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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동대문 물류, ´지게꾼´과 ´삼촌´이 만드는 물류 생태계

by 김정현 기자

2016년 07월 29일

7월 29일 00:10, 늦은밤. 동대문 도매시장의 장이 열렸다. 동대문 도매시장의 밤은 12시부터 3시까지 절정을 달린다.

 

동대문의 랜드마크로 부상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기묘한 모습이 돋보이는 한낮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한낮을 비추는 햇살이 아스라히 떨어지고 DDP의 뒤편에는 신평화시장, 청평화시장, 디오트 패션몰, 유어스, 뉴존이 차례차례 불을 밝힌다. 한산했던 거리는 순식간에 수많은 인파로 채워진다.

 

힐을 신고 한껏 꾸미고 가면 ‘동대문 초짜’ 혹은 ´소매 고객´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기자는 편한 운동화와 모자를 눌러쓴 채 바삐 움직이는 인파속에 합류했다. 여기저기서 별세계의 언어가 들려온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가 뒤섞인 도매시장의 밤풍경은 마치 이곳이 한국이 아닌듯한 느낌마저 준다.

 

대봉, 장끼, 깔, 땡, 다이마루, 나오시, 미송... 일반 사람들이라면 조금 생소할 수 있는 단어들이 오간다. 소위 말하는 ‘동대문 도매시장 업계’에서 통용되는 ‘전문용어(?)’들이다.

 

“언니야~ 장끼 대봉에 부탁해. 1시간 뒤 삼촌 보낼게!”를 해석하면 ‘방금 내가 구매한 옷 가장 큰 비닐봉지에 영수증이랑 같이 담아주세요. 1시간 뒤 저희 물건 배달하시는 분이 물건 찾으러 올텐데, 그때 그 분께 전해주세요’라는 뜻이 된다.

▲사입가방들이 바닥에 놓여 있다.

 

야생의 동대문 물류

▲ 동대문 시장의 지게꾼들

 

그들만의 언어가 만드는 별세계처럼 동대문 도매시장의 물류 또한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첫 번째는 운송수단으로 ´지게´의 활용이다. 소위 ´지게꾼´들은 동대문 도매시장 건물을 오르내리며 공장에서 막 도착한 의류들을 운반한다. 동대문 지게꾼들은 공장 생산시간과 출고시간이 달라 주로 저녁 11~12시 사이에 산발적으로 들어오는 물량을 매장 앞까지 이동시킨다. 조선시대도 아닌 21세기에 무려 ´지게´다. 재밌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매장은 이렇게 모인 물량을 쇼핑몰 업체의 주문 요청에 따라 포장한다. 주문은 ´방문주문´과 ´전화주문´으로 분류된다. 처음 구매하는 상품 같은 경우 쇼핑몰 상인들이 직접 동대문 시장을 돌면서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존 구매내역이 있는상품의 재주문 같은 경우 전화로 상품 주문 요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화 주문 또한 가능하다. IT가 물류와 결합되고, 물류 플랫폼이 탄생하고 있는 지금, 이 또한 재밌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에스컬레이터 옆으로 쌓여있는 ´대봉´들, 업체명과 지역이 적혀있다.

 

이렇게 주문된 상품들은 어떻게 쇼핑몰 업체까지 배송될까. 여기서 동대문의 두 번째 이색물류 담당자 ´삼촌´이 등장한다. 보통 쇼핑몰 업체 구매 담당자가 동대문 도매시장 상품을 구매하고, 그들이 바로 상품을 픽업해가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삼촌´이라 불리는 이들이 구매자가 구매한 물건들을 일괄 회수, 배송하는 식이다. 이는 쇼핑몰 업체 담당자가 구매하는 상품의 물량이 바로 회수하기에 그 부피가 매우 큰 것도 있을뿐더러, 아직 입고되지 않은 상품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삼촌이 물건을 수거해가기 전 동대문 매장 직원들은 쇼핑몰이 주문한 상품의 장끼(영수증)를 대봉(큰 봉지)에 넣어 옷이 보이지 않게 테이핑한다. 대봉에는 간단히 업체명, 배송지, 상품수 등을 기입해 가게 옆에 놓아둔다. 그러면 저녁 11시부터 ´삼촌´들이 이 대봉을 회수해 가는 식이다.

 

보통 삼촌들은 개인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때로는 연합을 구축해 활동하기도 한다. 단순히 물류만 대행해주는 것이 아닌 결제의 대금, 대납까지 해주기도 한다. 물론 삼촌들은 요즘 유행하는 ´핀테크´처럼 거창한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야생의 동대문 물류다.

 

동대문 도매시장에는 이러한 개인 사입삼촌 외에도 기업 단위로 움직이는 ´삼촌´도 존재한다. CJ대한통운, 우체국, 로젠택배는 동대문 도매시장을 공략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장에서 만난 CJ대한통운 물류 담당자와의 이야기를 전한다.

 


야생의 동대문, 조금은 달라보이는 이들을 만나다

 

동대문 도매시장 한 켠에는 CJ대한통운 부스가 마련되어 있다. 부스 앞에는 ‘전국 당일배송’이라는 표지판이 크게 붙어있다. 동대문 도매시장 물류 경력 10년차인 A모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동대문 도매시장에 마련된 CJ대한통운 부스

 

Q1.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CJ대한통운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나요?

 

A1. 하루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야간에 나가는 물량만 만 건 정도 됩니다. 그 중 CJ대한통운은 일일 기준으로 적게는 2000건, 많게는 3000~4000건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전체 물량의 약 50~7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는 CJ대한통운의 대리점입니다. CJ대한통운 본사 밑에 지점이 있고 그 지점에 속한 대리점이 있습니다. 대리점 밑에 영업소를 둘 수 있지만 우리는 대리점만으로도 물류 프로세스를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는 영업소를 두고있지 않습니다.

 

Q2. 고객의 배송 요청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요?

 

A2. 정말 다양합니다. 대봉 단위의 물량부터 고객이 건건이 붙이는 소화물도 존재합니다. CJ대한통운 직원들은 이런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동대문 도매시장 전 매장에 들어가 있습니다. 대량 화물일 경우 이 분들께서 고객이 주문한 상품들을 CJ대한통운 부스로 가지고 옵니다. 일종의 ´화물 배송 대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별 고객들이 들고오는 물량도 꽤 됩니다. 보통 처음 패션몰을 운영하는 소호몰 담당자들이 소규모 배송을 위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외에는 ´샘플 물량´이죠. 샘플 상품의 경우 오프라인, 온라인할 것 없이 빠른 배송을 요합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빠르게 매장에 진열해서 소비자의 반응을 봐야합니다. 온라인몰은 샘플의 사진 촬영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때문에 당일 바로 받아볼 수 있는 배송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죠. 패션몰들은 샘플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본 후 구매한 매장으로 전화해 대량으로 주문합니다.

 

이 외 긴급 주문에 대응하기 위한 물량도 개별 물량에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 했는데 꼭 당일에 배송받고 싶다고 요청하는 건들입니다.

 

Q3. 전국 당일배송 프로세스를 알고 싶습니다.

 

A3. CJ대한통운은 전국 당일 배송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동대문 도매시장은 주로 새벽 1~3시 경이 물류 피크타임이라 보시면 됩니다. 1시에서 2시 사이에 지방권역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화물차들이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수도권의 경우 오전 8시에 한 번더 화물차가 출발합니다.

 

Q4. 새벽 1시가 넘으면 지방에서 올라온 업자들의 경우 당일배송이 불가능하다는 뜻인가요? 특송 서비스도 제공해주고 있는데, 일반배송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A4. 1시 이후에도 지방 당일배송이 가능합니다. ‘특송’ 시스템이 1시 이후 주문건에 대응하기 위해 구축하고 있는 건입니다. 만약 지방에서 올라온 업자들이 새벽 1시가 넘어서 상품을 보내고자 할 경우 특송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지방 업자들은 아침 7시 이전까지 물건을 갖고 온다면 당일배송이 가능한 것이죠.

 

특송단가는 일반으로 보내는 배송단가보다 비쌉니다. CJ대한통운의 일반화물 배송은 3000원부터 시작합니다. 큰 대봉의 경우 5~6000원선 입니다. 특송일 경우 여기에 1000원이 더 추가됩니다.

 

결국 특송 서비스는 ´속도´의 개념은 아닙니다. 12시가 지나면 대부분 당일배송이 마감됩니다. 그 이후에는 지방으로 배송될 물품들은 받아주지 않습니다. 때문에 이 수요에 따로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가 ´특송´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군포 물류터미널로 보내면 군포 터미널에서 각 지역으로 다시 개별 기사들이 운송을 하게 됩니다. 제주도도 추가적인 도선료를 지불하면 당일배송이 가능합니다. 제주도의 경우 오전 8시에 출발하면 오후 4~5시 경에 도착합니다.


 

 

동대문식 크로스보더 물류

 

동대문 도매시장에서는 예전부터 중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상인들에 따르면 최근에는 동대문 도매시장을 찾는 중국인 바이어가 급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동대문 도매시장을 방문하는 인파의 절반 가량은 중국인이다. 10년간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여성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B씨는 “중국인 바이어는 작년대비 약 30% 이상 줄어들었고, 매년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며 “하지만 여전히 매출 절반 이상은 중국인”이라 설명했다.

 

때문에 동대문 상인들은 중국인 바이어들을 위한 ´물류 서비스´를 따로 제공하기도 한다. 매장 앞에 마련된 부스에서 중국인 바이어들이 구매한 물건들을 위탁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중국뿐만 아니라 홍콩, 대만까지도 현지 배송이 가능하다. 무게 단위로 비용이 부과되며 비용은 1kg에 약 6800원부터 시작한다. 이들은 중국 현지 물류업체와 연계되어 있어 중국 전지역으로 배송해준다. 때문에 중국 바이어뿐만 아니라 이따금 해외 배송을 하고자 하는 소매상들 또한 물류 위탁을 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야생에도 법칙은 있다

 

시간은 새벽 2시 20분. 동대문 도매시장 앞에는 지방으로 내려가는 버스들이 즐비해 있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상인들은 상품 구매를 마치고 하나둘씩 귀가한다. 좋은 상품은 발품을 찾아야만 찾을 수 있다는 말처럼 여기저기서 다리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들의 성과를 반영하듯 쇼핑몰 앞에는 봉지가 산처럼 쌓인다. 포장된 상품들은 꼭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득 의문이 생겼다. 과연 이 화물들이 정확하게 배송이 될수 있을까?

 

▲상인들을 위한 셔틀버스 앞에 즐비한 대봉들

 

지쳐 앉아있던 상인들에게 ´물류 시스템´과 관련하여 몇 마디 질문을 던져보았다. 분당, 대구, 청주에서 올라온 상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들 모두 ‘현 물류 시스템’에 만족한다는 것이었다.

 

청주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인 K씨는 ‘동대문 도매시장 물류 프로세스를 어떻게 바꾸면 더 효율적일 수 있을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5년간 동대문을 왔다갔다 하면서 단 한번도 배송사고가 없었다”며 “지금도 잘 잡혀있는 물류시스템을 굳이 바꿀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답했다.

 

도떼기시장같아 보이는 야생의 동대문 도매시장은 그들만의 시스템이 자리잡혀 있다.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었던 ´지게꾼´과 약간은 고급화된 ´핸드카트´로 상품을 운반하는 모습은 IT가 세상을 바꾼다는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다소 우습게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동대문 도매시장은 몇 십년간 그들만의 노하우로, 그들만의 ´물류´를 만들었다.

 

10년간 사입삼촌으로 일해온 김씨는 “동대문 도매시장 물류 프로세스는 지금도 전체적으로 잘 갖춰져있다”며 “도매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물류”라 강조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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