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9일 물류스타트업 채용 박람회인 ´물류산업 유망 스타트업 잡페스티벌(Job Festival)에 참여한다. IT기업인 쿠팡이 물류기업 채용 행사에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쿠팡은 지금까지 스스로를 ´모바일 다이렉트 서비스´ 혹은 ´IT기업´이라 정의해왔다. 물론 쿠팡은 ´물류´를 하고 있다. 쿠팡의 직접물류인 로켓배송을 위한 쿠팡맨 고용과 물류센터 확충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쿠팡은 이 또한 물류를 위한 것이 아닌 ´고객 서비스´를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박대준 쿠팡 정책실장은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 등이 주최한 ´물류스타트업 활성화 정책토론회´에서 "쿠팡은 쿠팡을 물류회사라 생각하지 않으며, 쿠팡의 물류 또한 쿠팡 상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고객 서비스´ 개념"이라며 "쿠팡맨은 물류가 아닌 쿠팡 서비스의 완결을 의미하는 것"이라 말했다.
쿠팡이 물류기업이 된 이유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화물운송시장 기본방안´을 발표했다. 화물운송시장 기본방안에 따라 지난 12년 간 유지됐던 ´증차규제´가 풀리며, 이에 따라 유통, 제조, IT 등 업종에 구분 없는 운송업 진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제도 개편에 따라 IT-물류, 유통-물류 등 융복합 기업의 출현과 IT기반 물류스타트업 창업 활성화, 그리고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쿠팡은 같은 맥락에서 국토교통부가 바라는 두 가지 기대효과를 만족시키는 기업이다.
먼저 쿠팡은 IT를 기반으로 물류업에 진출했다는 측면에서 IT-물류 융복합 기업이라는 조건을 충족한다. 이와 동시에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쿠팡은 현재 3500여명의 쿠팡맨을 채용, 운영하고 있는 등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쿠팡맨의 지속적인 이탈과 정규직 전환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쿠팡이 국내 스타트업 중 물류와 관련된 일자리를 가장 많이 창출한 업체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더해 쿠팡의 로켓배송은 이번 제도 개편으로 인해 사실상 ´합법´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에 따르면 20대 이상의 직영차량을 보유한 법인은 자유로운 증차 및 신규허가가 가능하다. 3500대의 차량을 보유한 쿠팡은 이 조건을 충분히 만족시키며, 불법 논란이 일었던 ´하얀색 번호판´을 전면 ´영업용 번호판´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 최근 세계 물류시장은 전자상거래 확산, 유통·IT 등 산업간 융복합 등으로 급격히 변화 중이나, 국내 물류산업 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화물운송시장은 복잡한 이해관계에 따른 경직된 제도가 시장의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물류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제도 개편의 배경을 설명했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
국토교통부와 쿠팡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이해 관계를 공유한다. 지금껏 서로가 친해질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였던 ´제도´는 전면 개편됐다. 쿠팡이 물류의 테두리 안에 들어와도 하등 문제가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쿠팡은 9일 ´물류산업 유망 스타트업 잡페스티벌´에 참여하여 물류센터 관리직과 쿠팡맨을 신규 채용할 전망이다. 동행사에는 쿠팡을 포함하여 메쉬코리아, 허니비즈, 고고밴코리아, 트레드링스, 두손컴퍼니, 크린바스켓, 원더스, 바로고, 무버 등 10개 기업이 참석한다.
행사에 참가하는 모든 업체들은 IT-물류, 유통-물류가 융합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중 몇몇은 ´물류기업´이 아닌 ´O2O´ 혹은 ´IT 기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들은 모두 산업간 영역 붕괴와 융합을 증명한다. 쿠팡 역시 국토부가 강조하는 산업간 융복합 현상을 증명한다. 물류업의 경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국토부 정책관과 이야기를 나눈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화물운송시장 기본안 발표 이전부터 물류산업 정책관들과 친해지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며 "그 결과 쿠팡은 오는 11월 물류대상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으며, 이는 국토부가 물류산업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