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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인터뷰] 어떻게 투자하고 성장시킬 것인가

by 엄지용 기자

2016년 04월 25일

어떻게 투자하고, 성장시킬 것인가
“가장 빠른 길(Track)을 만들기 위해서”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대담. 엄지용 기자
사진. 노현우 객원기자
 
 
컴퍼니빌더(Company Builder)는 투자자(Investor)의 개념을 넘어 운영자(Operator)를 목표로 하는 투자기관을 말한다. 10% 내외의 지분을 취득하는 투자기관인 엑셀러레이터, 인큐베이터와는 다르게 높은 지분을 취득하여 스타트업 지원 및 운영에 적극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컴퍼니빌더는 다수기업에 대한 투자와 소수기업의 폭발적 성장을 통해 투자금 회수를 목표하는 여타 초기기업 지원 투자기관과는 투자방식이 다르다. 컴퍼니빌더는 소수기업에 대한 안정적이고 확실한 지원을 통해 기업을 동반 성장시켜나가며 가치를 획득한다. 때문에 컴퍼니빌더는 무엇보다 투자한 스타트업의 확실한 성장을 바라마지 않는 주체라고 할 수 있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국내 대표적인 컴퍼니빌더 중 하나다. 남성맞춤패션업체 ‘스트라입스’, 음식배달업체 ‘플라이앤컴퍼니(푸드플라이)’, 신선식품 커머스 ‘헬로네이처’, 공간임대업체 ‘패스트파이브’, 교육업체 ‘패스트캠퍼스’ 등 5개 업체를 투자, 운영하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스타트업과 투자사의 동반성장을 만들어내고 있는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의 이야기를 전한다.
 
Q1. 먼저 패스트트랙아시아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1.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지난 12년 저와 티켓몬스터 신현성 대표, 엔젤투자를 하고 있던 아블라컴퍼니 노정석 대표, 이렇게 세 명이 티켓몬스터를 통해 만든 인연이 계기가 되어 설립한 투자회사다. 당시 저희 3명은 모두 하고 싶었던 신규 비즈니스가 많았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재직하고 있던 스톤브릿지캐피탈에 이야기를 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더라. 티켓몬스터에 투자했던 미국계 투자회사인 인사이트 또한 좋은 반응을 보였다. 이 두 회사와 노정석 대표의 아블라컴퍼니, 신현성 대표의 티켓몬스터가 함께 만든 회사가 패스트트랙아시아다.
 
Q2. 패스트트랙아시아가 포지셔닝하는 ‘컴퍼니빌더(Company Builder)’는 무엇인가. 엑셀러레이터, VC와 같은 여타 투자기관과는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 알고 싶다.
 
A2. 사실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창업할 때는 컴퍼니빌더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한 가지 사업이 아닌 여러 가지 사업에 함께 투자해보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거기에 수동적인 자세의 투자보다는 적극적으로 무엇인가 주도하며 나아가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초기 패스트트랙아시아가 하고 싶었던 것은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회사의 구조와 맞춰 그런 것들을 어떻게 실현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 때문에 창업후 1~2년 동안은 이것저것 해보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감을 잡아나간 부분이 있다.
 
2014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회사의 방향을 ‘컴퍼니빌더’로 잡았다. 컴퍼니빌더는 단순투자를 넘어 사업을 영위하는 주체가 되는 투자기관이다. 스스로를 투자사(Investor)가 아닌 ‘운영사(Operator)’라고 여기는 데서 다른 투자기관들과 큰 차이가 있다. 엑셀러레이터나 밴처캐피탈의 경우 보통 미국에서 ‘스프레이앤프레이(Spray and Pray)’라 많이 표현한다. 마치 스프레이를 뿌리듯이 여러 기업에 투자를 하고, 그 중 한, 두 개의 성공을 통해 수익률을 맞추는 개념이다. 이와 같은 투자기관에게는 간절한 기원(Pray)을 이루어줄 수 있는 큰 성공을 이룩하는 홈런타자의 존재가 중요하다. 패스트트랙아시아와 같은 컴퍼니빌더는 한 방의 홈런보다는 타율을 중시한다. 신중하게 투자의사를 결정하며, 하나하나의 기업이 실패하지 않고 본궤도까지 성장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Q3. 패스트트랙아시아는 현재 패스트캠퍼스, 패스트파이브, 헬로네이처, 플라이앤컴퍼니, 스트라입스 등 여러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혹 자회사 간 사업영역이 연결되면서 나타나는 시너지가 있는가.
 
A3. 패스트트랙아시아 내부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주체는 크게 패스트캠퍼스, 패스트파이브, 헬로네이처, 플라이앤컴퍼니, 스트라입스 5개 회사가 있다. 이 회사들은 공통적으로 ‘오프라인 시장을 온라인으로 가지고 온다’는 큰 기조를 가지고 운영된다. 거기에 더해 오프라인 사업들이 온라인으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너무 온라인에 치우치거나, 혹은 오프라인에 머물러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이에 존재하는 접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통적인 기조로 인해 패스트트랙아시아의 회사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이슈들도 비슷하다. 이렇게 축적된 노하우나 지식들은 새롭게 합류한 회사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공통된 기조로 축적된 노하우를 통한 성장속도 가속화’가 패스트트랙아시아의 파트너사들이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가령 패스트트랙아시아가 가장 최근에 만든 ‘패스트파이브’라는 회사가 있다. 이 사업과 관련된 행정적인 법인 설립과 오프라인 거점 개발은 불과 두 달만에 끝났다. 이는 앞서 다른 회사를 설립하면서 생긴 노하우 덕분이다. 현재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창업부터 서비스 론칭까지 2달 안에 끝내는 플레이북이 정립되어 있다. 이 외에도 회사가 일정규모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을 때 추가인력 충원을 해야 된다거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어떻게 조합시킬 것인가에 대한 기준도 비교적 명확하다. 이러한 기준들이 기업의 성장단계를 거쳐 나열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Q4. 최근 여성속옷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들었다.
 
A4.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사람들의 소비지출이 이미 일어나고 있는 영역’에서 사업을 시작한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때문에 이미 존재하는 수요에 대해 판매활동을 하고 있는 오프라인, 온라인 기업들의 유무를 해당 시장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아시아가 한참 전부터 하고 싶었던 사업부분이 ‘여성패션’이다. 그러나 여성패션 시장 진출을 검토하면서 한 가지 두려움이 생기더라. 여성패션 시장은 유행과 디자인의 변화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변화가 굉장히 빨랐다. 마치 다음 주 흥행영화가 무엇인지 미리 예측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시장인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타율을 중시하는 패스트트랙아시아는 높은 위험성이 존재하는 시장에 대한 진입은 꺼린다.
 
때문에 여성패션 중 디자인 변화에 대한 욕구가 적은 분야를 우선 탐색했다. 그 결과 도출해낸 아이템이 ‘속옷’이다. 속옷 카테고리를 살펴보니 온라인 플레이어는 거의 없고, 오프라인에서도 4~5개의 업체가 30년 넘게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여성이 필수적으로 구매하지만, 아직까지 엄마와 딸이 동일한 브랜드를 입을 정도로 혁신이 없는 시장인 점도 눈여겨봤다. 시장 자체에 대한 매력도가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
 
바로 새로운 사업을 맡아줄 수 있는 여성 대표를 찾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괜찮은 여성 대표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현재는 몇몇 괜찮은 분들을 만나 그 분들과 올 상반기 사업 준비 단계를 거쳐 하반기에 공식 사업을 론칭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비즈니스모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여성패션 시장에 대한 가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명확하게 무엇을 타겟할 지는 정하지 않는다. 여러 가설 중 높은 가능성이 보이고 빠르게 테스트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같은 경우는 그것이 속옷시장이다.
 
그것이 패스트트랙아시아의 투자가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이다. 일반적으로는 창업자가 한 서비스를 창업하고 그것이 시장에서 제대로 통하지 않으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 초기 자본이 바닥나기 때문이다. 반대로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처음부터 여러 개의 서비스 가설을 전부 테스트할 수 있는 돈을 낸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투자를 위해서 함께 회사를 운영할 평균 이상의 능력과 좋은 태도를 지닌 경영진을 찾는데 집중한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이렇게 찾아낸 경영진들이 3~4번의 시도 안에는 정답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이것이 타율을 높이기 위한 비법이다.
 
Q5. 남성 맞춤패션 스타트업인 스트라입스를 운영한 경험이 여성패션시장 진입에 대한 도움이 됐는가. 혹 스트라입스가 얼마 전 인수한 의류공장의 남는 생산설비를 새로운 여성패션 시장에도 적용시킬 계획을 갖고있지는 않은가.
 
A5. 스트라입스는 앞서 말한 가설에 대한 힌트를 줬다. 가령 ‘여성속옷 시장에서도 사이즈 데이터나 핏의 중요성을 어필하면 어떨까’와 같은 것이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스트라입스가 인수한 공장의 가용범위를 공유하는 것은 여건상 어려울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비즈니스 또한 스트라입스처럼 생산분야를 직접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확신은 가지고 있다.
 
스트라입스를 운영해 본 결과, 제품 차별화를 위해서는 아웃소싱이 아닌 직접통제가 답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생산 프로세스 자체를 혁신해야 전체 가치사슬을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통제할 수 있다. 당연히 여성속옷 시장에 진입할 때도 ‘생산분야에 대한 직접 통제’를 처음부터 고민하고 있다.
 
Q6. 생산의 수직계열화를 강조했다. 커머스 운영에는 생산뿐만 아니라 물류 프로세스 또한 수반된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헬로네이처와 스트라입스 두 개의 커머스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물류에 대한 수직계열화 계획은 없는가.
 
A6. 사실 우리가 운영하는 회사 중 물류를 하는 대표적인 회사는 ‘푸드플라이’다. 이미 물류부문을 직접 통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간과정에 있는 회사가 ‘헬로네이처’라 할 수 있다. 직접물류와 아웃소싱을 함께 이용하고 있다. 스트라입스 같은 경우는 배송단의 운영을 직접하는 것에 큰 매력을 못 느꼈다. 오히려 스트라입스의 물류는 배송 이전의 앞단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령 스트라입스의 서비스 프로세스는 고객의 최종주문 이전에 스타일리스트의 고객방문과 사이즈 측정과정이 포함된다. 고객과의 만남은 곧 매출과 이어지며, 이 효율성을 끌어당기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것이 스트라입스의 물류라 생각한다. 당연히 해당 분야에서 스타일리스트의 물류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많은 시도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주문구역 단위할당이나, 스타일리스트 동선의 설계방식에 따라서 하루에 만날 수 있는 고객수가 정해지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Q7. 그렇다면 패스트트랙아시아에게 ‘물류’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A7. 패스트트랙아시아에게 로지스틱스는 곧 서비스다. 사실 저희조차 물류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쿠팡을 통해 그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었다. 가령 예전에는 ‘배송’을 전체 운영체계 가장 아래 깔려있는 프로세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배송 자체가 서비스의 한 축으로 올라와서 소비자들과 직접 맞닿아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주체가 됐다. 파트너사인 푸드플라이, 헬로네이처와 같은 회사의 사례를 통해 그것을 직접 목격했음은 물론이다.
 
특히 헬로네이처가 대표적이다. 헬로네이처가 배송하는 신선식품은 안전하고 신선한 배송이 필수적이다. 수확 후 일주일이 지난 상추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과, 농가에서 바로 수확한 상추를 전달하는 것은 최종고객 경험 측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타난다. 물류가 최종고객의 경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보니까 이제는 서비스 관점에서 물류를 포함하여 전체 운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Q8. 많은 스타트업들이 해외진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아시아의 파트너사인 스트라입스 또한 최근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했다. 경험에 기반하여 해외사업 진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에게 조언 부탁드린다.
 
A8. 흔히 해외사업하면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와 같은 거대한 시장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아시아의 해외진출전략에는 이와는 다른 분명한 기준이 있다. ‘한국이 제일 잘하는 것을 할 수 있는 해외시장을 찾는 것’이다.
 
이것을 알게 된 한 사건이 있다. 우연찮게 푸드플라이가 하고 있는 서비스와 동일한 서비스를 동남아 4개국에서 하고 있는 사업자를 만난 적이 있다. 어찌하다 전해년도 거래액, 매출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두 회사의 성과가 거의 비슷하더라. 재밌는 것은 푸드플라이가 그 회사와 같은 매출을 만드는데 필요한 라이더 수는 불과 1/4에 불과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 바꿔 말하자면 서울에서 우리가 획득한 노하우를 서울과 같은 특징을 가진 해외시장에 판매한다면 안정적인 해외사업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때문에 패스트트랙아시아는 해외진출 이전에 서울과 같은 환경을 가진 ‘메가시티’를 찾는 것을 중요시 한다. 서울과 같은 환경이란 ‘많은 인구’, ‘높은 인구밀도’, ‘편리한 교통’과 같은 특징을 의미한다.
 
스트라입스의 해외진출 당시에도 우선적으로 싱가폴, 홍콩같은 도시를 방문했다. 이 도시들은 서울과 거의 판박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서울과 한국의 시골마을의 차이점이 더 크게 느껴질 정도다. 그렇게 해서 스트라입스는 패스트트랙아시아 파트너사중 가장 먼저 해외진출을 했다. 우리가 한국에서 잘했던 사업을 서울과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도시로 확장하는 것이 기본테마다.
 
기본적으로 한국산 제품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 스트라입스의 해외진출에 큰 영향을 줬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재단, 재봉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받는 국가가 일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본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품질을 인정받으면서도 판매가격은 일본의 1/3 수준이다. 가격대비 품질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스트라입스 해외진출에 있어 생산은 한국조직을 유지하고, 영업조직만 해외에 세팅한 이유다.
 
가능성을 보고 난 뒤에는 바로 스트라입스 이승준 대표와 함께 싱가폴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싱가폴에 도착해서 우리가 한 것은 ‘관찰’이었다. 출근시간, 저녁시간을 가리지 않고 길거리를 돌아다녔다. 이 지역 사람들이 셔츠를 많이 입고 있는지 관찰하면서 사업에 대한 확신을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이를 통해 수요에 대한 확신을 가진 이후에는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Q9. 파트너사의 추가 해외진출 계획은 없는가.
 
A9. 스트라입스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고민하고 있다. 헬로네이처 같은 경우는 한국의 생산자 네트워크를 통해 상품을 확보해 중국, 동남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푸드플라이 같은 경우는 당장 해외진출 이슈는 없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온라인 음식배달은 한국이 전 세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푸드플라이의 해외진출도 현지 라이더 네트워크를 보유한 회사를 인수하여 패스트트랙아시아가 가지고 있는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이식하는 과정이 될 것 같다. 패스트트랙아시아의 해외진출은 ‘한국에서 우리가 잘하고 있던 것’을 ‘한국과 유사한 해외시장에 이식’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Q10. 지난해 O2O 트렌드가 스타트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투자사 입장에서 올해 가장 매력적이라 판단하고 있는 스타트업 트렌드는 무엇인가.
 
A10. 개인적으로 O2O는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 본다. 스마트폰과 비슷하다. 5~7년 정도는 계속해서 이어져야 하는 트렌드라 생각한다. 흔히 생각하는 배달, 부동산, 세탁 등 수많은 O2O 서비스가 출시됐다. 그러나 각각의 분야에서 혁신을 이룬 서비스는 전체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5%도 채 못 미친다. 나머지 95%의 시장은 아직도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연결이 되지 않은 시장이다. 이 시장 역시 현재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들과 같은 사이즈의 회사들이 탄생할 것이라 생각한다. 당분간 O2O는 지속적으로 거대한 추세가 될 것이다.
 
2016년부터 업계에서 회자되는 또 다른 트렌드는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이다. 지금부터 이야기가 나오고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분야에서 본격적인 플레이어가 나오기 위해서는 3년 정도는 더 있어야 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약간의 시차는 있지만 O2O와 가상현실, 이 두 가지 영역을 주목할 만하다.
 
Q11. 말씀해주신 것처럼 O2O 비즈니스의 범위는 매우 넓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 있는가.
 
A11.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의식주’ 영역에서 고른 비중으로 많은 업체를 만들었다. 근래 들어서 특히 매력적이라 보는 시장은 ‘수면시장’이다. 인간은 하루의 30% 이상을 잠자는데 쓴다. 그러나 대부분의 O2O 스타트업은 사람이 깨어있는 70%의 시장 안에서 경쟁하고 있다. 30%의 수면시장에서 경쟁하는 서비스는 거의 없다. 시간 측면에서 아마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영역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제가 말하는 수면시장은 숙박업소 정보공유 O2O 서비스 같은 것은 아니다. 수면시장은 ‘순전히 자는 시간’ 그 자체에 대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국가 GDP가 높아질수록 수면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한국같은 경우 일주일에 2~3일 정도는 개운하게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백만 명에 달한다. 이런 사람들의 니즈를 수용하는 수면클리닉 같은 오프라인 서비스는 수 백만원에 호가하는 가격에 형성되어 있다. 결국 수면시장은 수요공급의 비대칭이 심하고, 그렇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다. 파트너사인 패스트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수면관련 웨어러블 기기에 엔젤투자를 한 경험 또한 존재한다.
 
Q12.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여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성공 사례를 갖고 있다. 경험에 비춰봤을 때 패스트트랙아시아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성공요소는 무엇인가.
 
A12.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일단은 ‘건전한 기업관’을 가지고 있는 공동창업자와 경영진이 중요하다. 건전한 기업관은 ‘사업을 라이프스타일의 하나로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직업 중에 ‘내 일’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큰돈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창업해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작더라도 내 일을 하기위해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가, 경영진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장기적인 관점’이다. 정말 대단하고 특별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업은 결국 오래 남아있는 자가 승리한다. 실제로 2~3년 사업 이후 매각을 계획하면 오히려 안 팔린다. 때문에 굉장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큰 그림을 상상하고 오랫동안 끈기를 갖고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건전한 기업관’과 ‘장기적인 관점’ 두 가지를 지원해주는 ‘자금조달’이 필요하다. 특히 만기가 길거나 아예 없는 자금조달을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사실 창업자뿐만 아니라 투자자 양측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이다. 창업자들이 자본조달을 함에 있어서 장기적인 관점을 뒷받침하는 긴 호흡을 가진 투자사와 함께 할 수 있는가는 성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 믿는다.
 
Q13. 반대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는 무엇이 있는가.
 
A13. 가장 큰 문제는 ‘조급함’이다. 매년 올해의 트렌드를 서로 이야기하는 것조차 사실 조급한 것이다. 많은 스타트업 생태계 관계자들이 지난해에 이야기한 트렌드는 이미 쓸모없어졌고, 올해는 올해에 맞는 새로운 트렌드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조급함은 창업자와 경영진은 물론이거니와 직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직원들에 대한 영향은 너무나 크다. 직원들은 창업자에 비해 정보가 부족하여,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에 쉽게 휩쓸릴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이다. 사실 이외에 다른 것들은 사소한 이슈에 불과하다. 전체적으로 단기성과에 매몰되는 여러 가지 압력들이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Q14. 트렌드에 휩쓸린 직원들의 마음을 다잡을 방법은 없는가.
 
A14. 직원들의 마음을 다잡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한국과 미국의 환경이 조금 다른데 그것을 예로 들어보겠다. 30년 된 렌터카 업계의 대표기업 헤르츠(Hertz)와 8년 된 신생업체 우버(Uber)가 있다. 그런데 고작 8년 된 신생기업이 전통기업의 시가총액을 뛰어 넘었다. 그렇다면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두 기업에 모두 합격했다면 ‘헤르츠’에 들어갈까, ‘우버’에 들어갈까. 미국이라면 우버를 택할 것 같다. 그러나 한국 같은 경우는 대다수 헤르츠를 택할 것이다.
 
한국은 ‘스타트업은 중소기업’이라는 프레임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이런 생각이 사람들의 기저에 깔려있다 보니 스타트업의 인식 또한 그 정도에 머물러 있다. 중소기업인 스타트업은 보호해줘야 하는 존재이며, 처우나 복지 또한 고만고만해도 될 것이라는 인식이 그것이다.
 
사실 이러한 프레임은 국내 VC업계에서 또한 만연하다. 많은 VC들이 중소기업은 대기업을 이기지 못하고, 스타트업은 대기업이 하는 여러 사업 중 하나를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니치’를 찾아 혁신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쿠팡에 투자한 회사 중 한국투자사는 거의 없다. 카카오에 투자한 VC중 국내업체는 단 하나뿐이다. 해외 VC들이 오히려 “쿠팡이 이마트를, 카카오가 다음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VC를 탓할 수는 없다. 전통적으로 VC의 주 투자대상은 ‘대기업에 납품하는 공급업체’였다. 자연스럽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원청과 하청 개념은 뿌리박혔고, VC들은 대기업에 좋은 모듈을 제공하는 회사를 찾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다. 이것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스마트폰과 페이스북의 대중화’ 이후다. 카카오, 티켓몬스터, 쿠팡과 같은 업체들이 등장으로 VC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결국 우리가 스타트업을 바라볼 때 ‘스타트업은 중소기업’이라는 프레임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깨고 스타트업이 대기업보다 훨씬 큰 기업 가치를 단기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면 직원들 또한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따라올 수 있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이마트냐, 쿠팡이냐’라는 질문에 쿠팡을 택할 수 있지 않을까.
 
Q15. 최근 국토교통부가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서 많은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사 입장에서 새롭게 수립될 물류정책의 방향에 대한 조언 부탁한다.
 
A15.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에 관한 제 관점은 비교적 일관된다. 국토교통부든 무엇이든 최대한 정부가 스타트업을 내버려두는 것이 스타트업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왠지 모르게 법령, 시행령, 시행규칙이 짧아지면 짧아질수록 스타트업에게 도움이 된다.
 
물론 무조건 규제를 철폐하라는 입장은 아니다. 최근 쿠팡, 콜버스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면허를 가지고 있는 기존 사업자들과 새로운 사업자들의 충돌이 자주 목격된다. 많은 작은 회사들이 업계에 들어와서 무엇인가 파괴적인 시도를 한다. 그 업체가 작을 때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금 커지면 곧바로 충돌이 발생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이것을 사전 대화를 통해 조율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때문에 정부가 차라리 중재자의 입장에서 기존 사업자들과 새로운 사업자들이 서로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본다. 정부는 중립적인 위치를 지키고 결론은 신구 사업자들 간의 대화를 통해 도출해 내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도심물류센터에 스타트업을 입주시킨다거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어떠한 영역에서 스타트업들이 탄생하고 있는지 알고, 그 분야에서 혹여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한 사전조율을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한다.
 
* 해당 인터뷰는 CLO 통권 69호(2016년 3월호)에 수록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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