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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의 스타트업명강] 유니콘이 모든 짐을 나르게 된다면

by 김도현

2015년 05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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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도현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저희 딸아이는 말띠입니다. 서너 살 무렵, 말 대신 좀 더 예쁜 동물로 띠를 바꾸고 싶다고 조르던 딸이 유니콘 인형을 제게 들이밀었습니다. 이제부터 자신을 말띠가 아니라 유니콘띠라고 불러달라고요. 사실 말 머리에 뿔이 하나 달렸을 뿐인데도 아이 눈에는 유니콘이 말보다 좀 더 멋있어 보였던 모양입니다. 요즘 스타트업과 관련되어 유니콘 혹은 유니콘 클럽이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2013년 말, 한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창립 10년 이내이면서 시가총액 1조원을 넘긴, 마치 상상속의 동물처럼 환상적인 성과를 낸 기업들을 유니콘이라고 부른 데서 비롯된 일입니다.



모두 잘 아는 페이스북이나 드롭박스 같은 회사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페이스북은 2004년에 창립되어 10년을 조금 넘겼으니, 요즘에 유니콘 클럽의 대표선수를 뽑으라면 샤오미가 됩니다. 샤오미는 2010년에 설립되어 설립 5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최근 투자기준으로 주식가치가 5조원을 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유니콘클럽에 속한 기업들 가운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기업이 아주 많습니다. 우버, 드롭박스, 그리고 에어비엔비가 대표적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있습니다. 쿠팡, 옐로우 모바일이 바로 그들입니다. 참고로 카카오(현 다음카카오)도 다음과 합병 전에는 유니콘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드롭박스의 이미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이런 놀라운 고속성장을 이룬 기업들은 모바일 소프트웨어 기업이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유니콘 기업들을 살펴보면 매우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섞여 있습니다. 샤오미 같은 제조업도 있고, 잘란도와 같은 의류업체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속성장의 방향은 매우 다양합니다. 그런데 이들 유니콘 클럽에 부는 바람이 있습니다. 바로‘배송’의 바람입니다. 새로 유니콘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기업들 가운데 배송과 관련된 기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딜리버리 히어로와 인스타카트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리고 많은 유니콘 기업들이 배송을 자신들의 향후 역점분야로 추가하고 있습니다. 우버이트, 우버러쉬 등의 서비스를 발표하고 있는 우버가 대표적이고, 우리나라의 쿠팡도 쿠팡맨을 통해 배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최근 몇 년간 배송은 유니콘 기업들 뿐 아니라 기존 이커머스 기업들에게도 질 수 없는 승부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프라임, 프라임나우, 그리고 프레쉬와 같은 서비스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위딜리버, 딜리브, 셔틀과 같은 주문형 즉시배송 서비스기업들도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소비자들이 빠르고 정확한 배송에 익숙해지도록 하면서 다시 배송서비스의 강화로 순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치열한 경쟁이, 과연 최종배송단계에만 머물게 될까요? 아니면 물류 전 영역에서 기존기업, 유니콘, 그리고 스타트업들의 전면전이 펼쳐지게 될까요? 이런 예측은 매우 섣부른 것일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벤처캐피탈리스트와 창업자들의 최근 행동을 보면 물류 전 영역에서의 경쟁을 예감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선, 물류분야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식품류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분야에 뛰어든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가 다른 분야를 압도할 만큼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물류 전 분야에서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지역배송업체들이 가장 쉽게 눈에 띄지만, 소량물류과정에서 소비자가 겪는 귀찮음을 해결해주는 창의적인 기업들(Shyp이나 Shipster)도 적지 않습니다. 3자물류(shipwire)나 컨테이너(Staxxon) 분야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집중하는 스타트업들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크라우드 소싱을 이용하여 물류체계 전반을 재구성하겠다는 보다 큰 야심을 가진 업체들도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 피기비(PiggyBee)와 같은 회사는 여행자와 같은 비교적 작은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바나클(Barnacle)처럼 개인운전자를 모두 화물기사로 변신시키겠다는 큰 야심을 품고 있는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물론 이 회사는 앞으로 우버의 화물서비스인 우버카고(UberCARGO)와 경쟁해야 할 운명이지요. 이보다 더 혁신적인, 그래서 무모해 보이는 회사도 있습니다. 배송체계 전체를 드론으로 재구성하겠다는 매터넷(Matternet)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런 스타트업에 대한 소식을 듣노라면, 이들이 곧 망할 거라는 강한 확신이 드실 분도 많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그것이 스타트업의 운명입니다. 시장과 상대하여 힘겨운 싸움을 벌일 것이고, 그 가운데 극히 소수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살아남은 소수가 산업과 시장전체를 뒤흔들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플이 휴대전화산업을, 넷플릭스가 미디어 산업을, 에어비앤비가 호텔산업을, 그리고 우버가 택시산업을 재편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류는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전통적인 산업영역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짧게는 30~40년, 그리고 길게 보면 수백 년간 물류산업에는 일정한 게임의 규칙이 있었던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전통산업은 야심차고 건방진 스타트업들에게는 너무 신나는 도전대상입니다. 최종단계의 배송이라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고 수익도 그리 크지 않은 분야에 스타트업들이 밀고 들어와서 유니콘으로 자라기 시작한 지금이 일종의 분기점일 것입니다. 이런 스타트업들이 물류산업의 전 가치사슬을 재편해버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어쩌면 기존 물류기업들의 몫일 수도 있습니다. 영리한 기업이라면 스타트업들이 비집고 들어올 구멍을 이미 알고 있을 테니까요. 조금 시간이 지난 다음, “화물은 모두 유니콘에게 맡기는” 세상이 될까요? 아니면 유니콘은 역시 꿈속에서나 나오는 동물인 셈이라고 이야기하게 될까요? 그 답을 알게 될 때까지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김도현

창업과 전략을 공부한 인연으로 스타트업이 바꾸어가는 세상을 관찰합니다. <국민대 창업지원단장, 한국벤처창업학회 명예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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