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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덱스에게 배우는 습관의 힘, 중독의 힘

by 김철민 편집장

2016년 07월 17일

습관의 힘, 중독의 힘

▲ 페덱스 로고

 

글. 김철민 편집국장

 

글로벌 물류기업 페덱스(FedEx, Federal Express)는 ‘빠른 배송’의 대명사로 불립니다. 이 회사 로고는 빠른 서비스를 강조하기 위해 ‘E와 X’ 사이의 빈 공간이 화살표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신속함의 미학은 페덱스 광고에 중점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소비자행동 전문가 닐 마틴(Neale Martin) 박사의 저서 <해빗 Habit, 2009년> 에서 페덱스가 신속함보다는 편리한 봉투 덕분에 고객을 사로잡았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습니다. 페덱스가 풀이나 가위 같은 번잡한 도구들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간편한 배송용 봉투를 기업의 사무실마다 비치해 고객들이 ‘습관적으로’ 페덱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죠.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제품 구매를 결정짓는 것은 소비자의 ‘습관적 사고’에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들은 ‘소비자는 합리적으로 제품을 선택한다’고 믿고 있지만, 이와 달리 신경생리학자와 인지심리학자들은 ‘인간 행동의 95%는 무의식적인 사고에 의해 지배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현재 고객을 만족시켰다고 해도 이것이 미래의 재구매로 반드시 이어지진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이 때문에 소비자의 습관, 즉 무의식중에 제품을 선택하게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런 사례는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인 찰스 두히그가 쓴 <습관의 힘 The power of habit, 2012년> 에서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모든 치약은 화한 맛이 납니다. 치약회사들이 치약을 만들 때 딸기맛이나 초콜릿맛이 나게 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사실 얼얼한 느낌이 치약의 효능을 더 좋게 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굳이 얼얼한 맛을 치약에 넣는 것은 소비자들의 ‘오랜 습관’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은 치약의 얼얼한 맛에 익숙해졌고, 그런 느낌이 나야 입 안이 깨끗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치약에서 어떤 맛이 나든지 기본적으로는 반드시 시원하고 얼얼한 느낌이 나야 소비자들은 만족하는 셈입니다. 결국 ‘소비자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기업들의 믿음은 앞서 언급한 소비자의 95%가 하는 ´무의식적인 사고´에 무참히 깨진 것입니다.

 

최근 온디멘드나 O2O의 대세로 유통과 생활편의형 교통물류 시장에서 서로 비슷한 ‘미투(me too)’ 상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대형 유통-물류업체나 스타트업들은 ‘당일배송’, ‘로켓배송’, ‘스마트배송’, ‘슈퍼배송’, ‘2시간 혹은 3시간 배송’, ‘새벽배송’, ‘시간지정배송’ 등 경쟁상품명만 해도 수십가지가 넘습니다. 카카오택시, 티맵택시, 우버택시, 콜버스 등 공유경제 분야의 교통중개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중 80%는 곧바로 실패하고 맙니다. 올해 초 국내 3위 콜택시 모바일 앱인 ‘리모택시’가 서비스를 중단한 것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잘 나가는 기업들마저도 5년 동안 고객의 절반을 경쟁사에 빼앗기는 게 요즘 세상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매년 20%의 고객을 어디에선가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송상화 인천대 교수가 본지에 기고한 <캐즘과 습관의 힘, 왜 훌륭한 비즈니스모델이 실패할까-기사 바로가기> 에서 ‘습관의 힘’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고객 충성도를 강화시키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케터뿐만 아니라 서비스제품 설계자, 관리자, 경영자에 이르기까지 기업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전략 수립과 아이디어 도출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김철민 편집장

Beyond me(dia), Beyond logis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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