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송상화의 물류돋보기] 4차 산업혁명, 공급망의 주인은 누구?

by 송상화

2016년 04월 11일

 

글.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Idea in Brief

 

4차산업혁명으로 제조산업은 공장에서 물류, 유통 단계에 이르는 공급망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하고, 분산된 시스템들이 서로 연계되어 보다 지능적이고 유연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통산업 역시 온디맨드 O2O 비즈니스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서로 연결되고, 물류 혁신을 통해 유통 채널이 하나로 연결됨으로써 지리적 거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바야흐로 세상 모든 것이 연결된 시대, 물리적 거리가 사라질 미래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 것인지 살펴본다.

 

 

4차 산업혁명: 모든 것이 연결된 공급망

 

2016년 1월 20일부터 3일간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 스포럼의 주제는“4차 산업혁명의 이해”였다. 수천 년 전 인류의 생활 방식을 유목생활에서 정착생활로 변화하게 만들었던 농업혁명 이후 증기엔진과 철도 네트워크는 1차 산업혁명을 일으켜 인류의 공업화 를 이끌었다. 이후 2차 산업혁명은 1900년대 초반 컨 베이어벨트에 의한 대량생산체제로 상품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었다. 그리고 3차 산업혁명은 1960 년대 이후 정보기술과 산업의 융합을 통한 자동화 생산체제의 혁명으로 제품 다양성과 품질에 있어 산 업 혁신이 이어졌다.

 

이번 다보스포럼에서는 산업혁명이 3차를 넘어 4 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는데 주목하였 다. 물론 물류업계에 있는 입장에서 1950년대 컨테 이너의 발명으로 국가 간 교역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전 세계가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된 혁명적 사건이 산업혁명의 획기적 전환점으로 기록되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의 등장, 특히 인 터넷과 모바일 네트워크,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이 산업 지형을 완전히 바꿀 것으로 예상되는 현 시점 에서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혁신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과업이라 판단된다.

 

4차 산업혁명은 독일의 Industry 4.0 개념에서 출 발하였으며, 2011년 세계 최대의 산업기술 박람회인 하노버 국제 산업 박람회(Hannover Messe)를 통 해 널리 알려졌다. 산업기술의 발전으로 기술이 평 준화된 오늘날 중국 등 신흥국들은 저비용과 평준화 된 기술, 선진 기술에 대한 적극적 벤치마킹을 통해 고품질의 제품을 낮은 가격에 수출하였고, 이는 전 통적 제조업 강국들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 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으 로 독일은 미래 지향적 제조업 육성을 핵심 경쟁 전 략으로 설정하고, 정부 및 산업계가 협력하여 Industry 4.0 전략을 적극 추진하게 된다.

(사진 : 인더스트리 4.0 개념도)

 

독일 대표 제조기업들이 모두 참여한 Industries 4.0 Working Group의 2013년 최종 보고 서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과 저렴 한 센서, 통신 네트워크,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 등 최신 정보기술을 제조업과 결합하여 고객맞 춤형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 및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할 것을 제안하였다 [1]. 또한 스마트 그리드,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홈 등 물리적 세상을 연결하 는 ‘Internet of Things’, 우리가 매일 접속하는 인 터넷인 ‘Internet of People’, 기업별 정보시스템들 이 상호 연결된 ‘Internet of Services’가 CPS(Cyber-Physical System)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고객 맞춤형 제품 및 서비스의 효율적 공 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특히ㅠ Industry 4.0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물리 세상과 1:1로 연결된 사이버 세상의“인공지 능”CPS가 Internet of Things를 통해 확보한 실시 간 정보, Internet of Services로부터 확보한 외부 시스템의 정보를 통합 분석하여 실시간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안됐다. 이는 기업들이 수평적으로 연결되고, 모든 데이터가 서로 공유되 며, 하나의 통제기관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은 아 니다.

 

결국 Industry 4.0은 제조산업의 공급망을 구성하 는 모든 기업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하여 최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통합 공 급사슬관리(Supply Chain Management)의 형태로 발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급망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ICT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함은 물 론이다. 대표적으로 지멘스와 보쉬, BMW, 다임러 그룹 등 독일의 주요 제조업들이 모두 참여하여 표준 화 작업과 시스템 연결, ICT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 하고 있다. 독일의 Industry 4.0과 유사하게 미국의 경우 GE 가 주도하여 산업인터넷(Industrial Internet)이 부 각되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 첨단 제조 산업으로의 전환을 목표로“제조 2025”정책이 발표되었다. 중국 의 제조2025 정책은 IT와 제조업 융합을 통해 중국의 제조업 수준을 독일 및 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에 너지 소모율 및 오염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 을 목표로 하고 있다[2]. 결국 제조산업은 사물인터넷 및 ICT 기술을 통해 모든 물리적 세상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여 실시간 정보를 확보하고, 공급망을 구성하는 기업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통합되고 표준화된 형태의 공급망으로 진화해 나가 고 있는 것이다.

 

온디맨드 비즈니스 혁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발전 해 온 유통산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없이 고 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원하는 시간에 만족시켜주는 온디맨드 O2O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온디맨드 비즈니스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큰 폭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BAT 삼총사,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모두 O2O 비즈니 스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아 과감한 투자를 지속하 고 있다.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리옌홍 바이두 CEO는“바이두의 미래는 검색이 아니라 O2O 서비 스에 있다”며, O2O 비즈니스 제공을 위해 오프라인 기업 완다와 협력하는 등 관련된 서비스 개발에 노력 하고 있다. 알리바바 역시 물류, 전자결제 플랫폼을 바탕으로 O2O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카카오가 카카오 택시의 성공 이후 성 장전략으로 온디맨드 비즈니스를 선택하며, 택시 서 비스를 넘어 뷰티 O2O, 대리운전 등의 시장으로 서 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카카오의 경우“메 이커스 위드 카카오”서비스를 통해 주문생산 및 판 매 플랫폼을 새롭게 론칭하였다. 제조업 관련 온디맨 드 서비스인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는 제조회사가 샘 플을 보여주고 소비자는 카카오톡을 통해 기업에 제 품을 주문하는 방식이다. 주문생산을 통해 재고비용 이 제거되고 수요와 공급이 동기화된 공급망을 제공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카카오는“대량생산과 그 에 따른 수요-공급의 미스매치가 상품의 가격을 올 리고 비효율성을 가져온다고 보고, 수요와 공급을 동 기화하는 온디맨드 비즈니스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여 전에 없던 새 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다양한 온디맨드 비즈니스를 통해 음 식을 주문하고 음식점을 평가하며, 미용실을 예약하 고, 택시를 원하는 곳에서 부를 수 있다. 온디 맨드 비즈니스는 수요와 공급의 물리적 거리를 제거 하고 모든 것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연결하는 단계로 진화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네이버나 야후와 같은 포털 서비스에 접속해야 했던 것처럼 미래에는 생활의 중심에 온디맨드 플랫 폼이 네이버나 야후와 같은 포털 서비스의 역할을 하 게 될 것이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온디맨드 플랫폼 에서 유기적으로 연동될 것이다.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에서의 경쟁력

 

4차 산업혁명이나 온디맨드 비즈니스 플랫폼 모델 모두 새로운 혁신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과 거에도 이미 이와 유사한 시도가 있어 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세상 모든 것이 연결된 표준화된 공급망을 지향하고 있지만, 과거에 도 기업들은 EDI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SCM 시 스템을 통해 상호 협력관계를 유지하여 왔다. 정보 기술의 발전으로 EDI가 보다 진보된 형태의 네트워 크로 진화해 나가고 있지만, 자동화 및 정보화로 대 표되는 3차 산업혁명과의 차별성이 어떤 면에서 다 소 애매할 수 있다. 온디맨드 비즈니스를 통한 오프 라인과 온라인의 연결 역시 정보기술의 발달 및 인 터넷, 모바일의 등장으로 과거보다 편리한 연결이 가능해진 면은 있으나 2000년대 초반과 지금의 비즈 니스모델이 얼마나 차별화될 것인지 명확히 판단하 기 어렵다.

 

그렇다면, 세상 모든 것의 연결을 목표로 하는 최 근의 혁신은 어떤 점에서 과거와 다른 것일까? 네트 워크로 연결된 세상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게 될 것인가? 이러한 혁신이 물류와 SCM 프로 세스에 어떠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을까?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제조산업이 서비스 및 플랫폼 산업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3차 산업혁명으로 제조산업은 누구라도 설비 투자를 통 해 고품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인건비가 저렴한 신흥국가들의 가격 기반 경쟁력은 선진국들의 경쟁력을 약화시켰 고, 선진기업들은 가격이 아닌 품질과 다양성에서 차 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해야 했다. 5-Force Model 등 경쟁 및 기업전략으로 유명한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세상 모든 것이 연결되었을 때의 기업 경쟁전략에 대한 글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하였다 [3]. 이 글에서 그는 과거 기업들이 하나의 제품을 판매 하였다면, 연결된 세상에서는 제품이 아닌 서비스와 시스템을 판매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트랙터와 같은 농기계를 판매할 때 제품 자체를 판매했지만, 미래에는 트랙터와 트랙터에 부 착된 각종 센서, 다수의 트랙터를 서로 연결한 클라 우드 네트워크 등을 복합적으로 제공함으로써 농기 계 판매가 기업의 목표가 아니라‘보다 효과적인 농 업’자체에 대한 서비스를 판매하게 될 것이라고 하 였다.

 

실제 독일의 트럭 및 트레일러 제조업체 슈미츠카 고불의 경우 과거에는 트럭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사 업만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트럭과 함께 텔레매틱스 등 트럭에 부착된 IT 시스템을 통해 고장 수리, 유지 보수, 정비 날짜, 적재 무게, 화물 온도, 현재 차량 위 치 등의 정보를 취합하고 관리 가공하여 단순 판매에 더해 고객에게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뿐 만 아니라 이러한 정보를 공유하여 생산 단계에서의 품질 및 원가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 결국 고객은 슈미츠카고불에서 트럭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트 럭 운영 및 관리 서비스를 구매하면서 부가적으로 트 럭도 공급받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슈미츠카고불은 2013년 독일 냉동 트레일러 시장의 82%를 점유하고, 유럽 시장에서는 50%를 차지하게 되었다[4].

 

산업인터넷 확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GE 의 경우 엔진, 발전기 터빈, 의료용 기기에 다양한 센 서와 통신 모듈을 추가했다. GE가 각각의 기기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유지보수에서 신제품 개발, 최적 운영관리 등에 활용함으로써 전체 매출액 중 서 비스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제품 판매 수익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하드웨어 제품 기술의 평준화가 불가피한 현 실에서 제품 자체가 아닌‘서비스’로 모든 것을 연 결함으로써 제조 산업을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통합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품이 아닌 서비 스가 중요해 질 경우 네트워크와 연결성은 경쟁의 핵심 요소가 될 수밖에 없고, 얼마나 잘‘연결’될 것 인가와 얼마나‘표준화’될 수 있는가가 중요해질 것 이다.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것은 서비스화 및 플랫폼 활성화에 따라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것이다.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관련된 서비스 를 판매하는 것은 제품 개발에서 생산, 유통, 유지보 수가 모두 하나로 연계되어 있어야 함을 의미하며, 과거처럼 가치사슬(Value Chain Network) 내 각각 의 기업이 기능별로 경계가 명확했던 것과 달리 필요 에 따라 경계를 넘어서며 핵심경쟁력이 될 기능을 흡 수할 수밖에 없다. 이미 자동차 산업의 경우 자동차 판매에 따른 할부 금융 부분에서 많은 수익을 얻고 있다. GE의 경우에 도 제조업 수익보다 서비스 사업 수익이 더 많아진다 면 GE를 제조기업이라고 하기보다 종합 서비스 회 사라고 불러야 할 수도 있다. GE의 경우 발전기를 제 작하여 납품한 후 발전소 운영까지 대행하는 서비스 를 제공하고 있다.

 

공유경제의 활성화는 제조-유통 산업의 서비스화 를 더욱 촉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집카 (Zipcar)가 시간 단위로 저렴하게 필요할 때 차량을 렌트할 수 있는 차량 공유경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우버(Uber)와 리프트(Lyft)가 공유경제형 택시 서 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이 아닌 공유하는 트렌드가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GM은 지난 1월 리프트에 5억 달러를 투자하였고, 소유하든 공유하든 소비자의 생활에 필 요한 차량을 공급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이제 제 품이나 특정 서비스가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수요를 하나의 일관된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 기업의 핵심 전략이 됐다. 모든 것이 연결된 사회에서는 이와 같 이 일관된 서비스 제공이 보다 효과적인 시대가 될 것이다. 특히 물류 서비스는 물리적 세상의 거리를 없애고, 사물을 실질적으로 연결한다는 측면에서 미 래 초 연결 사회의 핵심 기능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세 번째로 주목해야 할 것은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전략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새롭게 나온 개념 중 하 나는 CPS(Cyber Physical System) 개념이다. CPS 는 물리 세상의 개별 기기들에 대응하는 사이버 세상 의“인공지능”이 존재하고, 사물인터넷을 통해 확보 한 정보를 분석하여 자체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만든 다는 것이다. 기존의 의사결정 방식과 차이가 나는 부분은 바로‘분산된 의사결정’이다. 현재의 공급망은 통합운영센터에서 전체의 통합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개별 기기 및 기능들이 전달 받아 수행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통합센터에 알리고 이를 반영한 새로운 계획이 전파되는‘중앙 집중형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고객수요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고, 고객 수요의 다양성이 증가함에 따라 중앙 집중형 시스템은 갑작스런 변화 에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구조가 됐다. 제조에서 유 통에 이르는 가치사슬 네트워크에서 무언가 문제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계획을 중앙에서 통제 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진 것이다. 때문에 선진 기 업들은 분산된 의사결정 체제 구축에 노력을 기울이 고 있다.

 

실제 Industry 4.0에서 제안된 의사결정 체계를 들여다보면, 각각의 기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계획 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제품에 부착된 태그를 인 식하여 기기들이 스스로 자율적인 판단을 통해 최적 작업을 선택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자 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분산된 통제 시스템이 가치 사슬 네트워크 전체의 불확실성에 더 효과적으 로 대응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대량 생산 체제의 비용 경쟁력은 그 어떤 대안 시스템으로도 극복할 수 없지만, 대량 생산 체제는 본질적으로 재고와 품 절이라는 낭비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바로 여기에 선진 기업의 생존이 달려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 진 기업들은 대량 생산 체제와 경쟁하기 위한 비용 효율적 소량 다품종 생산 체제 구축에 노력하게 되 었다.

 

네 번째로 주목해야 할 것은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하더라도 데이터가 네트워크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 계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네트워크로 연 결되어 있다는 것은 데이터가 흘러갈 수 있는 인프라 가 구축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 실제 그 네트워크 안에서 기업들과 기기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보안의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 라, 정보가 경쟁력의 핵심인 세상에서 자신의 정보를 공공에 오픈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 생태계를 구축하고, 물리적 네트워크의 연결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상호 연계할 수 있는 인센티브 를 제공해야 한다. 서로 정보를 공유할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에서 흘러 다니는 데이터의 정확도는 높지 않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와 같이 데이터가 무분별하 게 공유되는 것을 막는 법적 장치도 재정비되어야 한 다. 무리한 정보 보호는 데이터의 흐름을 단절시킬 것이고, 반대로 과도한 정보 보호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네트워크 연결을 위해 반드시 플랫폼이 필요한 것 도 아니다. 기업 및 소비자가 수직적, 수평적으로 손 쉽게 재배치되는 방법 중 하나가 플랫폼을 통한 연결 인 것이지, 플랫폼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기 업들이 필요에 따라 서로 유기적으로 네트워크를 연 결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표준화되고 모듈화된 인터페이스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네트워크 연결의 시 대, 수익 창출은 기존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 플랫폼을 만들었던 초기에는 거래마다 수수료를 받는 방식을 사용하다 이후 수수료를 무료화했다. 구글은 안드로 이드 개발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지만, 정작 수 익은 안드로이드 자체가 아니라 검색 광고비용으로 벌어들이고 있다. 페이스북 역시 무료로 플랫폼을 운 영하고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서비스 운영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교한 타겟 마케팅을 시 행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즉 제품과 서비스는 무료화되고, 네트워크에서 흘 러가는 데이터가 핵심 수익원이 되는 것이다. 기존의 공급망에서는 수요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여 수요- 공급의 동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네트 워크로 연결된 세상에서는 데이터 확보에 따른 수 요-공급의 동기화가 이루어지고 낭비를 줄여 결과적 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세상 모든 것의 네트워크 연결이라는 변화의 근간에는 ‘데이터 확보를 어떻게 하느냐’라는 논점이 숨어 있다. 데이터를 미리 확보하여 이를 분 석하고 사전에 적절히 대응하는 체계 구축은 낭비를 제거하고 가치사슬의 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불 확실한 경영 환경에서의 생존을 의미한다. 앞에서 소 개된 농기계 서비스 사례나 슈미츠카고불, GE 모두 데이터 확보 및 이에 대한 효과적 분석을 통해 한 차 원 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고, 이것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됐다. 온디맨드 O2O 서비스 역시 전체 거래에서 데이터 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확보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 다. 고객의 소비 패턴과 공급 현황을 분석하여 가치 사슬을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가치 사슬에 참여하는 기업 및 소비자에 이익을 되돌려 줄 수 있 다. 카카오 택시와 같은 온디맨드 서비스의 초기 단 계는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주 는 역할이다. 기존에는 소비자와 택시 모두 상대방 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면, 이제 온디맨드 플 랫폼을 통해 정보 탐색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되 었다.

 

이제 남은 단계는 수요 패턴의 분석을 통한 택시 위치의 유기적 재배치가 남아 있다. 데이터를 분석함 으로써 수요 발생 시점과 위치를 파악하게 되면 수요 와 공급의 효과적 동기화가 보다 원활해지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이 연결된 네트워크 사회에서 핵심 경 쟁력은 데이터가 흐르는 길목을 장악하는 것이다. 데 이터가 원활히 공유되고 흐르게 되면 물류 역시 원활 히 흘러가게 될 것이다. 물류는 본질적으로 네트워크 의 학문이라는 측면에서 미래 초연결 시대의 핵심 경 쟁력 중 하나다. 물류가 재조명되고 있다.

 

참고문헌

[1“] Recommendations for implementing the strategic initiative INDUSTRIE 4.0”, Industrie 4.0 Working Group

[2“] 중국제조 2025”, kotra 산업정책해설

[3] Michael Porter and JE Heppelmann, “HOW SMART, CONNECTED PRODUCTS ARE TRANSFORMING COMPETITION”, Harvard Business Review, 2014/11

[4] Chick et al., “Europe’s Solution Factories”, Harvard Business Review, 2014/04

 

* 해당 기고문은 CLO 통권 69호(2016년 3월호)에 수록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송상화

한국지역난방공사, 홈플러스그룹, POSCO, CJ대한통운, 현대엠앤소프트 등 제조, 유통, 물류 분야의 기업들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였고, 삼성전자, LG전자, CJ제일제당, 한국능률협회컨설팅, 한국생산성본부, 국군수송사령부 등과 함께 SCM 및 물류혁신 관련 교육을 진행하였다. Marquis Who's Who, IBC 등 인명사전 등재 및 논문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관심분야는 SCM 최적화, 물류 및 유통 혁신, 위치 기반 서비스 및 네비게이션 최적화 등이 있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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