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나준호의 중국通물류] 대륙의 선택, CO2 줄이는 철도산업

by 나준호

2016년 02월 15일

 

중국발 스모그가 웬 말인가

“친환경 모드 철송에 주목하라”

 

글. 나준호 상하이 교통대학교 포스트닥 연구원

 

 

 

지난 12월 7일 중국 수도인 베이징(北京)에서 사상 처음으로 스모그 적색경보가 내려졌다. 중국의 경보체계는 4단계(청색-황색-주황색-적색)로 구분되어 있다. 이 중 가장 심각한 정도인 적색경보는 공기 중 초미세 먼지농도 기준 ´매우 심각한 대기오염´ 상태가 3일 이상으로 지속할 것으로 예상될 때, 혹은 스모그가 기준치의 40배, 초미세먼지가 세계보건기구(WHO)의 8배가 되었을 때 발령된다. 당시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위험수치를 25배 이상 넘는 수준이었다.

 

이 스모그로 인하여 베이징 당국은 강제 자동차 2부제를 실시하였고, 공무 차량도 30%만 운행하도록 조치하였으며 유치원을 포함한 초·중·고등학교에 3일간의 휴교를 실시하였다. 베이징 지역 모든 공장은 스모그 농도에 따라 가동시간을 줄여야 하며, 일부 기업은 대체휴무를 실시하기도 하였다. 중국의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는 북경의 문제만이 아닌 전국적인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상하이도 미세먼지의 습격이 시작되었으며, 스마트폰 어플에서는 매 시간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니 외출을 자제하라는 경보가 뜨고 있다. 외출 시 습관적으로 마스크를 챙겨나가지만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중국에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평균적으로 연간 10만 명인데 반해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수는 매년 1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중국 환경부는 현재 스모그의 원인이 자동차 배기가스, 석탄연소, 공장매연, 분진으로 지목한 상태이며 이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려고 고심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에 해결될 문제로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국제사회는 대기오염, 특히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에 공통적인 인식을 하고 감축을 위한 자발적, 강제적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이산화탄소 저감에 대한 공통적이고 보편적인 인식에 중국도 예외 일 수는 없다. 1997년 선진국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한 교토 의정서(Kyoto Protocol)가 발효될 당시 중국은 의무 이행국이 아니었다.

 

교토 의정서가 발효된 지 18년이 지난 2015년 12월 교토 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변화 협정인 파리 기후변화 협약이 체결되었다. 이 협약은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었던 교토 의정서와는 달리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195개 당사국 모두 지켜야 하는 구속력 있는 첫 합의이다. 현재 중국은 매년 60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으며 배출량 세계 1위를 나타내고 있으며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더욱 큰 상황이다.

 

이에 중국은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탄소집약도를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0~45%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하면서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법안을 도입했다. 에너지발전전략 행동계획을 통해 비화석연료의 비중을 1차 에너지 소비량 대비 15%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것이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에 직접적 원인으로 지적되어 온 교통·물류 산업에 대한 저감 압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국의 교통 물류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매년 지속적으로 고배출 상위 5개 산업에 포함되었으며, 산업 특성상 직접적인 화석 연료의 사용이 많은 관계로 산업 전반적인 이산화탄소 저감 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2020년까지 교통·물류 분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16% 감축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하였으며, 철도·공로·해운·항공 등 각 분야에 세부 목표를 세우고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중국의 대기 오염 개선 및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서는 특히 수송 부문에 있어서의 에너지 전환이 필수적인데, 중국 정부는 석유를 대체할 전기 혹은 바이오 디젤을 이용한 차량 개발 및 육성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료의 전환과 신기술 적용은 교통·물류 부문에서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직접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단기간에 적용하기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방법 이외에 운송 수단의 전환을 통한 이산화탄소 저감도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화물운송, 특히 국제 화물운송에 있어서 각 운송 모드별 톤-km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항공-공로-철도-해운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국제 화물운송의 경우 다양한 운송수단의 전환, 즉 복합운송이 수반되기에 운송 모드의 절대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가지고 어느 모드가 가장 친환경적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렇다면 국제 화물 운송에 있어 어떠한 모드를 사용하는 것이 온실가스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데 가장 부합되는지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본 분석에서는 출발지를 중국으로 한정하여 독일 함부르크까지 운송하는 루트와 한국발 화물이 함부르크까지 운송되는 루트를 선택하였다. 중국뿐 아니라 한국 역시 이산화탄소 배출에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유럽 화물에 대한 저탄소 화물 운송 방안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우선 상하이(上海)를 출발지로 하여 독일 함부르크(Hamburg) 까지 가는 화물에 대한 분석을 실시한다. 해상운송과 항공운송 모두 상하이항과 상하이 공항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가정하였으며, 공로를 이용하여 독일까지 트럭을 통한 운송의 경우 현실성이 떨어지는 관계로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철도 운송의 경우 한중 합작기업인 EPU Global이 운영중인 허페이(合肥)-함부르크 블록트레인을 이용하여 운송하는 것으로 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측정하였다. 본 분석에서 계산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서 현재까지 발표된 각 모드별, 연료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계산 공식에 따라 계산하였으며 계산에 필요한 자료는 EPU Global에서 제공받았다. 또한 운송거리는 EcoTransIt에서 제공하는 구간별 운송 모드에 따른 운송거리를 기준으로 하였다.

 

상하이-함부르크까지 국제 화물 운송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는 항공의 경우 톤당 6500kg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와 해운을 이용하여 운송되는 경우 총량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철도의 경우 상하이-허페이 구간의 공로 운송에서 발생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포함되었기 때문에 철도 자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운송 거리와 시간까지 고려할 경우 철도의 경쟁력은 해운보다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국을 출발하여 독일 함부르크까지 가는 화물의 운송 모드 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항공을 이용하는 경우 톤당 약 6400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운송의 경우 톤당 91kg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해상-공로-철도(TCR)를 이용하는 경우 톤당 79kg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산화탄소 배출 측면에서 철도를 이요한 복합운송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철도를 이용하여 독일까지 가는 루트의 경우 공로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이 구간의 배출량을 줄인다면 전체적인 저감효과에 큰 이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출발지를 중국과 한국으로 하여 함부르크까지 가는 국제 화물운송에 있어 철도(TCR)를 이용하여 운송하는 것이 이산화탄소 배출 측면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철도를 이용한 복합운송의 경우 육상 운송이 반드시 발생하는데, 이 때 기존에 경유를 사용하던 트럭을 LNG 혹은 LPG를 사용하는 트럭으로 교체하여 운송할 경우 공로 운송에서 약 35% 정도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EPU Global의 경우 2015년 보유하고 있는 자가 트럭 중 상당수의 트럭을 LNG트럭으로 교체하였으며, 모든 트럭을 LNG 트럭으로 교체했을 때 상당한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PU Global 최병호 대표는 “현재 EPU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첫 번째가 기존의 트럭을 친환경 트럭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러한 투자 이외에도 대표를 비롯한 전 사원의 저탄소 생활화를 위해 교육 및 직접적 실천을 강조하고 있고, 이를 통해 전사적인 저탄소 배출을 실현하려 한다”고 말하며 “기업의 저탄소 실천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의무”라 강조했다.

 

선사와 항공사 역시 감속운행과 경량화, 루트 최적화 등 이행 가능한 모든 조치를 통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철도의 경우 전철화 구간의 확대와 적재 최적화, 중간 기점 정차시간 최소화 등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저감에 힘쓰고 있다. 향후 각 모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지만, 비용적, 기술적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단기간 많은 양을 저감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현 시점에서 화주와 운송대리인 그리고 모든 물류기업에게 이산화탄소 배출만을 고려하여 운송 수단을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용과 운송 효율성이 선택 가능한 우선순위이다. 실제로 기업에게 환경 특히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투자는 비용증가로 인식되어왔다. 환경에 대한 투자는 즉각적인 이윤 증가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문제를 기업의 중요한 사회적 책임, 그리고 회수 기간이 긴 투자라 인식하고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활동을 해나간다면 ‘탄소배출 0’ 물류는 실현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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