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어러머)
중국 O2O배달시장의 ‘삼국 천하’가 형성되었다. ‘어러머’는 알리바바, ‘바이두 와이마이’는 바이두, 텐센트의 ‘메이투안 와이마이’는 텐센트를 후원자로 삼고 있다. 이 업체들은 각각 비슷한 방향성을 갖고 있지만, 조금씩은 다른 전략으로 중국 배달시장 점유율을 높이고자 한다. 연재를 통해 ‘어러머’, ‘바이두 와이마이’, ‘메이투안 와이마이’의 배달 플랫폼 전략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
중국 음식 배달 어플리케이션(이하 앱) 어러머(饿了么)가 지난 4월 13일 알리바바, 마이찐푸와 정식으로 전략합작 합의를 달성했다. 어러머가 유치한 투자금은 12억 5000만 달러로, 알리바바가 9억 달러, 마이찐푸가 3억 5000만 달러를 출자했다. 어러머는 투자 유치 이후에도 독립적으로 기업을 운영할 예정이다.
알리바바가 어러머에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은 1, 2위를 다투는 알리바바(阿里巴巴)와 징둥닷컴이 양분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본사에서 상품을 직접 관리하는 징둥의 물류시스템에 압박을 받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러머가 가진 배송 인프라는 징둥과 대항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어러머는 알리바바에서 투자를 받은 이후 타오바오 산하 음식 배달 플랫폼 ‘커우베이(口碑)’를 운영할 계획이다.
중국현지 업계 관계자들은 알리바바가 어러머의 O2O모델을 눈여겨봤을 뿐만 아니라, 어러머의 ‘배송서비스’도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어러머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 분석했다. 커우베이의 운영을 어러머에 맡겼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에 따라 징둥닷컴은 알리바바의 움직임에 곧바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징둥닷컴의 배달 서비스 ‘징둥따오지아’는 물류 플랫폼 ´다다´를 인수했다. 커우베이와 어러머에 대항한다는 취지이다.
위기관리 메트릭스, 품질을 구하라
중국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완후이(3.15晚会)’는 지난 3월 어러머 앱에 올라온 업체들의 허위 주소와 비위생적인 작업 환경을 집중 보도했다. 웨이보 등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떨어진 음식을 다시 주워 담는 어러머 배달원의 사진과, 어러머 음식점 평가점수를 낮게 줬다는 이유로 음식점 주인에게 겁박을 당한 대학생의 사연이 전파되기도 했다. 어러머의 이러한 모습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았다.
이에 어러머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오픈 주방’ 생중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경쟁업체 메이투안 역시 생중계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어러머만큼 고화질은 아니다. 어러머는 또한 ‘정리개혁’의 속도를 높였다. 하루 평균 2116개의 업체가 어러머 플랫폼에 로그인한다. 이중 하루 평균 677개의 업체가 증명서 혹은 등록증에 문제가 있는 이유로 어러머에서 퇴출당한다. 어러머는 위법 업체를 신고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다. 어러머에 따르면 현재 하루 평균 1285건의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신고의 주요 원인은 증명서, 등록증 형식이 맞지 않거나, 가짜 구매, 품질 문제 등이 있다.
알리바바의 투자 발표 이후 어러머의 품질관리 행보는 더욱 적극성을 띄기 시작했다. 어러머는 투자 이후 회사 내에 일급 식품안전부서를 설치하여 전 플랫폼의 식품안전을 독립적으로 관리하고, 상하이 교통대학의 식품안전센터와 합작하여 식품안전훈련과 상품 심사 표준을 정할 예정이다.
장쉬하오 어러머 CEO는 “식품안전부서의 직원은 400~500명의 식품안전 관련 전문 인재로 꾸려질 것이고, 부서 초기 예산은 1000만 위안으로 시작해 상한선이 없을 것”이라 밝혔다. 또한, 그는 “두 명의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뽑아 한 명은 재무를 주관하고, 한 명은 식품안전을 주관할 것”이라 덧붙였다.
최종승부는 라스트마일에서, ‘음식배달을 넘어서’
서비스 초기 어러머는 식사시간과 같은 ‘고객 주문이 몰리는 시간’ 외에 유휴 배달원이 존재하는 것을 깨달았다. 어러머는 유휴시간의 배달원 활용을 위해 ‘바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5월 어러머 플랫폼에서 매일 거래된 과일품목의 거래액은 300만 위안에 달했고, 생화와 약품 등 비(非)식품 역시 새로운 경쟁품목이 되었다.
어러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아침과 점심, 저녁, 애프터눈 티, 야식까지 배달해주는 24시간 서비스를 시작했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애프터눈 티와 야식 주문 시간의 배달 주문은 각각 243%, 235% 늘어났다. 어러머는 음식배달 외의 상품 카테고리로 배달 품목을 확장하면서 유휴시간의 효율성을 창출할 수 있었다.
어러머를 위시한 중국 O2O배달의 미래는 ‘마지막 1km(最后一公里)’를 관건으로, ‘배송 가능한 모든 상품’을 배송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모든 플랫폼이 살아남을 수는 없다. 현재까지는 어러머가 식사시간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어플리케이션이지만, 메이투안과 바이두 눠미를 등에 업은 메이투안 배달과 바이두 배달이 그 뒤를 쫓고 있다.
하지만 중국내 대부분의 식품배달 O2O기업은 플랫폼 기술을 중심으로 운영하며, ‘요식업 배송 서비스’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 즉 어러머, 바이두 와이마이, 메이투안 와이마이 세 업체는 모두 중국 식품 안전법에 의거한 정식 식품배송자격이 없다. 어러머는 이에 알리바바 투자 발표 이후 “네트워크와 식품이 결합한 형태로 서비스 방향을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플랫폼을 넘어 물류로
지난 5월 17일 츨훠지에(吃货节, 미식가들의 날) 당일. 어러머를 통한 주문은 500만 건, 어러머 산하 배송 서비스 ‘펑니아오’는 주문 200만 건을 돌파했다. 동원된 크라우드 소싱 배달원만 100만 명을 넘었다.
어러머가 지난 4월 론칭한 배송 시스템 ‘펑니아오’는 크라우드 물류 플랫폼으로 배달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펑니아오가 근본적으로 어러머의 배송 리드타임을 줄일 수는 없었다. 특히 집중적으로 배달이 몰리는 시간, 배달인력이 모자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이는 어러머뿐만 아니라 경쟁 배달 플랫폼 역시 해결해야 될 과제이다.
음식배달 O2O 서비스에 대한 만족은 ‘음식 자체의 품질’과 ‘배달 서비스’가 결정한다. 업체들이 점점 동질화되는 상황에서 배송능력은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배달 플랫폼들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배달원들을 보충하며 대량의 인원이 크라우드 소싱 배송 플랫폼으로 유입시켰다. 이는 필연적으로 플랫폼 간의 수준 차이로 나타나게 될 것이고, 이 차이가 고객들에게는 크게 인상을 남기게 된다.
장쉬하오 CEO는 “배송능력이 향상된다면 어러머의 주문량은 지금보다 60%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