끼고 있기도 합니다. 때문에 가까이 있는 고객의 목소리를 다시금 들어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을 잘 둘러보고, 비즈니스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와 동시에 급변하는 환경에 따라 고객의 현재 통각점(Pain points)을 분석하여 고객의 니즈를 재정의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② 첫째도, 둘째도 ‘신뢰’
새로운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참여자와 철저한 신뢰 관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해야 합니다. 기존 물류회사들은 운임정보를 한 화주에게만 엑셀 형태로 제공했습니다. 첼로스퀘어는 이를 인터넷상에서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했지만, 이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수십 개의 물류회사 담당자들을 여러 번 만나며 우리의 취지를 설명하며 끈질기게 설득했음은 물론입니다. 당연히 처음에는 그들 대부분의 심한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물류회사와 기존 화주와의 관계, 운임정보가 공개되었을 때 경쟁업체와의 비교 우려 등이 대표적인 장애물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첼로스퀘어는 많은 물류업체들을 설득할 수 있었으며, 현재는 더욱 많은 글로벌 물류업체들이 속속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는 물류 플랫폼의 비전에 대한 끈질긴 설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 합류한 기업도 적극적인 참여자와 소극적인 참여자는 나뉩니다. 때문에 첼로스퀘어는 앞으로 생태계 선순환을 위해 참여자들의 드나듦을 전략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존재합니다.
③ 현란함이 아닌 ‘친숙함’
고객이 알듯 모를 듯,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며 놀라움을 발견할 수 있는 IT기술이 필요합니다. 보통 플랫폼을 꾸미게 된다면 기업 혹은 개발자가 보유한 IT역량을 자랑하고 싶어 여러 편의 기능을 추가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러나 그것이 처음 시도하는 서비스라면, 그리고 그것이 고객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서비스라면 현란함은 그저 고객의 불편함만 초래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플랫폼은 서비스의 핵심에만 집중하여 최대한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부가적인 IT기술은 이렇게 단순하게 만든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고객에게 익숙해진 다음에 추가해도 늦지 않습니다.
첼로스퀘어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사용자의 경험(CX, Customer eXperience)을 시나리오로 구성했습니다. ‘단순’, 그리고 ‘직관’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서비스를 기획하고 화면을 설계한 것입니다. 설계 과정 중에 물류 전문가, 시스템 제작자, CX 전문가 등 많은 인사들과 토론하고, 타협점도 찾으면서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하나씩 만들어 나갔습니다.
▲ 첼로스퀘어 플랫폼 안에서 제공되는 ‘리스크 모니터링’ 기능(사진= 삼성SDS)
가령 첼로스퀘어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기술을 활용한 ´리스크 모니터링´ 기능을 제공합니다. 이는 과거 물류 관련 리스크를 분석하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위험을 반영하여 화물 운송중 발생할 수 있는 미래 위험을 점수로 계량하여 예측,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최신 기술이 결합된 이 서비스 또한 최대한 겉으로 보이는 IT기술은 밑에 숨기고 고객이 얻고자 하는 정보만 간단하고 편리하게 제공하는 방향으로 제작했습니다.
④ 투자자의 점진적 상향지원 필요
마지막으로 스폰서 또는 투자자의 점진적인 상향지원을 받아야합니다. 개인 자본, 개인이 고용한 인력들만으로 신규 사업을 거창하게 시작하는 기업가는 많지 않습니다. 회사에 있다면 상사의 지원을 받아야 하며, 개인사업을 한다면 자본을 보유한 투자자의 투자를 받아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 닷컴버블의 아픈 경험이 있는 터라 요즘은 장밋빛 청사진만 가지고는 지원이나 투자를 받기 어렵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분명 성공할 것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하는데, 도전하지 않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사업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가령 초기 지원이나 투자를 받을 때 적어도 2~3개 정도의 핵심 아이템을 갖고 하나씩 단계적으로 제품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을 대표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신규 사업의 성공여부는 불투명합니다. 때문에 처음 하나의 아이템이 원하는 성과를 못낼 경우를 항상 대비해야 합니다. 첫 번째 아이템으로 기대하는 성과를 못 냈을 때 스폰서나 투자자는 실망하고 돌아설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하다 약간 오버랩하여 두 번째 아이템을 론칭하면서 사업 성과가 중첩, 증폭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실제 비즈니스 환경은 워낙 복잡하고 다난합니다. 그러나 사업성과에 실망해서 한번 돌아선 스폰서나 투자자를 되돌리는 것이 처음 지원이나 투자를 받을 때보다도 더 어렵다는 것을 상기해야 합니다.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점진적으로 기대치를 조금씩 높여가며 상향식 지원을 받는 것이 실패의 위험도 줄이고 지원과 투자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첼로스퀘어를 운영하면서 개인적으로 얻은 몇 가지 경험을 말씀 드렸습니다. 그러나 사실 B2B물류플랫폼의 성공에 있어 앞서 언급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을 이끄는 사람의 열정과 끈기, 그리고 기업가 정신이라 생각합니다. 열정과 끈기, 도전으로 똘똘 뭉친 분들에게 지금까지 말씀 드렸던 사례가 더해진다면 사업 성공에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모쪼록 우리나라의 여러 물류 전문가 분들이 성공적인 사업을 일으켜 서로 협업하면서 새로운 물류 생태계를 진화시키길 희망합니다. 더 나아가 국내 물류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이름을 떨치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민영훈 수석은 물류・SCM분야 전문컨설턴트로 현재 삼성SDS SL(Smart Logistics) 사업부 첼로스퀘어 담당 파트장으로 근무 중이다. IBM과 엑센츄어 컨설턴트로 활동하였으며, 서울대학교 기계공학(석사)과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