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첫날 새벽까지 일하던 배달원과 청소 차량 사이의 교통사고로 20대 청년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배달원이 몰던 오토바이가 유턴을 하던 중 화물차 앞 범퍼 밑부분에 깔린 뒤 30m가량을 끌려가다 중상을 입었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한 것으로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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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에는 한 택배회사 작업장에서 지게차를 몰던 20대 청년이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이 회사는 27살 청년의 첫 직장으로,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현장관리 경험을 위해 2개월간 야간근무를 시키던 도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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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설이나 추석 등 물동량이 급증하는 이맘때쯤 유통물류 현장에서 크고 작은 안전고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사고 발생의 형태는 서로 다르지만, 그 속내를 잘 살펴보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안전 불감증’에 있었습니다.
5년 전, 서울 문래동에서 피자 배달을 하던 오토바이 운전자 김모군(18)이 버스와 충돌해 사망한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그 당시 여론과 네티즌들은 사고원인을 놓고 ‘버스 신호위반 문제’와 ‘피자 배달 30분제(시간지정)’에 대해 갑론을박이 한창이었습니다. 그 사고 이후, ‘30분 배달’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해당업체는 시간제 배달을 폐지했습니다. 겉으로는 배달원의 사고 때문이지만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그것 이상임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청년의 비통한 죽음. 이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자 사회전반을 숙연하게 만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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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의 직접적인 사인은 분명 교통사고였습니다. 그러나 젊은 알바생을 사지로 몰고 간 것은 “빨리빨리”를 외치는 소비자의 비뚤어진 ‘재촉문화’와 이런 소비습성을 부추긴 시장의 위험천만한 배달서비스 경쟁도 한몫 거들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주위를 둘러봐야겠습니다. 최근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 시장과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의 라스트마일(last-mile) 서비스 영역은 빠른 배송을 무기로 배달전쟁이 한창입니다. 치킨, 중화요리 등 음식배달 이외에도 인터넷서점, 슈퍼마켓, 백화점, 대형마트,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그리고 배달 스타트업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속도경쟁을 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기업들 입장도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환경 속에서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배송’을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상품이나 가격으로 경쟁력을 갖추는데 한계를 느끼며 물류로 서비스 차별성을 갖추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일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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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배달전쟁의 시대입니다. 과거에도 있던 배송 서비스 형태를 새삼스레 문제 삼는 것에 괜한 시비를 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너무 당연시했던 이륜차 등 운송물류산업 구조가 근원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 이쯤에서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봐야 되겠습니다. 또 앞으로 어느 누구에게 닥쳐올 목숨 건 배달전쟁이라면 더욱 안 될 일이기 때문 입니다.
이제 ‘물류’는 소비자들에게 보편화된 생활밀착형 서비스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배달분야 물류스타트업이 출현할 것이고,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다양한 배달상품 경쟁이 심화될 것입니다. 택배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통채널의 배송싸움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는 쿠팡, 티몬 등 2시간, 3시간 배송 등을 선언한 소셜커머스발 배달전쟁 선언 이후, 대형 화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이들과 또 경쟁하기 위해 더 빠른 배송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오토바이와 1톤 미만의 소형화물차를 운행하는 화물기사들은 하루 수십건에서 수백여건의 배송에 나섭니다. 오전 6시에 출근해 물류센터 분류작업을 시작으로 밤 8~9시까지 관할지역을 100m 달리듯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한손에는 차량핸들이, 또 다른 한손에는 김밥 한 줄이… 스마트폰 이어폰은 아예 귀에 꽂고 하루 종일 통화 중입니다. 이런 속사정을 알리 없는 소비자들은 “언제 오냐”, “몇시까지 와달라”, “집에 없으니 다음에 방문해달라”며 배송기사들을 하루에도 수십번 채근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택배시장에도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뉴스에 나오지 않았을 뿐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많습니다. 한 택배기사는 이런 이유와 스트레스로 인한 과로로 사망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더 큰 문제의 심각성은 이들 화물기사들 과반수이상이 불법자가용과 특수고용직 형태로 일을 하다 사고가 발생해 산재보험 등 최소한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 입니다. 다행인 것은 최근에 기업별로 직접고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이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고, 이에 대한 정부 정책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물론 안전운행을 지켜야할 1차적 책임은 화물기사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삶의 이면을 잘 살펴봤으면 합니다. 일한 만큼 벌어가는 이들은 하루벌이를 위해 목숨 건 도로 위 질주를 감행합니다. 이러다 교통법규위반 딱지라도 떼이는 날은 하루일당을 고스란히 포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불법운행을 부추기고, 나몰라라 하는 사업자들의 욕심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 대형 화주들은 자사상품의 배송 서비스를 대대적인 광고와 홍보에 수백억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또 물류 수행사들은 화주들의 무리한 요구사항을 여과없이 수용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 때문에 배송기사들은 고용주체 혹은 일감을 받는 물류업체와 슈퍼 ‘갑’의 입장인 화주의 일방적 지시에 따라야 되고, 해당 업체의 고객들로부터 불만이라도 접수되는 날엔 본사로부터 문책을 받기 일쑤입니다. 이런 푸대접 속에서 화물기사들이 박스 한 건당 받아가는 수익(수수료)은 고작 몇백원에서 많게는 몇천원 수준 입니다.
취약계층은 화물기사 뿐만이 아닙니다. 대리운전과 오토바이 퀵서비스 등 모든 업종을 막론해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게 국내 교통운송물류 시장의 씁쓸한 현주소 입니다. 국내 화물운송시장에 사고가 발생해 억울한 죽음이 세상에 알려질 때마다 반짝 관심을 갖는 정부와 국회의 민심 살피기가 물류업계 종사자들을 사지의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앞서 20대 청년 배달원의 허망한 죽음 이외에도 사회 곳곳에 숨겨져 있는 가슴 아픈 사연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배달 현장에서 더 이상의 억울한 희생이 발생되지 않도록 성숙한 소비문화와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과 택배 및 물류스타트업들의 건전한 기업 활동, 그리고 정부와 국회의 제도적 마련이 시급할 때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의 조급함이 이 모든 가슴 아픈 사연의 가해자가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