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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자의 현장까대기] 제도의 도마위에 오른 공유경제, 창조는 어디에

by 엄지용 기자

2016년 01월 15일

엄기자의 현장까대기(다섯번째 이야기)

세상에 없던 사업, 법전에 없는 규제

(사진 : 청와대)

 

이번주부터 제가 쓰는 글이 큐레이션 미디어 ㅍㅍㅅㅅ에도 업로드됩니다. ㅍㅍㅅㅅ는 내공있는 외부 필진의 글을 허락받고 재게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매체인데요. ㅍㅍㅅㅅ가 첫번째로 큐레이션한 제 글은 ´아마존의 기행, 이제는 일반인 배송시대!´ 입니다. 이는 일반인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를 기획한 아마존과 한국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정리한 글입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SNS를 통해 공유경제 배송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셨습니다.

(사진 : ㅍㅍㅅㅅ 페이스북 페이지)
 
중복되는 몇 가지 내용은 "공유경제? 미국에서는 되지만, 한국은 안된다" 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제도는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그렇게 친해보이지 않습니다. 규제에 가로막혀 한국내 서비스의 상당부분을 철수, 수정한 우버코리아가 대표적인 예이며, 현재까지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쿠팡 또한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는 이제 막 날개를 펼치려고 했던 한 스타트업이 규제에 막혀 사업을 접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도는 응당 그 제도에 속한 이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합니다. 제도의 보호를 받는 이들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문제는 제도가 포괄하지 못하는 범위에서 나타납니다. 가령 기존 제도가 포괄하지 못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했다면요? 기존 사업자들을 위한 제도의 테두리 안에 새로운 사업자들을 함께 엮을 수 있을까요?
 
지금껏 세상에 없었던 공유경제 서비스가 제도라는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위법논란에 휩쌓인 공유경제
(사진 : 콜버스랩 제공)
 
저는 지난 11일 콜버스랩 박병종 대표를 만났습니다. 사실 박대표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콜버스의 핵심기술인 ´경로 알고리즘´과 ´라스트마일 물류 알고리즘´을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에서였습니다. 시시각각 발생하는 불특정 고객수요에 따라 경로가 변하는 콜버스의 방식이 재밌다고 느꼈었죠. (이 부분은 CLO 2월호를 통해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취재방문을 앞두고 콜버스는 불현듯 위법 논란에 휘말립니다. 택시업계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근거로 콜버스 서비스에 위법소지가 있다고 서울시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입니다. 해당 논란은 12월 30일 동아일보를 시작으로 10여개 언론에 연일 보도됩니다.
 
이렇게 서비스 한달차 스타트업 콜버스랩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게됩니다. 콜버스랩은 택시업계의 반발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박병종 대표 : 콜버스는 택시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다. 택시가 승차 거부하는 승객을 태우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택시업계의 파이를 뺏어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사실 택시와 콜버스의 공통점은 ´야간 교통서비스´라는 것밖에 없다. 그리고 현재 국내 야간 교통서비스는 사실상 택시가 독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병폐가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야간 단거리 승차거부가 비일비재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콜버스는 이러한 기존 교통시스템의 보완책이 되고 싶다.
 
콜버스는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입니다. 야간에 단거리 운행하는 택시를 구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이 야간에 유휴공간을 가지고 있는 전세버스를 공동구매하는 개념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단거리 운행을 거부하는 택시의 보완재로 콜버스를 활용할 수 있으며, 공급자인 전세버스 사업자는 원래 운행되지 않았던 버스를 활용하여 추가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즉 소비자의 니즈와 공급자의 유휴시간, 공간을 연결하고 있는 새로운 서비스인 것입니다.
 
콜버스가 ´택시업´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야간운행을 하는 교통수단이라는 측면에서 택시와 공통점이 있는 것뿐입니다. 콜버스에 만족하는 소비자들, 그리고 역시나 만족하는 공급자가 있는 상황에서 택시업계의 반발은 명분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콜버스의 타겟고객은 ´기존 택시가 태우길 거부한 승객들´입니다.
 
한국을 떠난 스타트업
공유경제 배송 서비스 스타트업 무버 김재규 대표는 지난 11일 홍콩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김대표가 홍콩으로 떠난 이유는 홍콩에 무버의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기 위함입니다. 왜 한국에서 서비스를 잘 운영하고 있던 업체가 홍콩행 비행기를 탔을까요?
 
김 대표는 홍콩법인 설립의 첫번째 이유로 ´글로벌 시장으로 서비스 확장´, 두번째 이유로 ´공유경제 서비스에 친숙하지 않은 제도´를 언급했습니다. 김 대표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김재규 대표 : 무버의 서비스 성장을 위해서 결제 서비스 연동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내에는 제도권에 포함되지 않는 공유경제 서비스에 대한 리스크를 짊어지고자 하는 금융업체가 없다. 내부적인 금융시스템을 갖추고자 해도 한국에서는 제도에 가로막혀 누구도 승인을 해주지 않는다. 결국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글로벌 결제서비스 연동을 위해서는 홍콩법인 설립이 불가피했다. 법적 규제를 생각하면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으며 힘도 빠지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헤이딜러나 콜버스 사례를 보더라도 너무 안타까운 일이며 이러한 현상은 무버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무버는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지금껏 전혀 없었던 배송 서비스입니다. 개인의 유휴시간, 이동거리를 활용하여 물류서비스를 하고있는 업체지요. 일반인을 운송기사로 활용하는 서비스라고는 하지만, 사실 꽤 많은 퀵서비스 라이더들이 무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퀵라이더 입장에서는 더 많은 주문을 받을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 좋은 것이지요.
 
즉 무버는 기존 시장의 파괴자이기보다 상생을 고려하는 모델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 택배업체가 할 수 없었던 당일배송, 직구 배송대행 업체를 통해서는 할 수 없었던 더욱 빠른 직구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공급자 측면에서도 이미 많은 퀵기사들이 무버앱을 함께 사용하고 있죠.
 
무버와 같은 공유경제 배송 서비스는 아직까지 위법논란에 휘말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을 포괄할 수 있는 명확한 제도가 없기 때문에 언제든 기존 제도의 보호를 받고있던 이들의 견제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일전에 ´우버´, ´쿠팡´, ´헤이딜러´, ´콜버스´와 같은 업체가 겪었던 것처럼요.
 
제도권에 있지 않기때문에 무버에 부가적인 서비스를 붙이는 것도 어렵습니다. 결제(PG)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무버는 개인간 거래에 대한 결제 솔루션을 전부 준비하고도 국내 승인을 받을 수가 없어서 결국 홍콩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홍콩에 법인을 진출하고 중국과 아시아시장에 서비스 확대가 첫번째 목표이기도 하지만, 이용자 편의 증진을 위한 결제 서비스 구축을 하기 위한 것도 홍콩법인을 론칭하고자 한 계기이기도 합니다.
 
창조경제를 외치는 정부입니다. 창조경제의 중심에는 스타트업이 있다고 말하는 정부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스타트업은 새로운 창조를 위해 한국을 떠나고자 합니다. 과연 바람직한 현상일까요?
 
창조를 위해 필요한 것
 
스타트업은 길목에 서있습니다. 거대한 기업이 연결하지 못한 소외된 길목을 찾아 보다 아름답게 가꾸기도 하며, 가끔은 지금껏 누구도 찾지 못했던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국내 제도는 스타트업 탄생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서비스 론칭전부터 해당 사업이 합법적인지 법률적 검토를 합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결코 적은 비용이 아닌 대형로펌에 찾아가 자문을 구하기도 합니다. 이는 많은 공유경제 기반 스타트업들이 이미 겪었던 일입니다.
 
또 다른 공유경제 배송 스타트업 팩맨즈의 변윤지 대표는 창업전부터 김앤장 등 대형 로펌에 방문하여 법률자문을 구했습니다. 자문결과 사업의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이번 콜버스의 사례를 보면 그 또한 문제가 되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콜버스 역시 법무법인 태평양으로부터 서비스에 대한 자문을 받았음에 불구하고 위법논란에 휘말렸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국내 규제환경은 스타트업에게 창업 전부터 많은 피로함을 요구합니다. 심지어 많은 비용을 들여서 전문적인 법률검토를 받았음에 불구하고 위법논란에 휘말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방식의 규제로는 혁신 서비스의 폭발적인 탄생은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의 글을 인용합니다.
 

미국의 도로에서는 아무 교차로에서나 유턴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유턴을 할 수 없는 곳에만 금지표시가 되어 있다. 규제시스템도 비슷하다. 안되는 것(Negative)만 표시해놓고 규제대상으로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것은 자유롭게 해봐도 되는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를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서 도전을 하는 기업이 많이 나온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의 도로에서는 유턴은 무조건 안된다. 허용되는 곳에만 표지만이 있다. 규제시스템도 비슷하다. 허용되는 것만 촘촘하게 규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이 있고 그곳에 없는 것을 하면 무조건 위법이다. 규제에 걸릴 것 같더라도 소비자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으면 우버처럼 일단 질러보는 미국의 스타트업들과는 달리 한국의 스타트업은 시작하기도 전에 법령을 세심히 살펴야 한다. 사후규제가 아니고 사전규제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필요이상으로 법률지식에 해박하다. 제품개발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라든지 전자금융거래법 몇조 몇항을 외울 정도로 해박하게 알고 있는 스타트업창업자들을 만나서 놀라기도 했다. 이런 꼼꼼한 규제는 창업자들의 상상력을 제한한다. 그리고 결국 그들을 좌절시키고 포기하게 만든다. (임정욱센터장 블로그)

 
앞서 언급한 교통, 물류를 중심으로 하는 공유경제 스타트업의 제도를 주관하는 것은 국토교통부입니다. 그래도 앞으로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국토교통부의 제도정립의 방향이 스타트업 친화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2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토대로 창업했거나 창업을 준비 중인 청년벤처 기업가들을 만나 “행정이 사회 혁신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행정이 세상의 눈부신 변화에 부응할 수 있도록 행정의 속도와 사회 혁신의 속도 차이를 줄여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 또한 "강호인 장관이 앞으로 스타트업의 규제를 네거티브 형태의 규제로 바꿔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이며, 콜버스와 헤이딜러와 같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스타트업 또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전향적 검토할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창조경제를 외치는 정부. 창조경제의 중심에는 스타트업이 있다고 말하는 정부. 그 정부가 만드는 제도의 도마 위에 오른 스타트업들.
 
앞으로의 향방이 더욱 기대됩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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