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박정훈의 로봇가라사대] IT, 유통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운송드론 혁신 가능할까

by 박정훈

2016년 08월 10일

국토부 드론 규제 혁파, 물류발 실험실 박찰까
고정익, 쿼드콥터, 드론포트까지, 운송드론 위한 혁신기술 봇물
 
 
글. 박정훈 CJ미래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2013년 늦은 겨울, 유통공룡 아마존은 프라임에어(Prime Air)라는 이름 드론 활용 택배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시험운항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후 많은 물류기업들과 무인 시스템 스타트업들이 운송드론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물류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각축장에 뛰어들었다. IT공룡 구글 역시 고정익 방식의 운송드론 시범운항 소식을 전해왔다. 호주의 드론 스타트업 플러티(Flirtey)는 세계 최초의 드론 택배 서비스를 호주 도심에서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운송드론 개발 경쟁은 마른 장작에 불붙듯 급속히 격화되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유통,IT 물류기업과 로봇분야 스타트업까지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자극했으며, 심지어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월마트까지 운송드론 개발경연장으로 끌어 들였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상업 목적의 드론 운항을 합법화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고, ´FAA Modernization & Reform Act of 2012´에 따라 2015년 내 상업용 드론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역시 국토부 항공청을 중심으로 드론 상용화를 위한 항공법 및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섰다. 여러 가지 전문가 회의체가 구성됐으며, 근 1년간 드론 관련 세미나가 줄을 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별도 드론법제 마련 및 운항관련 규제 완화를 외친 것은 당연히 따라온 수순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즈음 이러한 움직임은 소리 없이 소강기로 진입했다. 드론기체의 발전은 계속됐고, 소형드론 판매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드론 상용화와 관련된 소식은 잘 들려오지 않았다. 미국의 드론 법안은 통과가 지연되며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이에 드론을 실험하던 대표기업인 아마존은 운송드론 상용화를 위한 시범운항을 인도 등 해외에서 시도하기도 했다. 언론도, 연구계도 잠잠해졌다. 역시 드론은 가트너의 하이프사이클이 설명한 대로 사이클의 최고점을 찍은 후 다시 계곡 아래로 들어간 것일까? 아니면 그야먈로 신기루가 되어 사라진 것일까?
 
다시 현시점으로 돌아와서 상황을 판단해보면, 상기 의문에 대한 정답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촬영과 농업 그리고 측량/검사 분야에 이어 이제 운송드론 영역에서도 드론 상용화가 본격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호주에서, 싱가포르에서, 스위스에서 우체국 배송에 드론 활용이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CJ대한통운이 세계 최초의 화물낙하 및 추락방지 기술을 가진 운송드론을 발표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짚라인(Zipline)이 UPS와 함께 드론을 이용한 의약품 배송 서비스 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한국정부 드론 규제개혁안 발표, 운송드론 생태계 조성되나
 
정부가 국민안전이나 국가안보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드론을 활용한 신규사업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제로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를 개최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규제개혁 대책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국민 안전·안보를 저해하는 경우 외에는 모든 드론 관련 사업을 허용하고 25kg 이하 소형 드론을 활용한 사업을 등록하는 경우 자본금 요건을 폐지하기로 했다”

- 제5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16.05.18) 결과 보도자료 중

 
상기 정부의 규제개혁안 발표처럼,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드론활용 서비스가 신산업으로 본격화될 기반이 마련됐다. 2~3년 전 문득 우리의 일상으로 다가왔던 드론은 로보틱스 분야의 신주역으로 각광 받으며 로봇, 가전, ICT, 스타트업 등 기술과 관련된거의 모든 분야에서 각종 매체와 박람회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나노드론에서 통신중계드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와 기능의 기기 다양화, 손과 팔의 근육 움직임에 기반한 컨트롤러 등 조작 방식의 혁신, 1인칭 시각 제공을 통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경험 제공을 위한 VR과의 융합,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불꽃놀이 드론에 이르기까지. 사실 드론의 진화 과정만으로 본고를 모두 채워도 모자랄 만큼 급격한 발전을 거듭해왔다.
 
 
운송드론, ´긴급배송´ 아닌 ´인도주의 서비스´로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드론의 갑작스런 확산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하게 나타났다. 장난감 용도 및 촬영/레저용 소형드론 중심의 폭발적인 드론 개체 증가와 함께 조종 미숙 등에 따른 안전사고가 증가했다. 이 외에도 활주로 침범, 상공에서의 민항기 충돌 위협 해프닝, 군사/보안지역 침범, 백악관 담장 충돌, 유튜브에 올라오는 각종 사고영상 등은 드론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부각시켰다. 일각에서는 일종의 ‘드론포비아(Dronephobia)’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초기 규제완화를 서두르던 각국 정부도 테러 및 안전사고 우려를 감안한 정책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또한 각국은 성급한 운송드론 확산보다는 안전도를 제고하기 위해 기체 및 통제시스템 안정성 향상에 더욱 비중을 두기 시작했으며, 그에 맞춰시험 운항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물론 한국 정부에서 드론 상용 운항과 관련된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특히 드론을 활용하여 도서지역배송, 긴급배송 등 각 분야에서 최첨단, 고효율의 물류서비스를 실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물류업계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막상 생활공간에 화물을 장착한 드론이 이리저리 날아다닌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30분 내에 초신속으로 물건을 배송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요소들이 생활 안정상의 위험을 보상해줄 수 있는 가치를 지니는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마존, DHL, 플러티, CJ대한통운 등 운송드론을 활용한 물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은 단기 상용화 대상으로 도심지 긴급배송이 아닌 ‘격오지 구호물자 배송’과 같이 제한적 범주에서의 인도주의적 서비스 내지는 비도심 지역 운송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드론이 새로운 공중 교통 인프라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러나 드론 운송의 실현을 위해서는 여러 기술적 과제들이 해결되어야 하며, 운영 프로세스 역시 준비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실상은 ‘드론’이라는 비행물체밖에 없는 상황이다. 즉, 드론이 다니는 길인 공역에 대한 정의나 지침, 다수 드론에 대한 집합 운항관제 시스템, 드론의 이착륙을 위한 드론포트, 주거지에서 화물을 전달받는 방법 또는 수취장치에 대한 구상 등 기반시설이나 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이러한 부분들은 운송드론의 진정한 상용화를 위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들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운송 드론 상용화에 가장 가까이 다가와 있는 기업은 어떤 기업이 있을까. 몇몇 기업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드론 상용화를 위해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들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짚라인(Zipline), 르완다 의약품 배송 시동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드론 스타트업 짚라인(Zipline)은 고정익 방식의 드론(자율비행, 적재중량 1.5kg)을 개발하여 운송 드론 영역에 진입했다. 짚라인은 미개발 국가와 같이 교통 인프라가 미흡한 지역이 아닌 드론운항 환경 인프라 측면에서 유리한 지역을 타겟국가로 제품을 도입하고 있다.
 
짚라인의 고정익 드론은 기상 악조건에 대한 운항 안정성 측면에서 회전익 드론보다 우수하여 비바람이 불더라도 보다 안정적인 운영을 보장받을 수 있다. 짚라인이 현재 제안하고 있는 배송 아이템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공급되는 구호물품 및 혈액/약품과 같은 의료 물품들이다.
 
▲ 짚라인 발사대와 고정익 드론(사진= 짚라인)
 
고정익 드론은 속도가 빠르며 날개를 이용한 활공이 가능하다. 때문에 회전익 드론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고 비행가능 거리가 길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고정익 드론은 전진을 담당하는 프로펠러를 소수 보유하고 있기에 자체 이륙이 불가하여 별도의 발사대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는 사실 운송 드론에게 있어 상당한 제약이 될 수 있다. 도착지에서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착륙이 필수적인데, 착륙 지점마다 발사대가 없으면 착륙 자체가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짚라인은 이를 극복하고자 독특한 물품 전달 방식을 고안했다. 도착지점의 상공에서 드론을 공중 회항시킴과 동시에 물품을 투척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물론 이런 전달방식에는 ´파손 위험´이 동반된다. 짚라인은 이를 막기 위해 운송 대상품의 무게를 1kg 내외로 제한하고, 포장 박스에 낙하산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파손 위험을 최소화했다.
 
짚라인의 드론기반 운송체계는 주요 물류기업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짚라인이 UPS로부터 약 9.2억 원(8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받기도 한 것이 대표적이다. 짚라인은 이미 드론기체와 운영체계를 이용하여 드론 상용 운항에 발을 딛고 있다. 실사업의 첫 사례로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격오지에 위치한 병원에 의약품을 운송하는 업무를 지난 7월부터 르완다 정부와 함께 시작했다. 사업의 안정적 수행을 위하여 UPS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혈액과 백신에 대한 콜드체인 기술 지원 및 드론 운송 이전 단계에서의 의료 소모품 등 특수물품의 안정적 물류조달프로세스 확보 등을 위해서다.
 
짚라인은 르완다내 서비스 운영을 위하여 약 40대의 드론을 활용하여 일 150회 정도의 운항을 계획하고 있으며, 르완다 전역에 30분내 운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 운영프로세스도 매우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로 각 병원 담당자가 필요물품을 문자 메시지로 요청하고, 이에 드론기지(물류센터)는 예상 배송시간을 담당자에게 답신한다. 마지막으로 해당 물품을 적재한 드론을 발사하면, 병원근무자는 예상도착시간에 물품수취를 통지하는 문자를 받는 식이다. 짚라인은 현지 여건을 고려하여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지 않고 문자 메시지 몇 번의 교환으로 드론 운송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DHL 파셀콥터 3.0, 이제는 드론포트다.
 
지난 5월 초 DHL은 파셀콥터(Parcelcopter) 3.0이라는 명칭 하에 대폭 업그레이드된 기체와 포트로 구성된 ´무인운송시스템´을 공개했다. 불과 2년 전인 14년 9월 DHL이 독일 북부 노르트아이흐항구에서 12km 거리에 있는 북해 위스트섬까지 의약품 배달에 성공하며 선보였던 그 모습과 비교하면, 사실 업그레이드라기보다 완전히 새로운 드론을 선보인 개념이다.
 
▲ DHL 파셀콥터
 
드론 기체는 파셀콥터 2.0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드론포트 역시 새로운 주인공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실 필자는 DHL의 새로운 기체가 기존 쿼드콥터 방식에서 벗어나 일반적인 비행기에 가까운 형태의 고정익 비행체로 바뀔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동영상 자료를 보는 순간 필자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세상에나, 드론의 날개가 수직으로 돌아가며 나름의 변신을 한다. 이륙할 때는 날개를 수직으로 꺾어 프로펠러를 아래 방향으로 작동시킴으로써 헬기처럼 수직이륙을 실시한다. 이륙 후에는 날개를 다시 수평으로 전환하여 비행기 날개와 같이 사용한다.
 
사실 이런 형태의 비행체를 틸트로터 방식의 드론이라고 하는데, 이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미국과 한국 등 몇 개국만 보유한 최첨단의 드론 기술이다. 특히 군사용이 아닌 민간부문에서 틸트로터 방식 드론이 상용 서비스를 위해 활용된 것은 파셀콥터가 최초일 것이다.
 
▲ 틸트로터 방식의 항공기
 
기존 DHL의 드론은 민간드론계의 최상급 하이엔드 기종인 독일 마이크로드론사의 MD4-1000 드론을 성능 개선하여 개발된 것이다. DHL은 기존 드론에 자체 설계한 커다란 계란 모양의 화물적재함을 추가하고 이를 운송드론의 핵심기술로 선보였었다. 그러나 드론의 이착륙을 위한 별도의 포트는 없었으며 화물의 적재도 사람이 직접 손으로 넣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모습이었다. 물론 불과 1~2년 전만 해도 드론이 자율 비행으로 12km 거리를 날아간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또한 사람이 직접 물건을 적재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불편한 인상으로 다가오지도 않았고, 때문에 그것을 개선 대상으로 인식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파셀콥터 3.0에서는 드론과 드론포트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된다. 드론에 물품을 싣거나 내리는 과정, 드론의 이착륙, 운항과정 등 운송에 관련된 일련의 활동이 완전히 자동으로 수행됨은 물론이다. 드론 자체의 성능 향상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무엇보다 ´드론포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팩스테이션 스카이포트(Packstation Skyport)라고 불리는 DHL의 드론포트는 기본적으로 이착륙장의 역할을 한다. 동시에 물품을 보관하다가 드론에 적재시켜주고 드론이 운반한 물건을 받아 보관 후 수취인이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다목적포트가 된다. 즉 이착륙장인 동시에 물품자동적하, 이에 더불어 무인락커 기능까지 갖춘 것이다.
 
▲ DHL의 드론포트, 바닥에 펼쳐놓았던 헬기장 마크가 드론포트로 재탄생한다.(사진= DHL)
 
 
DHL의 새로운 방식의 드론포트는 여러 가지 이점을 제공한다. 기존에는 드론으로 물품을 받기위해서는 사람이 직접 드론에 접근해야 했다. 혹여 드론이 추락하면 사람이 다칠 수 있다는 위험 또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드론포트 사용으로 인해 이러한 안전위험은 현저히 감소한다. 또한 ´긴급배송´이 아닌 ´오지대상 서비스´ 측면에서는 서비스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대에 이용 가능하다는 장점 또한 존재한다.
 
만약 DHL의 드론포트와 같은 거점이 전 세계 여러 지역에 설치된다면 어떨까. 아마 그것은 드론에 의해 구현되는 물류의 기본 기능(운송과 보관)을 갖춘 새로운 물류 네트워크의 모습이 아닐까 예측해본다.


박정훈

CJ미래경영연구원 SCM/Robotics 연구분야 수석. 가차없이 다가오는 Rogistics(Robotics+Logistics) 시대를 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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