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각자의 사연 "화물 자동차 보험은 왜 가입이 어렵나요?"

by 콘텐츠본부

2016년 04월 20일

차주, 보험사, 운송사의 삼각관계
화물자동차 보험, 각자도생은 이제 그만
 
 
글. 전수룡 기자
 

Idea in Brief

 

보험사들의 화물자동차 기피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보험료를 아주 높게 책정하거나 아예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보험사의 입장은 화물영업용 자동차의 경우 사고율이 높아 피해보상액이 많이 나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차주와 보험사 사이에 있는 운송회사. 회사의 정책에 따라 차주들이 보험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화물차의 차주, 보험회사, 운송회사는 모두 엮여있다. 각자의 입장이 이해는 가지만 배려가 필요한 이 삼각관계에 대해 알아본다.

 

 

‘사람 일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안 될 것도 대박 날 수 있다’는 좋은 뜻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어디에나 위험요소가 있다’라는 경고 메시지로도 쓰인다. 우리는 혹여나 있을 위험요소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험을 든다.
 
위험요소가 어디에나 있는 만큼 보험도 어디에나 있다. 보험은 내 몸을 위한 생명보험부터 일터에 있는 산업관련 보험까지 그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즉, 나에게 있어 위험요소가 있는 곳에 대한 보험 종류를 골라 들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른다. 보험도 사람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변할 수 있다.
 
화물차주의 입장, 당연한 보험거부
 
흔히 보험을 가입할 때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는 사고가 났을 때 받는 보험금 보다 그 액수가 작다. 피해보상금액으로 1000만원이 나온다고 해서 연간 내는 보험료가 1000만원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렇게 된다면 보험을 들으려 하는 사람의 부담이 너무 크다. 그렇다면 평시 자동차 운행이 많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보험에 들려고 하는 경우는 어떨까. 가령 개인화물차 사업자가 대표적이다. 이와 같은 경우 보험사 입장에서는 반대로 작은 보험료에 비해 연간 지불해야하는 보상액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보험사도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하나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최근 개인화물차 운전자들이 손해보험가입을 거부당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가입자들이 들으려는 보험을 보험사에서 임의로 배당하거나 가입을 받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 차주들은 어쩔 수 없이 일반가입이 아닌 공동인수를 조건으로 손해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공동인수의 경우 공동구매처럼 초기 보험료가 개인이 각각 내는 것보단 덜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험부담 역시 함께 짊어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 다른 사람의 사고로 인해서 나의 보험료가 함께 올라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이런 정책을 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보험설계사는 “공동인수의 경우 보험요율이 올라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10명이 공동으로 보험을 들면 그 중에 사고를 내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발생 시 10명 모두의 보험료가 함께 올라간다.
 
차주들은 보험을 들지 않으면 법적으로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라도 이런 보험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 보험사가 내건 ‘공동인수 조건’을 거부할 경우 화물차주들이 들 수 있는 보험 자체가 없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관계당국도 보험사의 이런 행태를 제재할 방법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에 따르면 “법적으로 보험사측에 계약체결 의무가 있으면 왜 계약을 하지 않느냐고 따질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강제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보험사의 입장, 헤어지긴 싫지만...
 
누군가 다툼이 생기면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진의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제 보험사의 입장을 이야기해보자.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화물 지입차의 경우 사고율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사는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딪친다. 그렇다면 왜 사고율이 높은 것일까. 단순히 확률적인 문제일까.
 
실제로 운전경험이 있는 많은 사람들은 화물차들이 거칠게 운전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일반 도로에서도 그렇지만 고속도로에서는 더 살벌하다. 교통안전공단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경기도에서만 매년 평균 6천 건의 화물차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전체 교통사고의 12%정도이다. 이로 인한 사망자 수도 적지 않다. 3년간 화물차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는 약 3500명 정도로 전체 사망률의 22%나 된다.
 
 
결국 화주와 화물운송차주 간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화주들 또한 화물운송차주를 압박하기 때문이다. 차주들에게 시간은 돈이다. 특히 일당이 아니라 운송 건당 수당을 받는 경우 운전사들의 난폭운전을 멈추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보험사들은 화물운송자들의 보험가입을 기피한다. 하지만 보험 가입을 할 수 있는 곳이 일반 손해보험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화물차 운전기사들은 화물공제조합에서도 보험 가입 신청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보험사들의 가입 기피와 높은 보험료 책정으로 많은 운전기사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제조합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 보험설계사에 의하면 “운전기사들이 기존에 들었던 보험요율이 올라 높은 보험료가 책정된 경우 재가입할 의사가 있냐고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의 기사님들이 공제조합으로 옮겨 간다”고 말했다.
 
보험사 측 입장에서야 사고가 나더라도 추가 영업을 위해 차량 정비, 견인 등 여러 가지 부가 서비스를 제시하면서 재가입 권유를 한다. 그러나 사고발생으로 올라간 보험료는 대부분의 차주들에게는 서비스의 질 보다 경제적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쉽게 헤어지기 싫은 보험사들의 입장이지만 그들도 어쩔 수 없다.
 
화물공제조합, 이것도 답은 아닌가
 
앞서 보험가입의 차선책으로 화물공제조합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점은 있다. 화물공제조합은 화물차를 위해 특화된 조직이다. 초창기 공제조합은 일반 손해보험사에서 거절당한 기사들을 배려해 상대적으로 적은 보험료로 가입을 받았다. 하지만 가입자들이 많아져 그 규모가 점점 커지다 보니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사고 발생률이 높아짐에 따라 공제조합도 보상액을 지급하기가 부담스러워 진 것이다. 공제조합은 일반 손해보험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지만 역시나 요율을 올리기 시작했다.
 
요율 상승과 함께 보험 조건에는 특약사항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대푲거인 특약 중 하나는 ‘자차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사고가 나면 수리비를 차주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고가 났을 때 본인 이외에 피해를 본 상대방에 대해서는 일정액 보상을 해주지만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자신이 지급해야 한다. 또한 ‘자기부담금’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사고 발생 시 무조건 30만원을 내고 보험금 책정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최근엔 일반손해 보험사들도 자차 보장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차주들은 이제 갈 곳이 없어지고 있다. 단지 단체보험에 든 기사들과 자신이 사고를 내지 않기를 바라며 기존에 들었던 보험을 쉽게 떠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다가온 보험갱신, 차보다 더 비싼 번호판
 
그렇게 여차저차 보험을 유지하던 차주. 이제 차주에게는 보험 갱신일이 찾아온다. 여러 가지 경우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화물차 운전을 처음 시작하거나 기존에 운영하던 화물차와 다른 차종이나 톤수로 변경하려고 할 때 보험을 갱신해야 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차량 번호판이다. 운송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차량 번호판이 바뀔 경우 보험도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면 번호판은 누가 주는 것인가.
 
승용차는 차를 사면 번호판이 그냥 나온다. 하지만 화물차는 영업을 하기 위해서 번호판을 번호판 매매시장에서 따로 사거나 운송회사와 계약을 맺어 금액을 지급하고 번호판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도 쉽지 않다. 정부가 2004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화물차를 더 이상 증차하지 않고 허가제로 바꾸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 후 번호판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은 정부에서 번호판을 내주지 않으니 기존 화물차 주인이 더 이상 화물차를 운영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것을 구입해서 달아야 한다.
 
2004년 이후 번호판 가격의 상승률은 연평균 15%가 넘었다. 이렇게 계속 번호판 가격이 오르는 건 요즘 불경기로 인해 취직은 힘들고 자영업을 하자니 리스크가 커 화물차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다 보니 차 값보다 번호판 값이 더 비싼 경우도 많아졌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이다.
 
운송사의 입장, 그저 권유할 뿐
 
사실 보험사와 차주사이에는 운송법인이 있다. 운송회사가 화물차에 번호판을 제공해 관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약 한 운송법인의 차량을 다른 법인으로 변경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화물공제조합 보험관계자는 “A법인에서 B법인으로 차량 양도를 할 경우 번호판을 변경해야할 것”이라며 “이와 같은 경우 당연히 보험도 재가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차량만 양도하는 것이 아닌 법인 전부를 양도하는 등 변경 형태와 보험사에 따라 차번호판과 기존의 보험이 승계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그리 흔치 않은 경우다.
 
그렇다면 화물 운전사들은 자신에게 번호판을 인계한 회사의 정책에 따라 보험 재가입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재가입 보험료는 차주들이 직접 내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회사입장에서는 차주들을 어떻게 설득할까.
 
한 운송업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차주들의 결정권은 거의 없다”며 “회사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배려는 가장 저렴하고 적합한 보험을 찾아 권유하는 것 뿐”이라 말했다. 물론 운송사에서 손해보험을 들라, 혹은 공제를 들라 강요하진 않는다. 운송사 입장에서 보면 회사도 내부 정책상 법인을 변경해야만하고 보험 재가입이 불가피할 경우 차주에게 그저 권유하는 것이 차주 입장에서는 혜택이 될 수 있다.
 
각자의 입장을 정리하며
 
보험관련 사이트에 들어가면 보험에 대한 문의를 많이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각자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어떤 보험이 좋은가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10개의 서로 다른 보험사가 있다고 가정하면 대다수의 차주들은 먼저 가장 저렴한 보험부터 시작해 조건을 따져가며 비싼 보험까지 살펴보기 시작한다. 저렴한 보험은 특약이 너무 많고, 나머지는 너무 비싸다. 선택하기가 쉽지 않지만 의무적으로 들어야만 한다. 보험을 단지 들어야만 하기 때문에 드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에 의해 자신의 상황에 맞춰 합리적으로 들 순 없을까. 현재까지는 그저 어렵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차주, 보험사, 운송회사 모두 서로의 입장이 있다. 각자의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 배려할 부분은 있어 보인다. 마찬가지로 제도에서 또한 높은 사고율, 보험기피 등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개선이 시급하다.
 
 
* 해당 기고문은 CLO 통권 69호(2016년 3월호)에 수록된 기사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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