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매일경제(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Idea in Brief
최근 물류시장에 부는 IoT, 데이터 분석 열풍은 결국 딥러닝과 결합한 인공지능(AI)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이미 해운업계에서는 기상, 경로 데이터를 분석해 운항에 소모되는 연료비를 줄이는 최적의 경로를 파악하는 서비스가 일반화돼 있다. 물류에도 실시간 데이터 수집에 기반해 최적의 집합, 분배, 배송 경로를 자동으로 파악함으로써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운영비용을 절감하는 새로운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데이터 분석에 능한 것도 이 같은 이유이다. |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올해 목표는 동일하다. 바로 ´탈 이동통신´이다. 단순한 회선 판매에 그치지 않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플랫폼 사업자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급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단순한 회선 제공만으로는 더 이상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는 판단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SK텔레콤이 지난해 선포한 3대 플랫폼 혁신 사업이다. 미디어, 생활, 사물인터넷(IoT) 세 분야에서 각각 플랫폼 사업자로 자리잡겠다는 선언이다. 가입자에게 회선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사용료를 받는 모델은 더 이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 오히려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이윤을 삭감하고 할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기업에게 돌아가는 이득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를 CPND모델(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에서 부가가치가 더 높은 상층에 위치한 플랫폼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함으로써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KT, LG유플러스도 대놓고 얘기하진 않지만 한통속이다.
특히 이 중 이동통신사들이 공을 들이는 분야는 IoT다. 미디어, 생활 부문은 시장이 이미 상당부분 고도화돼 있지만 IoT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이 선호하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도 갖다 붙이기 용이하다. 게다가 기반 시설이나 기기를 먼저 갖춰야 하기 때문에 설비투자 이후 사용료를 받는 통신사의 전통적인 사업 모델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그만큼 네트워크에서 플랫폼으로 이전하는 과정도 경착륙(硬着陸, hard landing) 없이 진행할 수 있다. 기업간거래(B2B)와의 연계도 매끄럽다.
특히 물류는 B2B 분야 중 IoT 플랫폼에 적합한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유력 물류회사들은 모두 통신 기술을 적용한 고도화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DHL은 자체 보유한 이노베이션 센터를 통해 기계간 통신(M2M), 구글 글래스 등을 이용한 스마트 물류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페덱스는 사물인터넷을 적용해 배송품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센스어웨어를 출범했다. 즉 통신이 물류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어떻게 활용되는지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물류는 의외로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 분석, 활용하는 산업이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데이터를 생성하고 수집, 분석해야 하는 IoT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통신사들도 이같은 점을 인식하고 IoT의 B2B 진출 분야로 물류를 점찍고 관련 제품 개발과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KT는 지난 3월 실시한 LTE-M 전국 상용망 서비스 설명회에서 컨테이너 박스에 부착하는 IoT 모듈을 전시했다. 해운업체와 협력해 각 컨테이너 박스에 부착해 내부 온도와 개폐 유무, 위치 정보 등을 수집해 전송한다. 3G 이동통신을 이용해서도 유사한 제품을 만들었지만 LTE-M을 적용하면서 배터리 성능과 위치 확인 등이 용이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LTE-M이 로밍을 지원해 전 세계 어디에 있더라도 위치를 바로 확인할 수 있고 비상 상황 시 대응도 빠르게 할 수 있다고 KT는 밝혔다.
여기서 수집한 해운 위치 정보를 활용해 운항 경로를 최적화할 수도 있다. KT는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전 세계 지도에 위치와 경로를 표시하는 시각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운항 경로 최적화를 자동 제공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않고 있다.
SK텔레콤도 IoT 플랫폼에서 B2B 영역의 한 분야로 물류를 점찍고 있다. SK텔레콤은 IoT 플랫폼의 한 축으로 산업별 접근을 모티브로 농업, 에너지, 물류 등으로 나눠 접근하고 있다. 분야별 적용 기술도 달라 에너지와 농업과 같은 경우에는 로밍 기능이 없는 대신 저전력, 저용량에 적합한 로라(LoRa) 망을 사용한다. 또한 물류처럼 이동을 담보해야 하는 경우에는 고가인 대신 로밍을 지원하고 실시간 송수신이 가능한 LTE-M을 사용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SK텔레콤은 IoT를 통해 송수신되는 데이터 분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IoT 기기간 연결 국제 표준인 원M2M(oneM2M)을 적용하고 오가는 데이터도 표준화함으로써 데이터 분석을 용이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대시보드와 같은 데이터 분석 기능도 자체 플랫폼 내에서 제공하고 있으며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도 공개할 예정이다.
스마트홈 IoT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는 LG유플러스도 산업 IoT에 대한 접근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시설관리, 물류를 시작으로 각 산업별 최적화된 IoT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홈IoT 분야에 데이터 분석을 접목함으로써 서비스 고도화를 진행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통신사들의 IoT 물류 전략이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전통적인 물류 사업자들도 이 시장을 탐내고 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 현대글로비스에 이어 삼성SDS도 물류 플랫폼 사업을 시작하고 빅데이터 분석과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삼성SDS는 지난해 개방형 물류 플랫폼인 첼로 스퀘어를 내놓고 관련 데이터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같이 물류 업계에 불고 있는 IoT, 데이터 분석 바람은 향후 딥러닝과 결합한 인공지능(AI)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해운업계에서는 기상, 경로 데이터를 분석해 운항에 소모되는 연료비를 줄이는 최적의 경로를 파악하는 서비스가 일반화돼 있다. 물류에도 실시간 데이터 수집에 기반해 최적의 집합, 분배, 배송 경로를 자동으로 파악함으로써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운영비용을 절감하는 새로운 시도가 조만간 등장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데이터 분석에 능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도 쿠팡과 같은 차세대 유통업체가 인공지능을 첫 번째 경쟁력으로 꼽을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점쳐진다.
Who? 김용영
김용영 기자는 현재 매일경제의 온라인 전문 기자로 재직중이며 전기전자, 통신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미디어, ZDNet Korea를 거쳐 매일경제에 입사한 이래 국내 정보기술과 스타트업 업계를 꾸준히 취재해왔으며 세상을 움직이는 첨단 기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71호(2016년 5월호)의 일부를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