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이후 중국현지 반응
단기적 영향으로 화주, 포워더 등 피해 우려
장기적 악영향은 미지수, 일부 경쟁선사에겐 기회로
한진의 법정관리 신청 소식으로 이번 사건이 해운시장에 미칠 파장에 중국 항만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월 31일 중국 경제신문 차이신왕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위엔양해운(COSCO), 대만의 장롱해운(Evergreen Line)이 한진해운과의 환적 합작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위엔양해운과 장롱해운은 한진해운과 함께 CKYHE(COSCO, K-Line, Yangming, Hanjin, Evergreen) 해운동맹의 구성원이었다. CKYHE 동맹은 2014년 10월 기준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17.5%를 기록한 해운동맹체로, 앞서 언급한 세 개의 해운 업체와 일본 케이라인과 대만의 양밍해운(Yang Ming Marine Transport Corporation) 등 5개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현재 홍콩을 포함한 중국의 모든 항구에서 선박 정박 및 컨테이너선 입항이 불가한 상태다. 상하이(上海) 항구는 이미 들어온 위험 물품이라 할지라도, 컨테이너 선적을 허가하지 않았다. 톈진(天津)항에서 반출되는 한진의 컨테이너 선박 및 화물 역시 미수금 1000만 위안(한화 약 16억 7000만 원)으로 인해 톈진해사국(天津海事局,CMS)에 구류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이번 사건이 해운시장에 ´단기적으로´ 큰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화주, 선주, 항구, 포워더, 트레일러 업체 등 관련 산업 주체들에 대한 대금 지급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 포워더는 중국의 대외무역 정보사이트 중국항마오왕(Snet)과의 인터뷰에서 "한진의 선박에 우리 화물이 많고, 그 중에는 CO-LOAD(혼재 화물을 한 컨테이너에 넣기 위해 2개 이상의 회사가 협력하여 작업하는 것) 화물도 있다"며 "온종일 바쁘게 돌아다니며 해결방안을 알아봤지만 속수무책"이라 밝혔다.
상하이항운교역소(Shanghai Shipping Exchange) 저우쑤(周漱) 연구원은 차이신왕과의 인터뷰에서 "한진이 실제로 파산할 시 공급상은 대금을 받기 위해 소송 등의 절차로 오랜 시간을 소비해야 하고, 화주의 경우 선박 구류 때문에 제 때 대금을 받을 수 없다"며 "한진이 구사일생으로 이번 위기를 벗어난다고 해도,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기사회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 선사에게 이번 한진 사태는 기회로 여겨진다. CKYHE 안에서 한진은 국제 주요 항로 중 동서간선에서 일정 시장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진이 운송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면 많은 화주가 다른 선사를 선택해야 되고, 그것은 곧 경쟁 선사에게는 기회로 해석된다.
(사진= 장롱해운(에버그린)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진 관련 공고, 한진과 관련된 모든 선박을 장롱해운의 운항 스케쥴에서 제외시킨 상태라고 한다.)
한진은 8월 31일 CKYHE 측으로부터 퇴출 통보를 받은 상태다. 이에 따라 중국의 위엔양해운, 대만의 장롱해운과 양밍해운, 일본의 가와사키기선이 수혜자로 지목되고 있다. 대형 해운동맹 간의 운항스케줄은 다르지만, 동맹 내부의 운항스케줄은 같다. 때문에 화주들은 단기적으로 한진이 속한 CKYHE 내의 다른 해운업체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업계에 장기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중국 안신증권(ESSENCE Securities)은 8월 31일 ´업계 보고서(한진의 법정관리 신청, 운임 상승의 기회 될 것인가)´를 통해 "이번 한진의 위기로 인해 한진의 경쟁사들이 단기적인 이득을 볼 순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해운 시장 전체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 밝혔다.
한진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긴 했지만, 결국에는 한국 정부의 주도 아래 위기를 벗어나게 될 것이고, 설사 한진이 해운시장에서 퇴출당한다고 하더라도 한진이 보유했던 대형선박 등은 다른 이에 의해서 인수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때문에 안신증권은 "물량보다 해운사의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는 현 글로벌 해운시황을 고려했을 때, 업계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한진은 이번 사태로 인해 성수기(통상 크리스마스 전인 8월~11월) 영업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일부 경쟁 선사는 현재 극도로 낮아진 운임을 높이며, 동시에 운송 물량을 확보할 가능성 역시 제기된다.
위엔양해운은 실제로 지난달 31일자로 대형 화주들에게 "현재 운임은 9월 14일까지만 유효하며 9월 15일부터는 운임을 올릴 예정"이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