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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마일 저 너머, 나머지마일의 혁신을 찾아서

by 엄지용 기자

2016년 08월 09일

엄기자의 세상에 없던 SCL⑪ 라스트마일 그 너머에
라스트마일의 나머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 공급망의 블루오션을 찾아서
원모먼트, 마이창고, 헬로쉽, 크린바스켓 4개 스타트업의 나머지마일
 
 
글. 엄지용 기자

 

Idea in Brief

 

많은 이들이 ‘라스트마일’에 열광하고 있으며, 언론은 연일 ‘라스트마일 배송’을 강조하며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물류는 ‘라스트마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원자재 조달, 생산 공정, 중간 유통업체까지의 운송 등 라스트마일 배송 이전에 이미 수많은 물류 프로세스가 수반된다. 라스트마일 그 너머에 있는 ‘나머지마일’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다. 이제 붉어지다 못해 핏빛을 보이는 시장이 아닌 새로운 푸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어떨까. 예전부터 존재하고 있었지만, 평화로웠던 라스트마일의 나머지를 소개한다.

 
얼마 전 한 경제지 유통담당 기자 선배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라스트마일 배송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물류혁신을 전반적으로 조망하고자 하는데, 도무지 라스트마일 배송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잘 모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특별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질문이었는지라 한 동안 멍해졌습니다. 전 그때 선배에게 “라스트마일 배송은 최종적으로 화물을 인계받는 주체가 소비자(C)이든 기업(B)이든 공급망의 최종단에서 일어나는 배송 프로세스를 칭하는 용어”라 답변했습니다.
 
저 또한 ‘라스트마일 배송’이라는 용어를 여러 기사를 통해 참 많이 썼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무래도 라스트마일 배송은 대중에게 친숙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택배’를 이용해봤을 것입니다. 이마트, 쿠팡, 롯데마트 등의 유통업체 또한 생활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친숙한 기업들입니다. 소비자에게 라스트마일 단에서 음식 배달을 중계해주는 ‘배달의민족’ 같은 서비스도 마찬가지지요. 결국 ‘라스트마일 배송’은 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많은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소재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여타 B2B물류와는 다른 재밌고 친숙한 소재가 되는 것이지요.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라는 용어자체가 갖는 ‘있어빌리티’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O2O, 물류스타트업이 라스트마일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도 동일합니다. 물류업을 경험해보지 않은 창업자 입장에서는 쉽게 눈으로 파악할 수 있는 ‘라스트마일 배송’ 분야를 타겟으로 물류업계에 진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직접 만났던 국내 이륜차 물류스타트업(메쉬코리아, 허니비즈, 고고밴코리아, 무브잇, 우아한청년들, 원더스) 대표 중 ‘물류업계’에 종사했던 분들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이것을 반증하지요.
 
폐쇄적인 기업물류나 물류센터와 관련된 창업은 아무래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는 어렵습니다. 물류스타트업과 적극 제휴하고자 하는 CJ대한통운 역시 물류센터 등 내부 운영프로세스는 현장을 직접 겪은 CJ대한통운 내부인력의 의견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하며, 스타트업과의 협업은 라스트마일 배송 분야를 중심으로 만들어낼 것이라 설명합니다.
 
정태영 CJ대한통운 TES전략실장은 “TES전략실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영역은 크게 W&D;(Warehouse & Distribution)와 라스트마일로 나뉜다”며 “이 중 W&D;는 현장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내기는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새로운 아이디어는 라스트마일 분야에서 CJ대한통운의 고정관념을 깨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공급망의 나머지는 어디에
 
많은 이들이 라스트마일에 열광하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물류는 ‘라스트마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원자재 조달, 생산 공정, 중간 유통업체까지의 운송 등 라스트마일 배송 이전에 이미 수많은 물류 프로세스가 수반됩니다. 편의상 이 모든 프로세스들을 라스트마일의 나머지라는 뜻에서 ‘나머지마일’이라 칭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마일은 대체 어디 있을까요? 사실 지금껏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알려진 대부분의 업체의 공급망 프로세스에는 이미 나머지마일이 수반돼있습니다. 신경쓰지 않거나, 드러나 있지 않을 뿐이죠.
 
당일 꽃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인 ‘원모먼트’는 사무실과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양재꽃시장에서 꽃이 많이 들어오는 날인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새벽 5시에 시장을 방문하여 원자재를 매입합니다. 고객들의 예약수요에 맞춰 미리 구매한 원자재는 고객 주문이 발생하는 오전 10시 이전에 반제품으로 가다듬어집니다. 원모먼트는 라스트마일 배송 이전 나머지마일 과정에서 원자재를 픽업하고, 반제품으로 가다듬은 선공정을 통해 라스트마일 배송을 위한 부케 생산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6월부터 CLO 오프라인 매거진의 물류를 전담하고 있는 ‘마이창고’에서도 나머지마일은 찾을 수 있습니다. 마이창고는 물류에 전담인력을 투입하기 어려운 중소업체와 창고에 유휴공간이 존재하는 창고업체, 그리고 라스트마일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업체를 IT솔루션을 통해 연결해줍니다. 마이창고는 상품 입고부터 고객배송까지 모든 것을 대행하며, 실시간 재고관리 리포트를 제공해주는 것 또한 장점입니다.
 
▲ 마이창고는 하루 50개 미만의 주문이 발생하는 소화주의 물량 또한 처리 대행한다.(자료= 마이창고)
 
그러나 마이창고가 창고로 입고하는 과정의 물류까지 대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CLO 같은 경우 지난 5월 마이창고와 물류대행 계약을 체결한 후 국내 한 공로운송 업체를 통해 마이창고가 제휴하는 물류센터까지 매거진 재고를 운송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즉, 마이창고는 창고입고부터 라스트마일물류 이전 출고까지는 모든 것을 대행해주지만 마이창고 입고 이전의 나머지마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또 다른 업체입니다.
 
나머지마일을 찾아서
 
나머지마일에서 발생하는 운송 프로세스는 기업간(B2B) 물류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업체 당사자가 아니면 쉽게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라스트마일 배송 프로세스 이전에도 물류 프로세스가 존재하는 것을 미루어 짐작해봤을 때 그 시장규모는 결코 라스트마일 배송에 비해 적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최근 나머지마일의 혁신을 찾아서 분주하고 있는 업체들이 많이 눈에 들어옵니다. 대표적인 분야는 ‘픽업물류’입니다. 많은 고객의 화물을 집하하고 재배송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물류가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크린바스켓은 세탁서비스를 제공해주는 O2O 업체입니다. 모바일로 들어오는 고객 주문에 대응하여 고객의 세탁물을 수거하고, 제휴가 되어 있는 대형 세탁소를 통해 세탁을 끝마치고 다시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세탁물을 고객에게 전달합니다. 크린바스켓의 수거와 배달, 즉 고객접점에서 일어나는 물류활동은 모두 크린바스켓이 맡고 있습니다.
 
그러나 크린바스켓의 물류 프로세스 그 중간 어딘가의 ‘나머지마일’에서도 물류가 수반되고 있습니다. 크린바스켓은 1차적으로 수거한 고객의 옷가지를 크린바스켓 물류센터에 픽업합니다. 이렇게 수거된 옷가지는 크린바스켓과 제휴한 대형 세탁업체로 옮겨지는데요. 현재 크린바스켓은 이 중간과정을 육상운송업체를 통한 아웃소싱을 통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 크린바스켓의 서비스 프로세스. ‘나머지마일’ 프로세스와 관련된 설명은 없다.(자료= 크린바스켓)
 
카고매니저는 현재 크린바스켓의 ‘나머지마일’을 담당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라스트마일의 나머지 단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운송 서비스를 대행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업체의 물량을 고려하여 1톤부터 25톤까지 다양한 규모의 차량을 수배하여 제공해주며, 화주의 화물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강점으로 합니다.
 
가령 카고매니저는 크린바스켓의 물량을 고려하여 ‘1톤 차량’을 배정해주며, 의류라는 화물 특성을 고려하여 차량 안에 옷걸이를 비치, 중간 운송 과정에서 옷이 구겨지는 것을 방지했습니다. 이렇게 세탁소까지 운반되어 세탁이 끝난 옷가지들은 다시 크린바스켓의 직원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됩니다. 결국 O2O 서비스 업체인 크린바스켓은 고객접점에서의 핵심 물류 서비스는 내재화하고, 그 밖의 물류는 아웃소싱을 통해 처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크린바스켓이 아웃소싱하고 있는 카고매니저는 ‘나머지마일’에 대한 핵심역량을 강조하고 있지요.
 
카고매니저 한 관계자는 “카고매니저는 고객접점의 물류를 강조하는 스타트업, 중소기업들의 물량, 화물특성에 특화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업체”라며 “여러 고객의 화물을 혼재하는 것이 아닌, 한 고객의 화물만 모아서 운송하는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머지마일은 내륙운송뿐만 아니라 국제물류 과정에서도 나타납니다. ‘헬로쉽’은 해외 판매를 하고 있는 국내 셀러들을 대상으로 국제물류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업체입니다. 헬로쉽이 해외로 화물을 보내기 전 과정인 ‘픽업’과정은 현재 헬로쉽이 통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헬로쉽을 이용하는 각각의 화주들이 헬로쉽 물류센터에 화물을 보내는 식이지요.
 
만약 헬로쉽 화주들의 물량을 순회 배송하여 헬로쉽 창고까지 화물운송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업체가 있다면 여러 업체가 헬로쉽 물류창고까지 소량물량을 배송하면서 발생하는 ‘공차율’을 자연히 줄일 수 있겠지요.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면서 나타나는 물류비용 감축은 덤입니다. 헬로쉽 같은 경우는 그간 고객에게 맡겼던 ‘픽업 물류’를 전문업체를 통해 제공하여 헬로쉽을 이용하는 고객 만족도를 상승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앞서 픽업물류의 과정을 고객에게 맡겼던 ‘마이창고’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 헬로쉽 서비스 프로세스. 상품을 포장하여 헬로쉽 물류센터까지 전달하는 과정은 고객이 맡는다.(자료= 헬로쉽)
 
박상신 헬로쉽 대표는 “헬로쉽을 사용하는 한 고객이 헬로쉽 물류창고로 화물을 보낼 다른 고객사가 있다면 함께 헬로쉽 창고로 운송하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했었다”며 “국내에 이런 픽업물류를 맡아줄 제대로 된 업체를 찾기 힘든 것이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라 말했습니다.
 
확실히 나머지마일에서 개선할 수 있는 물류시장은 존재합니다. 많은 업체가 관련된 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미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이지요. 이미 많은 업체들이 ‘라스트마일의 혁신’을 강조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언론은 그것을 연일 보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한 마일을 잡기 위한 속도전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라스트마일의 나머지는 평화롭습니다. 시장을 평정했다고 말할 수 있는 전문 업체도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붉어지다 못해 핏빛을 보이는 시장이 아닌 새로운 푸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어떨까요. 나머지마일의 첫발을 디딜 혁신자를 기다립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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