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기자의 물류학개론①
도서배송, 다시 시작될 전쟁.
이제 클릭 몇 번 만으로 필요한 모든 상품을 집으로 받아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어떤 상품의 경우 하루만에 혹은 몇 시간 안에 배송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 4년 전만 해도 익일배송(주문한 다음날까지 배송)은 신선한 서비스이었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후, 오전에 주문하면 그 날 오후에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당일배송은 혁신적인 사례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실제로 2007년 온라인서점 예스24와 인터파크는 각각 ‘총알배송’과 ‘당일배송보장’ 서비스를 시작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2010년, 모든 온라인서점들은 더 많은 지역에 당일배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핵심 경쟁력으로 여겨, 배송 경쟁은 더욱 가속화 되었습니다. 인터파크는 대구, 울산 당일배송, 부산 당일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교보문고는 과거 수도권 중심이던 배송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넘어 지방까지 확대되었고, 업체 간 당일배송 경쟁이 치열해 졌습니다.
그 러나, 2016년 현 기준, 당일배송이 아직도 혁신적인 서비스일까요?
이제는 ‘당일배송’은 고객들에게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서비스가 아닌 ‘서비스’가 되어버렸습니다.
배송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하다
사실 이미 ‘당일배송’서비스를 넘어 배송 패러다임의 변화 조짐이 여러 군데서 보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쿠팡의 쿠팡맨이 직접 배송해주는 ‘로켓배송’ 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로켓배송은 당일배송이 아닌 주문 후 24시간 안에 배송이 됩니다. 그럼에도 로켓배송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쿠팡만의 차별화된 배송 프로세스 때문입니다.
쿠팡맨은 배송 전에, 집에서 받을 것인지 혹은 배송을 원하는 시간대가 있는지 등 상품 전달 방법을 고객에게 묻습니다. 그 후 고객의 답변에 맞춰 배송됩니다. 고객이 부재중일 경우 고객이 지정한 장소에 제품을 놓고 사진을 찍어 전송해주기까지 합니다.
사실 이러한 배송 서비스는 전통적인 물류 비용적인 측면에서 비 현실적이고 비 합리적인 구조입니다. 그럼에도 로켓배송이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포장, 배송의 일부이다
(사진: 카카오파머 제주)
배송 패러다임의 변화는 포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작년 11월 오픈한 ‘카카오파머 제주’ 파일럿 서비스의 경우 신선한 패키징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만의 색인 노란색 택배박스에 심지어 사람들끼리 나눠먹을 수 있도록 소형박스까지 들어있습니다. 자유롭게 귤에 붙일 수 있는 표정, 메시지가 담긴 스티커가 제공되는 점도 특이합니다. 이러한 감각적인 패키지 디자인과 스티커, 소형박스 등 차별화 된 서비스는 20~30대의 호응을 샀습니다.
배달의 민족의 배민프레시 또한 패키징으로 고객에게 특별한 배송경험을 제공합니다.
바로 어제 배민프레시로부터 CLO창고에 빵과 푸딩이 배달되었습니다. 감각적인 패키징도 눈에 띄지만, 무엇보다 박스 상단에는 핫팩을 부착해 빵이 따뜻한 상태로 배달될 수 있게, 반면에 푸딩의 경우 아이스팩과 함께 동봉해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게 포장되어 있습니다.
사실 온라인 서점 또한 포장의 차별화에 힘써왔습니다.
예스24는 2015년, 증가하는 LP주문 추세에 맞춰, LP안전포장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인터파크의 경우 2014년 말부터 ‘배송의 재발견: 최고의 BOX’이벤트를 진행해 독자의 메시지가 담긴 혹은 책 표지 이미지가 담긴 박스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도서의 경우 대개 포장이 간단할 것 같지만, 배송 중에 책 모서리가 찍히거나 급하게 포장을 하면서 띠지 때문에 책이 손상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작업자가 빠르게 포장할 수 있으면서 상품의 파손을 최소화고 고객이 받았을 때 기분좋은 디자인, 이 세가지가 포장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서 물류, 더 이상 비용 절감만의 영역이 아니다, 서비스를 논하자
이처럼 온라인 서점 또한 당일배송 시간 연장이나 새로운 패키징 개발 등 배송 및 포장 부분에서 여러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괄목할 만한 서비스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2014년 도입된 도서정가제 이후 온라인 서점뿐만 아니라 모든 서점들이 가격이라는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온라인 서점들은 다른 분야에서 경쟁력을 찾고자 가지각색의 사은품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은품 과다 경쟁에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출판업계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죠.
사실 온라인 서점은 다다익선의 논리가 철저히 지켜지는 생태를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2,000원 책 한권을 팔면 공급가, 물류비를 제하면 나머지 240원, 약 2%의 마진이 남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과도한 사은품 경쟁, 과도해지는 배송전쟁은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온라인 서점은 어느 분야에서 차별화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온라인 서점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고객들은 당일배송 서비스에 익숙해져 버렸고, 당일배송 만으로 경쟁력을 갖기가 어려운 시기가 온 것 같다”며 “때문에 고객에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배송 서비스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미 다른 산업에서 배송 패러다임의 변화는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류가 단순히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배송이 아닌 고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하나의 서비스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죠.
물론 서비스로 인해 발생하는 효과 대비 투입된 비용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비용과 서비스의 균형은 영원한 물류의 난제입니다. 그럼에도 현재 온라인 도서 배송서비스도 당일배송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혁신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