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대범한 중국, 그리고 전자상거래 합종연횡

by 콘텐츠본부

2015년 11월 22일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4 호 (10 월호 ) 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대범(大方)한 중국, 그리고 전자상거래 합종연횡
글. 유재석

 

who?

유재석 모비인사이드 콘텐츠 디렉터
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아시아투데이에서 IT, 유통 부문을 취재했으며, 현재는 모비인사이드에서 콘텐츠 디렉터 역할을 하고 있다. 물류와 IT의 결합, O2O(Online to Offline)에 관심이 많다.

Idea in Brief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이제 중국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경쟁사와도 연합하며 실리를 추구한다. CEO들은 회사를 위해 자신의 주권을 내려놓는다. 중국 기업의 가장 무서운 점은 ‘철학’을 즉시 실천하는 것에 있다. 중국 기업들을 ‘짝퉁’이라는 이유로 무시하는 시대가 지났다.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과 경쟁하기보다는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편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이제 막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기 시작했다면, 중국은 이미 연결을 마무리해 O2O 생태계를 완성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중국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가 하나 있다. ‘대범(大方)’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덩샤오핑 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지난 1984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섬을 반환받을 때 홍콩 사람들의 반발을 의식해 50년간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던 부분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국 기업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알리바바의 철학, 택시앱 연합, CEO들의 권리 포기에 담긴 특징을 살펴본다.

 

오프라인 시장 진출하는 알리바바의 철학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거대하다. 지난 2014년 기준 시장 규모 2270조 원이다.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업체는 알리바바그룹이다. 같은 해 연간 거래액이 518조 원으로 시장 점유율 80%를 육박한다. 시가 총액은 작년 말과 비교해 30% 넘게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중국 전자상거래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알리바바인 건 부인할 수 없다.

 

알리바바는 기업 간 거래(B2B) 알리바바닷컴, 기업-고객 간 거래(B2C) 티몰, 고객 간 거래(C2C) 타오바오, 글로벌 전자상거래 서비스인 알리익스프레스 등의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을 갖고 있다.

 

최근 알리바바는 중국의 손꼽히는 가전유통업체 쑤닝윈상의 주식 19.99%를 5조 48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로 인해 알리바바는 쑤닝의 2대 주주가 됐다. 쑤닝이 확보하고 있는 물류네트워크 역시 알리바바 물류 자회사인 카이니아오에 합류한다. 앞서 2014년에는 마트, 백화점을 운영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인타임리테일에 8202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해주는 것은 알리페이다. 본래 알리페이는 온라인 간편 결제 서비스로 9억 개 이상의 계좌를 확보하며 중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결제 서비스로 자리를 잡았다. 현재는 중국에서는 자판기, 택시, 옷가게에서 QR코드 형태(AOS)로 알리페이를 이용해 결제할 수 있다.

 

알리바바가 오프라인으로 진격하는 이유는 뭘까. 마윈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이제는 정보통신(IT)에서 데이터 기술(Data Technology, 이하 DT)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는 빅데이터와 클라우드가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두 분야를 적극 공략하고 있습니다. O2O(Online to Offline) 역시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고, 청년들이 두 기술을 통해 많은 혁신을 만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윈이 이야기하는 DT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IT와 DT의 차이는 정말로 큽니다. 데이터 기술의 핵심 역시 인터넷, 이 시대의 최고 놀라운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당신보다 중요하고, 똑똑하며, 일을 더 잘하고, 성공하는 이타주의를 의미합니다. (그들이 성공한 다음에야) 당신이 성공하는 것이죠.”

 

마윈이 이타주의를 강조한 배경에는 ‘플랫폼 전략’이라는 키워드가 담겨 있다.

자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얻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데이터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공짜로는 얻을 수 없다. 그리고 강제로 빼앗으려고 한다면 ‘빅브라더’ ‘개인정보 침해’ 등의 오명을 얻는다. 그만큼 데이터는 민감하다. 결국,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꺼내놓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이 ‘구글포토’에서 자신의 사진을 업로드, 분석하도록 허락하는 이유가 뭘까? 그리고 페이스북에 왜 자신의 성별, 학력, 위치, 얼굴 사진 등을 적나라하게 노출할까. 우버, 에어비앤비, 고고밴 등의 공유경제 플랫폼에 자신의 정보를 오픈하는 이유는 뭘까. 이들 기업은 이용자들이 좋아할만한 것을 ‘먼저’ 제공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고해상도 사진, 영상을 무제한 저장할 수 있는 환경을, 페이스북은 나와 다른 사람을 연결해주는 터전을 마련해준다. 우버, 에어비앤비, 고고밴 등은 차량, 집, 화물차를 빠르고 편리하게 보내준다.

 

2009년 말부터 스마트폰이 보급된 지 6년 만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됐다. 그 허브는 ‘모바일’이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있으면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지와 연결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올해로 17살인 알리바바는 인터넷 시대와 모바일 시대를 모두 겪었다. 그리고 이제는 오프라인 마트, 백화점 등을 이용하는 고객이 알리바바를 중심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어제의 적이 내일의 동료”...O2O 합종연횡
O2O 영역에서 가장 먼저 화두가 되고 있는 주제는 ‘택시’다. 글로벌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의 시총은 55조 원에 달한다. 우버는 ‘우버이트’를 선보이며 차량 공유의 영역을 사람에서 음식까지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규제의 철퇴를 맞아 영향력이 미미하지만, 중국에서는 포털 업체 ‘바이두’의 투자를 받아 8개 대도시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의 O2O 업체들은 이러한 우버에 대항해 힘을 합치기로 결정했다. 택시 앱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콰이디다처와 디디다처가 최근 합병을 선언했다.

시장점유율을 보면 각각 56.5%와 43.3%로 합병 이후 시장의 99.8%를 점유하게 됐다. 두 회사의 뒤에는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연합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중국의 대표적인 라이벌로 꼽힌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를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텐센트는 게임 퍼블리싱과 메신저 큐큐(QQ)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두 기업 모두 간편결제 서비스, O2O 영역에 진출하며 경쟁이 격화되고 있었다. 콰이디다처와 디디다처의 합병은 중국이 외부 세력에 맞서기 위해 언제든 경쟁에서 협력 관계로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CEO 사퇴한 마윈, 연봉 1위안 류창동
마윈은 2013년 자신이 일군 알리바바그룹의 최고경영자(CEO)직을 내려놨다. 그는 “창업자가 회사를 떠나지 않으면 그 회사는 건강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1960년대생의 대다수가 알리바바의 핵심 요직을 내려놓을 것이며, 그 자리를 1970~80년생들이 맡아 미래를 개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그는 환경보호나 교육 사업에 전념할 것이란 입장을 피력했다.

 

CEO직 사퇴 이후 마윈은 자연보호 국제보존조직의 중국 대표이자 글로벌 이사진을 역임하며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자연보호와 개인 별장 목적으로 미국 뉴욕주 북쪽 애디론댁 산맥에 위치한 브랜든 공원을 사들이기도 했다.

 

류창동 징동상청 창업주 역시 만만치 않은 선택을 했다. 올해부터 10년 간 연봉 1위안(183원)을 받기로 결정했다. 마치 연봉 1달러를 받은 애플의 스티브잡스나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이제 중국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경쟁사와도 연합하며 실리를 추구한다. CEO들은 회사를 위해 자신의 주권을 내려놓는다. 중국 기업의 가장 무서운 점은 ‘철학’을 즉시 실천하는 것에 있다.

 

중국 기업들을 ‘짝퉁’이라는 이유로 무시하는 시대가 지났다.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과 경쟁하기보다는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편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이제 막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기 시작했다면, 중국은 이미 연결을 마무리해 O2O 생태계를 완성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콘텐츠본부

제보 : clo@clomag.co.kr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