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밴코리아-현대로지스틱스의 제휴
메쉬코리아-CJ대한통운의 제휴
여러 개의 핵심이 연결될 수 있다면
글. 엄지용 기자
Idea in Brief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는 저서(스타트업 경영수업)를 통해 “고객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할 때 하나 혹은 두 가지의 핵심 기능 때문에 그 제품을 사용한다”며 “기능이 많으면 고객이 좋아할 것이라 기대하지만 정작 고객은 불편해한다”고 전했다. 권 대표에 따르면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작은 틈을 파고들 날카로운 무기’다. 스타트업은 핵심분야에 대한 집중을 통해 대기업과 경쟁해도 이길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여러 핵심분야를 가진 업체들이 뭉친다면 어떻게 될까. 대기업의 한 분야가 아닌 전체와 맞설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지는 않을까. |
필자는 지난달 인도네시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의 컨셉은 맛집탐방. “CNN이 꼽은 세계 최고의 음식인 ‘른당(Rendang)’을 먹고 말리라” 다짐하고 떠난 여행이었죠. 그런데 이게 웬걸. 현지 도착 후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부딪쳤습니다. 필자는 음식점에 대한 사전 조사를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서 했습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에서는 네이버 블로그 접속이 차단되어 있었습니다. 출국 전에 찾았던 모든 음식점 정보가 백지 상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 때 필자에게 도움을 준 것은 한참 전 O2O 서비스를 조사하던 중 다운받았던 어플리케이션인 트립어드바이저(Trip adviser)였습니다. 트립어드바이저는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주변 숙박업소, 관광명소, 음식점을 조회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입니다. 단순 조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평점, 후기 또한 함께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야말로 해외 자유여행을 위한 가이드북을 모바일로 옮긴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행 가이드북 이상의 정보를 어플리케이션 하나에 모아놨으며 다양한 대중의 코멘트, 후기를 통해 신뢰도 또한 확보했습니다.
필자는 트립어드바이저를 통해 맛집을 다시 찾아야 하는 고충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출국 전 알아봤던 곳보다 더욱 싸고, 맛있는 집을 찾을 수도 있었죠. 더욱이 놀란 것은 트립어드바이저가 해당 음식점, 관광명소까지 이동하는 교통 서비스까지 제공해주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트립어드바이저는 어플리케이션 내부에 ‘우버’ 서비스를 연동시켰습니다. 만약 트립어드바이저를 통해 관광명소를 검색했다면 해당 위치까지 이동하는 우버택시를 바로 호출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이는 단순히 교통편의를 제공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해외 여행객들에게 빈번하게 일어나는 택시기사들의 ‘요금 부풀리기’를 막을 수 있는 방편이 됩니다. 소비자는 사전 목적지 입력을 통해 일일이 기사에게 목적지를 설명할 필요가 없으며, 쓸데없이 많은 비용을 내는 것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도 없어지는 것입니다. 필자는 여행기간 내내 트립어드바이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죠.
트립어드바이저는 여행정보를 제공해주는 종합 플랫폼입니다. 그리고 우버는 교통,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입니다. 두 기업의 핵심은 분명 다릅니다. 트립어드바이저는 여행지의 음식점, 관광지, 숙소 정보를 모으는데 집중합니다. DB에 등록된 업체 중 폐업하는 업체가 나온다면 즉각적으로 걸러내야겠지요. 국내에 유사한 플랫폼으로는 ‘망고플레이트’가 있습니다.
반면 우버는 연결에 중점을 두는 업체입니다. 소비자가 택시를 요청했을 때 빠른 시간 내에 공급자가 매칭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있지요. 국내에 유사한 플랫폼으로는 ‘카카오택시’가 있습니다.
이 두 기업의 핵심은 서로 결합하여 ‘추천지역으로의 여객 서비스’라는 새로운 가치를 탄생시켰습니다. 양사가 이를 통해 얻는 이익은 명확합니다. 트립어드바이저는 플랫폼만으로는 제공하지 못하는 ‘물리적 이동’을 우버를 통해 제공함으로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켰습니다. 우버는 트립어드바이저를 통해 더욱 많은 소비자를 플랫폼 내부로 유입시킬 수 있었습니다. 두 업체 모두 경쟁 플랫폼에 비해 얻는 비교우위는 덤입니다.
(사진= 트립어드바이저에 연동된 우버)
자본과 인력 모두 대기업에 뒤쳐지는 스타트업은 결국 핵심에 집중하여 서비스를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틈새를 공략하는 날카로운 무기’는 기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거대업체를 이길 수 있는 힘이 됩니다. 하지만 꽤나 많은 스타트업들이 여러 기능을 복합한 ‘멋있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이는 한정된 자원 속에서 핵심을 퇴색시키는 행위가 됩니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는 “지금은 수많은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페이스북 또한 처음에는 하버드 여학생들의 사진을 공유해 평가하는 기능만 가지고 시작했다”며 “초기 스타트업에게 있어 핵심 이외에 복잡한 기능은 고객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때문에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스타트업에게 있어 서비스 제휴는 핵심을 지키면서 서비스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의 핵심에 집중하는 스타트업은 민첩하게 한 곳을 찌르는 사브르(Sabre)가 됩니다. 그렇게 한 곳을 찌르는 여러 검들이 모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마치 넓은 곳을 베는 대검(Bastard Sword)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몇몇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봅니다.
여행 스타트업이 물류를 한다고?
지난해 12월, 기자는 한 여행정보 스타트업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여행과 관련하여 물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조언을 청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해당 업체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수하물 운송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업체의 대표는 저에게 “여행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수하물 운송과 관련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했다”며 “기존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에 ‘물류’를 결합하면 새로운 수익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수하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이미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대표에게 해당 업체와 제휴해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어떠한지 되물었습니다. 그러나 대표는 타업체와의 제휴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모습을 비췄습니다. 그 이유를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굳이 직접 해도 되는 것을 다른 업체를 통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미팅이 끝난 후 3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여행 스타트업은 아직 물류 서비스 론칭을 하지 않았습니다.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만약 3개월 전 두 업체가 연결됐다면 어땠을까요. 여행 스타트업은 더 높은 서비스 가치를, 운송 스타트업은 마케팅 채널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것이 아니더라도 테스트베드를 통해 해당 시장을 검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요.
무인보관함 업체의 고민
무인보관함 업체 새누는 최근 공유경제 배송 서비스 ‘SNS퀵(개발사 : 유니넷소프트)’과 제휴를 추진 중입니다. 공유경제 배송 서비스와의 제휴를 통해 무인 보관함을 소규모 물류센터처럼 활용하겠다는 것이 새누의 복안입니다.
새누의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무인보관함 리스 및 판매입니다. 지하철, 클럽 등 보관함이 필요한 곳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 1월에는 CU의 무인택배함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설치된 사물함의 70% 가량은 빈 공간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입니다. 새누 입장에서 이 공간은 잉여자원이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사진= BGF리테일은 지난 1월 새누와 제휴하여 택배보관함 서비스를 오픈했다. 택배 보관함 서비스는 고객이 택배 기사에게 배송을 원하는 CU의 점포명을 알려주면, 택배 기사가 직접 매장을 방문해 사물함 형식의 택배 보관함에 상품을 보관하는 형식이다.)
새누가 라스트마일 배송 분야에서 탄생하고 있는 스타트업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많은 물량을 배송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보관공간’이 필요합니다. 당일배송을 중심으로 하는 스타트업에 무슨 보관공간이 필요한가 되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즉각적인 배송이 아닌 일정 규모 이상의 예약 물량을 빠르게 배송하기 위해서는 보관공간에 미리 재고를 비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온디맨드 이륜차 스타트업 허니비즈는 지난해 GS샵의 어린이날 물량을 3시간 내 배송하기 위해 서울 각지에 사륜차를 활용하여 임시보관거점을 만든 바 있습니다.
새누는 결국 그들의 핵심인 ‘보관업’에 집중합니다. 그에 부가적인 가치는 다른 분야에 가치를 지니고 있는 새로운 업체들과 함께 탄생시킬 전망입니다. 임정훈 새누 전략추진단 단장은 “물류 전 분야에서 태동하고 있는 신생업체들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는다”며 “우선 공유경제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결의 미학, “핵심에 집중하라”
“본업에 충실하고, 부가적인 부분은 보다 잘 하는 업체에 외주(Outsourcing)를 통해 비용을 분산시켜라”
아웃소싱은 물류의 기본적인 개념입니다. 흔히들 생각하는 화주사가 물류서비스를 아웃소싱 하는 것뿐만 아니라 물류업체 또한 여러 물류업체의 서비스를 아웃소싱합니다. 대표적으로 물류서비스를 중개해주는 ‘포워더(Forwarder)’는 선사, 관세사, 내륙운송업체 등 여러 공급망 관계사들의 서비스를 결합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정작 포워더는 관련된 인프라를 직접 보유하지 않습니다. 포워더의 핵심은 물류가 아닌 ‘연결’인 셈입니다.
물론 최근 물류를 품에 넣고자 하는 여러 화주사들의 움직임으로 인해 이러한 ‘아웃소싱’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직접물류를 하는 대표적인 업체인 쿠팡도 모든 것을 ‘직접 통제’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쿠팡은 자체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강조하지만, 실제 물량의 상당부분은 택배업체 아웃소싱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핵심입니다. 직접물류 또한 핵심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한 수단인 것이지요. 지난달부터 쿠팡과 이마트가 전면 격돌을 시작한 ‘육아용품’ 같은 경우가 ‘핵심’의 중심에 있는 대표적인 품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육아용품은 쿠팡의 로켓배송 품목에 포함되기도 하지요.
(사진= 쿠팡은 로켓배송 품목을 점차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30~40대 여성을 공략할 수 있는 생활, 육아용품이다.)
같은 맥락에서 CJ대한통운과 이륜차 기반 물류스타트업 ‘메쉬코리아’의 전국 당일배송사업 제휴, 현대로지스틱스와 화물운송 중개 스타트업 ‘고고밴코리아’의 당일배송 사업 제휴는 핵심에 충실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니즈를 증명합니다. 이 외에도 BGF리테일, 신세계, SPC, GS샵 등 스타트업과 협업을 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기존 물류, 유통업체들의 사례는 꽤나 다양한 곳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비단 ‘핵심에 집중해야 되는 것’은 스타트업만의 영역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스타트업, 중소기업, 대기업을 막론하고 모든 업체들에게 ‘물류’는 새로운 전장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핵심’으로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심지어 물류업체 또한 다른 부분에 집중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물류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강화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합종연횡의 시대입니다.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이 서로의 핵심을 기반으로 뭉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시장의 파괴자가 될지, 오합지졸 연맹이 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될 일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바람은 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 해당 기고문은 CLO 통권 69호(2016년 3월호)에 수록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