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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암의 물류에세이] 물류부장 오달수 일본에 가다 (8)

by 콘텐츠본부

2015년 11월 15일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4호(10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물류부장 오달수 일본에 가다 ⑧

글 . 천동암 한화큐셀 물류담당 상무

 

Who?

천동암

시 쓰는 물류인 천동암 씨는 한국코카콜라와 DHL코리아, 삼성전자, 삼성전자로지텍을 거쳐 현재 한화큐셀 글로벌 물류담당으로 재직 중이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 부문)을 했으며, 시집 ‘오른다리’ 를 출간했다. 경영학 박사 및 CPL, CPIM, CPSM 등 국제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물류전문가로 국제물류론, 창고하역 보관론을 집필했다.

 

 

‘ 스르르 ........ 누군가가 봉긋 올라온 내 배를 밀치고 있네 !’

 

오 부장은 잠결에 몸이 스르르 소리를 내며 침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느꼈다 . 무슨 영문인지 모르나 몸이 순간적으로 침대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

오 부장은 그 사이 눈을 떴다 . 침대에서 일어났지만 . 정신이 몽롱했다 .

어스름 새벽이었다 .

 

‘ 어 , 마누라가 없네 . 참 ! 여기는 동경이지 , 나는 지금 출장 중이고 .’

 

오 부장은 겨우 정신이 들었다 . 호텔 방 가장자리에 서 있으니 다시 한 번 진동이 왔다 .

 

‘ 지진 아닌가 ?’

 

오 부장은 튀어나온 배를 손톱으로 긁어대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 거리에 사람들이 없고 평온해 보였다 . 오 부장은 부리나케 프런트에 전화를 걸었다 .

 

“It is the Earthquake! Right? what shall I do?"

 

프런트 담당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

 

“It happens all the time. Not serious this time too. Sooner or later it will calm down sir, Please go to the bed"

‘ 항상 일어나는 일이라고 , 잠이라 자라고 , 이런 씨부럴 ’

 

전화를 끊고 오 부장은 혼자 목소리로 아직 짙은 어둠을 품고 있는 창문에다 대고 야멸스럽게 뇌까리고는 침대에 다시 몸을 밀어 넣었다 . 생전 처음 지진 진동을 온 몸으로 느끼니 잠은 저만치 달아나 버렸다 .

 

일본법인 사무실에 출근해서 지진에 관한 지난 밤 얘기를 했더니 직원들은 그 정도 지진은 걱정 할 것이 아니라고 했다 . 정작 더 무서운 것은 벼락이라는 얘기를 했다 . 팀원들과 회의실에 앉았다 . 프로젝트가 3 주가 지나면서 서울에서 온 인원들이 지쳐보였다 . 노처녀로 살다가 결혼한 지 6 개월 된 김정미 과장 . BCG Korea 에서 합류한 나희덕 과장과 김필립 차장 . 말은 안하지만 거의 3 주 동안 주말에도 거의 쉬지 못해서 몸과 마음이 파김치 되어 가는 것 같았다 . 오 부장도 마찬가지였다 . 마누라 전화는 반가운 안부 전화가 아니라 출장에서 언제 돌아오는지 쪼는 전화다 . 언제 부터인가 달콤했던 마누라 입술은 새의 부리가 되어가는 것 같다 . 오 부장은 그때 마다 왠지 모르게 나사처럼 가슴이 조여 왔다 .

 

일본법인의 판매물류업체 선정을 위해 RFQ(Request for Quotation) 를 발송하기로 했다 . 발송하기 이전에 9 개의 후보 물류업체와 각각 미팅을 하기로 했다 . 9 개 업체는 다국적 물류업체 2 곳 , 한국계 물류업체 3 곳 그리고 일본 물류업체 4 곳이었다 .

 

물류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구분을 하였다 . 국제운송과 일본 국내물류로 구분을 하고 각각 업체 선정을 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 오 부장과 TF 인력들은 후보 물류업체를 개별적으로 일정을 정해서 RFQ 설명을 하기로 했다 .

 

첫 번째 미팅업체는 현재 물류를 시행하고 있는 ‘AET´ 업체였다 .

 

그 업체의 ‘ 사토 ’ 부장은 얼굴에 기름기가 흐르고 눈매가 날카로웠다 . 일본사람임에도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아주 잘해서 놀라웠다 . 그는 회사 소개 이외에 현재 물류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는 장표를 준비했다 .

 

“ 오 부장님 , 지금 저희가 운영 해 본 결과 물류거점이 너무 많아서 재고 가용성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 창고 간 재고불균형으로 인하여 긴급주문이 많고 차량 적재율이 50% 이하로 운행하여 운송비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당장은 저희 회사 물류비 매출이 늘어나 좋지만 고객입장에서는 비효율적인 비용 발생이 우려됩니다 .”

 

사토 부장은 구체적인 사례와 수치를 제시하면서 일본법인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했다 .

 

“ 추가적으로 저희가 배송한 분석 자료에 의하면 차량을 배차 한 후 제품 납품이 연기 되었는데 저희 회사에게 연락이 오지 않아 배차한 차량에 주문연기로 인한 취소운송료를 지급한 내역입니다 .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2700 만 엔 ( 원화 2.6 억 ( 億 )) 입니다 . 저희에게 물류운영을 맡겨주시면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여 비용절감과 물류 서비스 품질을 향상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

 

 

“ 사토 부장님 , 구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해주시고 해결책을 같이 제안 해준 것에 정말 감사합니다 . 당사 물류 실무를 직접 운영하다 보니 문제점과 대처 방안을 제시 할 수 있군요 .”

 

사토 부장의 제안 내용과 회사 소개를 듣고 오 부장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

 

“ 사토 부장님 , 당사 일본 법인은 현재 약 원화 2 조의 매출을 하고 있습니다 . 최근 3 년 동안 두 자리 수 이상으로 매출이 성장한 반면 물류 운영 수준은 매출 성장만큼 따라가지 못하여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 물류운영 수준을 높여서 비가격 요소인 물류품질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 최근에 오배송 및 납기 지연으로 고객 클레임으로 배상해준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 아시다시피 국내물류인 경우 12 개의 물류업체를 1 개 업체로 통합하려고 합니다 . 비용절감 목표는 기존 단가 대비 30% 감축입니다 .”

 

오 부장은 물류아웃소싱 목적과 방향성을 열정적으로 설명하였다 .

 

“30% 절감이라고요 !”

 

사토 부장은 놀란 토끼눈으로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오 부장을 쳐다보았다 .

 

“ 예 ,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

 

두 번째 미팅업체는 ‘ 연간 원화 기준으로 38 조 매출을 하는 대표적인 일본 물류회사인 일본통운 (Nippon Express) 이었다 .

 

마쯔다 과장과 히로시 부장이 회사소개 자료를 들고 성큼 성큼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 마쯔다 과장은 유창한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

 

“ 오 부장님 , 주지하다시피 일본 땅은 바나나처럼 길어서 물류거점과 배송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 물류비용과 고객서비스를 감안하여 저희 회사가 고객에게 제안한 복합운송루트를 활용하면 비용은 줄이고 리드타임을 줄여서 물류서비스가 증대가 될 것입니다 . 귀사도 많은 물동량이 움직이기 때문에 적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오 부장님 , 귀사의 제품의 특성은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공급하여 현장에서 바로 조립하는 제품입니다 . 제품이 공사 일정에 맞추어 필요량을 후 보충하는 형태이지요 . 공장에서 최종 고객까지 표준리드타임을 설정하고 공사일정에 맞추어 속도를 높여주는 것 , 재고 회전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 재고 가시성을 높여서 무재고 형태인 Cross-Dock 을 운영하자는 제안입니다 . 이 방법을 효율적으로 적용하면 30% 이상의 물류비 절감과 부진재고 감축이 가능합니다 .”

 

‘30% 물류비 절감 ’ 이라는 충격적인 얘기를 듣고 오 부장도 적잖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

 

다국적 물류기업인 DHL, DB Shenker 와 한국계 일본 물류법인 업체인 회사들과 관련 물류 아웃소싱 미팅을 했다 .

 

한국계 일본 물류법인들은 한국에서는 물류 대기업이지만 일본 내에서는 매출이 크지 않고 물류운영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 이들 물류업체들은 모 기업의 수입 국제물류를 처리하는 수준이고 일부 국내 물류를 수행하더라도 실제적인 수행은 일본 내 실행 물류업체를 두고 운영하고 있었다 .

 

오 부장이 대략 20 여개의 물류업체와 미팅을 하고 내린 결론은 일본에서는 다국적 물류회사들을 포함한 한국계 물류회사들은 현지 물류업체와 비교하여 물류거점 및 물류서비스 수준이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 더구나 한국계 일본 물류법인들은 더욱 경쟁력이 미약하였다 .

 

김 필립 차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뿔테 안경을 눌러쓰고 오 부장 자리로 다가왔다 .

 

“ 오 부장님 , 물류비 단가 30% 절감을 위해서 기존 단가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 물류비는 4 가지로 크게 분류할 수 있습니다 . 해상운송비용 , 수입관련제비용 ( 통관 ,drayage), 국내 창고료와 고객 배송비 입니다 . 물류비 단가 관련 중 특이한 사항은 두 가지입니다 .”

 

“ 특이한 사항 ?”

 

오 부장은 궁금한 듯이 김 차장에게 바로 되물었다 .

 

“ 여기 일본에서는 창고료 계산을 3 기 ( 期 ) 로 구분합니다 . 1 기 ( 期 ) 는 1 일 ~10 일 (10 일 보관료 ), 2 기 ( 期 ) 는 11 일 ~20 일 (10 일 보관료 ),3 기 ( 期 ) 는 21 일 ~30 일 (10 일 보관료 ) 입니다 . 각 기 ( 期 ) 별로 해당 기간에 입출일 기준으로 창고료를 지불하는 구조입니다 .”

김 차장의 미간을 찌푸린 표정은 물류회사만 유리한 불합리한 비용구조라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

 

“ 그렇다면 1 월 2 일에 입고해서 1 월 3 일에 출고 할 경우 2 일분 보관 1 월 2 일에 입고하여 1 월 10 일에 출고하는 8 일분 보관이 10 일로 일괄 계산되어 화주에게 청구한다는 얘기였군 . 참 ....... 거시기하네 .”

 

창고료가 일방적으로 물류회사에게 유리하게 적용을 한 것을 알게 된 오 부장은 기가 찰 노릇이었다 .

 

“ 맞습니다 . 오 부장님 ! 창고료는 대부분 기 ( 期 ) 별 평당 ( 坪當 ) 으로 산정되어 있지만 일부 창고는 Pallet 단위로 비용청구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 , 어떤 창고는 평당 ( 坪當 ) 매월 고정비용으로 지급하는 구조도 있습니다 . 현재 창고별 상이한 보관 요율 적용으로 창고 보관료 과다 발생 가능성이 많습니다 . 제 생각에는 앞으로는 일 단위 , CBM(Cubic Meter) 단위 보관 요율 적용으로 보관 일수에 따라서 보관료를 지급하는 구조로 밀어붙여야 합니다 .”

 

“ 고정비를 변동비화 하자는 얘기지 . 김 차장 !”

 

“ 바로 그 얘기입니다 . 판매 물동량 따라서 지불하는 변동비 , 물류비용의 표준편차가 작아서 예측 가능한 물류비 구조로 설계해야 합니다 . 이것이 바로 제가 주장하는 것입니다 .”

 

김 차장은 물류비 구조를 정확히 분석하고 대안까지 세부적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

 

오 부장은 RFQ 내용에 김 차장이 제안한 창고료는 CBM/ 일로 산정하는 것을 추가하기로 하였다 . 일본통운이 제안한 복합운송루트를 활용하여 Cross-Dock 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

 

‘ 속도를 높이고 창고를 없앤다 .’ 이 말이 오 부장의 머릿속에 계속 맴돌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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