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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소형 화물차 증차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

by 임예리 기자

2016년 08월 16일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기본(안), 소형 화물차 증차 임박
화물연대 지입제 폐해 주장, 현행 지입제 유지하의 증차 반대
해결책은 표준운임제, 증차시 화물연대 총파업 궐기 예고
 
 
글. 임예리 기자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기본(안)’이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번 기본안의 핵심 논점인 ‘1.5톤 미만 소형화물차 증차’를 두고 택배·용달·유통 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와중에, 화물운송기사들을 대변하는 화물연대는 증차를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가 기존 화물시장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화물연대 측은 증차 반대가 기득권이 아닌 ‘생존권’이라고 말한다. 또한 화물연대는 정확히 말해 증차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위·수탁관리(지입제) 제도 아래서의 증차를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 측은 운송 노동자에 대한 보호대책 없이 증차 규제가 풀린다면 화물차 과잉 공급에 의해 안 그래도 낮은 운임 단가가 더욱 낮아질 것이고, 지입제의 폐해 또한 더욱 심해질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위·수탁관리제도 (지입제) 란?

 

현재 화물운송시장에서 화주·운송업체와 운송기사의 계약 형태는 대부분 위·수탁관리(지입제) 형태다. 지입제란 차량의 주인이 자신의 차량을 화물운송회사 명의로 등록해 회사로부터 일감을 받는 계약형태다. 차주는 차량의 소유권을 업체에 위탁하는 대신에 일정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사업주는 직접 차량을 보유하지 않고, 사람을 직접 고용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차량 유지와 운행, 노무비용 등이 들지 않아 적은 자본으로 업체를 운영할 수 있다.

 

 

아래는 화물연대 박종관 인천지부장과의 인터뷰.
 
▲ 박종관 화물연대 인천지부장
 
Q1. 업계에서 소형화물차 증차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A1. 먼저 화물차 수급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얘기해야 할 것 같다.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 이후, 정부는 화물차 수급동결 요구를 수용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증차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 공급기준심의위원회’(이하 공심의)를 통해 증차를 결정한다.
 
공심의에는 국토교통부와 업계, 연구기관, 한국통합물류협회, 전국화물연합회, 전국용달연합회 등 각 화물업계의 주체가 참여한다. 한 해의 물동량 변화추이를 감안하고, 경제상황을 예측해 분야별로 화물차 수급량에 대해 논의한다. 냉동차, 소방차, 살수차 같은 특수목적차량의 경우 논의를 거쳐 증차가 결정된다.
 
따라서 택배 차량이 부족하다면 차량 수급이 얼마나 부족한지 우선 조사하고, 공심의를 통해 필요량만큼 택배차량 증차를 하면 된다. 업계에서 소형화물차 증차를 요구하는 것은 현재 화물차 허가제를 등록제로 바꾸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생각한다.
 
Q2. 화물연대 입장에서 지입제가 갖는 문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A2. 화물차는 운송기사가 돈을 내고 구입하지만, 영업용 번호판은 운송기사의 이름으로 등록할 수 없다. 운수법인의 명의를 빌리기 때문이다. 여기서 회사가 차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운송 주문을 받아 직접 배차를 해 운송 수수료를 받는 것이 원래 운송업의 기본 원리다. 하지만 지입제를 이용해 번호판을 소유한 운송업체는 물량이 없어도 지입기사들로부터 지입료를 받고, 번호판을 돌려가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일반 화물의 평균 지입료는 월 19만 2천원이다. 일반화물의 94.5%가 지입차량이므로 21만 7천여 대가 지입료를 낸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액수로 환산하면 417억원, 1년이면 5천억원이 넘는 돈이다. 이는 지입기사들의 주머니에서 나오고 있다.
 
게다가 현금으로 번호판 값을 요구하거나 중간업자를 통해 세탁을 해서 돈을 거래하면 거래 자체의 추적이 어렵기도 하다. 또한, 법인의 차가 노후해 바꾸는 경우에도 지입기사에게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지입기사 입장에서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사의 요구에 응할 수 밖에 없다.
 
화물연대는 미국, 호주, 유럽의 운수노조들과 교류하고 있다. 교류과정에서 한국만이 유일하게 지입제를 시행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본에서도 지입제가 있었지만 이미 예전에 폐지됐다. 그만큼 운송기사에게 불리하고 불합리한 제도인 것이다.
 
Q3. 정부에서도 지입제로 인한 문제 등 현재운송시장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 화물운송시장 선진화제도를 내세웠고, 직접운송의무제, 최소운송의무제, 실적신고 등을 시행하고 있다.
 
A3. 선진화제도 시행 이후 운송업체에서 운송기사에게 장기운송계약을 제안하는 일이 늘어났다. 고용안정성 면에서 효과가 없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한 편으로 선진화제도를 지키지 못하는 업체들이 행정처분을 받기 전에 회사를 정리하려고 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지입기사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조합원이 이와 관련한 제보를 했다. 업체로부터 일방적으로 위수탁계약 연장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차주의 동의가 없이 회사 마음대로 번호판을 가져갈 수는 없다. 따라서 화물 연대는 운송기사들에게 업체의 이런 제안에 절대 응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런 제보가 들어오면 화물연대는 해당 업체에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안내를 고지하고, 업체가 속한 협회와 해당구청에 통보해 전방위적으로 해당 지입기사의 피해를 막으려고 한다. 하지만 비조합원들의 경우 이야기할 곳이 없기 때문에 꼼짝없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 한 운수업체가 지입기사에게 보낸 위수탁계약 연장불가 통보서(사진= 화물연대 제공)
 
Q4. 이에 대해 화물연대가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인가.
 
A4. 화물연대는 명의신탁을 반대한다. 금융실명제처럼 화물운송시장에도 실명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개인사업자는 개인의 이름으로 차를 사서 영업을 하고, 법인은 법인의 이름으로 차를 산 뒤 직원을 고용하면 된다.
 
실제로 처음 정부가 발표했던 화물운송시장 구조개혁 초안에는 증차문제와 관련해 위·수탁 계약을 해지한 자가 영업용 화물차 넘버를 신청하면 계약자가 1대운송사업(개별 넘버) 허가를 받을 수 있고, 법인이 공(空) T/E로 증차를 할 경우에는 직영(업체에서 직접 차를 구매하고, 운송기사도 정규직으로 고용)만 가능하도록 하는 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해당 안이 사라졌다.
 
화물연대가 무조건 화물차 수급을 동결하자는 것이 아니다. 법인이 증차를 할 때 직접 차를 사고, 정규직으로 사람을 고용하라는 것이다.
 
 
*공(空) T/E 란?

차량이 없는 상태라는 뜻의 ‘공(空)’과 허가대수(T/E: Tabel of Equipment)의 합성어. 즉, 위수탁차주(지입기사)가 본인 소유 화물차량을 자가용으로 전환하거나, 1대운송사업 허가를 받거나, 다른 사업자와 새로 위수탁계약을 맺게 되면 기존 운수회사와의 위수탁계약을 해지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기존 운수회사에는 번호판만 남아 있고 차량은 없는 상태가 된다. 이를 공 T/E라고 한다.

 
Q5. 운송업계는 법인 증차가 아닌 개인 차주에 한정하여 증차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A5. 현재 증차가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택배사에 한정해 말해보자. 택배사들이 직영으로 화물차를 운영하게 되면 자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공격적인 운임 덤핑 전략을 쓸 수 없을 것이다.
 
택배 운임단가는 계속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 사람들은 운임단가가 낮아져 회사의 수익도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손해분은 어디서 채울까? 운임 단가가 낮아지는 만큼 운송기사가 받는 수수료도 낮아진다. 왜 운송기사들이 하루 10시간, 12시간을 넘게 일을 하겠는가. 회사의 손실을 운송기사의 노동력으로 ‘때우고’ 있는 셈이다.
 
위에 말했듯이 택배 시장에 택배차가 필요하면 증차를 하면 된다. 유통업체가 택배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유통업체가 직영으로 택배를 운영한다면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 화물연대가 두려운 것은 지입기사들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Q6. 저단가 역시 화물운송시장의 대표적인 문제로 손꼽히고 있다.
 
A6. 화물운송시장의 물동량이 늘었다고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화물운송시장에 진입하는 사람들의 수가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화물운송시장은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유입되는 사람들이 많으니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에는 더 많은 프리미엄이 붙고, 과다한 비용을 지출함에도 불구하고 운송기사들은 그에 상응하는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 사실을 이용해 정보망이라 불리는 화물주선 플랫폼에 ‘장난’을 치는 업체들이 있다. 처음에 굉장히 낮은 단가로 운송 주문을 올리고선, 수행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에 슬그머니 단가를 높여 다시 주문을 올리는 식이다.
 
이 외에도, 적재정량을 싣지 않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20톤짜리 짐에 대한 운송주문에 대해 5톤 화물차를 부르는 것이다. 화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5톤 차량 1대 운임으로 짐을 옮길 수 있으니까 운송료를 아끼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불법이다. 운임비 하락의 원인인 동시에 도로교통안전에도 큰 위협이 된다. 그렇지만 과적 단속이 쉽지 않다. 한국의 도로법은 화물차 총중량은 40톤, 축증은 10톤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적재정량의 10% 초과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두 법이 부딪힌다.
 
5톤 차량이 20톤의 짐을 실어도 도로법에는 위반이 되지 않는다. 도로교통법에 걸리더라도 5만원의 과태료 납부가 전부다. 또한, 도로법은 국토관리사무소, 지자체, 도로공사 등 도로관리청이 관리하고 도로교통법은 경찰이 관리하기 때문에 두 부문의 협력이 중요한데 현재에는 그것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두 부문의 관리부처에서 과적 차량과 이를 주선한 업체까지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 과적이 없어지지 않는 한 운임비 문제 역시 개선되기 어렵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표준화’된 가격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화물연대는 이전부터 ‘표준운임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으나 번번히 반대에 부딪혀 제도화되지 못하고 있다.
 
Q7. 화물연대가 제시하는 ‘표준운임제’에 대해 설명해달라.
 
A7. 표준운임제는 말 그대로 표준기준에 의해 운임비가 결정되는 제도다. 현재의 최저입찰제는 운송기사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없다. 화물의 종류, 운반 거리, 운반 시간 등을 기준으로 적정 운임비를 산출해 화물노동자의 수입을 보장하는 것이 표준운임제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토부 주도로 표준운임제 태스크포스(TF)가 만들어졌다. 2008년 화물연대 총파업 당시 정부가 ‘표준운임제 법제화’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표준운임 계산이 용이한 컨테이너와 철강 운송을 대상으로 시행사업까지 했었다. 이후 국회에 상정됐지만, 법제화 과정에서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시장경제 아래 계약자유의 원칙에 훼손된다”는 이유였다.
 
현재 정부에서는 ‘참조원가제’라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참조원가제는 말 그대로 ‘참조’용이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 그걸 어떤 업체가 지키겠나.
 
또한, 표준운임제가 시행되면 유류보조금은 필요가 없게 된다. 이 유류보조금이라는 것이 운송기사들을 위한 복지라고 하지만 실상은 화주를 위한 복지고, 운송료 하락의 또 다른 원인이다. 화물운송 비용은 물건의 중량과 형태, 운송 거리 등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현장에서 운송료를 책정할 때, 유류보조금도 운송기사의 순수입으로 포함시켜 버린다.
 
쉽게 발해 운송료가 1km에 1000원이라고 치자. 만약 운송기사가 받는 유류보조금이 300원이라고 하면, 운송업체가 화주에게 운송료를 제시할 때 700원으로 말해 버린다. 유류보조금만큼 화주가 이득을 보는 구조다. 물류비용은 화주가 내는 것이 당연한데 이를 국가가 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화주를 지원하는 셈이다.
 
Q8. 이번에 발표되는 구조 개편안에 대한 화물연대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A8. 만약 구조 개편안이 증차로 확정된다면,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9월 24일 열리는 총회에서 투쟁방향이 결정된다. 2003년 이래 화물연대는 지입제 폐지, 표준운임제 도입,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똑같은 내용으로 싸우고 있다. 변한 것이 없다. 화물운송시장에 개혁이 아닌 ‘개악’이 일어난다면, 총파업으로 맞설 것이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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