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철민 편집국장
창의적 혁신, 파괴적 혁신 등 산업 현장과 기업 경영에서 사용되는 가장 흔한 용어 가운데 하나가 ‘혁신’입니다. 여기저기 너나할것 없이 너무 자주 사용하다 보니 이제는 혁신이란 단어가 진부할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격변의 시대에 혁신은 기업에게 선택이 아닌 생존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O2O나 옴니채널, 온디맨드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고, 디지털 기술이 전통적인 유통·교통·물류산업의 판을 뒤흔드는 시대입니다. 때문에 이 분야에 속한 플레이어들도 혁신의 몸살을 앓고 있긴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놀이터(플랫폼)에서 소비를 하게 할 수 있을까 머리털 한 움큼 빠지는 고민을 반복하는 혹독한 생존게임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혁신은 과연 누구의 몫일까요? 제조업에게 있어 혁신의 가장 중추적인 역할은 제품을 기획하는 R&D; 연구소라고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마존과 구글의 더 빠른 배송이나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 교통주선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에서는 ‘공급자(Provider)’ 못지않게 혁신을 주도한 집단이 있습니다. 바로 ‘사용자(User)’입니다.
공급자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개인이나 기업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사용자는 어떤 서비스를 (경험한 다음에) 이용함으로써 효용을 얻는 개인이나 집단을 뜻합니다. 실제 아마존은 판매상품 중 미끼상품이나 반복구매가 많은 신선식품 판매가 늘고 있다는 점을 착안해 아마존 프레시 등의 배송 서비스를 강화했습니다. 이런 서비스 기획의 참신함은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과 이용 습관에서 따온 것입니다.
국내 O2O 서비스를 주도하고 있는 카카오는 또 어떻습니까. 카카오톡 이용자들을 기반으로 콜택시 주선은 물론 대리운전, 헤어삽 예약, 그리고 곧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물품 구매와 배달을 대행하는 카카오카트(가칭)까지 모든 생활 서비스를 카카오페이라는 결제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공급자의 아이디어보다 사용자 체험이 혁신을 이끄는 시대가 활짝 열렸습니다. 사용자 혁신이란 개념을 창안한 에릭 폰 히펠 MIT 교수의 말대로 ‘혁신의 민주화(Democratizing Innovation)’ 시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만 합니다.
수많은 전문가들은 사용자가 혁신을 주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꼽습니다. 다시 말하면 서비스 공급자가 혁신에 실패하게 된다면 이는 곧 사용자와의 소통 부재에서 기인했을 확률이 높다는 말입니다.
혁신의 언저리에 서 있는 수많은 유통·교통·물류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 기업과 스타트업에게 묻습니다. 고객으로부터 얻은 통찰에서 답을 찾고 계신지요?
‘혁신, 뭣이 중헌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