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송상화의 물류돋보기] 캐즘과 습관의 힘 "왜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 실패할까"

by 송상화

2016년 03월 14일

글.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Idea in Brief

 

세상에 없던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도 얼리어답터의 초기 시장에서 다수사용자의 주류 시장으로 정착하기 위해 절벽을 건너야 한다. 얼리어답터들의 긍정적 피드백을 다수사용자의 보편적 서비스로 연결하기 위한 핵심은 습관 형성 프로세스에 있다. 탁월한 품질 확보와 함께 새로운 서비스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신호와 반복행동, 보상에 이르는 습관 형성 3단계와 이를 지속해주는 열망에 주목해야 한다.

 
오랜 기간 3자물류, 택배, 포워딩 등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에 기반하여 운영되어 왔던 물류 산업에 온디맨드 스타트업, O2O 스타트업, 물류 스타트업 등의 등장은 산업 전반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핵심 서비스가 물류든 아니든 최근의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은 물류 서비스를 포함한 생활 전반의 포괄적 혁신을 추구하고 있고, 오늘도 수많은 혁신가들이 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하고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플랫폼을 만들고, 플랫폼에서 거래가 활성화되고, 거래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하는 신기술로 무장하여 스타트업이 산업을 완전히 뒤바꿀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구글 벤처스 등으로부터 4000만 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한 온디맨드 청소 서비스 홈조이(Homejoy, 사진)는 2012년 7월 창업 후 청소 서비스의 우버로 불리며 투자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모바일 앱으로 서비스를 예약하면 청소 분야의 전문 교육을 받은 전문가를 시간당 20~30달러 수준으로 활용할 수 있었기에 청소 서비스 시장을 혁신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국내 전문가들도 홈조이의 서비스가 시장을 혁신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고, 청소 서비스 사장 자체를 완전히 혁신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 속에 온디맨드 서비스 모델의 롤 모델로 자리잡아 가고 있었다 [1] . 그러나 창업 후 불과 3년이 지난 2015년 7월 홈조이는 파산을 신청하며 스타트업 비즈니스 시장에서 퇴장하게 된다.
 
혁신적 발명 플랫폼이라 불리던 퀄키(Quirky) 역시 2015년 9월 파산을 신청했다. 이 서비스는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인터넷에 올리면, 수많은 혁신가와 메이커들이 함께 아이디어를 가다듬고, 의미 있는 수준의 아이디어로 다듬게 된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를 퀄키에서 생산과 유통을 담당함으로써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Kickstarter)와 함께 미래의 제조 유통 플랫폼이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창업 후 6년의 시간이 지난 후 111명의 인력을 해고하며 파산을 신청하게 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2010년 650만달러, 2011년 1600만달러, 2012년 6800만달러, 2013년 7900달러의 투자를 유명 투자자로부터 유치하며 승승장구하던 퀄키도 전에 없던 새로운 발명 플랫폼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시장에 정착시키지 못하고 서비스를 폐쇄하게 된 것이다.
 
홈조이나 퀄키 모두 전에 없던 새로운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에서 승부를 걸었다. 오프라인에서도 유사한 서비스가 존재해 왔지만, 정보를 탐색하고 거래를 지속하는데 필요한 프로세스가 복잡했던 기존의 오프라인 서비스를 온라인에서 물 흐르듯 연결함으로써 완전히 세상을 바꿀 것으로 보였다.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초기 시장에서의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홈조이나 퀄키를 사용했던 초기 사용자들은 제품 및 서비스의 품질이나 가격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피드백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널리 알렸고, 이러한 바이럴 마케팅 효과는 이후 서비스의 성공을 보장해 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초기 시장에서의 성공이 다수의 사용자들에게 연결되지 못하고 틈새시장으로 머물게 되면서 대규모 투자와 서비스 확대가 오히려 서비스의 지속적 발전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되고 만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나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 서비스들도 기존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하버드대학의 기숙사에서 시작한 페이스북은 대학생 그룹을 중심으로 하는 초기 사용자 그룹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후 일반 사용자들에게 널리 사용되었으며, 2015년 6월 기준 일간 접속자 9억 3000만 명에 이르는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제 대다수의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이 어떤 서비스인지,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사용자들의 생활에서 의미 있는 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전통적 택시 서비스를 완전히 혁신한 우버 역시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젊은 사용자층을 중심으로 시장에 널리 퍼지게 되었고, 이후 비즈니스 시장과 일반 소비자들에게 확대되었다.
 
이와 같이 초기 사용자 그룹에서의 성공이 이후 일반적 사용자 그룹에서의 성공으로 연결되는 과정에 대해 제프리 무어는 <캐즘을 넘어(Crossing the Chasm)>라는 책을 통해 사용자 그룹간 ‘캐즘’을 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라는 개념을 내놓았다 [2] . 제프리 무어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사용자들이 하나의 단일 특성을 가진 사용자가 아니라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사용자들로 구성되며, 사용자 그룹 간에는 지질학에서 땅이나 얼음 속에 난 깊은 틈을 의미하는 캐즘이 존재한다고 분석하였다. 사용자 그룹은 초기 시장의 이노베이터 및 얼리어답터와 이후 주류 시장의 다수 수용자, 후기 시장의 지각 수용자로 구성되며, 특히, 초기 시장의 얼리어답터 그룹에서 주류 시장의 다수 수용자 그룹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넓고 깊은 캐즘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에 등장하면, 기술에 해박하고,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이노베이터와 얼리어답터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활용하고, 이들을 통해 보완된 서비스가 이후 주류 시장에 정착하게 된다. 홈조이나 퀄키, 페이스북 모두 처음 서비스를 사용한 사람은 IT 분야 종사자이거나, 대학생이거나,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전문가 비율이 높은 지역이 중심이었다는 점에서 이노베이터와 얼리어답터 그룹에서 성공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우버, 에어비앤비 등은 초기 시장과 주류 시장 사이의 캐즘을 넘어 주류 시장에 진출한 반면 홈조이나 퀄키는 캐즘을 넘지 못하고 혁신의 절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과연 무엇이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의 캐즘을 넘는 원동력이 되었을까?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원인과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습관의 힘’에 주목하여 캐즘을 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무엇이 캐즘을 만드는가
 
뉴욕타임스의 찰스 두히그 기자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쁜 습관을 바꾸지 못해 힘들어하는 현실에 주목하여 700여편 이상의 논문을 파헤치고, 300여명이 넘는 과학자와 경영자들을 인터뷰하여 습관을 바꿀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책 <습관의 힘>을 2012년 발간하였다. 이 책은 2012년 최고의 비즈니스북 중 하나로 선정되었으며, 습관에 대한 가장 대중적인 책이 되었다. 책에서 소개된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캐즘을 넘어서는 전략에 대해 고민해보자.
 
1990년대 초, 클로드 홉킨스라는 미국의 유명 광고전문가에게 옛 친구가 사업아이디어를 들고 찾아 왔다. 새로운 사업아이디어는 펩소던트라는 치약이었는데, 이미 시장에서는 다양한 치약이 나와 있었지만 사람들은 치약을 이용하여 양치질하는 새로운 프로세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고 치아 위생 문제는 국가적 문제가 되고 있었다. 분명 치약은 치아 위생에 혁신적인 제품이었고, 과학적으로 볼 때도 치약을 통해 얻게 되는 효능은 충분히 검증되어 있었다. 문제는 치약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 그룹이 아니라 전문적 이론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다수의 일반 소비자 그룹에게 어떻게 치약을 습관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가라는 것이었다. “치약은 당신의 치아 건강에 큰 효과가 있습니다”라고 수많은 광고들이 홍보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다수의 소비자들은 한두 번 치약을 써보곤 다시 과거의 습관으로 돌아가 버렸다. 하지만 클로드 홉킨스는 습관을 바꾸는 기본 전략을 성공적으로 활용하였고, 펩소던트가 등장하기 전까지 미국인의 7퍼센트만이 치약을 사용했으나, 펩소던트 출시 후 10년 뒤 그 비율은 65퍼센트로 급등하였으며 펩소던트는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치약이 되었다.
 
냄새를 없애주는 P&G;의 페브리즈는 오늘날 단일제품으로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최고의 성공작이 되었지만, 출시 초기에는 시장의 냉담한 반응 속에 2개월 만에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처음 페브리즈 제품을 소비자에게 소개하였을 때 많은 소비자들이 페브리즈의 탈취 효과에 대해 큰 감동을 받았지만, 다수의 소비자들은 한두 번 페브리즈를 사용해보곤 서랍에 페브리즈를 보관한 채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았다. 분명 혁신적인 제품이었지만, 탈취제라는 개념 자체가 희박했던 다수의 소비자들은 냄새가 심하게 나는 상황에서도 페브리즈를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페브리즈 역시 습관의 힘에 주목하여 소비자의 습관을 바꾸는 전략을 활용함으로써 시장에 재출시된 후 최고의 성공을 거두게 된다.
 
찰스 두히그는 습관의 힘에서 습관의 형성을 3단계로 구성하였다. 1단계는 신호를 파악하는 단계이다. 양치를 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페브리즈를 사용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모두 신호를 파악한 이후의 행동이다. 2단계는 반복행동 단계이다. 신호에 맞춰 반복행동을 함으로써 습관이 우리의 생활에 정착하게 된다. 3단계는 보상 단계이다. 습관으로 정착시키려는 행동을 반복할 때마다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다음에 신호를 포착할 때 그 행동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3단계의 습관 형성 과정을 연결하는 ‘열망’이다. 펩소던트와 페브리즈 모두 열망을 적극적으로 통제함으로써 우리의 습관을 바꿀 수 있었다.
 
펩소던트를 홍보한 홉킨스가 주목한 것은 양치 후 입안을 얼얼하게 만드는 박하향이었다. 기존의 치약과 펩소던트 모두 치약 성분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펩소던트는 박하향과 여러 화합물을 활용하여 양치 후 입안이 상쾌해지는 느낌을 만들게 되었다. 입안이 음식물로 텁텁해지는 신호를 포착했을 때 소비자는 펩소던트의 박하향과 상쾌함을 기억하고 이에 대한 열망이 생기게 된다. 이에 따라 비록 처음에는 힘들지만 반복행동을 지속할 수 있고 이후 상쾌함이라는 보상을 얻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박하향이나 상쾌함은 치아 위생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기존의 치약들은 세균을 없애고 치아 위생에 중요한 기본 기능에 충실했던 반면 펩소던트는 습관을 형성하기 위한 보상과 열망에도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소비자의 습관을 성공적으로 바꿀 수 있었다.
 
페브리즈 역시 향긋한 냄새를 추가함으로써 습관을 형성해낼 수 있었다. 페브리즈의 초기 실패 이후 마케팅팀은 무엇이 문제인지 분석하였고, 그 과정에서 한 가지 특별한 사례를 발견하게 된다. 한 40대의 가정주부는 마케팅팀에 페브리즈를 매일 사용하며, 그 이유로 청소 후의 향긋한 냄새를 얘기하였다. 매번 청소를 끝낼 때 마다 집안 가득 페브리즈를 뿌리면 향긋한 냄새가 청소의 마지막을 알리는 개운함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즉, 페브리즈를 탈취에 사용하여 냄새가 사라지는 것이 보상이 아니라 오히려 추가적인 향긋한 냄새에서 보상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후 P&G;는 페브리즈에 향긋한 냄새를 추가함으로써 성공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의 정착: 소비자의 습관을 바꿔라
 
비록 파산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지만 분명 홈조이의 서비스에 대해 초기 사용자들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하였다. 문제는 서비스 자체에 대한 만족이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홈조이를 처음 이용한 고객들이 서비스에 만족하면서도 두 번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고 보도하였다 [3] . 바로 얼리어답터의 초기 시장에서 다수사용자의 주류 시장으로 넘어서는데 실패한 것으로, 온디맨드 청소 서비스라는 새로운 프로세스를 삶의 일부분, 습관으로 정착시키는데 실패한 것이다. 홈조이는 전문적인 서비스 자체를 홍보하였지만, 소비자들은 전문 서비스 그 자체에서 보상을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습관으로 형성되기 위해서는 집 안이 더러워졌다는 신호를 받을 때마다 온디맨드 청소 서비스를 사용하고자 하는 열망이 생겨야 한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이미 익숙해진 집 내부에서 더러워졌다는 신호를 포착하지 못하고, 청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모바일로 신청하고 기다리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번거로움을 느낄 것이다. 비록 서비스 품질이 나쁘진 않지만, 굳이 청소 서비스를 부르는 것보다 자신이 간단히 청소를 하면 된다. 온디맨드 청소 서비스를 요청하는 습관이 형성되지 못하는 것이다.
 
성공과 실패를 구분하는 경계는 결국 신호를 포착했을 때 보상에 대한 열망으로 번거로운 반복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습관의 힘’이다. 온디맨드 청소 서비스를 받고난 후 소비자가 무엇에서 보상을 받고 다시 그 보상을 받고자 하는 열망이 생성될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혁신으로 무장한 스타트업과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들이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일 것이다. 캐즘을 넘는 전략은 결국 습관을 형성하는 반복행동 그 자체가 아니라 반복행동 후의 보상과 열망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참고문헌
 
[1] 전자신문, “우버 성공 재현하는 고품질 청소 서비스, 홈조이”, 2014년 9월
[2] 찰스 두히그, 습관의 힘, 갤리온 출판사
[3] 포브스 매거진, “What really killed homejoy? It couldn´t hold on to its customers”, 2015년 7월
 


송상화

한국지역난방공사, 홈플러스그룹, POSCO, CJ대한통운, 현대엠앤소프트 등 제조, 유통, 물류 분야의 기업들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였고, 삼성전자, LG전자, CJ제일제당, 한국능률협회컨설팅, 한국생산성본부, 국군수송사령부 등과 함께 SCM 및 물류혁신 관련 교육을 진행하였다. Marquis Who's Who, IBC 등 인명사전 등재 및 논문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관심분야는 SCM 최적화, 물류 및 유통 혁신, 위치 기반 서비스 및 네비게이션 최적화 등이 있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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