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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보험의 딜레마, 시스템이 사고율을 낮춘다면

by 엄지용 기자

2016년 04월 20일

 

글. 엄지용 기자

 

Idea in Brief

 

보험사가 화물차주의 보험가입을 꺼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높은 사고율’이다. 화물차의 높은 사고율은 곧 보험사의 높은 잠재적 비용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화물차의 사고율을 낮추는 것은 자연스럽게 보험사의 화물차주 보험가입 거부를 막을 명분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시스템적으로 화물차주의 운전습관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차량진단 및 운전자 습관예측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업체 포키비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포키비언? 카루?
 
포키비언은 지난 2008년 창업한 업체로, 초기 블랙박스 상용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시장에 진입했다. 당시 블랙박스 시장은 굉장히 높은 가격에 형성되어 있었으며, 녹화품질, 기기이상 등 기술적인 한계 또한 존재했다. 초기 포키비언은 스마트폰의 등장에서 시장성을 보고 블랙박스 어플리케이션을 세계 최초로 상용 판매했다. 그러나 포키비언의 블랙박스 어플리케이션은 생각보다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지 못했다. 시장을 확장하지 못해서 고민하고 있던 포키비언에게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확장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포키비언의 새로운 아이템은 OBD(On Board Diagnostics, 운행기록자기진단장치) 관련 기능을 기존 블랙박스에 추가하면서 탄생했다. 스마트폰과 OBD를 연동시켜 자동차 주행기록, 연비관리, 블랙박스 등 경제운전, 차량진단과 관련된 사항들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운전도우미 컨셉의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카루(Caroo)’다.
 
운전자습관연계보험, 새로운 시장이 보이다
 
현재 카루의 고객은 국내보다 해외가 훨씬 많다. 초기에는 일본고객이 많았는데, 근래에는 미국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어서 재밌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포키비언의 설명이다. 핵심고객이 해외에 집중됨에 따라 포키비언 역시 국내보다 해외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유인 즉 한국같은 경우 카루가 제공해주는 블랙박스 기능이 차량 구매시 기본옵션으로 내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블랙박스를 달더라도 그것을 실질적으로 활용하기보다 방치하는 운전자들 또한 많다. 반면 미국은 자동차 소송이 잦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블랙박스 영상의 증거효과가 인정이 되고 있다. OBD 같은 경우에도 국내에 비해 미국 수요가 높은 편이다. 차량 정비비용이 높은 미국시장 특성상 OBD를 통해 차량상태를 운전자가 직접 진단하고, 심하게 망가지기 전에 차량을 직접 정비하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운전자습관연계보험(UBI, Usage Based Insurance)’에 대한 시장의 관심 또한 존재한다. 아직 보험을 드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 한계는 존재하지만, 여러 가지 현지 환경으로 인해 운전자습관연계보험에 대한 미국 사용자의 관심이 크다는 게 포키비언의 설명이다.
 
주목할 점은 한국 또한 UBI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현재 포키비언은 국내 한 보험사와 함께 UBI 시범서비스를 하고 있다. 가령 운전자가 포키비언의 차량진단 및 안전운행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으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식이다. 장동일 포키비언 대표는 “자동차의 라이프사이클을 보자면 중고차량 판매를 제외하고는 보험시장이 가장 큰 시장”이라며 “초기 UBI를 통한 보험료 할인은 보험사 입장에서 비용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사고율이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이득”이라 말했다.
 
카루라이브, 알파테스트 시동
 
포키비언은 지난 1월 새로운 서비스 ‘카루라이브’의 알파테스트를 시작했다. 기존 포키비언의 카루가 ‘OBD를 통한 차량 진단’에 초점을 맞췄다면, 새롭게 론칭한 카루라이브는 ‘차량과 관련된 예측’에 초점을 맞춘다. 단순히 차량상태 예측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운전자의 습관까지 예측하겠다는 것이 포키비언의 계획이다. 가령 카루라이브는 운전자에게 “이 시기에 엔진오일을 갈면 좋다”, 혹은 “이 시기에 세차를 하라”는 정보를 제공해준다. 필요 시점에 신뢰하고 맡길 수 있는 차량관리 업체 정보 및 이용 채널을 함께 제공해주는 것은 물론이다.
 
▲ 카루라이브 구동화면, 카루라이브는 OBD 장치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전송받은 운전자 주행데이터를 분석하여 차량관련 협력사 네트워크를 연결해준다. 단순히 ‘진단’에 그치는 기존 서비스를 넘어서 ‘진단’한 정보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여 차량관리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차이가 있다.
 
이를 위해서 포키비언은 좋은 협력업체를 확보하기 위해 분주하고 있다. 타이어·오일샵, 정비업체, 차량용품 업체, 보험업체 등 차량유지·보수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업체들은 모두 포키비언의 잠재적인 협력사가 된다. 포키비언은 차량진단을 맡고, 연결되는 서비스는 협력업체들이 제공해주는 식이다.
 
포키비언이 현재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것은 ‘보험’분야다. 가령 중고차 거래에서는 성능기록부상 주행거리를 속이는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그런 부분을 방지하고, 공신력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관련해서 발생하는 수익은 당연히 협력업체와 공유한다는 것이 포키비언의 설명이다.
 
화물차 분야, 도입 가능한가.
 
포키비언은 자가용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영업용 화물차는 배제되어 있는 것이다. 사실 포키비언이 영업용 자동차에 대한 B2B솔루션을 제공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포키비언은 과거 KT와 협업하여 공유경제 차량에 대한 차량관리서비스 ‘포키라이드’를 제공해준 적이 있다. 그러나 현재는 해당사업의 비중을 상당수 줄이고 있다. 이는 국내 B2B비즈니스의 폐쇄적 환경으로 인한 것이다.
 
▲ 장동일 포키비언 대표
 
포키비언의 시스템을 내재화하는 것은 기업입장에서 보면 비용이다. 가령 “엔진오일을 갈 수 있는 주기를 모니터링하고,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솔루션이다. 그에 따른 부가적인 장비와 서버설치가 필요하다”고 하면 “그냥 하던 데로 하겠다”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결국 새로운 클라우드 서비스를 차량 대당 얼마씩 돈을 내고 쓰라고 하면 기업고객은 거부감을 갖는다는 것이 포키비언의 설명이다. 장차 포키비언은 카루라이브를 통해 B2B 영업에 활용할 수 있는 명성을 모을 계획이다.
 
개정된 교통안전법에 따르면 화물자동차는 현재 ‘디지털운행기록계’를 의무로 장착해야만 한다. 디지털운행기록계는 차량 속도와 RPM, 브레이크 사용기록, 위치정보, 운전시간 등 각종 차량 운행 데이터가 초단위로 저장하는 장치다. 실제로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디지털운행기록 분석을 활용한 600개 운수업체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년 만에 52.8% 감소했다.
 
이런 화물자동차 분야에 카루라이브와 같은 진단을 넘어 ‘예측’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이러한 진단, 예측 시스템이 화물차용 운전습관연계보험 진입을 위한 새로운 레퍼런스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 해당 기고문은 CLO 통권 69호(2016년 3월호)에 수록된 기사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엄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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