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로엔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엄기자의 세상에 없던 SCL⑩ 문화와 공급망이 만난다면
카카오의 1조 8700억 로엔 인수
그리고 메이커스위드카카오
글. 엄지용 기자
Idea in Brief
카카오는 지난 1월 11일 로엔의 지분 76.4%를 1조 87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는 IT업계 사상 유래가 없던 초유의 빅딜로 평가되고 있다. 카카오는 이어서 지난 2월 26일 모바일 주문생산플랫폼 메이커스위드카카오 론칭을 발표했다. 메이커스위드카카오는 제조회사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최소생산수량을 설정하고 그 이상의 주문 건에 대해서만 생산, 판매하는 방식의 플랫폼이다. 아티스트와 제휴하여 종래에 없던 독창적인 상품들을 매주 큐레이션한다는 특징이 있다. 언뜻 보면 별다른 관계가 없어 보이는 카카오의 로엔 인수와 메이커스위드카카오의 관계 사이에는 카카오의 콘텐츠 공급망 전략이 숨어있다. 문화를 중심으로 통합되는 카카오의 공급망을 살펴본다. |
지난 1월 11일, IT업계 사상 초유의 빅딜이 탄생했습니다. 카카오가 국내 1위 음악 플랫폼 멜론을 운영하는 (주)로엔엔터테인먼트의 지분 76.4%를 1조 8700억 원에 인수한 것입니다. 카카오는 로엔 인수에 대해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과 로엔의 음악 콘텐츠가 가진 고유의 장점을 살려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 기반을 마련하고 향후 글로벌 진출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카카오가 갑작스레 로엔을,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인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업계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이게 다 아이유 때문이다”라는 풍문이 돌기도 했습니다만... 대부분은 카카오가 로엔이 가진 데이터 역량을 통해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그렇다면 로엔이 가진 데이터 역량이란 것은 무엇일까요. 로엔이 운영하는 음악 플랫폼 멜론은 2800만 명에 달하는 플랫폼 가입자의 음악 취향을 데이터로 수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 분석정보를 통해 고객에게 개인별 맞춤 음악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요. 가령 멜론 어플리케이션의 ‘나를 아는 맞춤채널’ 기능을 사용하면 사용자가 최근 들었던 노래와 유사한 곡들을 추천해줍니다. 필자와 같은 락매니아에게는 메탈음악이 쭉 깔리는 식입니다.
▲ 멜론은 필자에게 록밴드 드림시어터의 노래를 추천해줬다. 멜론의 추천 알고리즘은 소비자가 더욱 많은 노래를 듣고, 선호 아티스트에 대해 표시(Like)할 수록 보다 정교해진다.(사진= 엄지용 기자)
멜론이 분석한 빅데이터 정보는 소비자에게만 사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의 음악 및 아티스트 선호 데이터가 누구보다 필요한 것은 사실 콘텐츠 제공자(기획사 및 아티스트)입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콘텐츠 제공자가 타깃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실례로 멜론은 지난 2014년 콘텐츠 제공자를 위한 마케팅 활용 플랫폼 MLCP(Music Life Connected Platform)를 론칭하고 ‘파트너센터’를 통해 기획사와 아티스트에게 멜론 고객들의 관련 데이터를 수치화해 무료로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멜론의 MLCP를 이용하고 있는 연예기획사는 612개이며 아티스트는 2만 2천명으로 그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로엔은 음원 소비자와 공급자의 데이터를 동시에 시시각각 취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는 로엔트리,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등 로엔의 연예기획사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음은 물론입니다. 더불어 아티스트와 팬들의 소통을 위해 별도로 구축한 플랫폼 ‘아지톡’은 더욱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도구가 되겠죠.
다시 카카오로 돌아와 봅시다. 카카오는 로엔 인수의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언급했습니다. 하나는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과 로엔의 음악 콘텐츠가 결합해 새로운 시장 창출’, 둘은 ‘음악 창작자 기반의 콘텐츠 생태계 확대’, 마지막이 ‘경쟁력 있는 콘텐츠 생산 및 발굴을 통한 글로벌 진출 모색’입니다. 업계 많은 이들은 이런 카카오의 주장처럼 카카오가 로엔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한류 문화콘텐츠를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진출에 활용할 것이라 예측한 것입니다.
카카오의 제조 플랫폼 ‘메이커스위드카카오’
그리고 카카오는 로엔 인수 한 달 후인 지난 2월 16일 모바일 주문생산플랫폼 ‘메이커스위드카카오’를 론칭합니다. 메이커스위드카카오는 카카오톡 플랫폼 내부에 내장된 주문생산(Make to Order) 방식의 서비스입니다. 카카오톡 어플리케이션 내부의 ‘주문생산’ 탭을 눌러서 주문 가능한 상품을 열람할 수 있지요.
메이커스위드카카오의 핵심은 “팔릴 만큼만 생산한다”입니다. 애초에 제조회사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최소생산수량을 설정하고 그 이상의 주문 건에 대해서만 생산에 들어갑니다. 이를 통해 제조회사는 평균 약 20% 수준의 재고물량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재고비용이 제거된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기에 서로 이득입니다.
그렇다면 메이커스위드카카오에서는 무엇을 팔고 있느냐. 신기한 물건을 팔고 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디자인의 가방, 지갑도 보이지만 피규어, 캐릭터 제품과 같은 독특한 품목이 많이 보입니다. 메이커스위드카카오 역시 사용자들이 원하는 독창적인 제품 판매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메이커스위드 카카오 사이트 내에서 이용자들이 직접 좋아하는 그림과 작가를 추천할 수 있는 페이지를 오픈했다”며 “독창적인 신인 아티스트들의 작품 중 티셔츠, 가방, 우산 등 제품으로의 제작 가치가 높은 것을 선택하여 생산업체와 협업해서 제품을 기획, 판매하는 방식”이라 설명했습니다.
▲ 메이커스위드카카오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
이렇게 생산된 제품의 리드타임은 다소 깁니다. 카카오에 따르면 주문부터 제품 수령까지 대략 2~3주 정도의 시간이 소모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반응은 꽤나 괜찮습니다. 메이커스위드카카오는 지난 2월 16일 론칭부터 3월 14일까지 총 51개 품목을 플랫폼에 올렸고, 그 중 38개 품목은 최소주문수량를 넘어서 실제 생산, 판매됐습니다. 메이커스위드카카오 에 한 달 동안 올라온 품목 중 75%가 목표수치를 달성, 판매됐고 그렇게 판매된 상품의 매출은 3억 원에 달합니다. 카카오 또한 이런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오빅 작가의 2단 우산은 500개가 5시간 만에 완판되서 앵콜에 들어가기도 했고, 앵콜 판매 이후에도 단시간 내 다시 완판을 기록했다”며 “인지도 높은 브랜드 없이도 아티스트 제품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자체 입증한 것”이라 한 달간 서비스 운영에 대한 결과를 긍정적으로 자체 평가했습니다.
사실 메이커스위드카카오에서 판매되고 있는 품목들은 카카오의 주장과는 달리 동종 공산품에 비해 비쌉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배송시간 또한 현저히 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비자들은 메이커스위드카카오 제품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메이커스위드카카오, 문화상품 생산에 집중할 것
메이커스위드카카오 플랫폼에 올라오는 상품의 상당수는 아티스트와 제휴를 통해 탄생한 문화상품입니다. 생산부터 한정판임을 강조한 독창적인 제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그 희소성에 매료됩니다. 만약 상품을 구매하는 이가 해당 상품을 기획한 아티스트의 팬이라면 높은 가격 따위 더더욱 문제되지 않겠죠. 메이커스위드카카오는 현재 매주 화요일 10여개의 상품을 업데이트하면서 이러한 고객반응을 지속적으로 실험하고 있습니다. 히트상품의 경우 계속해서 플랫폼에 올라오지만 최소주문량에 미달되는 등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상품은 새로운 상품으로 교체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카카오가 메이커스위드카카오를 통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향후 메이커스위드카카오는 현재 아트토이 피규어와 의류/잡화를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는 품목들을 문화상품과 팬덤이 강한, 즉 소비자의 마음을 강하게 뒤흔들 수 있는 스타제품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소셜임팩트팀을 총괄하는 홍은택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지난 2월 29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메이커스위드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현재 판매 중인 제품으로 현재 아트토이 피규어와 의류가 중심이지만 점차 종류를 늘릴 계획”이라며 “문화 상품과 팬덤이 강한 스타 제품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카카오의 생산, 문화를 입히다
여기서 메이커스위드카카오와 로엔과의 접점이 탄생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로엔은 음악 콘텐츠와 관련된 소비자와 공급자 데이터를 모두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메이커스위드카오가 장차 생산하고자 하는 것은 팬덤이 강한 ‘스타제품’입니다. 이보다 좋은 궁합이 어디 있을까요. 메이커스위드카카오는 로엔의 데이터를 통해 어떤 스타제품을 생산해야 잘 팔릴지 미리 예측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처음부터 타깃을 정하고 마케팅을 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메이커스위드카카오가 판매하는 상품은 문화재이면서 감성재이기 때문에 높은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이 덜합니다. 높은 마진율을 책정하더라도 구매할 소비자는 구매한다는 뜻입니다.
문화는 가격을 의미 없게 만듭니다. 대표적인 예로 기자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JYJ 김준수를 좋아하는 한 여성은 김준수와 관련된 한정판 음반은 물론 야광봉과 같은 콘서트 관련 상품에 수 십 만원의 금액을 투자하는 것을 아끼지 않습니다. 또 다른 예로 김준수의 뮤지컬 티켓은 원가의 수 배 이상 호가하는 가격에 중고시장에서 거래되기도 합니다. 만약 메이커스위드카카오가 김준수와 관련된 캐릭터 상품을 디자이너 제휴를 통해 생산하여 JYJ의 수십만 팬덤에게 타깃마케팅을 해서 판매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좀 더 현실적으로 들어가서 로엔트리 소속의 대표 연예인 아이유의 팬덤을 대상으로 아이유의 캐릭터 상품을 판매한다면 어떨까요. 멜론 아지톡에 아이유의 팬으로 등록된 28만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요. 거기에 더해 아이유의 한정판 음반을 LP판 형태로 판매한다면요? 문화 콘텐츠가 입혀진다면 팔 수 있는 상품은 무궁무진해집니다. 생산기획 단계의 수요예측, 생산부터 판로까지 데이터를 통해 공급망의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는 구조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소속 스타 상품이 메이커스위드카카오에 판매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변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다만 메이커스위드카카오는 어떠한 문화상품이든 가능한 것은 연결해서 판매할 계획”이라 말했습니다.
카카오의 콘텐츠 공급망, 수직적 통합은 시작됐다
결국 카카오의 공급망은 콘텐츠가 중심이 되어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메이커스위드카카오에 올라오는 상품들은 이미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22일 메이커스위드카카오 플랫폼에는 다음 웹툰 ‘홍도’의 캐릭터 피규어가 상품으로 올라왔습니다. 메이커스위드카카오 플랫폼 내의 ‘소비자 추천 게시판’에는 좋아하는 웹툰 작가의 관련 상품을 만들어달라는 고객 요청이 쌓여있습니다. 네이버 웹툰 작가를 추천하는 글도 눈에 띄는 점은 다소 안타깝지만요.
▲ 메이커스위드카카오에서 판매된 다음 웹툰 ‘홍도’ 피규어(위)와 소비자 추천 게시판에 올라온 네이버 웹툰 ‘나이트런’ 아티스트 추천 게시글(아래)
이렇게 콘텐츠를 중심으로 재편된 공급망은 무섭습니다. 기존 공급망의 질서가 통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령 메이커스위드카카오는 데이터(웹툰 트래픽·독자반응, 멜론 아티스트 선호 데이터 등)를 통해 처음부터 잘 팔릴 상품을 예측하여 큐레이션할 수 있습니다. 생산 단에서는 주문생산 방식을 채용하기 때문에 재고비용은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상품 생산 이후에는 역시 데이터를 기반한 타깃마케팅이 가능합니다. 이제는 물류가 남아있는데요. 알게 뭔가요. 메이커스위드카카오의 소비자는 이미 ‘느림의 미학’을 알고 있습니다. 느린 배송에도 소비자는 분노하지 않지요.
물론 기존에도 문화콘텐츠를 접목한 상품 판매 시도는 많았습니다. 네이버를 보더라도 웹툰창 하단에서 관련된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의 메이커스위드카카오가 돋보이는 이유는 공급망 전체에 ‘데이터’가 녹아들었기 때문입니다. 생산부터 판로까지 모든 지점에 대해 데이터가 적용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생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매력적이지요.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메이커스위드카카오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
아마 가까운 시일 내에 메이커스위드카카오 플랫폼 안에서 아이유 피규어가 판매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70호(2016년 4월호)에 수록된 기사 일부를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